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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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최근연재일 :
2024.09.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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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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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좀

DUMMY

 밤이 찾아든 평원. 

 달이 잡아든 빛을 받아든 가로등이 켜진다. 흰노란 빛줄기를 발하는 마력석들.

 적이 차가운 가도가 어둡지는 않은 까닭이다.

 많이 잦아든 노랫소리 대신, 풀벌레 울음과 병사들의 코골이가 군막 사이를 떠다닌다.  


 ‘영문을 모르겠어.’ 


 군막 사이를 거니는 릴리안.

 불침번을 설 짬밥이 아닌 그녀가 서성이는 까닭은 


 ‘생전 안 하시던 요리를 하시다니. 그것도 마물을.’


 마물 요리가 짬밥으로 나온 데서 생긴 불만 때문은 아니다. 사실 그녀의 입에도 만드라고라니 고기는 아주 잘 맞았으니까.


 ‘그리고 그걸 손수 배식해주시질 않나.’


 사소한 일엔 짬을 낼 틈이 없던 조렌 테이머.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모자라서···마물을 교화한다? 그런 능력이 생긴다는 건 듣도보도 못 했어. 차라리 강령술이나 사령술을 익혔다면 또 몰라도.’


 눈으로 봤으면서도 믿기 힘든 광경. 만드라고라니가 사람 말을 따르다니.


 ‘아니. 이미 나는 믿기로 했잖은가. 중대장님···아니 영주님을.’


 멈춰선 곳은 영주의 군막 앞. 불이 켜져있다. 서서 팔짱을 끼고 있는 듯한 그림자가 천막에 비친다.


 ‘아직 안 주무시는 건가.’


 한 발짝 내딛었다가도 두 발짝 물러서는 릴리안.

 적에게는 아무 망설임없이 돌진할 수 있는데, 상관의 처소로 찾아드는 것은 왜 이리 힘든 것일까.


 ‘아니?!’


 서 있는 영주의 옆에서 누군가 검을 휘두르지 않는가! 


 “영주님!”


 창을 지니지 않았지만 바로 뛰어드는 그녀.


 “아 씨바. 깜짝이야!”

 “영주님?!”


 검을 들고 있는 자는 영주였다.

 영주라고 생각했던 건 허수아비였다.


 “훈련하고 계셨던 겁니까?”

 “뭐, 보다시피.”


 하마터면 릴리안을 내리칠뻔한 검을 멈추는 변방백.


 “···하아.”


 한숨을 몰아쉬는 릴리안. 안도와 짜증이 반반씩 섞여나왔다.


***


 “그러니까 영주님 말씀을 종합해보면, 부활후유증으로 검술을 잊었다···아니 잃은 것 같다는 겁니까? 아우라 다루는 법도 잃었고.”

 “그렇지.”


 릴리안은 다시 한숨 쉰다. 이번에 배어나온 것은 측은함과 걱정.


 “아까 싸우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그리 느꼈습니다. 검 쥐는 법부터 발 쓰는 것까지 몽땅, 훈련병보다 못하시더군요.”


 이년이? 라고 말하는 대신 호영은 고개를 숙였다.


 “부활 이후로 기술이나 기억을 잃는 경우야 흔하니···어쩔 수 없겠지요. 다만 제가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하나 맞아?”

 “첫 번째는···.”

 “하나 아니잖아!”


 부관의 산수 실력에 분노하는 전임 중대장.

 며칠 전에도 그녀는 그랬다. 한 가지만 질문하다면서 몇 개를 캐묻지 않았는가. 


 “검술은 초보만 못하신데 어찌 용력은 더 강해진 겁니까?”


 뜨끔하는 호영.


 “한 손으로 그 무거운 만드라고라니를 잡아 던지시는 것도 모자라, 검을 휘두르시는대로 놈들을 조각내버리시다니.”


 그녀의 눈썰미가 무서웠다.


 “꼭 사람 한 명 분의 힘이 더해진 것 같달까요?”


 매서운 눈초리도.


 “하하. 뭐,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고 그런 거 아니겠나?”


 어떻게 얼버무려보지만 그녀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으니.


 “게다가 마물을 교화하는 능력이라뇨. 그런 힘이 주어진다니 듣도보도 못 했습니다.”

 “봤잖아 아까.”

 “···말장난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릴리안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녀가 존경하는 상관에게 이런 감정을 품은 건 익숙하지 않기에, 다루는 법을 알지 못 했다.


