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의 남부 경비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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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탈
작품등록일 :
2024.08.0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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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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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문은 열리지 않는다(10)

DUMMY

결단은 내려졌다.

우린 이 영지를 버린다.

그리고 이 영지의 모든 인간들은 헤름 자작령으로 피난한다.


미친 짓이다. 제국 전쟁사를 뒤져봐도 전례 없는 짓이기도 했다.

곧 닥칠 몬스터 때문에, 혹은 마을이 무너져서 사람들이 집단 피난을 행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영주가 영지를 포기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심지어는 하나하나의 영지민과 피난민을 버리지 않고서, 모두가 동시에 한 곳으로 피난을 가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이렇다.

영지민들은 하루 아침에 영주의 명령으로 강제로 피난을 떠나야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생존을 위한 결정이라고 해도, 영지민들에겐 날벼락과도 같았다.

심지어 한 영지민이 경비조장 잭에게 물었을때, 잭은 이렇게 답했다.


“우린 이 영지를 죄다 불태우고 떠날거요.”

“미, 미친 거 아니야?”

“미친 결정이지.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수.”


그들은 갑작스러운 혼란 속에서도 이전에 전해들은 이야기와, 영주성으로부터의 공문, 그리고 대원들의 대답으로 인해 이 상황에 대해서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소리긴 했다.

영지를 지켜야할 귀족과 경비대가 영지를 버리는 결정을 내렸다는 건 그리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결국 그들은 경비대장에게 향했다.


“은휼,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


난 내게 몰려온 군중을 바라봤다.

길을 걷는데 갑자기 한둘씩 다가와 상황에 대해 묻더니, 어느새 꽤나 많은 이들이 모인 것이다.


난 그들에게 자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주었다.

이곳에 약 1만의 괴물이 달려오고 있고, 저번의 전투로 미뤄보아 우린 그들에게서 영지를 지킬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영지를 버리고 헤름 자작령으로 피난하기로 결정했고, 그 과정에서 이 영지를 불태워 그들의 전력에 손실을 입힐 계획이라고.


“하, 하지만 여긴 우리의 고향 아닌가!”

“말도 안되는 결정이잖아요. 어떻게 여길 버리고 통째로 불태울 수가 있어요!”

“옳소, 어떻게든 여길 지켜야지!”

“지금까지 잘 해놓고 왜 이제와서 여길 버리겠다는 건가!”


군중이 몰리면 감정은 격해진다.

평소에 친절하던 이들도, 지금은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난 내게 쏟아지는, 공포로 만들어진 고함을 가만히 들었다.


“영주님께 부디 다시 생각해달라는 요청을 전해드리면 안되겠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결정 아닌가!”

“난 차라리 여기 남을래요. 어떻게 여길 버려요! 애초에 여길 버리고 어디로 갈 수 있는데요.”

“그래요, 여기가 우리 고향인 걸요.”


난 그들의 항의를 하나하나 듣고 있었다.


난 고향이 없었다.

내가 태어났던 빈민가를 고향이라고 하기엔 그곳의 모든 것이 끔찍하리만치 싫었다.

어느 맨발의 소년이 주운 단검으로 살인을 저질러야했던 빈민가는 분명 고향이 될 수 없었다.


그 다음에 내가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은 군과 전쟁터였다.

군을 떠나고서는 대륙을 방랑하며 살아왔다.

난 수십년 동안 고향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곳은 내게 기꺼이 고향이 되어주었다.

몬스터가 허구헌날 쳐들어오던 영지였지만, 이곳에선 살아간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내게 거세게 소리치는 군중의 이야기 역시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이 땅을 버리긴 싫었으니까.


“우리가 살아온 땅일세. 여길 버리고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내게 소리치는 한 노인의 눈을 바라봤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숨이 막힌듯 말을 멈췄다.

나는 그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먼 풍경을 바라보았다.


“······나도 이 영지에서 십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눈동자를 직접 보지 못한다.

그러나 가끔 우물이나 물 웅덩이, 혹은 핏물의 웅덩이에 내 얼굴을 비춰볼때면, 내 눈을 직접 볼 수 없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쟁터에서 적군을 무참히 살해하고, 아군에게 죽음의 돌격을 명한 자가 무감한 눈동자를 하고 있으면 자연스레 혐오감이 들었으니까.

