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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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최근연재일 :
2024.09.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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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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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격포

DUMMY

 “이건···뭔가요오?”


 버네벌이 준비한 철통을 보고 눈이 동그래진 메이릴.


 ‘대체 뭐 하는 물건일까요.’


 일견 평범한 들통처럼 생겼지만 자세히 뜯어다보면 굉장히 특이한 모양새. 쇠를 여러 겹으로 두들겨 펴서 덧댄 바깥쪽부터 그러하다. 한쪽 입구가 뚫린 원통형 몸통에 기다란 쇠막대 두 개가 다리처럼 달려있다. 통의 밑바닥엔 작은 홈이 패여있다.


 “이거? 박격포.”

 “박격···포? 그게 뭘까요?”

 “마법지팡이보다 더 세고 좋은 거.”


 호영은 씩 웃으며 브로치에서 보석을 떼냈다.


 “그···그그그건 태고의 마력석?! 이 귀한 걸 영주님이 어떻게···.”


 마법사이기에 태고의 마력석의 가치를 아는 메이릴은 깜짝 놀랐지만


 “어 맞아. 훈장 수여 때 같이 받아 놨던 거.”


 영주님은 ‘우유 사니까 덤으로 요구르트 주더라.’는 식으로 말할뿐.


 ‘마력석을 대체 어떻게 쓰시려는 걸까요. 하지만 뭔가 계획이 있으시겠죠? 영주님이라면 분명히.’


 메이릴로서는 도저히 짐작가지 않았지만 호영의 자신만만한 눈빛을 보고 더 묻지 않기로 했다.


 “태고의 마력석 가동!”


 보통 마력석과 달리 태고의 마력석은 그 속성을 소유주가 지정할 수 있다. 게임에서도 이 설정을 충실히 반영해, 화염법사에게 장착하면 화염 속성값을 냉기법사에게 장착하면 냉기 속성값을 대폭 강화해준다.


 “상태창. 저번에 말했던 대로 세팅해주쇼.”

 「수호자님이 보유하신 태고의 마력석 속성을 ‘폭발성 추진력’으로 설정합니다.」


 투명한 물방울처럼 생긴 보석에 붉노란 빛이 감돈다. 


 “오호. 정말 되나본데?”


 호영은 원통 바닥에 패인 홈에 마력석을 끼워넣었다.


 “이야. 딱 들어맞네. 좋았어요 버네벌 씨.”


 플러그처럼 딱 맞게 꽂히는 마력석.


 “딱 맞는 기 어디 그거 뿐이겠나.”


 버네벌 런틴 씨는 정과 망치를 내려놓고, 뒤에 쌓인 커다란 돌덩이들 중 하나를 굴린다. 


 “이야. 완전 볼링공같네.”


 수레 바퀴만한 돌덩이. 표면을 어찌나 잘 깎았는지 데굴데굴 굴러온다.


 “영차.”


 묵직한 돌 포탄을 급조 박격포에 넣으니 아주 딱 맞게 들어갔다.


 “마. 으떻노.”

 “직이네예.”

 “그렇제? 니가 말한 거 맨치로 둥글게 깎느라 애 좀 썼다이가.”


 호영은 혀를 내둘렀다.

 포탄으로 돌을 쓸 때는 탄환이 울퉁불퉁할수록 명중률과 안정성이 떨어지는 법. 호영도 그것을 짐작했기에 가능하면 구체 모양으로 가다듬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아예 공을 만들어올줄이야.’


 이 드워프 아저씨, 석수를 했어도 이름 날렸겠다 싶다.


 “좋습니다. 간드아!”


 「패시브 스킬 [화포의 민족 Lv.1]이 발동됩니다. 대포형 무기를 운용할 때 사격 통제와 조준이 용이해집니다.」


 앞서 해금됐던 특성 덕분에 호영의 눈앞에 펼쳐지는 HUD(Head Up Display).


 「이 프로토타입 무기의 이름을 지으시겠습니까?」

  “음? 어···빡격포로 하자 일단.”


 호영은 빡격포의 다리를 잘 거치해 포신의 각도를 45도 정도로 맞춘 뒤 물러선다.


 「마력석이 충전되었습니다. 수호자님이 원하는 타이밍에 마력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호자님이 지정하신 사용 키워드는 ‘발사’입니다.」

 “상태창. 마력석 위력을 1부터 100까지 숫자에서 내가 지정할 수 있게 해줘. 그래야 화력 낭비 없지. 여기 내가 보는 화면에도 나타내주고.”

