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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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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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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궁 지하 1층

DUMMY

6. 미궁 지하 1층


붉은 늑대 길드의 해산식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해산식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붉은 늑대 길드의 임시 길드장이 길드의 해산을 선언하고, 길드원들이 동의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절차를 끝냈다.

전통있는 중견 길드의 마지막이라고 하기에는 허무할 정도로 간단한 수순이었다.


그 이후는 간단한 서류 작업이 진행되었다.

침울한 표정의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강당 한쪽에서 한 무리의 변호사와 회계사가 사람들에게 서류를 나누어 주었다.

개개의 길드원이 가진 권리에 따라 붉은 늑대 길드의 재산을 나누어 놓은 문서였다.

불만이 있는지 별로 표정이 안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별말 없이 서류에 사인하고 통장을 하나씩 가져갔다.


함께 일할 사람들을 만난 것은 바로 그곳에서였다.

우리가 만난 이들은 개릿이 속해있던 조의 조장과 부조장이었다.

모두 길드 내부의 정치 싸움에 밀려서 보급품이나 나르다가 전화위복으로 살아난 사람들이었다.

조장은 빅터, 부조장은 퍼시벌이라고 했다.

둘 다 40초반의 원숙한 용병이었다.


네드는 시골 청년 그 자체였고, 개릿은 노련한 젊은이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둘 다 자신이 살아온 세월이 얼굴에 드러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늦든 빠르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세월의 모습이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만난 둘의 인상은 뭐랄까······

선한 사람이라거나 인성이 좋아 보인다는 말은 하기 힘들었다.

대신 일은 정말 잘할 것 같았다.


능력 있는 중견 장교와 수완 좋은 부사관이 연상된다고 할까?

물론 능력이나 수완이 꼭 좋은 면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여러모로 잘 어울리는 짝패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둘에게서는 유토피아를 바탕으로 사업을 펼치던 벤처 기업의 창업자들에게서 많이 보던 분위기가 풍겼다.

성공을 위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너무 좌우를 가리지 않고 달려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함께 선을 넘고 싶지 않다면, 또는 그 와중에 휩쓸려서 뒤통수를 맞고 싶지 않다면 앞으로 잘 살펴야 할 부분이었다.


그러니까 내 경험에 의해 구분하자면 둘은 창업자와 지분이 있는 창업자의 오른팔이고, 개릿은 창업자의 라인이지만 고용된 직원, 나와 네드는 인턴이라고 보면 될 듯했다.


“반갑군. 자네들이 개릿과 동향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드는 허리를 거의 90도로 숙이며 큰 소리로 인사했다.


이곳에도 윗사람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서 인사하는 풍습이 있다.

일본처럼 얼마나 깊숙이 숙이느냐에 따라 사회적 위치를 판별하는 폐습까지는 아니지만 허리를 많이 굽히는 것이 좀 더 많은 예의를 표시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네드와 달리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눈인사를 하는 것으로 첫인사를 대신했다.

그런 내 모습에 빅터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레온, 자네는 미궁에 들어가 본 적이 있나?”


“실제로 들어간 경험은 없습니다만,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내가 경험한 타넬론의 미궁은 가상현실 속의 미궁이었으니까.

내 말에 보충하듯 개릿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아직 말씀 못 드렸는데, 레온은 치안대 출신입니다. 그래서 용병식 인사법에 익숙할 겁니다.”


“역시 그랬군. 앞으로 잘 부탁하네. 오늘은 조장 출신들끼리 모임이 있어서 힘들고, 내일 다 같이 모이도록 하지. 개릿이 둘을 잘 챙겨주게.”


“알겠습니다. 길드장 님.”


“아직은 아니야. 벌써 그렇게 부르면 내 꼴이 우습지. 그냥 조장이라고 불러.”


말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빅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이 기분은 좋은 모양이었다.


개릿 형.

겉보기보다 사회생활도 잘하네.


둘이 떠난 후 방금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네드를 위해 개릿이 설명을 해 주었다.


“네드. 길드원이니 탐색가니 하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용병이다. 그것도 미궁에서 활동하는 용병. 그리고 미궁에서 용병끼리 인사할 때는 허리를 숙이지 않아. 그냥 가볍게 고개를 숙이면서 상대방에게 시선을 두며 눈인사하는 것으로 충분해. 그 정도면 예의를 차린 거야.”


“고개를 숙이는 것은 그렇다 쳐도 왜 시선을 상대방에게 둬요? 눈인사라니 건방져 보이지 않을까요?”