동료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을 정도의 인간이 되어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돌아서서 앞으로의 작전 따위를 생각해야했기에 내 눈동자는 무감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영지에서만큼은 전쟁터와는 달리 내 눈동자는 무감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난 이 영지에선 우리의 기쁨에 웃음 짓고, 타인의 죽음에 계속해서 슬퍼할 여유와 시간을 얻었다.

이 영지는 내게 분명히 고향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내 눈은 분명 슬픈 눈빛을 띄고 있으리라. 


“여기 있는 이들 중 누군가는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 조부모와 부모를 묻기도 했을 겁니다.


나는 고작 십년의 세월이지만, 나 역시도 전 경비대장 테드릭, 로이스, 바베리, 불칸, 에른, 바얀, 케벤, 리트거, 수에른, 해들러, 리엔, 그밖에도 수없이 많은 이름들을 이 땅에 묻었습니다.


내 가슴 속엔 그들의 이름이 난파선의 조각처럼 떠다닙니다. 난 죽은 자와 산 자의 이름을 한데 그러모아 나의 추억과 후회로 이루어진 안식처를 만들었고, 그게 바로 이 라티온 영지입니다.


하지만 이 안식처는 결국 난파선처럼 침몰하고 말 겁니다. 경비대와 영주님은 이 영지에서 적을 막아내는 데에 한계를 느꼈고, 결국 이곳에서의 끝은 몰살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들 역시 영지에 닥쳐오는 위협에 대해 모르지 않았기에, 그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난파선과 함께 가라앉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과거를 묻어온 땅을 위해 미래조차 매장하는 것은 멍청한 선택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들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의 무게만큼의 안타까움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여태껏 살아온 땅 아닌가. 여길 버리자니, 도저히 발걸음을 뗄 수 없는 걸세.”

“그래요, 심지어 이 땅을 불태운다니, 돌아올 수조차 없는 거잖아요.”


난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들에게 눈 맞추지 않고 먼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시선 끝에선 맑지 않은 하늘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 아래엔 내가 대원으로서, 조장으로서, 대장으로서 수없이 많은 전투를 치러온 성벽이 있었다.

그 세월 동안 고맙게도 버텨준 성벽의 아래엔 신기하게도 성벽과 땅의 틈 사이에 피어난 잡초와 민들레 따위가 있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약간은 습기를 머금은, 불쾌하지만 익숙해서 불어오지 않을 때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는 바람이었다.


내 영혼은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씨처럼 천천히 떠올라 이 영지의 하늘을 비행했다.


이 영지에 처음 도착했을땐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반듯하던 가도의 벽돌 중 몇개는 깨져있었다.


어느 상인의 말이 갑자기 흥분해서 돌진할때 마차에 올라탄 내가 방향을 바꾸다가 부숴버린 담벼락엔 지금 핏물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소꿉친구로 지내던 한 여인과 대원이 언젠가 진흙에 발이 빠져 넘어져, 우연찮게 서로 입술이 맞닿아버렸던 추억이 담긴 장소엔 낄낄 웃는 대원들과 피식 웃음짓던 나 대신 그 연인의 묘가 서있었다.


실컷 전투를 치르고서 대원들과 술 한잔 나누던, 그들이 내게 표정 좀 피라고 농담 던지던 주점은 활기를 잃고 처참히 무너져있었다.


전 경비대장이 꺼져가는 숨결로 내게 다음 대장을 맡으라고 말하던 장소엔 떠나간 대원들의 묘가 즐비했다.


추억과 현재를 대조하며 하늘을 유영하던 민들레씨는 마침내 지금의 내가 발디디고 서있는 광장에 내려앉았다.


난 한없이 풍경을 바라보다가, 내게 질문을 던지던 영지민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금 내 옷과 몸은 전과는 달리 피칠갑이 아니었고, 군중 통솔을 위해 일부러 험악한 표정을 짓지도 않았으며, 목소리에 위압감을 실지도 않았다.


언제나와 같은 담담한 무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을뿐.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고, 입꼬리가 내려갔다든가 눈밑이 올라가며 슬픈 눈매를 만들어내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와 눈이 마주친 그들은 몸을 흠칫 떨었다.

대부분은 내 눈동자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었고, 누군가는 입을 막고 주저앉기도 했다.

