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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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최근연재일 :
2024.09.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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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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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파티

DUMMY

 “호오. 이것봐라?”


 루비아가 나와 그의 맥을 짚어봤다.


 “정말이잖아? 영주님이 말한대론데. 확실히 상태가 괜찮아졌어.”

 “저, 사제님. 이만하면 충분한 거 아닙니까. 너무 많이 조물락 거리시는 거 같지 말입니다···.”

 “중급병, 손이 참 곱구만.”

 “예?”

 “추위에 손이 곱았다고. 그러니까 이 누님이 풀어주는 거라고.”


 눈앞에서 효능을 본 병사들은 크게 놀랐다.


 “카데길 씨. 당신들에게도 이 뿔을 나눠주지. 동방대륙에 갖다 팔면 녹용보다 비싸게 받을걸?”

 “차···참말이지예?”

 “방금 직접 효과를 봤잖소. 무료 시음 코너 하나 만들면 완판이야 완판. ”


 반장 카데길 이하 짐꾼들도 혹하는 눈치.


 “이런 귀한 약재를~ 계속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 만드라고라니는 뿔이 부러져도 자라나거든. 그게 얘네들한테도 좋을 거야. 뿔이 너무 길면 거추장스러우니까. 주기적으로 잘라줘야지. 안 그러냐 얘들아?”


 호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8호와 9호. 그 모습이 사람들에겐 또 신기했다.


 “마물을 길들인다고 해서 새삼스러울 거 뭐 있나? 옛날엔 그리폰을 타고 다닌 왕자님도 있고, 드래곤도 종종 인간 편에 서주는데.”

 “으음···하긴.”


 설득이 순조롭게 돼가는가 했지만


 “근데 영주님. 인간도 갱생시키기 어려운데 마물은 더 힘들지 않을까? 뭐···죄수였던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야. 아무튼 그 교화인지 하는 능력으로 길들인다쳐도 나중에 혹시 돌아서면 어떻게 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루비아.


 “걱정 마시죠. 애초에 제게는 교화도라는 수치가 보입니다. 애초에 싹수가 노란 놈들은 가차없이 베어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혹시나 교화된 놈이 말썽을 부린다면 사제 님께 처분을 맡길테니 한번 믿어주시죠.”

 “그래? 그건 좀 재밌겠는걸. 마물에게 벌 주는 걸 한번쯤 해보고 싶었거든.”


 생포된 6마리의 만드라고라니는 벌벌 떨고 있다.

 호영은 놈들에게 짐짓 을러댄다.


 “너네들, 앞으로 인간 습격 할 거야 안 할 거야?”

 - 라아니! 라니라니! (안 하겠소! 다시는 안 하겠소!)


 바짝 엎드려 비는 만드라고라니들.


 “좋아. 죽은 놈들과는 달리 너희는 머리가 좀 돌아가는구나.”


 흐뭇하게 녀석들을 바라보는 호영. 


 “왜 인간을 피하던 너희들이 갑자기 꼭지 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너희처럼 약한 놈들이 인간 사냥한답시고 나서면 토벌당하기 딱 좋아. 하긴 요즘처럼 마물들이 날뛰는 시기엔 다른 마물들도 조심해야 할 테니 여러모로 힘들겠지.”


 만드라고라니들의 뿔이 축 늘어진다.


 “계약은 간단해. 너희는 테이머 영지와 영지민에게 노동력을 제공한다. 나는 너희에게 안락한 보금자리와 양질의 먹이를 제공한다. 오케이? 아픈 놈은 치료도 해주고 힘든 놈은 휴가도 준다. 제법 괜찮은 거래지?”

 - 라니라니! (좋아요 좋아요!)


 대륙 최초로 마물 복지법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업적 달성! <포인트 적립>. 