“칼에 맞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


“그래. 기습을 염두에 둔 인사법이지. 미궁을 나와서는 상관없겠지만, 미궁 안에서는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조심해야 해. 특히 무방비하게 급소를 드러내는 것은 금물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도?”


“길거리에 값비싼 물건이 떨어져 있으면 줍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멀쩡한 사람을 탐욕에 빠지게 만들지 마.”


꽤나 삭막한 소리였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해주는 주변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운임을 네드는 알아야 했다.

그리고 그 점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궁 안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잔인하고 신뢰가 없는 모양이었다.


타넬론의 지하에 있는 미궁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던전이 복잡하게 연결된 공간이다.

단순히 복잡한 공간이면 차라리 낫겠지만, 타넬론의 지하 미궁은 근원을 알 수 없는 마법적인 신비까지 강하게 작용한다.

공간 왜곡, 확장, 도약과 변화까지.

온갖 기이한 일이 상시로 벌어진다.

지하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마법적인 신비는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신비학을 연구하는 학자나 마법사는 좋다고 하겠지만, 그곳에서 마물을 잡아야 하는 용병의 입장에서는 지랄 같은 환경인 것이다.

지리를 파악하는 것도 문제가 많아서 지하 1층의 경우 상당히 넓은 지역의 지도를 만들 수 있지만, 3층만 내려가도 지도를 만들 수 있는 지역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미궁에는 거주민들도 있다.

지상에 가까운 쪽에는 주로 짐승형의 마물이 존재하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지능이 있는 마물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심지어 인간형의 마물도 있다.

인간 못지않게 뛰어난 지능과 능력을 갖춘.

그들은 인간이 마물을 사냥하듯 미궁에 들어온 인간을 사냥한다.

그렇기에 나름대로 역사가 오래됐다는 중견길드가 전멸하는 일도 벌어지는 것이다.


나는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쇼맨십과 무한한 생명으로 닥돌하던 유토피아 시절을 생각하면 안 된다.

라이프 하나짜리 하드 모드를 처음 하는 초보자답게 배움의 자세로 몸을 사리기로 다시 한번 결심했다.


······그런데 정말 라이프 하나짜리가 맞을까?

계약에 따르면 유토피아 사에서 내게 줄 것이 있다는데 혹시?

하지만 생명을 걸고 모험할 생각은 없다.


대신 무엇인가 상태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는지는 찾아보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발견한 유일한 사실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상태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행이었다.

만약 잭을 죽였을 때, 인벤토리의 칸수가 늘어나거나 레벨이 올랐다면, 나는 평생 유혹을 달고 살아야 할지도 몰랐다.

유혹에 지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는 나를 우선하는 사람이니까.


유감스러운 것은 마석도 반응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이었다.

개릿이 보여준 마석을 이리저리 만져봤지만, 상태창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마석에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물론 아직 마석에 대해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테스트를 생각 중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내 몫의 마석이 필요했다.


우리가 미궁에 들어간 것은 보름이 지나고 나서였다.

예상보다 계획이 늦어진 것은 길드 해산 과정에서 소속을 잃은 길드원들의 이합집산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혹시나 싶었던 빅터가 과거의 길드원들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시간만 흘려보냈다.


쓸만한 자들은 대부분 다른 길드로 가 버렸고, 그나마 남은 자들도 자신만의 파티를 꾸리려고 하지, 빅터 밑으로 들어오려고 하지는 않았다.

길드가 해산하면서 분배한 재산이 제법 규모가 커서 다들 욕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돈을 좀 쓰면 길에 널린 초보 용병들을 쓸어모으는 것은 간단한 일이니까.


결국 파티는 처음 그대로 다섯 명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덕분에 여유 시간이 좀 생긴 개릿은 방패 하나는 제대로 쓸 수 있게 만들겠다며 네드를 엄청나게 굴렸다.

훈련의 효과는 확실했다.


미궁 1층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만난 마물은 모드하운드였다.

개처럼 생긴 것 때문에 살인견을 의미하는 이름이 붙어있는 마물이었다.

하지만 개라고 하기에는 이빨이 너무 흉악했다.

저런 것에 물리면 대번에 물린 자리가 떨어져 나가리라.


“쳐!”


조장인 빅터의 명령에 따라 나와 네드가 방패로 달려드는 놈을 밀어 쳤다.

