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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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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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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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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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 이탈

DUMMY

 홉고블린. 거체와 괴력을 갖춘 강적이다.


 <홉고블린>  / KP : 10

[ 스탯|등급|기본 수치 ~ 최대 수치 ]

 무력  A    : 71 ~ 78 (고블리노이드 최강의 개체)

 지력  D  : 28 ~ 32 (그렇다고 지능까지 종족 최강인 건 아닙니다.)  

 마력  F  : 1 ~ 2

 통솔  B  : 59 ~ 62 (고블린들의 알파메일입니다.)

 매력  F  : 0 ~ 1 (잘생겼다는 뜻의 알파메일은 아닙니다.) 

 정신력 C  : 42 ~ 51 (기벽 : 후퇴를 싫어합니다.) 

 교화도 F  : 0 ~ 3 (능력을 이용한 즉시 교화 외의 방법으로는 교화 불가능)


 ‘어? 보스몹도 교화가 돼?! 게임에선 안 됐었는데. 그렇다면 날먹 삽가능이지. 어디, EP는 얼마나 드는지 볼까···1,000?’


 숫자를 본 호영은 침을 탁 뱉었다.


 ‘지금 가진 EP가 200인데 1,000 내놓으라는 거 보소. 보스라도 그렇지 너무하네. 에라이.’


 교화는 선택지에서 사라진 셈.


 ‘홉고블린 놈의 KP가 10···. 분명 KP 총합 10 이상의 마물이 구역청에 침투하면 끝이랬지? 혹은 내가 죽거나.’


 스테이지 패배 조건을 되새기는 호영.


 ‘그렇다면 보스를 죽이는 것밖에 답이 없군.’


 명쾌한 결론이 나왔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그걸 알아야 하는데. 아오! 이거 가불기 제대로 걸렸네. 만약 어느 한 쪽에만 병력 몰빵 한다고 치자. 근데 보스놈이 반대쪽에서 나오면?’


 뒷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찍기 잘못하면 좋망이네.”

 “···예?”

 “아, 아니. 영지의 존망이 내 선택에 걸려있다고. 으으. 어떻게 하지.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운에 맡기기엔 너무한데. 아예 ”


 격정적으로 걱정하는 영주에게 릴리안은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굳이 병력을 한 군데로 모으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음? 양 갈래에 병력을 계속 두자고? 그럼 전력이 분산되는데.”

 “홉고블린이 어느 쪽에서 나오든 상관없습니다. 가령 놈이 좌군을 공격해온다면, 우군은 그대로 바리케이드를 해제하고 앞으로 나간 뒤 좌군측으로 우회해 놈의 뒤를 노리면 되는 것입니다.”

 “오, 과연. 기책이로군. 아니, 잠깐만. 아무래도 그 전술은 안 되겠네.”


 반색하던 호영은 난색을 표한다.


 “왭니까?”

 “저길 보게.”


 저 너머의 검은 안개를 가리킨 그. 불어나지는 않았지만 줄어들지도 않은 채 자욱히 깔려 있다.


 “딱 봐도 영 좋지 않은 기운이 스멀스멀 퍼져 나오는 것 같지 않나? 괜히 들이마시거나 접촉했다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네.”

 “고블린들은 멀쩡히 저 안개를 헤치고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래. 그건 그렇지. 하지만 처음에 보냈던 만드라고라니는 저 안개와 접촉하고 괴로워했단 말이지.”

 “저 안개가 피아를 식별해서 해치기라도 한다는 말씀입니까?”


 게임적 요소에 대해 알 리 없는 릴리안으로서는 타당한 질문.


 “정말 그렇다면 어쩔 텐가?”

 “예?”

 “저게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무언가의 저주이거나 마법일 수도 있잖나.”


 호영은 적절한 대답을 내놓았지만 릴리안은 포기하지 않았다.


 “천 같은 것으로 호흡기를 가린 다음 단숨에 주파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정면 돌파를 주장하는 그녀.


 “아까 말씀하신 만드라고라니도 결과적으로 큰 탈은 없었던 걸 보면, 안개를 잠시 노출되는 것만으론 치명적이진 않은 듯합니다.”

 “으음···.”


 그녀의 말에 호영은 잠시 고민했지만


 “아니, 역시 안 되겠어.”


 굳은 표정과 고갯짓으로 답했다.


