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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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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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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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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노려지다

DUMMY

26. 노려지다


양손을 들어 자신이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보인 중년의 남자는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감히 누가 자신을 공격하겠냐는 식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였다.

나 역시 손을 들어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보였다.

하지만 나를 향한 블랙우드 길드원들의 무기는 내려가지 않았다.


“나는 쏜 이라고 한다. 블랙우드 길드의 부길드장이지. 그쪽은?”


“레온. 보시다시피 미궁을 돌아다닙니다.”


“단순히 그냥 용병? 소속된 곳도 없고?”


“그렇습니다.”


“좋아. 레온. 블랙우드 길드에 대해 아나?”


들어본 적이 있는 길드였다.

네드의 평가에 의하면, 특출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뒤떨어지지도 않는 그런 길드라고 한다.

규모와 실력, 양쪽 모두 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대형 길드의 평균.

그게 블랙우드 길드다.


“괜찮은 길드라고 들었습니다.”


“괜찮은 길드라니! 블랙우드 길드는 매우 좋은 길드라고! 간부들의 실력도 뛰어나고 소속 길드원에 대한 처우도 공정하지. 타넬론에 있는 대형 길드 전체로 보더라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자부하네. 다른 무엇보다 미궁 5층에 근거지를 두 군데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저력을 말해준다네. 그리고 외부인으로는 자네에게 처음 말하는 것이지만 이번에 세 군데가 될지도 몰라.”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었다.

아니면 자신이 속한 길드에 대한 사랑이 크거나.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금이 길드 자랑을 할 때인가?

이 사람은 방금 자신이 나를 향해 공격했다는 사실을 잊었나?

자신의 뒤에서 나를 향해 겨누고 있는 무기들은?

뭐가 이리 해맑아?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길드의 기밀을 외부인에게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거야?


이해하기 힘든 쏜의 태도에 나는 도리어 거부감이 생겼다.

하지만 쏜은 경계하는 내 태도에도 자신의 말을 멈추지 않았다.


“어떤가? 우리 길드 정말 괜찮지? 혹시 블랙우드 길드에 들어올 생각 있나? 들어온다면 자네는 내가 이끄는 조에 들어오게 될 거야. 블랙우드 내에서도 가장 실력이 좋은 이들로만 구성된 곳이지.”


“갑자기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기습을 한 후에 영입을 제의한다는 겁니까?”


“아! 그거. 내가 진짜 너희를 잡으려고 했으면 투창을 그렇게 매가리 없이 던졌을까?”


그게 매가리 없이 던진 거였다고?

혹시 자기 자랑인가?


죽이겠다는 기세는 없었지만, 투창에 실린 힘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평범한 용병이라면 반드시 죽었을 것이고, 제법 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하는 것에 급급했을 것이다.

쳐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서 살기를 드러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경고삼아서 말이다.

공격할 테니 막아보라는 식으로.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사람을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왜 공격한 겁니까? 설마 우리가 실력이 좋아 보여서 시험 삼아 그랬다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반응을 보고 싶어서 공격한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그 이유가 실력이 좋아 보여서는 아니었지.”


쏜의 시선이 엘리너에게 돌아갔다.

좀 더 차분해졌달까 차가워진 눈빛이었다.


“미궁에 들어온 십륜기사회 사람이 어떤 실력일지 궁금했을 뿐이야. 그쪽이 십륜기사회 소속 맞지?”


“아닙니다.”


단호한 엘리너의 대답에 처음으로 당황이라는 감정이 쏜에 눈에 떠올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인 모양이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검을 파지하는 방법이나, 갑옷을 입는 방식이 전형적인 십륜기사회 방식이던데?”


“나는 그곳을 떠났습니다. 지금은 레온의 파티원일 뿐입니다.”


“떠났다고?”


“그곳과는 모든 인연을 끊었습니다.”


“아하!”


엘리너의 말에 쏜의 눈빛에 다시 온기가 실렸다.

지나치게 밝은 원래의 태도로 돌아가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가 자신의 뒤를 향해 손을 젓자 우리를 노리고 있던 무기들도 내려갔다.

방진을 형성한 채,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던 블랙우드 길드원들도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잘했어. 거기 요즘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는 말이 있어. 지켜보는 사람이 여럿이니까 그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마. 괜히 엮이면 골치아파 진다.”


“무슨 말씀인지?”


엘리너의 질문에 쏜은 고개를 흔들었다.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태도가 역력했다.


