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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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최근연재일 :
2024.09.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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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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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E J

DUMMY

 - 트로오오!


 도끼를 내려찍는 트롤.

 나무에 돌을 동물 힘줄로 칭칭 감아서 만든 조잡한 무기지만, 트롤의 완력과 큰 키에서 나오는 파괴력은 무시할 수 없다.


 “정통으로 맞았다간 뚝배기 바로 깨지겠네.”


 뒤로 뛰어 피하는 호영.


 ‘백대시는 짧게 한 동작으로. 두 발을 붙이면 안 되고, 축발을 앞에 둔 상태로 뛰라···고 릴리안이 알려줬지.’


 릴리안이 알려준 테이머류 검술의 핵심을 빨리 깨우쳤다. 이것은 빙의한 조렌의 몸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뭐, 스텝의 요지는 검술이나 복싱이나 비슷하구만.’


 어릴 때부터 여러 격투기를 익혔던 덕분.


 “하압!”


 허공을 내려찍느라 빈틈이 생긴 놈의 목을 사선으로 베려하지만


 - 트로올!


 놈은 황급히 상체를 옆으로 틀었고, 검끝은 어깨를 도려내는 데 그쳤다.


 ‘젠장. 너무 성급했다. 만드라고라니때처럼 만만하진 않네.’


 트롤은 거세게 빈 손을 휘둘러 칼등을 쳐내고 뒤로 물러난다. 다시 대치하는 구도.


 ‘후우.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져도 검에 두른 아우라가 흩어지네.’


 아직 아우라 다루는 솜씨는 크게 부족했다. 아니, (숙련된 기사의 몸을 빌렸다곤 해도) 하룻밤도 안 돼서 아우라 운용법을 익혔으니 오히려 대단한 편이라 할 것이다.


 - 트로오올···!


 상처를 입어서 분노하는 트롤.


 “재생 속도 실화냐.”


 흐르는 피가 멎고 새살이 순식간에 돋는다.


 ‘좋아. 일단 크게 휘두르지 말고 작게작게 가자. 리치 차이를 살려서.’


 양쪽 상완을 단단히 조이고, 손목 스냅만 써서 작고 재빠르게 휘두르는 호영.


 - 트로올?!


 확 바뀐 공격법에 트롤은 당황했다.

 루비아가 빛 주문을 걸어준 덕분에, 휘두를 때마다 밤에 빛을 수놓듯 일렁이는 검. 이는 트롤의 눈을 어지럽혀 검격의 궤도에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다.


 - 트흐흐.


 하지만 놈은 검에 베이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도끼를 휘두른다. 


 “미친. 제대로 돈 놈일세 이거.”


 기겁하는 호영.


 ‘자잘한 상처는 어차피 금방 나으니, 맞으면서 공격해온다는 심산인가? 그렇다면야!’


 돌도끼를 휘두르는 오른손을 칼등으로 흘리고, 놈의 몸 바깥쪽으로 돌아들어갔다.

 놈이 당황해 호영을 밀어내려고 잔뜩 힘을 실을 때.


 “합!”


 무방비한 정강이에 무자비한 로우킥 한 방. 비록 아우라는 실리지 않았지만, 단다니움 정강이 보호대에 조렌과 호영의 힘이 합쳐져 묵직한 위력을 냈다.


 - 빠각.


 튀어나온 정강이뼈.


 - 트로오···?!


 그것을 보는 놈의 눈깔도 튀어나올듯 커진다.


 - 트로오오올!


 자세를 잃고 무너진 트롤.


 “하아압!”


 그 틈을 타 아우라를 검에 두른 호영.


 - 트로···ㄹ


 놈의 목이 떨어져나가, 잘린 머리가 거꾸로 얹어져있다.

 목이 눔이 돼버렸으니 제아무리 트롤이라도 재생할 순 없는 노릇.


 “만드라고라니때처럼 쉽진 않구만. 휴우.” 


 야간 그리고 숨을 곳이 많은 주택가라는 악조건이 겹쳐 토벌은 쉽지 않았다. 

 다행인 점이라면 트롤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기보단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것. 그래서 호영은 병력들을 나눠서 각개격파하도록 지시했다.


 “이봐, 야크! 정신차려. 자네 괜찮나?”

 “으으···괘, 괜찮습니다.”


 호영과 2인 1조로 함께 다니던 중급병사 야크. 

 그는 트롤의 돌도끼에 당해 머리에 큰 부상을 입은 상태.


 “트롤의 피라는 거, 분명 힐링 포션 재료로 사용됐지. 그 피를 먹여보는 건 안 되려나···.”


 착안점은 좋았다. 게임에선 트롤 처치 보상 ‘트롤의 피’를 모으면 힐링 포션 제작 재료로 쓸 수 있었으니까.


 「트롤의 혈액은 <도둠나무> 수액과 혼합한 뒤 정화하여 포션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인간형 종족이 음용할 수 있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트롤의 혈액을 섭취한다면 치유 효과는 극히 미미하고 구토, 발열 등의 부작용만 갖게 됩니다.」 


 하지만 상태창이 알려준 정보는 비관적.


