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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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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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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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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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토

DUMMY

연달아 달성한 업적들에 흐뭇한 호영.


“마물들 데리고 일하려니 힘드시죠? 좀만 견뎌 주세요. 막사 다 지어지는대로 인원 붙여드릴게요.”

“뭐, 손이 딸린다카는데 우야겠노. 고불린 금마들 의외로 쓸만하데이. 오크 놈이랑 같이 일해라 하면 또 몰라도.”

“말 안 듣는 놈 있으면 루비아에게로 데려 가십시오. 모처럼 오셨으니 터트리움 보관소도 한번 보고 가시죠.”

“오야.”


빼곡히 쌓인 터트리움을 보며 버네벌은 함박 미소를 지었다.


“이만큼 품질 좋은 터트리움은 내도 진짜 오랜만에 보는기라. 때깔 좋은 거 보이 특상급이 맞다.”

“버네벌 씨도 좀 놀라셨죠? 갑자기 터트리움이 생겨났으니.”

“하늘에서 떨어지든 땅에서 솟든 그기 뭐가 중요하겠노. 자네가 약속을 지킨 게 중요한기라.”


별 것 아니란 듯 넘기는 드워프.


“조레이, 터트리움은 단디 보관해야된디. 터지뿌모 골치 아프데이.”

“그럼요. 잘 알고 있습죠.”


창고라기보다 금고에 가깝게 만들어놓은 보관소. 지면보다 낮은 곳에 파 두고 지붕에는 흙 언덕을 두껍게 쌓은 구조.


“근데 안 갈쳐줘도 야물딱지게 잘 지어놨네? 한 군데다 모아놓은 게 아니라 여러 곳씩, 각자 떨어뜨려 놓은 거 보이 내 맘도 놓이네.”

“연쇄폭발이나 유폭되면 큰일 나니까요.”


튼튼한 철나무로 격벽 겸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 깊은 구덩이에 하나씩 묻어놓은 터트리움. 푹신한 만드라고라니 털로 잘 감싸 놨다.


“유폭? 그런 말도 아나. 어디서 배웠노? 제법이데이.”

“폭발물은 잘 관리해야 하는 법.”

“고라니 털은 왜 칭칭 감아놨노? 혹시 실수로 떨궈도 터지지 말라고?”

“말씀대로 완충재로도 쓰고, 방습제 역할도 하죠. 터트리움이 습기 먹으면 폭발석으로 가공할 때 안 좋잖아요.”

“허어. 거기까지 생각해뒀나.”


자랑스러운 대한의 포병 방호영. 탄약고의 중요성에 대해 버네벌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보관소 주변에는 방호벽 겸 울타리를 두를 겁니다. 당분간은 일꾼들이 경비도 겸하게 해서. 저쪽에 훈련장이 완성되기 전까지는요.”


호영은 얼마쯤 떨어진 고지대를 가리켰다. 


“병사들이 상시 주둔하게 되고 망루도 지으면 자연히 관리가 쉬워지겠죠. 그밖에도 마법으로 안전장치나 방범장치를 마련해둘 겁니다. 마력수는 넘쳐나니까. 아, 그리고 ”


이에 감탄하는 버네벌.


“···조레이 대단하데이. 내도 그 정도까진 신경 못 썼는데. 아까 함부로 씨부려서 미안하데이.”

“엥? 미안하다니 뭐가요?”

“아까 무식한 칼잽이라고 면박 줬다 아이가. 내 입이 방정이다 고마. 자네가 좀 이해해도.”

“뭘 그런 것 가지고. 것보다 잊진 않으셨겠지요?! 방패나 갑옷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겐 더 큰 목표가 있잖아요.”

“하모. 말이라고 하나. 자네가 약속 지켰으이 내도 약속 지킨다. 걱정 말그레이.”


때를 기다리며 터트리움을 묻어뒀듯, 화포 개발을 향한 그들의 열망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능력 레벨 상승! 터트리움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는 수호자님의 열의가 시스템을 감동시켰습니다. 

패시브 스킬 [화포의 민족]의 레벨이 2에서 3으로 올랐습니다.」


버네벌을 배웅한 뒤 울리는 메시지.


