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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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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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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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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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너같은 놈한텐 만드라고라니 가죽도 사치다. 그러니 고블린 가죽 덮어 주는 것도 감지덕지해라. 덕지덕지 붙은 털들은 알아서 뽑으시고.”


 슈랙힘의 돼지같은 얼굴이 시뻘게진다.


 “이거, 기어코 끝까지 해보잔 거요? 좋아. 법대로 해보자고! 애초에 당신은 파견대에 대한 지휘권도 없어! 왜냐? 시장이 아니니까! 게다가 나는 타 영지 사람이니, 당신이 변방백이든 변경백이든 함부로 할 수 없다고!”


 콧김을 뿜어내며 소리치는 그.


 “자꾸 법을 들먹이네. 법보단 밥에 훨씬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

 “혹시나 그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고아 하녀 계집 하나 손찌검했다고 날 정말로 가둘 생각이라면 어림 없어. 내 외숙부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거다!”

 “글쎄. 이걸 보면 가마니 깔고 석고대죄하실지도?”


 호영은 뭔가를 내밀었다.


 “이게 뭔데?!”

 “법-규.”

 “뭐?!”

 “법규라고. 네가 좋아하는 법.”


 대륙 유일의 변방백 서임장이 펼쳐졌다.


 『···조렌 테이머는 아우포킬립스 시에 속한 모든 동산과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승계하며···.』


 두오노라옹은 안경을 벗고 종이에 코를 비빌 기세로 읽어내려간다.


 『시장이 갖고 있던 모든 권한과 책임을 이어받는다. 이에 따라 아우포킬립스 시가 다른 영지나 행정 구역과 체결한 각종 계약을 테이머 영지의 명의로 이전 적용한다.』


 “뭐···뭣?!”


 슈랙힘은 달려들어 서임장을 움켜쥐었다.


 “마, 말도 안 돼.”

 “어허, 그 더러운 손 떼지 못 할까. 폐하께서 친히 작성하신 서임장이 구겨질라.”


 그에게서 서임장을 다시 뺏어든 호영.


 “재정관님. 분명 왕국법은 영지나 도시의 조례보다 우선해서 적용된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그럼 여왕 폐하의 칙명은 말할 것도 없겠네?”

 “물론 그렇지요. 국왕께서는 나라의 상징이자 법을 초월한 존재시니.”

 “서방대륙의 수호자이시자 가장 곧은 의지의 관철자, 데이지아레스 마리에 카인에게 영원보다 긴 영광을!”


 변방백은 국왕 만세를 선창했다.

 두오노라옹은 기민하게 후속 조치에 나섰다.


 “국왕 폐하의 명에 따라, 파견 경비대의 지휘권은 경비대장 슈랙힘에게서 테이머 영지의 영주 조렌 테이머 변방백에게로 적법하게 이양됩니다. 흠. 슈랙힘 경은 더 하실 말씀 있으신지? 이 이상 항거하면 국왕의 명을 어기는 것으로 간주, 반역죄로 다스릴 수도 있습니다.”


 덜덜거리는 무릎을 꿇고 만 슈랙힘.


 “부···부디 자비를 베풀어 하옥하라는 명만은 거두어 주십시오.”

 “하하. 그냥 겁 줘본 거야. 잔뜩 쫄았구만. 진짜 가두는줄 알았어?”


 호영은 피식 웃었다.


 “고, 고맙-.”

 “가두긴 왜 가둬? 소중한 인력을 너 감시하는 데다 낭비하라고?”


 그리고 덧붙였다.


 “게다가 너한테 시킬 일이 얼마나 많은데.”


***


 “으으으. 내가 똥이나 치워야 하다니···.”


 슈랙힘은 검 대신 빗자루를 들고 있다. 비유가 아니라 말그대로 분변을 치우는 중.


 “이대로 가만히 계실 겁니까 대장님?!”