 “저 안개가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하기 전까진···위험한 도박을 할 순 없네.” 

 “하지만 만드라고라니는 보내셨···.”

 “마물과 사람이 어찌 같을 수 있겠나!”


 릴리안의 말을 단호히 자른 호영.


 “교화가 됐다고 해도 마물은 어디까지나 가축이지. 가축은 잃을 수도 있어. 미심쩍은 곳에 사람 대신 보내도 돼. 하지만 가족에겐 그럴 수 없는 법.”

 “가족···이요?”

 “그래. 릴리안 자네를 비롯해서 내 부하들 모두는 가족과 마찬가지.”


 결심한 상관을 올려다보는 릴리안의 눈길이 촉촉하게 흔들렸다.

 변심해 상관 없는 듯 구는 주인에게 ‘가축’의 충성심도 흔들렸다.


 - ‘라아니. 라니?! 라니라니!’ (저기요. 그 가축이 다 듣고 있는데요? 언제는 모두 한 가족이라면서요!)


 할말이 많은 만드라고라니 8호였지만 분위기를 파악해 속으로만 외쳤다.


 “병력 배치는 그대로 두는 걸로 하세. 릴리안 자네 덕분에 차선책이 떠올랐어. 고맙네.”


 호영은 병사들에게 구덩이를 일정 간격으로 파도록 지시, 버네벌의 얼마 남지 않은 폭발석을 잘 묻어두었다.


 “에헤이, 평평한 면이 위로 가도록 하라니까. 그래, 너무 깊이 파묻진 말고.”

 “저어, 영주님. 이건 무엇을 위한 작업입니까?”

 “지뢰 매설. 그러니까 함정이지.”


 한 병사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주는 변방백.


 “홉고블린이 집채만한 덩치로 쿵쿵대며 걸어오기만 해도? 폭발석이 저절로 기폭되겠지.”

 “조레이, 발상은 좋은데 자네 혹시 잊어뿌맀나? 충격을 준 다음에 몇 초 있어야 터지는 거.”

 “좋은 지적입니다 버네벌 씨. 역시 고문 다우시군요. 물론 생각해둔 바가 있습니다. 거기 병사들은 목책을 빼내도록.”


 수레 바리케이드 앞에 쳐놨던 목책. 나무 윗부분을 뾰족하게 잘라내도록 시킨다.


 “목책은 미끼, 진짜는 폭발석이군요.”

 “바로 그걸세. 역시 척하면 척이구만.”

 “후속 작업은 맡겨 주십시오.”


 릴리안은 곧바로 영주의 의중을 파악, 폭발석 사이사이에 목책을 뒤얽히게 심어 놓았다.


 “홉고블린 놈, 발 찔리기 싫으면 목책을 피해서 조심히 내디디겠지? 그러면 알아서 폭발석을 밟아줄 거고. 다음 목책을 넘으려고 뜸들이는 사이 쾅!”


 이중 함정을 양 공격로에 마련해놓은 호영은 씩 웃었다.


 “어디로 올지 모른다면 둘다 대비해두면 되지.”


 (병사들이) 수고스럽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


 “병사감 릴리안 이하 3명, 귀관들은 만드라고라니에 탑승해서 언덕 위에 대기한다. 홉고블린이 어느 쪽에서 나타나든, 놈이 지뢰에 당한다면 즉시 우회해 뒤를 치도록.”

 “존명!”


 릴리안은 뿌듯했다. 앞서 자신이 했던 제안이 수정된 채로나마 채택되었으니.

 그럭저럭 빠듯하게 시간을 채워 만반의 준비를 끝낸 테이머 영지.


 「곧 [스테이지 1 : 가로막는 존재]의 보스, 홉고블린이 등장합니다. 그는 그를 가로막는 모든 것을 치우려 듭니다.」


 인게임에서의 홉고블린은 마주한 유닛이나 장애물을 던지는 패턴을 지녔다. 잘못하다간 적을 막던 장벽이 아군 영웅의 길목을 가로막아버리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으니. 


 “그래 한번 와 보셔. 가로막는 대신 훤히 열어놨으니.”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호영. 바리케이드용 수레들은 이미 치워놓은 상태.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언덕에 올라선 그는 검은 안개로 덮인 지역을 주시 중.


 「홉고블린이 등장했습니다.」


 “전투 준비!”


