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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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최근연재일 :
2024.09.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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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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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어 줄게

DUMMY

 “저 놈을 교화한다면 일이 쉽게 풀릴까?”


 「수호자님도 아시다시피 교화도 상승폭은 EP 소모량에 비례합니다. 슈랙힘은 인성이 나쁘고, 방금 일로 수호자님께 원한을 품고 있습니다. 그의 교화도를 100으로 만드려면 EP 200이 소모됩니다.」

 “뭐? 200?”


 현재 EP 잔여량은 310.


 “금쪽같은 EP를 저런 금쪽이한테다 꼬라박는 건 아까운데.”


 얼굴을 찌푸리는 호영.


  “근데 꼭 교화도를 풀로 만들어야 하는 거? 한 절반만 채우면 안 되나?”

 「예를 들어 슈랙힘의 교화도가 20이 되었을 경우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슈랙힘은 키하라 남작에게 압력을 넣지는 않겠지만 파견대의 원대 복귀를 강력히 요구할 것입니다.」

 “음. 걍 보내주는 건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돈은 돈대로 받아놓고 먹튀하는 건 아니지. 계약 기간 동안 부려먹어야 하는데.”

 「병력 손실이 아니라 노동력 손실을 걱정하시는 건가요?」

 “병력이 노동력 구분 지을 거 있나. 삽 들면 일꾼이고 검 들면 전사인 거지~”


 하지만 인력 손실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슈랙힘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키하라 남작령은 장차 테이머 영지를 무시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영지민들의 교화도도 하락하게 됩니다.」

 “음? 전자는 그렇다치고 후자는 무슨 말이요?”

 「슈랙힘은 평소 태업과 방만한 행실을 일삼아 구 아우포킬립스 시민들과의 마찰이 잦았습니다. 게다가 방금 일어난 일이 알려져 슈랙힘에 대한 공분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엥? 무슨 소문이 벌써 퍼진다는 거?”


 이 시각, 우물가에는 많은 아낙들이 몰려 있었다.


 “흑흑. 파견 경비대장이라는 자가 욕을 하며 제 뺨을 때리려들지 뭐예요.”


 눈물을 훔치는 피치.


 “저런 썩을 놈을 봤나!”

 “그 돼지같은 자식, 평소부터 거들먹거리는 꼴이 안그래도 눈꼴 사나웠는데 그런 짓까지!”

 “제깟 놈이 뭔데!”


 한마음으로 욕하는 여인네들.


 “저를 밀치더니 희롱하기까지···제 가슴을 쿡쿡 찌르는 것도 모자라···마구 움켜쥐었어요. 으흑.”


 피치의 연기와 아낙들의 분노가 절정에 달했다.


 “뭐어? 이런 미친 자식!”

 “건드릴 게 없어서 이런 어린 처자를···코볼트만도 못 한 놈!”

 “사제님, 하녀 아가씨 말이 참입니까요?!”


 루비아도 자연스럽게 거들었다.


 “그러게. 차라리 나나 건드려주지.”

 “···사제님?”

 “아, 날 건드렸으면 성스러운 불꽃으로 화형시켰을 텐데 아쉽다는 말이지. 예, 뭐. 아무튼 이 아가씨 말은 사실이야.”


 정직과 신의의 대명사 조렌에게서 교육 받아온 피치.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다음 화를 재촉하는 청자들.


 “제가 겁에 질려 움직일 수조차 없었던 그때···저를 구원해주실 분이 나타나셨답니다.”

 “누구야 누구?”


 물 긷는 것은 뒷전이 된 지 오래.


 “왕국의 자랑스러운 상기사이시자 대륙 유일의 변방백이신 분.”


 두 손 모아 하늘을 올려다보는 피치.


 “바로 영주님이 그 자의 팔을 비틀고 무릎 꿇리셨답니다. 슈랙힘은 비명을 질렀죠.”

 “영주님이?! 멋지구만.”

 “하지만 그놈은 그 와중에도 영주님을 협박했어요.”


 피치는 꿈 꾸는 듯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자기는 키하라 남작의 조카다. 자신을 건드리면 외숙이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그래, 그놈 백이 있다고 했지. 그래서 설쳐대는 거야.”

 “우리의 변방백께서는 그 말씀을 듣고 한참 말이 없으셨죠.”


 피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가씨, 후딱 말 좀 해봐. 숨 넘어가겠네.”

 “설마 물러서신 거야?” 


 이 집 잘 끊네.

