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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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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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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시간낭비일텐데.

DUMMY

기자회견장은 충격에 빠졌다.

도진에 대한 대통령의 요구가 스피커를 통해 너무나 적나라하게 흘러나왔다는 것도 그 이유였지만, 대체 어떻게 철저하게 보안에 붙였을 대통령과의 대화가 기자회견장 스피커에서 들려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이유 중 하나였다.


“대체 어떻게 녹음한거지?”

“특종이야, 특종. 빨리 움직여!”

“오늘 한국이 한바탕 뒤집히겠어.”


어쩌면, 이제 집권한 지 2년이 좀 넘은 조현석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스캔들이었다.

그 막말과 강요에 가까운 발언의 대상이, 다름아닌 상온초전도체를 개발한 한국의 국민영웅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렇기에, 기자들은 카메라 대신 노트북을 들고는 누구보다 먼저 속보기사를 올리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생각 잘 해보세요, 권 대표. 시간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이윽고, 녹음의 마지막 부분이 끝나자 도진은 입을 열었다.


“이건 사흘 전 청와대에 초청받았을 때 대통령님과 나눴던 대화입니다. 녹음파일은 따로 편집하지는 않았습니다.”


타닥타닥

대답 대신 들려오는 건 기자석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키보드소리 뿐이었다.

도진이 내뱉는 한 글자, 한 글자를 어떻게든 더 빨리 쳐내기 위한 노력이었다.

도진의 말이 이어졌다.


“저는 가능한 한 정치에 관여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정치에 신경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오직 기술의 발전을 통한 인류의 진보이며, 이번 청와대의 초청에 응한 것도 그저 새만금에 들어설 상온초전도체 단지와 관련해 의견을 전달하기 위함이었을 뿐입니다.”


말을 이어나가는 도진의 표정은 마치 어제 친구와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듯 담담했다.

물론, 그 내용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정계를 뒤흔들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런 일을 계속 겪게 된다면, 이 나라에서 제 목표를 이루는 것은 어려울 지도 모른다는 걸 말입니다.”

“그, 그럼······.”

“설마······.”


이어진 도진의 말에, 깜짝 놀란 기자들의 타이핑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이윽고, 도진은 선언했다.


“이 시간부로, 저는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재고해볼 생각입니다.”


그 것은, 대한민국을 뒤흔들기에 충분히 강력한 한 마디였다.


***


기자회견이 끝나고, 도진에게 가장 먼저 걸려온 연락은 다름아닌 그의 어머니였다.


-도진아, 너 진심이니? 이민가려고? 그래도 가족들한테는 상의해야지······.


전화하자마자 속사포처럼 쏟아져나온 어머니의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담겨있었다.

그 말에 도진은 쾌활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 결정된 거 아니니까, 이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해요.”

-도진아, 도진아!


삑!

어머니의 부름을 무시한 채 전화를 끊은 도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요, 엄마. 나중엔 얘기해줄테니까 조금만 참아줘요.”


혹시나 모를 도청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러 말을 아낄수밖에 없긴 했지만, 어머니에게 걱정을 안겨준 것은 조금 아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도진이 그 아쉬움을 모두 털어내기도 전.


삐리리리-!

내려놓았던 스마트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스크린 위로 전화를 건 사람의 번호가 나타나자, 도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해외발신?”


보이스피싱을 제외하면 해외에서 그에게 올 만한 전화는 오직 하나 뿐이었다.


-미스터 권!

“일론?”


일론 머스크.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손에 쥐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CEO의 유쾌한 목소리에, 도진은 피식 웃었다.

일론이 말을 이었다.


-기자회견 때 한 말, 사실입니까?

“일론은 어떤 거 같아요?”


도진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묻자, 일론은 짧게 답했다.


-블러핑.


반쯤은 도진의 생각을 꿰뚫은 대답이었다.


“뭐, 그럴지도요.”

-그럴지도라면, 아닐수도 있단 거겠군요.

“한국에선 사람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있어요.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거죠.”

-흠···그런 건 재미없는데. 흐암.

‘역시 일론 답다고 해야하나.’


스피커 너머에서 들려오는 하품소리에 도진은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뭐, 결과 나오면 말 해 줄게요.”

-그러죠. 아, 그리고.


일론이 목소리를 낮춘 것은 그때였다.


-혹시라도, 한국 정부에서 뭔가 하는 낌새가 보이면 바로 연락해요. 곧장 그 쪽으로 전용기 한 대 보내놓을테니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미국에서 도진을 직접 보호해줄 거라는 암시가 담긴 말이었다.


“일단 마음은 받아둘게요. 그럼, 나중에 또 보죠.”

-좋아요. 그럼, 다음은 오스틴에서.


삑!

그 말을 끝으로, 일론과의 통화는 끝났다.


“흠, 다들 관심이 많네.”


그 말과 함께, 도진은 스마트폰으로 주요 기사들을 살폈다.


[청와대-권도진 녹음파일 공개···’정치적 압박’의혹 제기]

[청와대, ‘녹음 내용 왜곡되어있어.’ 진실은 어디에]

[경제계 ‘권도진 미국행 막아야’···정부에 대책 마련 촉구]


스마트폰 화면 위로 펼쳐진 기사의 헤드라인들은 도진이 생각한 것 그대로였다.

기자회견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진에게 비판적이던 기사들이, 단번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돌아와있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정부의 압박이 있다곤 하지만, 녹음파일이라는 증거 앞에선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 대단하지 않아요?

‘부정하진 않을게.’