“호오. 이런 식으로도 레벨이 오르는구나.”

「 아무리 강력한 화포라도 탄약이 잘 준비돼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니까요.」

“동의. 어디, 다른 작업들은 잘 진행되는지 볼까. 영지 중심부로 고.”


1 스테이지 클리어와 함께 해금된 지역 중 한 곳이다. 중앙 구역청 건물은 보수와 증축을 거쳐 병영으로 탈바꿈 중.


“일들 잘 하고 있구만.”


만드라고라니들이 무거운 철나무를 날라 오면 목수들이 골조와 거푸집을 만든다. 그 안에는 테이머 영지 특제 콘크리트를 부어 굳힌다.

고블린들은 그 콘트리트의 중요 재료인 시멘트를 제작중. 흡착토와 자갈 그리고 ‘특별한 가루’를 섞은 것이다. 


“너희 안 힘드냐?”

- 고옵? 곱곱 고옵곱! (힘드냐굽쇼? 아주 즐겁슴다!)


죽은 동족의 뼈를 신나게 부수는 녀석들. 원수인 독전대장과 홉고블린의 뼈는 아예 고운 가루로 만들고 있다.

고블린 뼛가루와 흡착토를 섞어 만든 시멘트는 품질이 아주 좋았다.


“그, 그래. 열심히 해라.”


으슥한 곳에선 뼈와 살을 분리해내는 작업이 한창.

호영은 고블린 시체를 모아 태워버릴까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살점은 고블린들이 먹어고, 뼈는 건축재료로 알뜰히 쓰이고 있으니.


“···근데 썩은 거 먹어도 괜찮은 거냐?”

- 고옵곱. 곱곱곱! (성질머리 썩은 놈들이라도 맛은 괜찮슴다.)

- 고오옵. 곱! (이 썩을 놈들, 평소에 잘근잘근 씹어먹고 싶었는데 정말 기쁨다.)

“아니, 인성이 썩었다는 게 아니라 고기가 상하지 않았냐고.”

- 고옵곱곱! (숙성된 풍미가 아주 딱임다.)

“···그래. 많이 먹어라. 생각해보니 마물 요리해 먹는 내가 간섭할 일은 아니구나.”


질병과 병균에 강한 내성을 가진 고블린들이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호영은 고블린에게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이려고 시도했지만 고블린들은 시큰둥.


‘얘네들 따로 먹일 식량이나 조리에 드는 수고를 아꼈으니 좋다고 치자. 앞으로도 마물 시체는 얘네들이 잘 처리해줄 테니.’


주택가 복구도 순조롭게 돼가는 중.


“아이고, 영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집을 말끔히 고쳐 주셔서.”


3년전의 마물 대습격으로 정든 집을 떠났던 사람들.


“다시는 발 못 들일줄 알았는데···. 온 동네가 마물들 앞마당이 돼버린 통에 돌아갈 수도 없고 얼마나 서러웠는지.”

“돌아간다 쳐도 허문 집을 고칠 사람도 기력도 없었습죠.”


그동안 임시로 만든 피난민 거처에서 생활하며 겪은 고생이 떠올라 눈물을 쏟아냈다. 


“변방백과 테이머 가문에 하리아드의 축복이 넘쳐나기를! 이 고마움을 어찌 갚아야할지···.”

“별 말씀을. 인사는 고생한 병사들에게 해주세요.”


공을 일꾼들에게로 돌린 호영.


“영주님, 저희도 정말 감사합니다요. 근데 여기서 살아도 정말 괜찮을지···.”


대습격으로 인해 사망자가 많았던만큼, 온 가족이 몰살당한 빈집도 꽤 있었다. 이 집들을 병사 숙소로 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호영은 금지 지역에 살았던 이재민들을 대신 이주시켰다.


“부담가지지 마십시오. 나중에 검은 안개가 걷히면 원래 사시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이 집의 원래 주인들께서도 이웃을 돕는 일이니 기뻐하실 거고요.”


영지민들의 눈물이 솟을 때마다 교화도도 솟구쳤다.