 “게다가. 범죄자들을 영지민으로 삼는 걸로도 모자라 마물의 손까지 빌리다니. ‘예전의’ 영주님, 아니 중대장님이었다면 설사 그런 능력을 갖고 계셨다해도 쓰지 않았을 겁니다.

 “기사의 명예에 어긋나니까?”


 호영의 물음에 입을 닫는 그녀. 스스로도 잘 아시면서 어째서 묻냐고는 말하지 않았다.


 “명예가 영지민들을 먹여주진 않네. 지켜줄 수도 없고.”

 “하지만···!”

 “릴리안.”


 호영은 검을 꽂아넣고


 “자네가 혼란스러운 건 나도 안다.”


 천천히 릴리안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나 또한 마찬가지야. 죽은 뒤 살아난다는 게 이렇게 혼란스러운 일인줄은 미처 몰랐으니까. 지금 나로서도 굉장히 힘들다네. 그러니 부탁 하나만 들어주겠나.”


 영주를 올려다보는 릴리안의 눈동자가 조금씩 흔들린다.


 “말씀하십시오.”

 “기다려줘. 설사 내가, 네가 알던 모습과 조금 다르다고 해도···그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게 노력할 테니까. 그러니 믿고 따라줘. 내가 자네를 믿는 것처럼. 그리고 주변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주길 부탁하지.”


 흔들림이 멎고 물기가 솟는다.


 “하나만 부탁한다고···하셨잖습니까.”

 “자네한테 닮은 모양이군.”


 릴리안은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깨물었다. 번져나오는 울음과 웃음을 참기 위해.


 “영주님께 힘이 돼드리긴커녕···힘들게만 해드려 죄송합니다.”

 “괜찮네.”

 “그러니 지금부터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우선 저기 목검을 들어보시지요.”

 “···목검은 왜?”


 눈빛을 싹 바꾼 그녀.

 훈련용 허수아비의 허리춤에 달린 목검을 꺼내 건네준다.


 “제가 영주님께 검술을 지도해드리겠습니다.”

 “예? 아니, 무슨···.”

 “제가 알던 모습을 되찾으려 노력한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러니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잃은 것은 다시 익히면 됩니다.”


 호영은 잊고 있던 게임 스토리를 떠올렸다. 릴리안에게 검술과 창술을 가르친 건 바로 조렌이었음을.


 “준비하시죠.”


 ‘각오하시죠’라는 말로 들리는 호영.

 조렌 테이머는 엄격한 스승이었다. 지나가듯 나왔던 회상씬에서도 혹독한 훈련들이 묘사됐으니까.


 “제게 주셨던 가르침, 이제 제가 돌려드리겠습니다.”


 그 중 첫번째. 목검으로 얻어맞는 동안 눈 깜빡거리지 않기.


***


 “아오. 릴리안 저거 저저 독한 년···.”


 덜그덕거리는 이마를 후들거리는 손으로 감싸쥔 호영.


 “주인님께 감히 이런 짓을 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요···.”

 “피치야. 어째 네가 나보다 더 분해하는 것 같다. 아뜨뜨.”


 메이드 피치가 끓여준 차를 쏟을뻔했다.

 몇 시간 동안 속성으로 검술과 아우라 활용법을 교육, 아니 주입받은 덕분에 온몸이 만신창이였으니.


 “이만 너도 가서 쉬려무나. 자정이 지났어.”

 “···주인님 곁에 머무르면 안 될까요?”


 피치가 양팔을 교차하며 상체를 숙이지만


 “머무르는 건 됐고 버무리기나 할래? 불고기 양념 재료 많이 남았는데.”


 호영의 눈에는 그저 귀찮은 혹덩이 두 개로 보일뿐.


 “너무하셔···.”


 피치를 보내고 난 뒤 몸을 푸는 호영.


 “으으. 삭신이야. 내쫓지 말고 안마나 좀 해달라고 할 걸 그랬나. ”


 몸은 만신창이였지만 성과는 있었다.


 “그래도 뭐···이렇게라도 훈련을 제대로 하게 됐으니 다행인가. 아우라 다루는 법도 기초나마 익혔고.”


 앞서 전투에서 드러난 그의 문제점.


 ‘피지컬이랑 하드웨어는 참 좋은데 소프트웨어가 안 돼먹었으니.’


 만드라고라니 정도는 큰 문제 없었지만, 앞으로 더 강한 마물이 나왔을 때를 대비해야 했다.


 ‘영지에 도착하면 할일이 산더미 같겠지. 그러니 그전에 내 개인 전투력이라도 끌어올려야겠지. 당분간은 일선에 나서서 돌격해야 하는데.’


