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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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최근연재일 :
2024.09.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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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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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DUMMY

 공격로를 따라 길게 쌓아놓은 시체더미. 불길은 도미노처럼 번져갔다.


 - 고오옵!


 번지는 불길은 곧 고블린들을 집어삼켰다. 놈들에게 방화 설비나 수단이 있을리 없으니 겉잡을 수 없이 치솟는 화염과 연기.


 “만드라고라니들! 굴려!”

 - 라니라니! (네에!)


 언덕 위에 집합시킨 만드라고라니들은 언덕 위에 넘쳐나는 돌덩이들을 언덕 밑으로 굴려보낸다. 


 “이만하면 됐겠지.”


 혹시나 불붙은 놈들이 바리케이드로 달려오면 곤란하기에 방화벽을 쌓아둔 것.

 호영의 노림수대로 방화벽은 불길은 막아주었지만


 “으으. 냄새 한번 지독하네.”


 고블린의 시체 타는 냄새와 연기까진 막아줄 수 없었다.


 “바람이여, 도와주세요!”


 그때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안색이 파리해진 메이릴이 마력을 짜내 일으킨 것이다.


 “오오.”


 연기와 불길은 고블린쪽으로 더욱 거세게 향했고, 호영의 상태창에는 수많은 처치 알림이 울리고 있다.


 “좋아. 정리 완료!”


 곧 우측 공격로의 고블린들은 전멸. 

 호영은 교화시킨 고블린들을 데리고 좌측으로 넘어갔다.


 “좋아. 잘 막아냈네.”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힌지라 고블린들이 공격해왔지만, 대부분의 독전대장이 죽고 궁병도 방패병도 없었으니 모두 격퇴당한 상태.


 “아직 남아있는 놈들이 좀 있구만. 그쪽 궁수들, 네 명만 이리로 컴.” 


 고블린들을 뒤따르게 하고 나선 호영. 궁병들에게 지시를 해두고 언덕 위로 배치시켰다.


 - 고오오···옵.


 공격로 중간 쯤에는 다리를 베여 쓰러진 독전대장 한 놈이 길을 막고 있다. 그 앞으로는 스물 마리 정도의 고블린이 주춤거리는 중.


 - 고오옵!


 독전대장은 진격을 명하지만 고블린들은 주저하며 명령을 듣지 않는다. 


 - 고오옵. 고옵곱? 고오블! (이봐. 가지 말자. 봤다 너희도 앞장선 놈들 죽는 거.)

 - 곱곱. 고오오옵. 고블고블! (죽는다. 가봤자. 그냥 도망가자!)

 - 곱? 곱블린 곱 곱! (근데 있다 뒤에 곱블린!)


 도주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모양이지만 놈들은 독전대장이 두려워 갈팡질팡하는 상태. 비록 한 쪽 다리를 움직이지 못 하는 상태지만, 글레이브를 꼬나쥐고 있는 모습엔 살기가 감돌았으니.


 “에라이 한심한 놈들아. 발목 잘린 앉은뱅이 한 놈이 뭐 그리 무섭다고 스무 놈이 쫄아 있어.”

- 고오오옵?!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놈들은 기겁. 만드라고라니에 탄 인간은 그렇다쳐도, 그 뒤에 동족들까지 만드라고라니를 타고 있었으니.


 “이봐, 너희들. 저 뒤에 있는 놈을 다굴칠 엄두를 못 내는 걸 보니 겁쟁이들이구나. 뭐 그래도 닥돌해오지 않는 걸 보면 똑똑하긴 해.”


 수상하고 위험해보이는 인간이 자신들을 칭찬하자 혼란스러워하는 고블린들.


 “긴 말 안 한다. 항복하면 살려주마!”

 - 고오옵?! 곱곱 고브! (들었다 다들? 살려준단다. 저 인간이 우리를)

 - 고옵? 곱곱?! 고브을 고브? (근데 안 거냐 어떻게 너. 인간 말을.)

 - 고브고브 고브! (멍청아. 알아들었잖아 너도.)


 자신들이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부터가 신기했다.  


 ‘괜히 추격 섬멸전을 벌였다간 다음 웨이브 대비시간이 줄어든다. 이럴 거면 차라리 저놈들을 교화해보자.’


 - 고옵! 고브고브! 고오 고오오오블! (진짜다. 이 인간님의 말. 따라라 너희도!)