첫번째 모드하운드를 때려 잡은 후, 이번이 네 번째였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것처럼 일사분란한 동작이었다.

네드가 처음에는 조금 버벅댔지만, 네 번째 놈이 되니까 이제는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까지 엿보였다.

개릿이 보름 동안 네드를 지독하게 굴린 보람이 있었다.


모드하운드가 방패에 얻어맞고 뒤로 나가떨어진 순간 개릿이 그물을 던졌다.

철사와 삼베줄을 엮어서 만든 그물은 모드하운드를 옭아맸고, 기회를 놓치지 않은 퍼시발의 창이 모드하운드의 명줄을 끊어버렸다.


“이제는 손발이 딱딱 맞는군.”


“기껏해야 개새끼일 뿐인데요. 뭘.”


“그 개새끼가 가장 많은 용병을 잡아먹었을 텐데?”


퍼시발의 말에 네드는 계면쩍은 웃음을 지으며 모드하운드의 머리를 도끼로 내리찍었다.

뇌에 있는 마석을 찾기 위함이었지만 이번에도 꽝이었다.


우리 다섯이 있는 장소는 미궁의 지하 1층이었다.

미궁을 지하 1층, 지하 2층 하면서 구분하는 것은 매우 오래된 구분법이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방법도 간단했다.

던전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돌아다니다 보면 아래로 급격한 내리막 동굴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곳으로 내려가면 한 층을 내려가는 것이다.


그렇게 한 층을 내려가면 환경이 확 바뀌기 때문에 층을 착각할 수도 없다.

일단 공기부터 달라진다.

좀 더 무거워지고 답답해진다고 할까?

반면에 주변의 밝기는 좀 더 밝아진다.

마물도 훨씬 위험한 놈들이 튀어나온다.

인간만 보면 달려드는 본능보다는 머리를 쓰거나 무리를 지어 공격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니 미궁에서 지하 1층이 가장 안전한 셈이다.

실제로 돌아다니는 마물도 모드하운드나, 진흙슬라임, 아니면 고블린같이 애매한 마물뿐이다.

그것도 대부분 홀로 돌아다니니, 제대로 된 용병이라면 혼자서도 잡아야 정상이다.

모드하운드가 좀 많이 위험하기는 하겠지만.

대신 마석도 정말 드물게 나온다.


“이 정도면 손발은 맞춘 것 같습니다. 조장. 더 이상 훈련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래. 지하 2층으로 가자. 거기부터는 그래도 좀 낫지. 이렇게 왔는데 빈손으로는 갈 수 없잖아.”


마침,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통로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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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돌파구 +5 24.09.12 4,050 145 12쪽
22 22. 나는 누구인가? +31 24.09.11 4,589 145 13쪽
21 21. 상태창 해금의 조건 +10 24.09.10 4,598 161 12쪽
20 20. 싸움은 마석으로 하는 것 +8 24.09.09 4,656 186 12쪽
19 19. 미궁 지하 깊은 곳에서 온 자들 +17 24.09.08 4,814 186 11쪽
18 18. 지도에 표시된 곳 +8 24.09.07 5,069 181 12쪽
17 17.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면 +6 24.09.06 5,166 190 12쪽
16 16. 다시 미궁으로 +16 24.09.05 5,229 176 12쪽
15 15. 동료? +22 24.09.04 5,422 191 12쪽
14 14. 보물은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보물이다 +12 24.09.03 5,450 210 12쪽
13 13. 마석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 +13 24.09.02 5,431 204 12쪽
12 12. 미궁 지하 2층 +7 24.09.01 5,585 212 12쪽
11 11. 미궁 지하 2층을 가기 전에 +17 24.08.31 5,651 212 12쪽
10 10. 첫 번째 단독 사냥 +13 24.08.30 5,777 212 12쪽
9 9. 단독 탐색 준비 +10 24.08.29 5,850 213 12쪽
8 8. 아무래도 독립해야겠는데 +10 24.08.28 6,083 217 12쪽
7 7. 테스트 +6 24.08.27 6,384 213 12쪽
» 6. 미궁 지하 1층 +17 24.08.26 6,937 229 11쪽
5 5. 시작은 파티부터 +9 24.08.25 7,854 249 13쪽
4 4. 미궁도시 타넬론 +21 24.08.24 8,642 258 12쪽
3 3. 떠나야 할 때 +15 24.08.23 8,717 273 13쪽
2 2. 밧줄을 끊은 코끼리 +8 24.08.22 9,619 27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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