“정작 영주님은 변변한 자택도 없이 지내시는데 저희부터 먼저 챙겨주시다니···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영주의 어진 마음씨에 영지민들이 감읍합니다. 이들은 추후 영지 발전을 위한 부역에 기꺼이 나설 것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영주 저택을 너무 크고 화려하게 짓는다면 교화도가 하락할 수 있으니 유의하세요.」


「업적 [고쳐줘! 홈즈] 달성! 보상으로 EP 5를 획득했습니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보상에 호영은 흐뭇했다.

물론, 주택 공급 사업은 선한 영주 행새를 위해 벌인 것만은 아니다.


「거주 지역이 확장됨에 따라 영지의 영향력이 증가합니다.」


그의 노림수가 있었으니.


「검은 안개 영역이 소폭 감소합니다.」


“좋았으!”


생각대로 되어 쾌재를 부르는 호영.


 「중요 퀘스트 <흑막>의 (B) 조건 : ‘검은 안개의 효과 밝혀내기’의 달성률이 15%에서  25%로 증가했습니다.」


인게임에서 플레이어들에겐 영토가 주어진다. 금지 영역, 즉 검은 안개로 뒤덮인 지역을 해금하고 영토를 늘리는 데는 ‘영향력’이 필요하다. 그 영향력을 얻기 위한 방법은 세 가지.

첫 번째. 디펜스를 통한 마물 퇴치.

두 번째. 빈 지역에 거주지나 방어 시설 생성. (이 경우 주변 마물들의 어그로를 끌어 침략을 받을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의 메커니즘은 아직 연구되지 않았다.


‘사람들을 살게 하니 역시 영향력이 오르는군. 그래,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검은 안개를 꽤 벗겨낼 수 있겠어.’


호영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동쪽 구역으로 향했다.


“여기도 잘 돼가고 있네.”


마력수가 솟아나는 샘엔 우물을 정비했다. 일정 주기로 용출되는 마력수를 용이하게 보존하기 위해.


“영주님, 정말 좋은 아이디어지 말입니다. 이 <마력토> 말입니다.”


잔뜩 흥분한 시쿱.

풍부한 마력수를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던 호영은 색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통에 든 흡착토에 마력수를 부어 차진 흙으로 만든 뒤 잘 건조시키는 것.


“그 전엔 이런 시도 해본 사람 없어? 척척박사 아니, 척척법사들이 많을 텐데.”

“병에 담아다니기만 해도 마나 증발량이 많은데 누가 모래에다 마력수를 부을 생각을 했겠습니까.”


보통 흙에 실험을 해본 결과 마나가 모이기는커녕 흩어지기 바빴다.


“그런데 이 흙은 다르지 말입니다. 마나가 증발하지 않는데다 더욱 응집되다니···. 마력석이 헐값 되겠는데요?”

“그건 너무 간 거 아닐까. 마력석이 훨씬 단단하고, 마나 함유량 자체는 더 높다며.”


덩달아 흥분하는 대신 냉철하게 분석하는 호영.


“그리고 마력석엔 마법사들의 마력을 저장해둘 수도 있잖아.”


마나가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자원이라면, 마력은 그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체내 에너지.


“그건 그렇지 말입니다. 마력석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겠죠. 하지만 생산성으로 따지면 마력토는 마력석과 비교가 안 되겠는데요? 마력토는 마력수와 흡착토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요.” 

“바꿔 말하면 둘 중 하나라도 수급에 차질이 생길 때 큰일 나겠지?”

“옙! 잘 관리하겠습니다. 저의 수급을 걸고 다짐하지 말입니다.”


풍족한 마법 자원을 얻게 된 시쿱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리고 영주님이 알려주신 그 방법도 성공적이지 말입니다.”


새로 제작한 가로등용 등을 가져온 시쿱. 은백색이 은은히 감도는 구슬이다.

종래의 가로등은 마력석을 둥글게 가공한 뒤 조명 주문을 걸어두는 방식이라면.


“어떻게 그런 기발한 발상을 하셨습니까.”


호영이 제안한 방식은 둥글게 빚은 마력토에 단다니움 부스러기를 섞은 뒤 고온에 굽는 것. 즉 도자기 구슬이다.