 호영의 뒤에 있던 고블린들도 호응해준다.


 “자식들. 만드라고라니들에게 잘 배웠군.”


 심리전 부대(?)의 설득이 먹혀들어가면서도 머뭇거리는 고블린들.


 “에이, 소심한 자식들. 좀 도와줘야겠군. 궁수들! 아까 말한대로 사격!”


 언덕 위 궁병들은 즉각 화살을 쏘았다. 


 - 고오오옵! (함정이었다 역시!)


 고블린들은 질겁했지만 화살은 그들이 아닌 독전대장에게로 향했다.


 - 고오오오!


 팔다리에 화살을 잔뜩 맞고 글레이브를 놓친 독전대장. 놈은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려고 하지만, 손목과 발목에 박힌 화살이 땅에 꽂혀있어 고통스러워할뿐.


 - 고옵고블? (어떡하지?)


 그걸 보고도 주춤거리던 고블린들에게 혀를 찬 호영은 


 “시험삼아 한번 써볼까. 광역 교화 발동!”


 처음으로 광역 교화를 시도했다.


 「모든 고블린들이 교화되었습니다. 2 EP가 소모됩니다.」


 “오. 가성비 좋은데? 잡몹들 한번에 얻는 거라 그런지 싸구만.”

 「수호자님의 심리전으로 고블린들의 불안감이 낮아진 덕분입니다. 즉시 교화에 앞서, 지금처럼 적절한 설득을 곁들이고 유리한 조건을 조성할수록 교화 비용이 적게 소모 되고 교화도는 높아지게 됩니다.」


 쭈뼛거리면서도 호영에게 다가오는 고블린들.


 “첫 번째 명령. 모두 무기를 버린다.”


 녀석들은 겁쟁이 답게 무장해제 명령을 잘 따랐다. 


 “두 번째 명령. 너희들을 핍박한 저 곱블린을 좋나 패주도록.”

 - 고오옵?(정말임까?)

 - 고브고브! (Yeah!)


 신나게 몰려가서 독전대장을 구타하는 녀석들의 표정엔 독기가 잔뜩 서려있다.


 - 곱! 곱블린 곱! (죽여라 곱블린 놈!)

 “진작에 그렇게 다구리 쳤으면 되잖아.”


 발목이 잘리고 사지가 화살에 꿰뚫린 독전대장은 무참히 얻어맞을뿐.


 “어디 보자. 이 놈은 어디 교화 여지가 있나.”


 독전대장의 전투력이 아까워 교화를 고려해본 호영. 


 “음···근데 그러면 고블린들이랑 같이 붙여놓기가 좀 그렇네. 할 수 없지. 그냥 죽이는 걸로. 얘들아, 잠시 좀 비켜봐라.”


 쿨하게 독전대장의 목을 벤다. 

 잘린 머리로 축구를 하려 드는 고블린들을 말리는 것은 생각보다 성가신 일이었다.


***


 네 번째 웨이브도 잘 막아낸 테이머 영지.


 “어이, 영주님. 표정이 왜 그래? 대승을 거둬놓고는 대패한 패장같은 얼굴을 하고 계셔.”

 “아, 뭘 좀 생각한다고요. 그나저나 루비아, 아까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멋졌어요.” 

 “에헴. 이 누님이 이래봬도 4품 사제야.”


 고블린 방패병과 궁수 그리고 소수의 독전대장으로 이뤄진, 가장 힘든 조합이었다. 이 웨이브를 막을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직전 웨이브에서의 화공.


 ‘네 번째 웨이브를 금방 시작하길 잘했어.’


 기다리는 대신 공세 즉시 시작을 선택한 까닭.


 ‘기껏 불바다로 만들어놨으니 활용해야지. 아무렴.’


 우측 공격로에서는 여전히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호영은 이를 통해 우측 웨이브를 날로 먹으려던 것이다.

 다만 그로서도 예상하지 못 했던 변수가 있었으니


 ‘근데 그런 억까를 당할줄이야.’


 우측에서 등장했던 고블린들은 불길로 걸어오는 대신 발길을 돌려 좌측 행진에 합류했던 것이다.


 ‘아니, 저놈들도 지능이 있긴 하니 당연한 건가?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게 더 이상하긴 해. 어쨌든 결과적으론 잘 된 일이지만.’