 병사들도 이를 앙다물고 병장기를 꼬나들었다.


 “뭐야, 왜 안 나와?”


 하지만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타나지 않는 홉고블린.


 ‘뭐지? 버그인가? 아니, 그럴리가 있나.’


 눈을 비벼도 보고 동공에 아우라를 담아 치켜뜨기도 하지만 검은 안개는 한가로이 넘실거릴뿐.


***


 “흠. 고블린들은 대체 언제까지 몰려오려는 건지.”


 (구)아우포킬립스 시의 재정관 두오노라옹. 그는 폐허가 된 동쪽 구역청의 옥상에서 전투를 관망하고 있었다.


 “거, 남일처럼 말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배치해둔 예비대의 책임자 <킨스> 병사장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오노라옹 혼자면 모를까, 호기심이 동한 시민들도 몰려와 불구경하듯 보고 있었으니.


 “흠. 영주가 되어 우리를 이끌 분이 나타나셨으니, 그 능력을 우리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겠소? 흠.”

 “그냥 안전한 곳에 계셔 주십쇼 좀.”

 “흠. 여기라면 충분하지 않겠소? 마물들이 얼씬도 못 하고 있는데.”


 킨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이제 정말 끝인가? 고블린이 더 이상 몰려들지 않는군.’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호···홉고블린?!”


 거대한 체구의 마물이 공격로와 한참 떨어진 곳에서 걸어 오고 있었다.


***


 “등장 위치 무작위라는 게···공격로 방향이 아니고, 맵 전체를 말하는 거였어?!”


 호영은 머리를 쥐어뜯는다.


 「그렇습니다.」

 “그걸 왜 안 알려주냐고!”


 할 수 있다면 이 상태창의 머리도 뜯어내고 싶었다.


 「저는 수호자님께 알려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알려드렸습니다. 그 이상은 알려드릴 수 없었습니다.」

 “아오!”


 호영은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가라앉힌다. 


 ‘정신차리자 방호영. 지금 중요한 건 상태창을 닥달하는 게 아니다. 생각하자, 생각. 어떻게 해야···.’


 공격로가 아닌 곳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보스.


 ‘예비대는?!’


 예비 병력을 배치한 게 천만다행이었지만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지고 있다.


 ‘병사들을 죽이거나 결정타를 날리지 않고, 귀찮은 파리 치우듯 날려 보내기만 하고 있어.’


 오로지 동쪽 구역청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홉고블린.


 ‘게임에서와 똑같다. 가로막는 건 날려보내고, 그저 방어 목표를 향해 직진할 뿐이야.’


 그사이 말에 오른 릴리안은 달려나갈 태세.


 “영주님! 돌격 명령을!”


 스폰 지역으로부터 동쪽 구역청까지의 거리는 절망적.


 ‘틀렸어. 지금부터 말을 타고 달려도 도저히 제 시간에 맞출 수 없다. 이렇게 이 세계에 갇히게 되는 것인가?! 뭔가 방법이···젠장. 탈것이 고라니가 아니라 페가수스만 됐어도 날아갈 텐데. 날아···어?!’


 만드라고라니를 내달리려던 호영은 우뚝 멈춰선다.


 “빡격포. 빡격포를 가져와! 얼른!”


 함께 달려나가려던 병사들은 멈칫했지만 지시에 따른다.


 “조레이, 자네 어쩔 셈이고? 돌덩이도 폭발석도 다 바닥나삤는데 뭘 쏜단 말이가?!”


 버네벌의 외침에는 대답 않고 서두르는 호영.


 “아우라를 다룰 줄 아는 이들은 내게로 모두 모인다!”


 [25화 - 경로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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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백을 가진 자 24.08.30 26 1 10쪽
26 도약 강타 24.08.29 27 1 10쪽
» 경로 이탈 24.08.27 38 1 11쪽
24 갈림길 24.08.26 48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5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2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49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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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빡격포 24.08.21 52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6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8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8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2 3 12쪽
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7 4 11쪽
13 2 E J 24.08.13 73 3 12쪽
12 하나만 좀 24.08.12 82 4 11쪽
11 고라니 파티 24.08.09 84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5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3 4 11쪽
8 만드라고라니 24.08.06 88 5 10쪽
7 위험과 보상 24.08.06 103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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