지금쯤 아래층에서 직원들과 함께 연구소의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아리아의 머릿속 목소리에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아와 초양자컴퓨터의 힘이 아니었다면 청와대의 전산망을 뚫고 영빈관 내를 녹음하고 있는 장비를 해킹해 파일을 빼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을테니 말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가장 기여도가 높은 존재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또 한 사람이 있지.’


아리아와 대화하며 인터넷 기사를 살피던 도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미래발전당 김수철 의원, 오늘 탈당···지역구 문제로 인한 당 수뇌부와의 마찰로 보여]


‘결국, 선택했군.’


그의 탈당은 대통령과 도진 자신,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 말에 대한 대답과도 같았다.


‘연락이 없길래 딱히 관심 두진 않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현명한걸?’

-안 그래도 수석보좌관을 통해 연락이 왔어요. 조만간 직접 찾아오겠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지역구 국회의원이니까, 잡다한 일처리 걱정은 없겠네.’


아리아의 말에,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기사들을 살펴보기 위해 화면을 스크롤했다.

하지만, 그가 또 다른 기사를 확인하려던 그 때.


삐리리리-!

벨소리와 함께 스마트폰의 화면이 통화대기화면으로 바뀌었다.


“누구지?”


이름 대신 번호가 떠오른 것으로 보아, 아는 사람의 연락은 아니란 걸 확인한 도진은 통화버튼을 눌렀다.

이윽고.


-권도진 대표님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반갑습니다. 저는 청와대 비서실장인 장지호라고 합니다.


상대의 이름과 직함을 듣자마자, 도진은 상대가 전화를 한 이유를 곧장 파악할 수 있었다.


“대통령의 지시입니까?”

-···그렇습니다.

“이번엔 또 무슨 이야기를 할 지 궁금하군요. 청와대에서도 꽤나 재밌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던 거 같거든요.”


놀리기라도 하는 듯 비꼬는 목소리로 말하는 도진의 말에, 상대는 꽤나 오랫동안 침묵했다.

상대가 다시 입을 연 것은, 도진이 말을 멈춘 지 10초 쯤 지나서였다.


-···VIP께서, 권 대표님을 다시 뵙고싶어하십니다.

“무슨 이유로요?”

-VIP께선 이번 권 대표님께서 진행한 기자회견으로 인해 생긴 오해를 바로잡고 싶어하고 계십니다.

“오해라···되게 재밌는 해석이네요.”

-손해보실 일은 없을거라고 하셨습니다. 괜찮으시다면, 한 번만 더 초청에 응해주시면······.


사실, 도진이 저 말에 따라줘야 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주도권은 그의 손에 쥐어진 상황이었고, 상대는 청와대 안에서 서서히 말라죽어갈 운명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재밌을지도.’


도진은 곧 생각을 바꾸고는 입을 열었다.


“제가 초대하는 거로 하죠.”

-네?

“설마, 저보고 또 서울까지 가라고 하는 건 아니겠죠?”


당황한 비서실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도진은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


이틀 뒤.

도진은 군산에 위치한 고급 중국음식점으로 향했다.

전 대통령들이 군산 인근에 올 때마다 한 번씩은 와봤다고 할 만큼 유명한 집이었지만, 이 날 만큼은 한 명의 손님도 보이지 않았다.


‘아예 대관을 했을테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텅 빈 식당 안을 둘러본 다음, 도진은 2층의 단체실로 향했다.

곧, 그는 드넓은 원형 식탁 앞에 홀로 앉아있는 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를 마주할 수 있었다.

도진은 남자를 향해 환하게 미소지었다.


“반갑습니다, 대통령님.”


상대는 다름아닌 조현석 대통령.

도진과 달리 그의 인사를 받는 대통령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대충···닷새만이군요, 권 대표.”

“시간이 벌써 그렇게 흘렀군요. 그 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렇지요. 이제 늙어서 그런가, 시간이 점점 빨리 가는 거 같아요.”


일부러 현석의 속을 긁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현석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겉보기와 달라보였다.


“권 대표.”

“네?”

“원하는 게 뭡니까?”


도진이 식탁 앞에 앉자 마자 용건을 꺼내는 현석의 행동은, 그가 지금 얼마나 궁지에 몰려있는 지 말해주는 증거와도 같았다.


“일단, 지난 번 일에 대해 사과하리다. 억지로 강요할 생각은 없었으니, 부디 너그럽게 넘어가주면 좋겠군요.”

“흠.”

“그리고, 권 대표가 원하는 거라면 가능한 한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드리리다. 말만 해보십시오.”


말을 마친 현석은 애써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가 여전히 떨리고 있다는 걸 도진은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이윽고, 말 없이 미소를 짓고 있던 도진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아무것도요.”

“···뭐라고 했습니까, 지금?”

“저는 대통령님께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생각지도 못한 그의 대답에 현석은 당황 반, 분노 반으로 얼룩진 표정으로 도진을 바라봤다.

허나, 그 표정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상태로는 뭘 바란다 해도 해줄 능력이 없지 않습니까?”


도진의 말이 이어진 순간.


“권 대표······!”


상대가 내뱉은 말의 의미를 깨달은 현석의 표정이 새하얗게 질렸다.


“아, 바라는 게 없진 않네요. 하나정도?”


이윽고, 도진의 말이 이어졌다.


“내려오시죠, 어차피 시간낭비일텐데.”


둘 사이의 대화는 그 것으로 끝이었다.


작가의말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무리가 늦어 연재가 늦은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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