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쓸모가 있을테니까요.
일 주일이 지났다.
우주선의 예정된 발사일이 되자, 새만금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 우주공항의 대기장에는 전 세계에서 몰린 기자들이 우주공항에서의 첫 발사를 지켜보기 위해 모여있었다.
찰칵! 찰칵!
그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가운데, 대기장에 임시로 마련된 단상에 올라선 도진은 마이크를 켜고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럼, 모이신 김에 간략히 이번 시험비행의 목적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말과 함께, 그의 뒤에 설치된 스크린에 지구와 달,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점선들이 나타났다.
도진의 말이 이어졌다.
“1시간 뒤 발사될 우주선은 1시간 이내 지구중력을 벗어나, 28시간 동안의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이후, 달 표면에 착륙시험과 달 지표탐사 등을 진행한 우주선은 재이륙한 다음 다시 28시간에 걸쳐 지구로 돌아와 저 곳으로 착륙하게 될 겁니다.”
말과 함께 도진이 창 밖을 가리키자, 기자들의 시선이 그 곳으로 향했다.
그 곳엔, 스테인리스 스틸로 겉을 덮고 있는 거대한 우주선이 발사를 위해 수직으로 세워져있었다.
도진의 입이 열렸다.
“그럼, 제가 할 말은 대충 끝난 것 같으니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도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번쩍 든 기자들 중, 도진은 한 사람을 가리켰다.
”아, 거기 남자분.”
“네, AP통신의 론 브라운입니다. 이번 시험발사에 권도진 대표님도 함께 한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 말에, 기자들의 시선이 도진에게로 쏠렸다.
이들이 이 곳에 몰려든 이유 중 하나는, 우주선의 첫 시험발사를 그 회사의 대표가 직접 탑승해 진행한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자 한 이유도 있었으니 말이다.
“맞습니다.”
도진은 그 말에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1시간···이제 50분 남았군요. 저는 50분 안에 우주선에 탑승한 다음, 달로 향할 예정입니다. 항상 달에 가서 토끼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거든요.”
하하하하
농담과 함께 도진이 장난스런 미소를 짓자, 기자들이 웃으며 호응했다.
“혹시, 같이 가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지금 손 한 번만 들어주시겠습니까? 안 그래도 우주선에 자리가 좀 남거든요.”
하지만 도진의 물음에 손을 드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특종에 목말라있는 사람들이라지만,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우주선에 탈 만큼 간이 큰 사람은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내가 가겠습니다, 미스터 권.”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누구지?”
“대체 누가······.”
맨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기자들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일제히 자신들의 뒤쪽을 바라봤다.
곧, 그들은 손을 든 사람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일론 머스크?”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거지?”
그 사람은 다름아닌,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주인인 일론 머스크였으니 말이다.
“잠시만 비켜주시겠습니까? 미스터 권과 함께 갈 예정이라서.”
생각지도 못한 거물의 등장에, 모여있던 기자들이 일제히 홍해처럼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 사이를 마치 모세처럼 가로지른 일론은 단상 위에 선 도진을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설마 이제와서 장난이었다고 하진 않겠죠, 미스터 권?”
“그럴리가요. 환영합니다, 일론 씨.”
말과 함께 도진은 일론과 악수를 나눈 다음, 그 모습을 정신없이 찍고 있는 기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저와 일론 씨는 이만 출발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뵙도록 하죠.”
그 말과 함께 손을 흔든 두 사람은, 마치 처음부터 짜여진 것처럼 나란히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이윽고.
-카운트다운. 10,9··· 3, 2, 1, 엔진 점화.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안내음이 들려온 순간.
콰과과과-!
기자들이 무수한 플래시를 터트리는 가운데, 우주공항에서의 첫 발사가 시작되었다.
[새만금에서 일론 머스크의 깜짝 등장! 우연인가?]
[모두를 놀라게 한 권도진과 일론 머스크의 우주선 시험발사 참여]
이제는 대기권을 넘어간 두 사람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나온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
물론, 당연히 이 세기의 만남은 짜여진 것이 아니었다.
“한국에 방문하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설마 우주공항으로 직접 올 줄은 몰랐는데요. 우주선에 함께 타는 것도 말이죠.”