 그를 따라 민폐를 끼치는 데 앞장선 경비대원 십여 명도 함께다.


 “이봐, 이제 그렇게 부르면 안 된다고.”

 “아 참, 그렇지.”


 조심스럽게 속닥거리는 대원들.

 슈랙힘은 경비대장 자리가 박탈된 대신 새 직책을 얻었다.


 “이대로 가만히 계실 겁니까 반장님?!”


 이름하야 마물 관리반장.


 “입닥쳐! 이 빗자루를 네놈들 목에 쑤셔넣기 전에!”

 “죄, 죄송합니다.”


 그들이 청소 중인 곳은 만드라고라니용 축사.


 “푸하하, 거들먹거리더니 저 꼴 좀 보라지.”

 “저놈들도 그냥 저 우리에서 만드라고라니랑 같이 재우면 안 되나?”


 지나가던 영지민들은 모두 손가락질하며 비웃고 있다.

 허드렛일은 그렇다치더라도 모욕은 버티기 힘들었으니.


 “영주님이 아주 확실한 본보기를 삼으셨구만!”


 이날 아침 호영은 영지민들을 모두 모아 테이머 영지의 발족을 알리고, 행정 구역과 조직도를 개편하는 등 여러 정책을 단행했다. 키하라 영지의 파견 경비대원들에 대한 처분도 그중 하나.


 “이럴 거면 차라리 감옥에 가둘 것이지···.” 


 호영은 영지민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행실이 불량했던 경비대원들을 추려내었고, 이들에게 온갖 궂은 일을 시키는 중. 덕분에 영지민들의 교화도가 크게 올랐다.


 “날 이렇게 만든 걸 꼭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이 같잖은 영지 따위는 뒤엎어버리고 네 뼈를 갈아 거름으로 뿌릴 테다 이 개자식!”

 “누구를 말하는 거죠?”


 지나가던 누군가 물었다.


 “누구겠나! 그 웃기지도 않는 변방백이란 작위로 벼락 귀족된 주제에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깝치는 놈이 또 있겠어? ”


 슈랙힘은 미끼를 물었다.


 “조레-.”


 무심코 고개를 돌린 그는 멈칫. 릴리안이 매서운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계속해 보시죠.”


 슈랙힘은 눈길을 깔았다.


 “···그냥 혼잣말이오.”

 “머리나 혀를 함부로 굴리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슈랙힘.”


 릴리안은 나지막히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둘 다 굴러다니게 될 테니까.”


 큰 몸집을 부들부들 떨던 슈랙힘은 참지 못 하고 소리친다.


 “듣자듣자 하니까! 너, 고작해야 병사감 주제에 감히 준기사인 내게 협박을!”


 준기사는 장교로서 부사관인 병사감보다 한 단계 윗 계급. 물론 준기사는 명예직에 가까운 만큼, 실무에서 부사관들과 마찰을 빚을 일이 거의 없었다.


 “나는 경비대장 직책을 내려놓은 것이지 기사 직위까지 내려놓은 게 아니다!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경’을 붙이지 못 하겠나!”


 이런 특수한 경우를 뺀다면.


 “흠,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반장. 당신이야말로 경칭을 쓰셔야지요. 흠.”


 고함 소리를 듣고 온 두오노라옹이 슬며시 일러주었다. 능력과 공적을 인정받아 테이머 영지의 집사장으로 임명된 그는,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재건하자는 영주의 기치에 깊이 감화되었다.


 “존대라니, 누구한테?!”

 “릴리안 경에게 말입니다.”

 “뭐, 뭣이?! 릴리안···경?”

 “이거이거, 아직 소식을 못 들으신 모양이군요 반장. 흠. 영주님께선 릴리안 경을 준기사로 임명하셨습니다. 아, 물론 나머지 병사감 여섯 분도요. 그러니 당신이 깔아볼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흠.”


 경악하는 슈랙힘. 놀란 나머지 두오노라옹이 자신의 말버릇을 따라한 것도 알아차리지 못 했다.