 「수호자님의 요청에 따라 마력석 사용 방식과 HUD 표시 설정을 변경합니다.」


 HUD에 포탄의 탄도와 착탄지점이 각각 다른 4개의 선으로 나타났다.


 「각 선은 마력석의 위력 설정 25, 50, 75, 100에 맞춘 시뮬레이션 값입니다. 특성의 레벨이 상승할수록 더욱 세밀한 조준을 할 수 있습니다.」

 “좋아. 이번엔 위력 15로 간다. 발사!”


 고블린 독전대장 쪽을 조준한 호영. 힘차게 마력석 사용 키워드를 외친다.

 마력석은 웅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진동하더니 불그스름한 빛을 뿜어낸다.


 - 콰아앙!

 “무···무슨 소리지 이건?!”

 - 곱곱?!


 한참 전투에 열중이던 창병들과 고블린들 모두 굉음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우아하게 하늘을 가르는 포탄. 


 - 고오오오옵!


 돌덩이는 뭉쳐있는 고블린들을 그대로 깔아뭉갰다.


 - 고옵?!


 다만 고블린 독전대장은 황급히 옆으로 물러남으로써 직격을 면했으니.


 “쳇. 피했네.”


 발사의 성공을 기뻐하다기보단 타겟 명중 실패에 아쉬워하는 호영과는 반대로


 “조···조레이. 이거 완전 물건이래이! 진짜 자네 말 그대로데이! 커다란 돌땡이를 공깃돌 마냥 쏴뿌리노. 오거가 와도 저렇게 쉽게 던질 수 있겠나?”


 버네벌 런틴 씨는 잔뜩 흥분해 있었다.


 “버네벌 씨. 저를 못 믿었단 말씀임까.”

 “떼끼. 드워프를 뭘로 보고 그라노! 마, 드워프는 한번 믿으모 끝까지 믿는기라. 그래도 이게 이렇게 잘 될줄은 몰랐다이가.”


 그가 소리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 그동안 버네벌이 그의 특제 폭발석을 사용해온 방법은 오로지 투척뿐이었으니까.


 “자, 빡격포 테스트는 끝냈으니 본격적으로 해봐야겠죠? 버네벌 씨, 폭탄 주이소.”

 “폭탄석 말이제? 아나(여깄다), 받아라. 자네 갈리아 사투리 좀 치네. 어디서 배웠노. 아, 내한테 배운기가.”


 두서없는 말을 늘어놓으면서도 포신 안에 나무 작대기를 격자 모양으로 가지런히 늘어놓는 버네벌.

 이는 폭발석이 한데 뭉치거나 제멋대로 굴러디는 걸 방지함과 동시에 탄도를 안정시키기 위함이다.


 “장전 준비!”

 “염려 말그래이.”

 “잠깐. 망치는 왜 빼들어요. 스탑! 미리 기폭시키면 큰일나요!”


 버네벌이 망치를 드는 걸 본 호영은 기겁했다.


 “아, 인자 안 그래도 되제? 하도 습관이 돼 놔서 고마.”


 버네벌이 고안한 폭발석은 기폭을 위해 아랫부분을 망치로 강하게 두들겨야만 한다. 이는 버네벌이 휘두르는 망치 정도의 힘 없이는 폭발하지 않는,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도 했지만, 매번 힘껏 때려대야 했기에 번거롭고 시간이 드는 절차이기도 했다.


 “예. 이제 일일이 망치로 칠 필요 없다고요.”


 마력석의 폭발이 격발을 대신해주기 때문.

 버네벌과 호영은 격자 안에 폭탄석을 넣고 물러섰다.


 “이번엔 위력 20으로 발사!”


 폭발석 네 개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쏘아져나갔다.


 - 콰과과광!


 고블린들에 머리 위로 떨어진 폭발석들은 연쇄폭발을 일으키고


 - 고오ㅂ···.


 독전대장을 포함한 고블린들을 고기 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남아있는 고블린들 또한 중상을 입고 전투불능이 된 상태.


 “세상에···저런 위력이라니. 영주님은 대체 무슨 마법을 쓰신 거람?”


 중대 유일의 마법병이었던 시쿱이 낮게 신음했다. 다른 병사들 또한 기겁하긴 마찬가지.


 “···참이가?”


 버네벌은 그의 실눈을, 어쩌면 230년 인생중 최대치일지도 모르는 크기로 치켜떴다.


 ‘조렌이···임마 말이 맞았구마.’