 두레박이 끊어져도 모를 것처럼 집중하는 아낙들.


 “잠시 후 영주님은 호통치셨답니다. 너 같은 놈에겐 기사의 자격도 경비대장의 자질도 없다, 네 뒤에 키하라 남작이 있다면 영지민들의 뒤에는 당신이 계시다고.”


 부인들의 눈에서, 반쯤 말라버린 우물을 대신하듯 물이 펑펑 솟아났다.


「영지민 교화도 상승! 외지인에겐 차갑지만 영지민에겐 한없이 따듯한 영주의 마음씨가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

RP 5 획득 !유력자에게 굴하지 않고 그 하수인을 응징한 변방백의 활약이 알려집니다.」


 “이건 또 뭐야? 영지민들 교화도는 왜 갑자기 올라가고 있지? RP 획득은 또 어떻게···?”


 영문을 모르고 당황하는 호영.


 “어쨌든 슈랙힘이 인망 좋망인 것과 교화도가 무슨 상관인지 다시 설명해주실?”

 「영지민들은 슈랙힘이 처벌 받기를 강력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그냥 보내준다면 영지민들은 크게 실망하여 교화도가 대폭 하락하고, 수호자님에겐 ‘이웃 영지에 휘둘린 미력한 영주’라는 칭호가 따라붙게 됩니다. 」


 영 달갑지 않은 결과.


 “교화도가 50쯤이라면?!”

 「슈랙힘은 남은 계약 기간을 지키겠지만, 이때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게으름을 피울 확률이 높습니다. 이 경우에도 영지민들의 불만이 생깁니다.」

​ “거, 진짜로 그냥 가둬버리고 싶네.”

 「슈랙힘을 가두길 바라신다면 명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는 상습적으로 시민들에게 협박, 폭행, 금품 갈취 행위를 해왔으니까요.」

 “뭐?! 진짜 이름 그대로 슈레기네.”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가둬봤자 갱생하기는커녕 원한만 품겠지. 그리고 키하라인지 뭔지 하는 남작령에서 쪼아댈 거고. 썩을.”


 골치가 아팠다.


 「슈랙힘에게 교화 능력을 사용하실 생각인가요?」

 “아니, 일단 좀 두고보자고. 영지 다스릴 준비를 좀 해둘 걸 그랬나. 아니, 오자마자 디펜스 시작이었으니 그럴 틈도 없었지. 그러고보니 이거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네.”


 국왕에게서 받았던 변방백 서임장. 말 안장에 쑤셔둔 걸 피치가 잘 보이는 곳에 정리해뒀다.


 “어디 보자···조렌 테이머를 변방백으로 봉하며 아우포킬립스 시의 전역을 테이머 백작령으로 이관하여 봉토로 수여한다. 조렌 테이머는 아우포킬립스 시에 속한 모든 동산과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승계하며···.”


 그사이 두오노라옹이 계약서를 들고 왔다.


 “영주님. 가지고 오는 동안 다시 읽어봤습니다만···.”


 표정이 영 좋지 않은 그.


 “아무래도 일이 꼬일 것 같습니다. 3조 4항과 5항을 보시지요.”

 “뭔데 그러시오?”


 『파견 경비대의 지휘는 경비대장 슈랙힘이 맡으며, 임무 수행에 있어 아우포킬립스 시의 임시 시장 두오노라옹과 협의하도록 한다. 단, 계약 기간 도중 시장이 새로이 임명될 경우 지휘권을 시장에게 이양하는 것으로 한다.』


 호영은 혀를 찼다.


 “도시의 경비대 지휘권은 시장에게 있는 게 원칙이지만, 두오노라옹 씨는 임시 시장이니 지휘권을 못 가진다고 한 거? 말이 좋아 ‘협의’지, 그 돼지 놈한테 이리저리 휘둘리셨겠구만?”

 “면목 없습니다. 흠흠.”

 “재정관을 탓하는 게 아니오. 별 수 없었겠지. 그보다, 시장이 임명될 경우에 지휘권이 이양된다고 적어놓긴 했군.”

 “제가 추가한 조항입니다. 혹여나 품었던 희망으로요.”


 씁쓸히 말하는 두오노라옹.


 “슈랙힘이나 키하라 남작은 새로운 시장님이 임명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겠죠. 흠. 실제로도 그랬으니.”

 “왜?”

 “몇 년간 잇따른 마물 출현으로···수도에서는 우리 시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으니까요.”