 “이, 일곱 명씩이나?!”

 “흠. 테이머 영지는 백작령이니까요. 두 명까지만 준기사로 임명할 수 있는 남작령과 달리 말이죠.”

 “이···이익! 그렇다고 해서 뭐 어쩔 텐가! 준기사끼리라면 동격···.”

 “흠, 그리고 릴리안 경은 테이머 영지 경비대장의 직위도 겸하셨습니다. 조직 개편에 따라 키하라 영지의 파견 경비대는 테이머 영지 경비대 산하로 편입됐고요.”


 그의 말을 끊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집사장.


 “즉, 여러분은 릴리안 경의 명에 따라야하는 것입니다.”

 “···크윽. 젠장!”


 화풀이로 망치를 들고 못을 때려 박아보지만 그마저도 못이 작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때 작은 못머리를 정확히 찍어내리는 창날.


 “히, 히익.”


 슈랙힘은 제 엉덩이에 못이 박히기라도 한 것처럼 펄쩍 뛴다.


 “손에 마물 피 한 방울 안 묻혀본 헛기사 주제에 격을 논하는 건 넘어가겠다. 너 따위 놈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신경쓰지 않을 테니.”


 창을 들어올린 릴리안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하지만 영주님을 모욕하는 건 넘길 수 없다.”


 창끝보다 날카로운 아우라가 담겨 있었다.


 “아, 알겠소. 명심하리다.”


 전 경비대장이 질겁해 악업의 대가를 치르고 있을 때.

 나머지 인원은 즐겁게 작업중.


 “갑자기 막노동을 하려니 힘들구만.”

 “누가 아니래. 으, 허리야.”


 이들은 파괴된 시가지 복구에 주로 투입되었다.


 “그래도 변방백인지 하는 그 양반이 째째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남은 계약 기간 동안 열심히 일한다면 처우도 개선하고 보너스도 준댔으니 뭐.”


 남다른 공적은 없다지만 별다른 악행도 없었기에, 호영은 이들을 따로 불러 모아 광역 교화를 시전했다. 덕분에 파견 경비대원 상당수는 호영에게 미약하게나마 우호적으로 돌아선 것.


 “축사 작업반에 비하면 여기가 꿀통이야. 무너진 집들 치우는 게 마물 축사에서 똥오줌 치우는 것보단 낫지, 안 그래? 가진 거 없는 사람들 괜히 괴롭히니까 벌 받는 거여.”

 “대장 따라간 녀석들은 참 안 됐어. 앞으로 고생길 훤히 열렸으니. 제 무덤 스스로 파기는 했어도.”


 축사 담당으로 전락한 동료들의 처지가 안타깝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자업자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


 “한가해 보이시는 걸? 근데 누가 안 됐다고?”

 “아, 아닙니다 사제님. 인성이 참 안 됐다는 말입니다.”


 담뱃대를 물고 나타난 루비아.


 “안 됐다라···정말 안 된 사람들은 이들이지.”


 폐가의 백골들을 추려 정화 의식을 치르는 그녀.


 “영혼이 떠난 지 오래 돼 부활할 수도 없으니.”


 잘 말린 고급 담뱃잎에선 왜인지 씁쓸한 맛이 났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랄 수밖에. 후욱. 그나저나 너희는 열심히 하고 있냐?!”


 루비아는 보다 즐거운 일,


 - 고옵곱! (예엡 옙!)

 “농땡이 부리는 놈들은 하리아드 천사님 곁으로 보내줄 테니 잘들 하라고.”


 즉 고블린들의 노동 교화에 빠져 시름을 덜어내기로 했다.

 그녀가 내뱉은 연기의 회색이 천천히 얕아질때쯤,


 “이야아아앗!”


 메이릴은 혼신의 마력을 다해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짙고 검은 안개는 나풀거리며 갈갈이 흩어지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빈자리가 채워졌다.