 EP를 소모하지 않고 ‘길들이기’를 통해 교화에 성공한 수호자님, 멋집니다! 업적 달성 보상으로 10 EP를 획득하셨습니다.」


 「능력 레벨 상승! 주 스킬 <교화>의 레벨이 2에서 4로 크게 올랐습니다.」


 “자. 그럼 이 불쌍한 짐승들을 데려가는 데 반대하는 사람이나 마물 있으신지? 있으면 손 혹은 발 들도록.”


 손이나 발을 드는 이는 없었다.


「서브 퀘스트 달성! 등급 : A+

 인명 손실 없이 60 마리의 만드라고라를 모두 처치하거나 교화했습니다!

 처치 보상으로 총 13 KP를 획득하였습니다. 잔여 KP 13.

 등급 보상으로 20 EP를 획득하였습니다. 잔여 EP 150.」


 그와 함께 울려퍼지는 축하 효과음.


 ‘교화한 경우엔 KP를 지급하지 않는 건가. 게임에서와 같구만. 하긴 즉사보다 더 좋은 게 교화인데 포인트 좀 안 받으면 어떠냐.’


 성과를 거뒀음에도 냉철하게 손익을 따지는 호영.


 ‘것보다 전부 지쳐있어. 쉬어가는 편이 좋겠군.’


 전투 종료와 휴식을 알릴 때.


 “어쨌든 모두 고생했다. 다친 이가 아무도 없어서 본관은 기쁘다. 이 승리는 여러분이 본관을 믿고 따라준 덕분이다! 석양은 졌고 우리는 이겼으니 술과 고기를 마음껏 들자!”

 “변방백 만세!”


 「능력 레벨 상승! 패시브 스킬 <감화>의 레벨이 3에서 4로 올랐습니다.」


 해는 저물어가지만 신생 영지의 내일은 힘차게 밝아오고 있었다.


***


 “고기란 게···고라니 고기였어?”


 치솟았던 사기는 곤두박질.

 병사들은 사기를 당했다고 이를 간다.


 “사체 처리는 해야지. 파묻거나 들판에 썩게 내버려두면 다른 마물들이 잔치 벌이러 올 텐데. 그럼 가도를 지나는 이들이 위험하잖나. 그럴 거면 먹어치우는 게 낫다 이 말이야.”

 “···불태우는 선택지는 없습니까?”

 “불태우고 있잖아. 화덕 위에서지만.”


 릴리안은 더 따지는 것을 포기하고 고개를 저었다.


 “내 약속하지. 내가 못 먹을 음식은 영지민들에게 먹이지 않는다! 만드라고라니 뿔잎 차도 썩 괜찮았잖나? 한번 믿어보라고.”


 그 사이 뿔잎 차를 달여내서 삼삼오오 마시고 있는 병사들. 몸에 좋을뿐 아니라 향도 쌉쌀구수하니 좋았다.


 “쯧. 영주님은 무슨 생각이신지. 식재료도 넉넉한데 마물 고기를 요리하자시니? 쯧.”


 구겨진 얼굴로 조리 준비 중인 취사반장 <‘쿡’ 제리>. 그의 요리는 영양과 맛을 고루 갖췄으나 담음새가 심히 비루했다.

 그것을 잘 아는 호영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고 메이드 피치 또한 주인을 열심히 돕는 중.


 ‘마물 고기 먹는 것만해도 거부감 들 텐데, 모양새라도 예쁘게 만들어야지. 아, 그 전에 혹시 모를 기생충 제거부터.’


 죽은 마물들의 명복도 빌어줄겸


 “비록 인간의 목숨을 노리던 마물들이지만, 살다가 마물 봉헌 기도는 처음 해보네, 이들의 영혼을 씻어내 순백한 축생으로 거듭나게 하겠나이다. 더불어 이 멍청하고 죄많은 마물에 기생하는 미물을 모두 쫓아내 주소서. 하천사 하리아드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루비아가 정화의식을 거쳤다. 간이나 내장에서 꿈틀거리던 기생충들이 체외로 나와 축 늘어졌다.


 “웩. 근데 정말 이걸 먹으려고?”

 “네. 제 생각대로라면 먹을만할 겁니다.”