 아직 영주로서가 아니라 중대장이자 기사로서 그를 따르는 부하들.

 물론 그에게는 교화라는 사기급 능력이 있었지만 그것만 믿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거같은 놈들이 떼거지로 나오면? 날아다니는 놈들이 나오면? 한 두놈 교화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냐. 내 칼질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검술 익히는 건 호신책 정도로만 여겨야 해. 주무기로 삼으면 곤란하고.’


 그가 궁극적으로 염두에 두는 것은 강력한 원거리 무기.


 ‘활? 의미없다. 궁병은 이미 있어. 내겐 화력, 화력이 필요하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포병 출신으로서 내린 결론.


 ‘총···을 만드는 건 좋은 선택이 아냐. 만들어내는 것도 힘들거고 한 놈씩 잡아내는 건 효율이 별로다.’


 그가 들어와있는 게임, <레인 오브 다이스>를 플레이할 때도 그랬다. 한방한방이 아무리 세더라도, 단일 공격보다는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광역 공격을 선호한 호영.


 ‘대포···아니, 핸드 캐논 같은 게 좋겠어. 나 혼자 힘으로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크기로.’


 조선시대의 승자총통을 떠올린 그. 거치식 대포를 운용하기엔 여러 난점이 있었다. 


 ‘무거운 대포는 움직이기가 힘들어. 자원도 많이 소모할 테고.’


 살아남아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호영.


 ‘뭣보다 내가 원딜을 맡으면 직접 칼들고 안 싸워도 되잖아? 그래. 그게 딱이야.’


 그런 그에게 있어 핸드 캐논은 아주 적절한 아이디어.


 「패시브 스킬 해금! 더 크고 강한 화력에 대한 열망이 능력을 해금시켰습니다.

 [화포의 민족] (Lv.1) : 대포류를 운용할 때 사격 통제와 조준이 용이해집니다.」


 “오호. 패시브 스킬? 포병으로 복부하길 잘했구만.”


 상채탕의 알림에 기뻐하는 호영이었지만


 “근데 포 만들어내려면 자원이나 기술력이 필요하겠지? 아오.”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머리가 아팠다.


 「수호자님께 알려드립니다. 테이머 영지에는 태고의 마력석을 비롯해 각종 광물 자원이 풍부합니다.」


 태고의 마력석. 보통의 마력석보다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하는 아티팩트. 미개척지나 드래곤의 레어 혹은 던전 깊은 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귀한 보물이다.


 “그래? 태고의 마력석이라···그러고보니 나도 하나 갖고 있었지.”


 브로치의 보석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리는 호영. 몇 년 전 세웠던 큰 전공으로 하사받은 것이다.


 “이걸 어떻게 잘 활용하면 쓸만한 포 하나 뚝딱일 거 같은데. 음, 근데 자원이 있어도 문제야. 뭘 만들어낼 기술력이 있어야지.”


 투덜거리는 그에게 상태창은 계속해서 알려주었다.


 「기술력의 경우, 드워프 기술자나 마법사를 영입함으로써 보강할 수 있습니다.」


 “드워프라···감옥에서 스카우트 할 때도 드워프 두어 명 있었지.”


 하지만 그들은 전사쪽 특기만 가지고 있었기에 채용되지 않았다.


 “마법사도 필요하겠지. 광역 공격에도 필요하고 유틸성도 좋고.”


 「이후에 나타날 분기점에서는 마법사와 드워프 중 한쪽을 고를 수 있습니다.」


 둘 다 얻는 선택지는 없는 거냐고 따질 때


 “그···급보입니다!”


 보초병이 누군가를 데리고 왔다.


 “이 늦은 시간에 귀관이 웬일로?”


 역참의 경비대장 리오. 어찌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투구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변방백께 다급히 청합니다! 지금 가까운 마을 두 곳에 각각 트롤과 그렘린이 출몰했습니다. 속히 구원이 필요합니다.”


[12화 - 하나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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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도약 강타 24.08.29 2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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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갈림길 24.08.26 48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5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1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49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2 3 11쪽
19 빡격포 24.08.21 52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5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8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7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2 3 12쪽
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6 4 11쪽
13 2 E J 24.08.13 73 3 12쪽
» 하나만 좀 24.08.12 82 4 11쪽
11 고라니 파티 24.08.09 83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4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2 4 11쪽
8 만드라고라니 24.08.06 88 5 10쪽
7 위험과 보상 24.08.06 10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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