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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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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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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네.

DUMMY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시도가 알 수 없는 방해에 의해 좌절되었지만, 김정은은 발사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이란 미제의 심장에 날릴 수 있는 총탄과도 같은 것이었으며, 그 것을 발사한다는 건 언제고 자신들과 대립하는 미제를 깨부술수 있다고 인민들에게 과시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콰아아아앙-!

이어진 세 번의 탄도미사일 발사시도 중, 성공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 쯤 되자, 그 네 번의 실패가 하늘에서 내려온 정체불명의 붉은 광선에 의해 일어났다는 사실은 조선인민군 사이에 공공연하게 퍼진 비밀이었다.

퍼진 소문은 그 것 뿐만이 아니었다.


“그 붉은 빛, 남조선 놈들 짓이란 게 진짜입네까??”

“그렇다는 소문이 있던데. 덕분에 지도자동지의 노여움이 하늘을 찔렀다지비.”

“허, 그럼 이제 공화국은 앞으로 탄도미사일을 못 쏘는 겁네까? 그러면 미제놈들은 어떻게 합네까?”

“그러니 난리가 난 거 아니갔어?”

“지도자 동지도 골치가 아프겠습네다.”


북한이 밀어붙이던 주체사상과 선군주의의 상징, 탄도미사일 쏘지 못하게 되었다는 소문이 돌자, 안 그래도 동요하던 주민들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다 못해 지하까지 내려가게 되었다.


“이런 빌어먹을 미제와 남조선놈들······.”


이 사실이 김정은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어떤 놈들의 소행인지 못 알아낸기야?”

“···송구합니다, 지도자 동지.”


그 물음에 정찰총국장 장길성이 할 수 있는 대답은 죄송하다는 말 뿐이었다.

북한의 정보기관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그들조차 정보를 캐낼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할 수밖에 없었지만, 거듭되는 실패 앞에선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자신들의 부족을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죄송, 죄송···그 놈의 죄송은 언제까지 할 생각인게야?”


퍽!

분노한 김정은이 집어던진 재떨이에 이마를 맞은 장길성의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후욱, 후욱······.”


분노에 혈압이 높아졌는지 숨을 가쁘게 쉬며 씩씩대던 그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는 이마에서 피를 흘리는 정찰총국장을 향해 말했다.


“···남조선 놈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라우.”

“뜨거운 맛이라면······.”

“일단은, 그 건방진 은하컴퍼니부터 손을 봐줘야겠지비.”


그의 물음에 김정은은 이를 갈며 대답하고는 말을 이었다.


“공작원들을 보내라우. 무장시켜서.”

“···공격합네까?”

“공화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게 해줘야 하지 않갔어?”


말을 마친 김정은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


“흠, 레이저 위성의 위력이 생각보다 괜찮네. 내가 게임에서 썼던 것보다 더 효과가 좋은 거 같은걸?”

“여긴 원시문명이니까요. 저 위성이 그렇게 좋은 물건은 아니긴 하지만, 이런 저급한 문명에서는 결코 막을 수 없을거에요.”

“···뭔가 기분이 묘하게 나쁘긴 한데, 틀린말은 아닌 거 같긴 하네.”


자신의 행성인 지구를 비하하는 말에 도진은 잠시 묘한 표정을 지었다가, 말을 이었다.


“광통신 서비스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어?”

“그거라면, 아마 이번 달 중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될 거 같아요.”

“생각보단 빠르네?”

“기능은 이미 다 갖춰져 있긴하지만, 지구인들이 납득할만한 요금제를 설계하는 쪽이나 조직을 갖추는 부분에서 시간이 좀 걸렸거든요. 그래도 지금은 거의 마무리한 상태에요.”

“일단 우리가 레이저로 공격했다는 사실을 알 방법은 없을테니, 위장은 그 정도만 해두면 되겠지.”


아리아의 설명을 들은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성광통신 서비스를 그가 시작하려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단순히 레이저 위성들이 군사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굳이 이런 눈가리고 아웅식의 대처도 할 필요가 없겠지만, 전 세계의 지지를 받을 필요가 있는 지금은 아직 형식적으로나마 국제법을 지키려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아리아가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북한쪽 데이터를 감청해봤는데, 아무래도 저희를 직접 공격할 생각인 모양이에요.”

“흠, 예상하고 있던 일이네.”


그녀가 꺼내든 이야기는 꽤나 충격적인 내용이었지만, 도진의 표정은 담담했다.

이미 자신들이 북한의 팔다리를 레이저위성으로 묶어버린 셈이었으니, 궁지에 몰린 그들은 어떤식으로건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되는 반응들 중에는 눈엣가시인 은하컴퍼니에 대한 직접적인 공작또한 포함되어있었다.

그 위협에 대해 도진은 딱히 걱정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보안요원들의 훈련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강화복 적응훈련은 모두 끝난 상태에요. 사실···더 이상의 훈련은 굳이 필요없다고 봐도 되겠죠. 이제부터는 실전을 통해 경험을 축적해야하는 단계니까요.”

“그럼 마침 잘 됐네. 이 참에 실전경험도 쌓으면 되는 거잖아? 강화복도 테스트해볼 겸 말이지.”


말과 함께 도진이 미소를 짓자, 그 의미를 눈치챈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출동준비를 지시해놓을게요. 발포허가는요?”

“바닷속에서 전차가 올라오는 게 아니고서야, 맨손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어?”

“그러면, 그렇게 지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그리고 지금 우리를 감시하는 미국 위성들은 미리 처리해놓는 게 좋겠어.”

“네, 잠시만요.”


도진의 지시를 받은 아리아는 잠시 눈을 감았다.

곧, 몇 초 뒤 그녀가 눈을 떴다.