난 단지 그들이 내 눈동자에서 무언갈 느꼈겠거니, 짐작할 뿐이었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입니다.”


내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건조하고 낮았다. 내가 느끼기엔 피난민들을 통솔할때와 같은 목소리였다.


“이 영지는 이제 안전하지 못하지만, 영주님은 언제나처럼 다수의 생존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경비대 역시 영주님의 말씀이 닿지 못하는 곳이 없도록, 공동의 안전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의 지시에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난 언제나처럼 담담하고 차가운 경비대장이었고, 그렇기에 그들에게 한없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러나 나와 오랜 세월을 보낸 영지민은 내게 미묘한 변화를 느꼈던 모양이다.

아까 내게 소리치던 노인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네. 자네도 이곳에서 살아온 추억이 있을텐데. 분명 다 숙고해서 나온 결정일텐데······”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이긴 하지. 이해는 한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자비로운 영주님이 우리를 죽음으로 몰고 갈 결정을 할리도 없고 말이야. 다만······”


그 역시 나처럼 먼 풍경을 바라봤다. 이들이 자신의 삶이라는 꽃을 피워낸 민들레의 꽃받침 역시 나의 것과 비슷한 곳에 있을 터였다.


“고향을 버리자니, 발걸음이 도통 떨어질 수가 없는 게지.”


어느 민들레는 험지에서 힘겹게 자라나 꽃을 피우지만, 그 민들레 역시 그 씨를 바람에 태워 하늘 높이 떠나보낸다.

우리 역시 떠나야할 때였다.


“······그래. 뭘 해야하나?”


나는 담담히 지시사항을 말했다.


“공문 대로입니다. 약 일주일의 피난 동안 필요할 신발과 옷, 그리고 피난민들을 위해 여분을 챙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각자의 소중한 물건을 챙기십시오.”


해야할 일은 많았다. 앞으로 며칠 안 지나 그들은 이곳에 도착할테니까.


“그리고, 이곳의 모든 건물을 철거할 겁니다.”


군중은 내 지시사항을 듣고서 무력하게 흩어졌다.

난 그들의 가득한 발자국 한복판에 서있었다.

그때 바렌이 내게 와 말했다.


“경비대의 임무가 영지 불태우기라니, 참 재밌는 일이네요.”

“우리가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결단이다.”


바렌은 나처럼 영지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완전히 미친 짓이에요.”

“미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도 미쳐야지.”

“그래요, 세상이 미쳐버린 거예요······”


바렌은 성장했다. 그는 아직까지 살아남았고, 그의 얼굴에 가득하던 앳됨은 어느새 핏물로 지워진지 오래였다.

여전히 겁은 많지만, 그는 어엿한 경비대원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나고 자란, 소년 경비대원이었다.


“대장님.”


바렌의 목소리는 불어오는 바람과 같은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왜 그러지?”

“우리가 언젠가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고향을 버린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요?”


난 그의 질문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었다.


“후회하겠지. 살아남아서, 후회하겠지.”


난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땅에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천천히 떼었다.

난 어른보다 많은 것에 정을 주고 사랑할 나이인 소년에게 말했다.


“그거면 된다. 살아남기만 한다면 되는 거다.”

“······”

“후회야말로 인간의 삶이니까.”


난 내가 직접 불태울 영지의 광장을 걸었다.





***





여러 대원들은 이곳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다 부숴!”


온갖 곳에서 소음이 울려퍼졌다. 영지 내의 건물을 죄다 부수는 소리였다.

이 땅을 통째로 불태우려면 잘 타는, 다양한 크기의 장작들 잘 섞여있을 필요가 있었다.


영지 전체적으로 불쏘시개와 장작을 분배해놔야했고, 불이 순식간에 타오르기 위해선 과하게 큰 건물은 방해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좀비가 이곳에 다다르기까지 남은 며칠 간 영지엔 톱밥 따위가 매캐하게 흩날릴 것이었다.


교회도 예외는 없었다.

라티온 영지의 교회는 목재로 만들어진 교회였고, 충분히 도움될 불쏘시개가 될 수 있을 터였다.


난 모든 건물이 부서져내리는 현장 속에서 교회로 향했다.


많은 이들이 기도하고 또 비상시엔 수용소로 쓰이기도 하던 교회는 지금 철저히 잔해만 남았다.