 “저는···내버려 두시지요 중대장님, 아니 영주님.”


 야크가 힘겹게 입을 뗐다.


 “이 정도는 별 거 아닌 상처···버틸 수 있습니다.”


 찌그러진 투구의 틈새로 피가 줄줄 흘러나온다.


 “테이머 영지를 부흥시켜···고향의 부모님도 모시고 오기로 약속했으니까요.”


 이럴 때 내뱉으면 안 되는 말도 술술 흘러나온다.


 “하, 하하. 그리고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소꿉친구에겐 꼭···테이머 영지에서 나온다는 전설이 있는···태초의 마력석으로 반지를 만들어서 청혼을···.”

 “사망 플래그 세우지 말고 입 다물게.”


 야크를 일으켜 세우는 호영. 3명분의 힘을 지닌 그에겐 마른 야크는 가지처럼 가벼웠지만, 마음 한켠이 거목처럼 무겁게 자리잡았다.


 “죽으면 가만 안 두겠어. 부활시켜서 혼낼 테니까. 내가 만드라고라니 뿔잎 차까지 달여 먹였는데 기운 내야지. 그나저나 이놈들 왜 안 오는 거야. 올 때가 됐는데.”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호영.


 - 라니!


 곧 기다리던 누군가, 아니 무언가들이 왔다.


 - 라니라니! (저희 왔어요!)

 - 라아니···라니이이. (말은 너무 빨라서 따라잡기 힘들어요.)

 “오, 왔구나. 고생했다.”


 만드라고라니 8호와 9호 그리고 13호가 도착. 호영의 냄새를 맡고 잘 찾아왔다. (나머지 개체들은 우선 임시 우리에 가둬놓은 상태)


 “8호. 이 병사를 태워서 병영으로 가! 혹시 가는 도중 트롤을 만나도 싸울 생각 말고 끝까지 튀도록. 야크를 도중에 떨어뜨리거나 하면 너도 불고기로 만들 줄 알도록.”

 - 라니! (걱정마세요!)


 야크를 8호의 등위에 엎드리게 한 호영. 임시 방편으로나마 만드라고라니들의 목에 줄을 묶어놔, 탑승자가 잡을 수 있게 해놓은 상태.


 “부상병 호송에는 적격이구만. 말에 태워서 보낼 순 없으니. 13호는 돌면서 트롤들을 찾아내! 찾으면 내게 알리도록. 9호는 내 곁을 따라다닌다!”


 다시 말에 올라타 수색을 시작한다.


 “으아악···!”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병사 한 명이 트롤 하나와 접전을 벌이는 중.


 - 트로오오!


 그를 걷어차 넘어뜨린 트롤이 돌창을 들어올린다.


 “9호! 몸통박치기! 아니다. 거리가 멀어. 어떻게 해야···.”


 찰나의 순간에 고민하던 호영.


 “그렇지. 교화!”


 EP 5를 소모해 놈을 즉시 교화했다.


 - 트로? 트로오···? (뭐지? 지금 나 무슨?)

  “그거 옆으로 던져!”


 들어올린 돌창을 쥔 채 멈칫하는 놈. 인간이 자신의 머릿속에 대고 명령하는 것에 크게 당황했다.


 - 트로올? 트로트롤?! (너 인간, 내게 한 거냐 무슨 짓?!)


 놈은 창을 내던지지도 않았지만 쓰러진 병사를 공격하지도 않은 채 혼란스러워하는 중.


 <트롤 창병 #002>

[ 스탯|등급|기본 수치 ~ 최대 수치 ]

 무력  B   : 45 ~ 47

 지력  B   : 5 ~ 6 (트롤치고는 머리가 꽤 돌아가는 편입니다) 

 마력  X   : 0 ~ 0 

 매력  D  : 1 ~ 3

 통솔  F  : - 10 ~  - 3

 정신력 C  : 7 ~ 9 / (기벽 : 사냥감의 두개골을 박살내길 좋아합니다.) 

 교화도 D  : - 6 ~ - 3 (인간에 대한 적개심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제어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리오, 어서 떨어지시오!”

 “벼···변방백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리오는 역참의 경비대장답게 기민한 자였다. 눈앞에서 일어난 일에 믿기지 않아하면서도 황급히 몸을 피했으니.


 “사거리에 있는 병사들과 합류하시오. 여긴 내가 맡을 테니.”


 그때 트롤 창병의 뒤로 또다른 트롤이 나타났다.


 - 트로오?


 나무몽둥이를 든 비쩍 마른 놈.

 인간이 도망치는데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동족을 보고 뇌정지가 온 듯했다.


 - 트로, 트로트로올? 트로오올!


 곧 몽둥이 트롤은 창 트롤에게 따져대듯 소리질렀다.


 - 트로오, 트로트로! (모른다 나도. 마라 상관. 네놈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지 창 트롤 #002 또한 엄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린다.

 몽둥이 트롤의 스탯을 재빨리 살핀 호영. 무력 수치가 36~38로 꽤 뒤쳐지는 편이다.