 “히이잉. 그대로라니. 도움이 못 돼서 죄송해요오.”

 - 라니, 라니라니라니! (괜찮아요. 힘을 내요!)

 “그래 메이릴, 괜찮아. 도움이 못 되다니 무슨! 네 마법 덕분에 여러가지로 수월했다고.”


 울상을 짓는 메이릴을 위로하는 만드라고라니 8호와 호영.


 “저장고는 서늘하게, 작업장은 따뜻하게 만들어주니 얼마나 좋아. 그뿐인가. 말라버린 밭엔 비도 내려줘서 다들 기뻐했잖아.”

 - 라니, 라아니라니! (반대로 저희가 먹을 건초는 햇볕으로 잘 말려주셨죠. 고마워요!)


 날씨를 다루는 마법은 영지 관리에 아주 유용했다.


 “고, 고맙습니다아 영주님. 앞으로도 힘을 내 볼게요!”

 “그래 힘내. 8호, 메이릴을 잘 데려가줘. 나는 말이 있으니.”


 메이릴을 다독여서 보낸 호영은 참았던 한숨을 쉬었다.


 “마법으로도 무리인가. 씁. 저걸 어떻게 처리한담?”


 그런 그를 비웃듯 넘실거리는 검은 안개. 


 “달리하. 지도를 보여줘.”


 1 스테이지 클리어와 동시에 꽤 걷혔지만 아직 영지의 4할 가량을 덮고 있다. 영지 서쪽에 광활히 펼쳐진 미개척지의 상당 부분도 검은 안개에 뒤덮인 상태.


 ‘미개척지엔 마물도 많지만 던전이나 자원도 풍부한데. 이래가지곤 무리겠어. 뭐 알아낸 게 하나도 없으니.’


 단지 지역 해금을 위한 장치라고 생각했던 검은 안개에 이토록 신경쓰는 이유는.


 「중요 퀘스트 : <흑막>.

(A) 검은 안개가 발생한 원인 알아내기. (달성률 : 0 %)

(B) 검은 안개의 효과 밝혀내기. (달성률 : 15 %)

- 완료 조건 : A와 B 두 가지 목표 모두를 순서에 상관없이, 검은 안개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달성

- 보상 : 전설 등급 아이템 1종.」


 잊을만하면 알림이 오는 퀘스트 때문. 


 “일단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안개가 사라지는 건 확실하니까···다음 스테이지를 깨는 것밖에 답이 없나? 그래. 안 되는 일 붙잡고 계속 끙끙거리느니 급한 일부터 처리해야지. 어? 이건 또 뭐냐.”


 말머리를 돌리는데 붉은 테두리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보급품을 수령하십시오. 남은 기한 : 3시간.」


[30화 - 보직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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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신호탄 24.09.10 17 0 13쪽
34 스폴리아티네 글라사테 24.09.09 24 0 13쪽
33 마력토 24.09.06 24 0 13쪽
32 단다니움의 연금술사 +1 24.09.05 25 0 11쪽
31 작은 기적 24.09.04 25 0 12쪽
» 보직 변경 24.09.03 19 0 12쪽
29 덮어 줄게 24.09.02 30 0 10쪽
28 백이 없는 변방백 24.08.31 28 1 10쪽
27 백을 가진 자 24.08.30 26 1 10쪽
26 도약 강타 24.08.29 27 1 10쪽
25 경로 이탈 24.08.27 37 1 11쪽
24 갈림길 24.08.26 48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5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2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49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2 3 11쪽
19 빡격포 24.08.21 52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6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8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8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2 3 12쪽
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6 4 11쪽
13 2 E J 24.08.13 73 3 12쪽
12 하나만 좀 24.08.12 82 4 11쪽
11 고라니 파티 24.08.09 84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5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2 4 11쪽
8 만드라고라니 24.08.06 88 5 10쪽
7 위험과 보상 24.08.06 10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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