 대충 살코기를 한 점 썰어 구워 먹어보니 맛이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호오···고라니보다 훨씬 나은데? 생긴 것만 고라니지 덩치는 훨씬 커서 그런가. 취사병들이 도축과 피 빼기를 잘한 덕분도 있을 테고.’


 군대에서 몇 번 먹어봤던 고라니 고기맛도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만드라고라니의 육질은 그보다 더 나았다. 살결은 부드러웠고 노린내가 나지 않았으니.


 ‘지방이 적고 고기가 너무 담백한 게 좀 흠이군.’


 첫 번째 메뉴는 등심 스테이크.


 “취사반장. 장병들의 입맛과 건강을 잘 책임져온 자네지만, 오늘은 내 요리 지시에 따라주겠나.”

 “···마물 요리는 해본 적 없으니 따르겠습니다만. 쯧. 이게 정말 맛이 있을지, 아니 먹을 수 있는 물건인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쯧.”


 쿡 제리는 마뜩찮았다. 식재료 품질에는 신경 써도 메뉴나 조리법에 대해선 일임했던 중대장. 귀족이 된 이후로 갑자기 참견을 하다니?


 “뱃가죽에 붙은 지방을 따로 떼어내주게.”

 “쯧···예.”

 “그런데 자네 말끝마다 쯧 붙이는 거 좀 어떻게 안 되겠나.”

 “쯧. 말끝에만 붙이는 건 아니지 말입니다.”

 “감봉하기 전에 ‘쯧’ 봉인하도록.”


 큼지막한 정육도를 손톱깎이처럼 세심하게 다루는 쿡 제리의 칼놀림은 가히 검법이라 할만했다. 가죽과 살코기의 경계를 절묘하게 도려낸 솜씨.


 “쯧···아까운 지방을 버리시다니.”

 “버리는 거 아니라고. 그리고 한번만 더 쯧 거리면 자네 주급을 고라니들 먹일 건초 사는 데 쓸 테니 명심.”


 쯧쯧거리면서도 작업은 빨리 해내는 쿡 제리.


 “자, 이제 그 지방을 등심에 칭칭 감는 거지. 그리고 실로 잘 묶고. 위에는 허브도 좀 뿌려.”


 세팅된 등심은 철판에 올려 화덕에 넣고


 “자, 갈비살은 쇠꼬챙이에 꽂고. 사이사이에 통양파도 꽂아주시고.”


 꼬치는 등심의 사이사이로 얹어놨다.


 “굽기는 어떻게 합니까?”

 “평범한 스테이크 같았으면 장병들 취향 맞춰줬겠지만 이번엔 통일이다. 미디엄으로 가자.”

 “쯧. 미디엄 레어가 아닙니까?”

 “거, 드래곤 레어에 자네를 넣기 전에 쯧 소리는 그만. 고기나 잘 구워주게. 취사병들은 샐러드 준비!”


 쿡 제리가 굽기에 전념하는 동안, 호영은 장작불 위에 석쇠를 올리고 양념장을 준비한다.


 “주인님, 그 까만 소스는 뭔가요오?”


 호영이 꺼낸 장독을 보고 갸웃거리는 피치.


 “이거? 간장. 김치도 좀 더 넉넉히 사올걸 그랬네.”


 ‘아아, 이건 간장이라는 것이다.’라 말할 필요는 없었다. 서방 대륙의 중심이자 카인 왕국의 수도 카이네아에는, 동방/남방/북방  대륙의 웬만한 식재료들이 다 갖춰져 있었으니까. 


 “동방대륙의 조미료···? 우욱. 이런 역한 게 주인님 입맛에 맞을까요?”


 한번 찍어 먹어보고는 얼굴을 찌푸리는 피치. 요즘 입맛이 아닌 전통 방식으로 만든 간장이기에 그녀의 반응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내 입맛이 중요한 게 아냐. 영지민들 입에 맞느냐가 중요하지.”