“그렇다면 성공했군요. 매번 놀라는 게 좀 지겨워서, 이번엔 당신을 한 번 놀래켜 줄 생각이었거든요. 그보다, 무중력이란 거···정말 대단하군요. 흐하핫.”
말과 함께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선내를 둥둥 떠다니는 일론의 모습에,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여기 온 이유가 뭡니까? 내가 아는 당신이라면 이런 위험을 감수할 사람이 아닌데 말입니다.”
물론 일론 머스크란 사람이 기행으로 유명하긴 했지만, 자신에게 가해지는 위험을 쉽게 감수하는 타입이냐하면 그 것은 아니었다.
팰컨 로켓에 전기차를 태워 보내는 퍼포먼스는 할 수 있어도, 직접 유인우주선인 드래곤 크루를 타고 우주로 향할 정도로 무모한 사람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론이 지금 한 일들은 충분히 무모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도진이 의아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죠. 하지만···이번엔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었다. 라고 해두죠.”
그 말에 일론은 허공에 둥둥 뜬 채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우주에서라면 누군가가 내 말을 엿듣거나 할 일도 없을테니 말입니다. 오롯이 당신과 나, 둘만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흥미롭네요. 당신이 그렇게 비밀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게 말입니다.”
“후.”
그 말과 함께 도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일론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당신도 알겠지만, 내 꿈은 화성을 인류의 두 번째 터전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렇죠.”
일론이 화성을 가길 원한다는 걸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였으니, 굳이 되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가 지금까지 테슬라나 스페이스X 등의 사업을 벌인 목적은 결국 화성에 인간들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재정과 수단을 만들기 위해서였으니 말이다.
“사실 당신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화성에 식민지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년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면 안정적으로 지구와 화성 간을 사람들이 오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기 떄문이죠. 하지만······.”
말을 하다 말고, 일론은 손가락으로 도진을 가리켰다.
“당신이 나타나고서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그런가요?”
“상온초전도체나 상온핵융합은 그렇다 치더라도, 도무지 정체조차 알 수 없는 건물 프린팅기술에, 이번에는 정체불명의 엔진을 붙여 마개조한 스타쉽이 달을 향해 나아가고 있죠. 그 것도, 단 몇 달만에 말입니다. 정말이지···믿을 수 없는 일이죠.”
그 말을 내뱉으며 도진을 바라보는 일론의 눈은, 마치 귀신을 보기라도 한 듯 약간의 두려움이 깃들어있었다.
“당신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신인지, 악마인지, 아니면 외계인인지···그건 이제와서 아무래도 상관없겠지요. 중요한 건, 당신의 존재가 내 꿈을 십 년, 아니 십 오년은 더 당겨줄 수 있다는 거니 말입니다.”
“서론이 길군요. 그래서, 원하는 게 뭡니까?”
일론의 장황한 말에, 도진은 조금 지루해졌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일론이 대답한 것은 그때였다.
“내 꿈을, 당신을 통해 이루고 싶습니다.”
“무슨 말이죠, 그게?”
“말 그대롭니다.”
의아해하는 도진의 물음에, 일론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그 외에 내가 해왔던 모든 사업들은 결국 화성으로 향하기 위한 징검다리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엔 거대한 육교가 나타났죠.”
“···그 말은, 지금.”
상대가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예측한 듯, 도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맞습니다.”
일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가진 징검다리들을, 당신에게 맡기고 싶습니다. 내 꿈을 이뤄준다는 조건 하에서 말입니다.”
“당신이 가진 기업들을, 넘겨주겠단 겁니까?”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당신에게도 쓸모가 있을테니까요. 어차피 당신과 경쟁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 차라리 쓸모가 있을 때 넘겨주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 말과 함께 웃음을 짓는 일론의 모습이, 도진은 왠지 모르게 편해보인다고 느껴졌다.
***
새만금에서 우주선이 날아오른 지 28시간이 지났을 때.
유튜브에는 라이브 방송 하나가 켜졌다.
[미래컴퍼니- 달 착륙 생방송]
짤막한 채널의 이름과 라이브방송의 제목이 전부인 단촐한 영상.
하지만, 그 라이브방송이 켜진 순간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User1234: 와···드디어 시작이다!!
- 작가의말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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