“해당 위성 3기를 레이저로 무력화시켰어요. 늦어도 6시간 내에는 지구 대기권과의 마찰로 소멸할거에요.”

“그럼 이 쪽은 됐고···아.”



아리아의 대답을 들은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멈칫하고는 그녀를 바라봤다.


“광통신 서비스말야, 정식 전에 일단 지역을 정해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좋겠어.”

“나쁘지 않은 거 같네요. 그러면, 인도자님 생각엔 어디가 좋으신 거 같으세요?”


아리아의 물음에, 도진은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북한.”

“···네?”

“일단 북한부터 시작하자고. 그 쪽 사람들도 자유로운 인터넷을 맛보게 해줘야지.”


물론, 도진의 의도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


황해는 세계에서 가장 잠수함이 많은 바다 중 하나다.

양쯔강에서 밀려온 천문학적인 양의 토사가 뒤섞이면서 만들어진 흙탕물의 바다는 잠수함이나 잠수정의 위치를 숨기기에 최적이었고, 그 덕분에 북한의 공작원들이 주로 침투하는 루트 중 하나 또한 바로 이 황하를 거치는 루트였다.


북에서 내려와 황해를 가로지르고 있는 한 척의 연어급 잠수정 또한, 그런 잠수정들 중 하나였다.

이내 잠수정은 새만금을 둘러싼 방조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멈춰섰고, 곧 잠수정 안에서 10여명의 사람들이 잠수복을 입은 채 헤엄치기 시작했다.

방조제의 열린 갑문을 통해 안으로 침투한 그들은, 물이 빠진 간척지에 도착한 다음 잠수복을 벗고 자신들의 장비를 챙겼다.


AK계열의 소총과 방탄복, 헬멧 등으로 무장한 그들은 다름아닌 정찰총국 소속의 공작원들이었다.


“세 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우. 날래 움직이자우.”


그들의 지휘자인 박진성의 말에, 공작원들은 말 없이 빠른 속도로 간척지를 가로질렀다.

그들의 목적지는 다름아닌 간척지 한복판에 위치한 은하컴퍼니와 그 주변의 공단이었다.

북한의 독재자인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은하컴퍼니에 대한 파괴공작을 위해 잠수정을 타고 이 곳까지 침투한 것이었다.

사실상 공작을 시작한 순간 돌아가는 것은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인, 자살에 가까운 특공이었지만 철저하게 세뇌교육을 받은 이들은 주저없이 죽음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쿵 쿵

공작원들은 은하컴퍼니에 도달할 수 없었다.


기이잉

쿵 쿵

점차 가까워져오는 기계음과 커다란 발소리에, 박진성은 주먹을 들어 공작원들을 멈춰세우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총을 겨눴다.

이윽고.


“···저게 대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것들’을 발견한 진성과 공작원들의 눈이 커졌다.


기이이잉

쿵 쿵

정체불명의 모터소리를 내며 천천히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는 것은 병사도, 민간인도 아니었다.

못해도 키가 3미터는 되어보이는 덩치의 기계갑주.

전신이 금속으로 뒤덮인 거인들이, 무기 하나 없는 맨손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남조선 놈들의 신형병기인가?’


생전 처음 보는 무언가들 앞에서 진성이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그 정도였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방법은 하나였다.


“쏘라우.”


그 말과 함께, 진성과 공작원들은 다가오는 강철갑주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투타타타-!

총구에서 화염과 함께 뿜어져나온 수백 발의 철갑탄들이 상대를 향해 쏟아져나갔다.

만약 사람이었다면, 시신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져버렸을 게 분명할만큼 강력한 화력이었다.


휙-!

거기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각자 가져온 수류탄까지.


콰아아앙-!

수류탄의 폭음과 함께 피어오른 폭연이 강철 거인들을 완전히 가려버렸음에도, 그들은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사격중지.”


그들이 사격을 멈춘 것은, 두 번째 탄창을 완전히 비웠을 때였다.

방아쇠를 당기던 공작원들을 멈춰세운 진성은, 수류탄이 만들어낸 폭연과 흙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이미 돌아가기는 틀렸다. 그렇다면 차라리, 저 놈들을 뚫고 공작을 성공시켜야······!’

“모두 흩어······!”


계획이 어그러졌다는 걸 직감한 그는, 공작원들을 향해 명령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쿠웅-!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흙먼지 속에서 강철거인 하나가 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퍽-!

금속으로 뒤덮인 주먹을 진성의 배에 꽂아넣으면서 말이다.


“커헉······!”


인간의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강력한 주먹에, 진성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기절했다.

비슷한 결말을 맞이한 것은 다른 공작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퍽! 퍼퍽!

첫 거인에 뒤이어 튀어나온 강철거인들은 인간을 넘어선 속도로 날아들어와 당황한 공작원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털썩!

곧, 진성을 포함한 십여 명의 공작원들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한 채 물 빠진 간척지 위에 나뒹굴었다.

강철 거인들 중 하나가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제압 완료. 무장 해제한 다음 포박하겠음.”


그 말과 함께, 강화복을 입고 있던 강철호는 통신을 끊고는 주변의 동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빨리 처리하고 추가수당 받으러 가자고.”

“넵.”


쿵 쿵

그 말과 함께 공작원들을 포박하러 다가가는 강철거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철호는 자신이 입은 강화복을 내려다봤다.

수백 발의 철갑탄을 얻어맞았음에도, 그가 입은 강화복은 도색이 조금 벗겨졌을 뿐 조금의 찌그러짐조차 보이지 않았다.


“맨손으로 총 든 놈들을 때려잡다니,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네.”


자신이 입은 강화복의 성능에 감탄하며, 철호는 이 회사에 지원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작가의말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가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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