 그의 패인 눈주름에 쌓인 시름을 본 호영은 더욱 꼼꼼히 계약서를 읽어나갔다.


 『계약의 효력은 5년간 지속되지만 갑과 을 상호간의 의사가 일치할 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아우포킬립스 시가 해체 혹은 그에 준하는 사태를 겪어 존속이 어려울 때는, 키하라 남작령의 판단 하에 남은 기간과 상관없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이때, 경비대에게 보수로서 지급된 선금은 환수하지 않는다.』


 “아하. 그 자식, 이 부분을 믿고 배짱을 부린 거구만.”

 “그렇습니다. 흐음. 이를 어찌 할지가 문제입니다.”

 “불공정 계약이라고 이의 제기 할 수 없나?”

 “물론 가능합니다. 저도 수도 재판소에서 소송이 이어질 경우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말끝을 흐리는 두오노라옹.


 “다만 뭡니까?”

 “방금 파견 경비대원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키하라 남작은 재판관들과 연줄이 있다고 합니다. 틀림없이 이를 활용하겠죠.”


 깊은 한숨이 묻어나왔다.


 “물론 아까 피치 양과 있었던 일을 걸고 넘어질 수도 있겠지만, 별개의 사안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슈랙힘 개인에 대해선 처벌할 수 있겠으나 파견 계약과의 연관성을 들먹이는 게 문제겠군요. 뒷공작이 있을 때 흔히 쓰는 수법입니다. 단체가 아니라 개인의 일탈이라고 흐지부지하는···.”


 한국에서의 각종 비리가 떠오른 호영.


 “여기 재판도 인맥으로 좌지우지되는 건가. 법 위에 선 놈들이 많나보군. 음? 법 위에 서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계약서와 변방백 서임장을 번갈아 쳐다보기 시작했다.


 “보초병! 슈레기 아니 슈랙힘을 들이도록.”


 기세가 한풀 꺾인채로 들어오는 슈랙힘.


 “경비대장. 본론부터 말하지. 자네 주장은 이거지? 아우포킬립스 시가 테이머 영지로 바뀌었으니 시의 해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계약을 파기하고 돌아가겠다. 물론 보수는 못 뱉어낸다. 맞나?”

 “허. 그렇소. 계약서를 잘 살펴보신 모양이군.”


 함박웃음을 짓는 그.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면 아까 있었던 일은 덮어 주겠소. 어떻소?”

 “덮어? 하하하. 덮어 준다라, 좋지! 하하하하.”


 덩달아서 웃는 호영.


 “여···영주님?!”


 사색이 된 두오노라옹.


 “나도 덮어 줄게.”

 “이제야 말이 통하는구만. 크하하. 이틀 뒤면 이 깡촌을 뜨고 내 집에서 편히 발 뻗고 자겠구만!”


 자신의 뜻대로 됐다고 여긴 슈랙힘이 껄껄 웃어댈 때.


 “고블린 가죽이 적당하겠군.”

 “무, 무슨 소리요?”


 호영은 웃음기를 싹 거두었다.


 “이불은 덮어 준다고. 감옥에 갇혀도 이불은 덮고 자야지. 발은 편히 못 뻗겠지만.”


 [29 - 덮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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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움트는 희망, 움패는 절망 24.09.11 12 0 13쪽
35 신호탄 24.09.10 17 0 13쪽
34 스폴리아티네 글라사테 24.09.09 24 0 13쪽
33 마력토 24.09.06 24 0 13쪽
32 단다니움의 연금술사 +1 24.09.05 25 0 11쪽
31 작은 기적 24.09.04 25 0 12쪽
30 보직 변경 24.09.03 19 0 12쪽
» 덮어 줄게 24.09.02 31 0 10쪽
28 백이 없는 변방백 24.08.31 28 1 10쪽
27 백을 가진 자 24.08.30 26 1 10쪽
26 도약 강타 24.08.29 27 1 10쪽
25 경로 이탈 24.08.27 37 1 11쪽
24 갈림길 24.08.26 48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5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2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49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2 3 11쪽
19 빡격포 24.08.21 52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6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8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8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2 3 12쪽
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6 4 11쪽
13 2 E J 24.08.13 73 3 12쪽
12 하나만 좀 24.08.12 82 4 11쪽
11 고라니 파티 24.08.09 84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5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2 4 11쪽
8 만드라고라니 24.08.06 88 5 10쪽
7 위험과 보상 24.08.06 10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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