 영지로 오는 동안 나눴던 토론을 떠올리는 그.


 『일단 폭발석을 좀 작게 만들어서 쇠뇌나 활로 쏘면 어때요? 비거리가 확 늘 텐데.』

 『니 지금 뭐라 했노? 화아아알? 치아라. 내를 엘프 가시나로 아나?』

 『아니면 반족들처럼 투석구로 던지는 건?』

 『댔다 고마. 바우날 금마나 그렇게 빙빙 돌리라 캐라. 멀쩡한 내 팔 놔두고 뭔 지랄이고.』


 호영의 제안들을 거절한 버네벌. ‘폼이 살지 않는다’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고집스러운 이유에서였다. 


 『버네벌 씨 팔힘이 센 건 모두 다 알죠. 아무렴요.』


 물론 드워프의 완력이 더해졌기에 어지간한 인간들보단 훨씬 멀리 던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하지만 폭발석을 던지기 전엔 일일이 망치로 두들겨야 하고, 한번에 2개까지 밖에 못 던지잖습니까.』

 『···니가 만든다는 그 화포라는 거는 다르단 말이가?』

 『예. 폭발을 이용해 폭발석을 훨씬 멀리, 높이 그리고 더 많이 날릴 수 있으니까요.』


 폭발로 폭발을 이용한다는 말에 마음이 동했지만, 눈으로 보기 전까진 반신반의한 그.


 “버네벌 씨. 뭐 하심까!얼른 반대쪽도 조지러 가야죠!”

 “으응? 아, 그래. 가자 고마.”


 버네벌과 호영은 만드라고나리를 타고 언덕을 넘는다.

 릴리안을 필두로 한 우군은 릴리안을 치열하게 방어중.


 - 고오옵!

 “하아앗!”


 바리케이드까지 다가온 독전대장과 맞서는 릴리안. 

 내려치는 글레이브 날을 창대를 가로 들어 막아내고, 그사이 빈틈을 창병들이 공격해 쓰러뜨렸다.


 “이야, 잘 싸우네.”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저희로서도 충분하다고요.”

 “인정. 근데 저렇게 떼거지로 몰려오는 놈들에게 굳이 정직하게 맞서 싸워줄 필요는 없다고 보거든. 방금 자네가 보여준 것처럼, 필요하면 다굴이든 뭐든 마구 써야지!”

 “···방금 저와 병사들이 쓴 협동 전술을 ‘다굴’이란 단어로 격하시키시니 이상하군요. 그걸 가르쳐주신 분은 영주님인데 말입니다.”

 “아, 아무튼! 모두 잘 들어라. 엄폐 준비!”


 잔뜩 몰려오고 있는 고블린 무리. 곧 방어선에 닿을 듯하다.


 “놈들이 지근거리에 왔을 때 신무기를 쏠 텐데, 파편이 날아들 테니 단단히 대비하도록.”

 “신무기? 아까 좌군 쪽에서 일으켰던 폭발 말씀인가?”


 웅성거리는 병사들.


 “모두 복명 안 하고 뭐 하나! 엄폐!”

 “옙!”


 릴리안은 그들의 군기를 바짝 조여놓았다.  


 ‘늘 앞장서서 싸우시던 분이 갑자기 병기 개발을 하신다니 이상하지만···난 영주님을 믿는다.’


 고블린들이 쳐들어온다고 했을 때 모두 반신반의했지만 정말로 영주의 말이 맞지 않았는가.


 “조레이, 다 됐대이.”


 그사이 언덕의 돌을 구체로 깎아낸 버네벌.


 “이리 하모 되겠나?”

 “완벽합니다.”

 “이 구멍은 근데 왜 뚫은 기고?”


 아까 날렸던 돌 포탄과 거의 같지만, 트롤 주먹만한 구멍 하나가 패어 있는 게 다르다.

 호영은 전에 없던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왜, 드워프 요리 중에 그런 거 있지 않아요? 멧돼지 뱃속에다 새끼 돼지를 집어넣고 통구이하는 거.”


 [19화 - 빡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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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갈림길 24.08.26 47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4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1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49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1 3 11쪽
» 빡격포 24.08.21 52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5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8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7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2 3 12쪽
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6 4 11쪽
13 2 E J 24.08.13 72 3 12쪽
12 하나만 좀 24.08.12 81 4 11쪽
11 고라니 파티 24.08.09 83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4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2 4 11쪽
8 만드라고라니 24.08.06 87 5 10쪽
7 위험과 보상 24.08.06 10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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