이들 종교의 상징인 태양은 한낱 장식으로서 부서져내려, 잔해 속에 허무하게 깔려있었다.


그리고 그 무너진 태양의 문양 앞에, 성기사 세레드가 서있었다.

내가 그에게 가까워지자, 그는 내 발걸음 소리만 듣고 내가 누군지 알아챈듯이 물었다.


“이제 이곳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모두가 이곳을 떠난다.”

“그리고?”

“이곳을 불태운다.”

“좀비를 가둬서 죽일 생각인가. 미친 짓이군. 그 영지 방화범은 누구의 역할이지?”

“영주님과 영지민, 피난민과 경비대원 대부분은 이곳을 떠난다. 이곳엔 최소 인원만 남을 거다.”


내가 생각하는 인원은 열 명 이내였다.

설령 이 작전이 실패하더라도, 영주님과 본대는 살아서 헤름 자작령으로 가야한다.

그래서 최소 인원을 남기기로 했고, 또한 이 미친 방화 작전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나 역시 이곳에 남기로 했다.

작전을 진두지휘할 사람도 필요하니까.

그때 성기사가 여전히 바닥에 무너져내린 교단의 문양을 바라보다가, 나직이 물었다.


“······나도 그 작전에 넣어줄 수 있겠나?”


의외군. 실력이 나쁘진 않지만 그것보다도 자존심이 훨씬 높은, 대부분의 성기사가 지닌 고질병을 가진 놈이라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 역시 쓰고 버려도 마음에 걸릴 것 없는 장기말이 생긴다면 좋다.

난 흔쾌히 그의 요청을 수락했다.


“저번처럼 자빠져있지 않을 자신만 있다면.”

“그래. 이번엔 그러지 않도록 하지.”

“그럼 준비해둬라. 목숨 버릴 수도 있는 작전이니까.”

“무슨 준비를 해야 하지?”

“목숨 버릴 준비.”

“······알겠다.”





***





영주님은 내게 정령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령이 이곳에 남을 거다.”


그의 양 어깨엔 화염의 정령과 바람의 정령이 각각 앉아있었다.

화염의 정령이 앉은 곳엔 옷의 실이 까맣게 타있었다.


“네가 말한 지점에 여러 마리의 정령이 남을 거다. 하지만 이 방식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해.”


그의 주위에선 정령이 언제나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참 신기한 것은, 주위에서 화염과 바람이 장난스레 날아다니는데도 영주는 위엄을 잃지 않는 귀족이라는 것이었다.


“정령은 정령사가 끊임없이 마력을 불어넣어줘야한다. 혹은 환경에서 자연스레 공급되는 마력이 있어야하지. 내가 하는 것은 후자의 모방이다. 네가 말한 지점에 마력을 심어두고, 정령이 그곳에서 머무르지. 따라서 그들은 내가 내려둔 명령을 이행하고서 즉시 소멸할 거다.”


그러니까 이 작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와 영주가 상의해서 정한 지점에 정령들은 대기하고 있을 것이고, 그들의 마력과 그들이 수행할 행동은 이미 정해져있다.

단 한번에 성공시켜야할 작전이었다.


“할 수 있겠나?”

“해야만 합니다.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반드시라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런 말을 하면 보통 안좋은 일이 벌어지더군.”


난 화염과 바람이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영주의 주위를 맴도는 것을 바라봤다.


······요즘 들어 영주의 안색이 좋지 않다.

단순히 피곤하고 낯빛이 어두운 걸 넘어서, 무언가 늙어버린 것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의 사정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모습이었다.


“은휼.”


그가 어두운 목소리로 날 불렀다.


“네가 말했지. 넌 인류의 죽음을 상정하지 않는다고.”

“그렇습니다.”

“그래. 나 역시 인류의 생존 그 너머를 바라보기로 했다.”


난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봤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봐야 별 의미가 없는 말인 것 같기도 했다.

그야 난 정치가가 아니라 군인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난 그의 명령만 따르기로 결정했다.


“죽지 마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결정과 작전에 변화는 없었고, 인간은 서둘러 이 영지를 떠났다.


그렇게 남겨진 인원은 은휼과 세레드를 포함한, 경비대원 몇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일만의 대군이 달려온다.


이곳의 모두는 그들을 영지와 함께 화장시킬 준비가 되어있었다.


작가의말

너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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