“마력수 그 자체는 액체라서 불 속성이나 빛 속성의 주체로 사용하기 힘든 게 상식인데.”


흡착토에 흡수시켜 고체화했을 때는 효용이 생겼지만, 마력석에 비해선 효율이 떨어졌다.


“그 상식을 간단히 깨부수시다니. 마력토를 반죽할 때 단다니움 가루를 섞고 고온으로 구워서 더 단단하게 만들면 된다- 이렇게 대담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니!”

“뭐, 대장간에 가마가 있으니 생각난 거야. 단다니움 가루야 방패 연마할 때 잔뜩 나온다고 했으니.”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호영.


“이 방식을 동방대륙에서 뭐라고 부른다고 하셨죠?”

“도자기.”


서방대륙에서는 주로 (넘쳐나는) 금속이나 나무로 그릇을 만든다. 도자기는 동방대륙에서 수입해오는 일종의 사치품.


“만드라고라니 불고기 만들 때 쓰시는 간장이란 조미료도 그렇고, 영주님은 동방대륙 문물에 대해 조예가 깊으시지 말입니다?”

“뭐···그냥 오다가다 주워들은 거야. 흠흠.”


신기하게 보는 시쿱의 시선을 살짝 피하는 호영.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이 등에 불 들어오는지 실험해보자.”

“옙. 그럼 조명 주문을 준비하겠습니다.”

“아, 잠깐. 혹시 점등이나 소등을 수동으로 할 수 있게는 못 만드나?”

“시동어를 설정하면 가능하지 말입니다. 그런데 왜지요? 혹시 마나를 아끼려는 생각이시라면···.”

“아니, 그건 아냐. 포드워 가도 가로등에 걸린 조명 주문도 몇 년은 간다며. 그것보단 앞으로 벌어질 전투가 걱정이야.”


영주가 염려하는 것은 따로 있었으니.


“마물이 낮에만 쳐들어오란 법이 없지 않나. 혹시라도 밤에 나타난다면? 가로등이 마물용 등불이 될 수도 있지 않겠어?”

“과연. 대비가 남다르시군요!”


등화관제 훈련을 떠올린 그.


“시동어는 뭐로 할까요, 영주님?”

“글쎄? 간단한 게 좋지 않을까. 누구나 끄고 킬 수 있게.”

“이런 건 어떻습니까. ‘전능하신 변방백이시여, 영원한 빛으로 우릴 보호하소서. 거룩하신 계시로 우릴 이끄시고 영지 곳곳이 어둠의 안개에 싸여 있어도 신성한 가로등불로 우리 영혼을 이끄소서.’라거나요?”

“···내가 반역죄로 처형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냐?”


약간의 설전 끝에 시동어는 ‘켜 / 꺼’로 정해졌다.


[33화 - 마력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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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움트는 희망, 움패는 절망 24.09.11 12 0 13쪽
35 신호탄 24.09.10 17 0 13쪽
34 스폴리아티네 글라사테 24.09.09 24 0 13쪽
» 마력토 24.09.06 24 0 13쪽
32 단다니움의 연금술사 +1 24.09.05 25 0 11쪽
31 작은 기적 24.09.04 25 0 12쪽
30 보직 변경 24.09.03 18 0 12쪽
29 덮어 줄게 24.09.02 30 0 10쪽
28 백이 없는 변방백 24.08.31 28 1 10쪽
27 백을 가진 자 24.08.30 26 1 10쪽
26 도약 강타 24.08.29 27 1 10쪽
25 경로 이탈 24.08.27 37 1 11쪽
24 갈림길 24.08.26 48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5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2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49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2 3 11쪽
19 빡격포 24.08.21 52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6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8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7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2 3 12쪽
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6 4 11쪽
13 2 E J 24.08.13 73 3 12쪽
12 하나만 좀 24.08.12 82 4 11쪽
11 고라니 파티 24.08.09 84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4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2 4 11쪽
8 만드라고라니 24.08.06 88 5 10쪽
7 위험과 보상 24.08.06 10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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