 냄비에 간장을 붓고 그 위에 설탕을 듬뿍 털어넣는 호영. 여동생들의 식사를 전담해온 그로서는 아주 익숙한 손놀림.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잡내를 잡기 위해 술 한 병 넣고. 여기서 또 끝이 아니다~ 역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뿔잎 찻물도 좀 넣고. 이야 이거 생활의 할인에 나가도 되겠네.”


 피치로서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며 냄비 속 까만 액체를 끓이는 주인님은 흑마술을 부리는 것 같다.


 “걱정마. 다들 자지러질 테니까. 피치, 거기 놔둔 과일들은 즙을 내서 양념에 넣어줘.”


 탄력있는 다리살에 칼집을 낸 뒤 양념에 재운다.


 “영주님. 스테이크를 다 구웠습니다.”

 “오, 그래? 그럼 꺼내서 잠시 레스팅.”


 묶어둔 실을 푸니 아주 근사한 향이 났다. 고기를 칭칭 감쌌던 지방이 녹아들어, 다소 빳빳했던 육질에 기름기가 잔뜩 돌았다.


 “고기 위엔 암염 솔솔 뿌려주시고. 자. 먹어보게. 어허, 입 벌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우물거리던 쿡 제리.


 “···죄송합니다 영주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신음한다.


 “알았으면 앞으로는 ‘쯧’ 금지. 오케이? 자, 내가자. 꼬치는 좀 더 굽고.”


 「능력 레벨 상승! 패시브 스킬 <감화>의 레벨이 4에서 6으로 크게 올랐습니다.」


 병사들 또한 감탄해마지 않는다.


 “이···이게 정말 만드라고라니 고기야? 야들야들하고 육즙이 아주 그냥.”

 “세상에. 내가 마물을 맛있게 먹다니.”


 곧이어 나간 꼬치구이도 호평을 받았다.


 나무 접시에 올린 스테이크와 주석 컵에 담은 와인 그리고 평원의 노을. 병사들의 얼굴도 점점 불콰하니 물들어갔다.


 “취사병들도 모두 식사 시작한다. 남은 건 내가 할 테니”


 고기맛에 약간씩 물려갈 때쯤


 “이건 또 무슨 냄새지?”


 석쇠에서 나는 기막힌 냄새에 두리번거리는 사람들.

 간장양념이 엉겨 풍기는 달콤고소한 연기가 코에 스며든다.


 “맛나게 잡숴보셔들. 이름하여 만드라고라니 불고기! 이야, 이거 <나는 자유민이다> 찍어도 되겠네.”


 잠시후 만드라고라니 불고기를 정규 식단에 넣으면 안 되냐는 이들이 속출했고, 멀리서 건초를 뜯던 만드라고라니들은 왠지모를 한기에 몸을 떨었다.


[11화 - 고라니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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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움트는 희망, 움패는 절망 24.09.11 12 0 13쪽
35 신호탄 24.09.10 17 0 13쪽
34 스폴리아티네 글라사테 24.09.09 24 0 13쪽
33 마력토 24.09.06 23 0 13쪽
32 단다니움의 연금술사 +1 24.09.05 25 0 11쪽
31 작은 기적 24.09.04 24 0 12쪽
30 보직 변경 24.09.03 18 0 12쪽
29 덮어 줄게 24.09.02 30 0 10쪽
28 백이 없는 변방백 24.08.31 28 1 10쪽
27 백을 가진 자 24.08.30 26 1 10쪽
26 도약 강타 24.08.29 27 1 10쪽
25 경로 이탈 24.08.27 37 1 11쪽
24 갈림길 24.08.26 48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5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1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49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2 3 11쪽
19 빡격포 24.08.21 52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6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8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7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2 3 12쪽
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6 4 11쪽
13 2 E J 24.08.13 73 3 12쪽
12 하나만 좀 24.08.12 82 4 11쪽
» 고라니 파티 24.08.09 84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4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2 4 11쪽
8 만드라고라니 24.08.06 88 5 10쪽
7 위험과 보상 24.08.06 10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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