 이것을 호재로 삼은 호영은 좌측에도 불길을 놓았다.

 진격을 화재로 막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루비아의 특기 <성스러운 불꽃>으로 연계시켜 고블린을 일거에 쓸어버렸다.


 ‘생각지도 못 했던 변수가 너무 많아. 안그래도 가변 난이도인지 뭔지 하는 것도 짜증나는데 아오.’


 승리에 기뻐하지 않고 전황을 분석 중인 호영.


 ‘아빠가 늘 말씀하셨지. 뭐든 잘 풀릴 때가 발 물릴 때라고. 정신차리자 방호영. 여기가 아무리 게임속 세계라지만 한번만 져도 끝난다.’ 


 가족들을 떠올리며 의지를 다잡는다.


 ‘그런데 게임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레인 오브 다이스는 디펜스 게임이지만 모든 마물이 정직하게 공격로를 따라 진격하는 건 아니었다. 아군은 못 넘는 장애물을 넘어 오는 마물들, 비행 타입 마물들, 가로막는 병력이 있을 때까지 땅을 파고 오는 마물 등 다양한 유형이 있었으니.


 ‘공격로를 따라서 오다말고 우회해서 들어가는 패턴은 또 처음이란 말이지. 어딜 봐서 이게 1 스테이지란 말이냐? 아무리 초 하드코어 어쩌고 해도.’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다스리지 못 한 호영.


 “시바견 게임 진짜 10조 가치 만들었네!” 


 게임사의 시가총액이 10조가 넘기를 바라는 축복을 아낌없이 퍼붓는다.


 “···누구에게 하는 말씀입니까?”

 “아, 아냐. 그냥 혼잣말일세. 세상이 나를 저주하는 느낌이 들어서 말야.”


 보고를 하러 온 릴리안은 이제 영주의 기행에 익숙해서인지 별 말을 얹지는 않았다.


 “그보다 방금 교전에서 아군 피해는?”

 “전사자 0, 중상자 0, 경상자 3명입니다. ”

 “그래? 다행이군. 다행이긴 한데···.”


 표정이 좋지 않은 호영.

 전력 손실이 없는 것은 좋았으나 전략 자원이 바닥난 게 뼈아팠다.


 “버네벌 씨는 좀 괜찮으신지요.”

 “아직 괘안타. 그러니까 안 쪼아대도 된다. 이제 더 쪼아낼 돌도 없고.”


 포탄으로 쓸만한 돌도, 그걸 쪼아낼 버네벌의 체력도 떨어졌다. 


 “메이릴, 좀 어때?”

 “괘···괜찮은 것 같아요. 어라, 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요오?”

 “안 괜찮은 걸로 하자.”

 “이···이렇게 강한 위력으로 마법을 연달아 발동시킨 건 처음이에요오. 아마 그래서 그런 것 같습니다아.”


 메이릴은 마력 고갈이 심각한 상태.


 “저, 저도 이제 무리이지 말입니다.”


 마법병 시쿱도 마찬가지.


 ‘이래서 보스를 막을 수 있으려나.’


 보스의 등장을 앞두고 걱정이 앞선 호영.


 “후···근데 상태창씨. 아까는 네 번째 웨이브가 ‘마지막’ 웨이브라며? 근데 보스가 나온다니 유저 기망 아뇨?”

 「마지막 ‘웨이브’인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보스는 단 1기만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말장난 오지네. 그래, 그 보스는 뭐하는 놈인지? 어디서 튀어나오는데?”

 「스테이지 1의 보스는 홉고블린입니다. 등장 지점은 무작위입니다.」

 “무작위? 왼쪽 오른쪽 중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른다는 거?!”


 [24화 -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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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덮어 줄게 24.09.02 30 0 10쪽
28 백이 없는 변방백 24.08.31 28 1 10쪽
27 백을 가진 자 24.08.30 26 1 10쪽
26 도약 강타 24.08.29 27 1 10쪽
25 경로 이탈 24.08.27 37 1 11쪽
» 갈림길 24.08.26 48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5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1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49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2 3 11쪽
19 빡격포 24.08.21 52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5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8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7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2 3 12쪽
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6 4 11쪽
13 2 E J 24.08.13 73 3 12쪽
12 하나만 좀 24.08.12 81 4 11쪽
11 고라니 파티 24.08.09 83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4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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