 “저 놈 조져!”


 호영의 명령에 돌창을 동족에게 찔러대는 창 트롤.


 - 트뤄어얼! 트로오···.


 갑작스런 기습을 당한 몽둥이 트롤은 채 대응하지 못 하고 목을 깊숙히 찔렸다.


 - 트로오! (뒈져라!)


 목에 꽂은 자신의 창은 놔두고, 동족의 몽둥이를 뺏어든 #002. 머리를 집중적으로 내려치기 시작한다.


 ‘트롤이 트롤을 죽이는 트롤링이라. 사기꾼 잡는 법은 사기꾼이 가장 잘 안다더니. 저 방식은 참고해둬야겠군.’


 목에 꽂힌 돌창이 재생을 방해하고 움직임을 봉쇄시킨 탓에, 몽둥이 트롤은 속절없이 얻어맞다가 축 늘어진다.


 - 트로오오오! (이겼다!)


 창을 빼내고 함성을 지르는 #002.


 - 트로오오···? 


 곧 시야가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느낌에 의아해한다.

 뒤로 다가간 호영이 녀석의 허리를 토막낸 것. 


 - 트로···트로오오오. (교활하다. 인간은.)


 녀석은 반토막난 상반신을 꿈틀거리며 허리쪽으로 기어온다. 끈질긴 생명력에 그리고 약간의 죄책감에 얼굴을 찡그리는 호영.


 “이용만 해먹고 죽여서 쪼끔 미안하지만···어쩔 수가 없다.”


 「조심하십시오. 트롤은 상하반신이 분리된 상태에서도 상당 시간 생존할 수 있습니다. 하반신을 다시 재생시킬 수는 없지만, 분리된 하반신과 밀착할 경우 절단 부위가 접착되고 상처가 아물게 됩니다.」


 “접수.”


 그대로 목을 잘라낸 호영.


 ‘전투력이 쓸만하지만 저놈은 너무 난폭하고 불안정해. 아직 교화의 능력 레벨이 낮아서 그런가?’


 #008에겐 인간에 대한 적개심이 남아있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도 EP 5 써서 리오도 살려내고, 이이제이로 다른 트롤 한 마리도 잡았으니 됐지만서도···.’


 뒤에서는 만드라고라니 9호가 벌벌 떨고 있다.


 - 라니···라니라니. (저는 부디 죽이지 마세요. 착하게 말 잘 들을 거라고라니.)

 “그래. 앞으로도 말 잘 들으면 저럴 일 없으니 걱정 말고라니.”


 다시 말에 올라타는데


 - 트로오! 

 - 트로트로!


 골목에서 트롤 두 마리가 튀어나왔다.


 “아. 시바. 괜히 죽였네 아까 그놈. 좀만 더 살려둘걸!”


 무기까지 쌍 손도끼로 깔맞춤한 놈들.


 “하. 협동 잘 안 하는 놈들이 왜 갑자기 듀오로 나타나냐! 음···아까처럼 한 놈을 교화해서 트롤링 시켜봐?”


 하지만 놈들의 우애깊은 모습과 낮은 교화도를 보니, 팀킬을 유도하기는 썩 어려울 것 같았다.


 “아님 두 놈을 한꺼번에 교화시켜서 벙찌게 만든 다음에 처치할···”


 「교화 능력에 재사용 대기 시간이 적용 중입니다. 남은 시간 : 약 1분.」

 “에라이! 쿨타임 있으면 진작 좀 알려주지.”

 「재사용 대기 시간은 교화 대상의 강함이나 교화 난도에 비례합니다.」


 그대로 도망갈까 하다 마음을 고쳐먹은 호영.


 “좋아, 9호. 저놈들이 달려오면 소리지르는 거다!”


 물러서는 대신 9호를 이용하기로 맘먹었을 때.

 콰앙!


 “뭐···뭐지?!”


 트롤들의 사이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13화 - 2 E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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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신호탄 24.09.10 17 0 13쪽
34 스폴리아티네 글라사테 24.09.09 24 0 13쪽
33 마력토 24.09.06 23 0 13쪽
32 단다니움의 연금술사 +1 24.09.05 25 0 11쪽
31 작은 기적 24.09.04 24 0 12쪽
30 보직 변경 24.09.03 18 0 12쪽
29 덮어 줄게 24.09.02 30 0 10쪽
28 백이 없는 변방백 24.08.31 28 1 10쪽
27 백을 가진 자 24.08.30 25 1 10쪽
26 도약 강타 24.08.29 26 1 10쪽
25 경로 이탈 24.08.27 37 1 11쪽
24 갈림길 24.08.26 47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4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1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49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1 3 11쪽
19 빡격포 24.08.21 52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5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8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7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2 3 12쪽
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6 4 11쪽
» 2 E J 24.08.13 73 3 12쪽
12 하나만 좀 24.08.12 81 4 11쪽
11 고라니 파티 24.08.09 83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4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2 4 11쪽
8 만드라고라니 24.08.06 87 5 10쪽
7 위험과 보상 24.08.06 10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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