“알 것 없어. 나도 더 이상 말 할 것이 없고. 그런데 어떻게 할 건가? 영입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저 스스로가 납득할 수 없는 제안입니다.”


“정말?”


아니! 다짜고짜 뭐 이런!


갑자기 손이 쑥하고 내게 들어왔다.

너무 갑작스러웠고, 너무 가까웠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목을 잡힐 것이 뻔했다.

반격할 만한 공간도 여유도 없었다.


나는 뒤로 몸을 띄워 물러서며 쏜의 손을 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쳐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강철로 된 쇳덩이를 치는 느낌이었다.

막을 수가 없었다.


쏜의 손아귀는 순식간에 내 목에 와 닿았다.

손의 온기가 목에 느껴지는 순간.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내 능력을 드러내야 했다.


[가속].


세상이 느려지고, 뒤에서 외치는 소리가 웅웅거리며 늘어졌다.

평가하듯 나를 살펴보는 쏜의 차가운 눈빛이 천천히 이채를 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상대의 손아귀와 내 목 사이에 양손을 억지로 비틀어 넣으며 밀어 버렸다.


쏜은 굳건하게 제자리에서 버텼지만, 나는 미는 힘의 반동을 이용해 그대로 공중을 날았다.

허공에 거꾸로 선 채 투척용 도끼를 내던져 쏜의 바로 앞에 박아버렸다.

쏜의 신발코를 스친 도끼는 미궁 바닥에 자루만 남기고 박혔다.

그것은 경고였다.


팡!

팡!


곧이어 신발의 점프 옵션을 이용해 허공을 박차며 연달아 위치를 바꿨다.

예상했던 블랙우드 길드원들의 공격은 날아오지 않았지만, 쏜의 눈빛이 더 깊어진 것은 볼 수 있었다.


[가속]을 해제하자,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배낭 안의 마석은 또 숫자가 줄어 버렸다.

이렇게 어이없게 마석을 소모하다니, 피를 흘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굉장해! 역시 내가 잘 못 본 것이 아니었어!”


“뭡니까!”


화가 난 내가 외쳤지만, 쏜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반응 속도가 상상을 불허하는군. 투창을 처리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놀라울 정도야. 무엇을 익혔는지 모르겠지만, 보통의 것은 아니겠지? 거절은 다시 생각해 주게. 자네가 활약한 곳은 미궁 저 깊은 곳이야. 이런 곳에서는 재능 낭비일 뿐이라고!”


잠시 언성을 높였지만, 일방적으로 매달리며 영입을 간청하는 부길드장을 보니 이게 화를 낼 일인가 싶었다.

결국 우리는 나중에 지상에서 다시 보기로 했다.

피차 할 일도 많았고, 옆에서 재촉하는 길드의 간부에게도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꼭 다시 보자고!”


쏜은 밝게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고, 정말 이상한 사람이었다.


나는 기가 잔뜩 빨린 느낌으로 지상으로 향했다.


* * *


“또 인재수집병이 도지셨습니다.”


인재에게는 언제나 약한 부길드장의 성정을 아는 간부는 가볍게 툴툴거렸다.

애정을 담은 불평이었다.


“쓸만한 녀석을 보면 영입하고 싶은 걸 어떡하나?”


“그렇지만 저 녀석은 쉽지 않겠던데요?”


“자네가 보기에도 그런가? 내가 보기에도 자신이 길드를 세울 놈이지 길드에 들어올 놈은 아닌 것 같아.”


“그래서 그냥 두시게요?”


부하의 말에 쏜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듯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레온은 간만에 본 월척이었다.

비정상적인 반응 속도가 특히 압권이었다.

길드장도 저렇게까지 빠르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럴 리가 있나. 어떻게든 끌고 와야지. 미궁은 사람의 능력이 전부야. 숫자는 아무 쓸모없어. 붉은 늑대 길드를 보라고. 단 한 명에게 몰살당했잖아? 그 악몽이 우리에게 덮치면 어쩔 거야? 여기서 도망이라도 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니까 저런 인재는 잘 키워서 써먹어야 해. 설사 스스로 길드를 세울 생각이 있더라도 일단 미궁 저층의 경험을 쌓아야 할 것 아닌가? 우리 길드에서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을 알려주면 들어올 생각이 들 거야.”


“그런 생각이라면 저도 좋습니다. 나중에 독립하더라도 그전에는 길드에 도움이 되겠지요.”


“그리고 저놈에 대해 시정부에서 알게 되면 분명히 탐을 낼 거야. 써먹을 곳이 많거든. 저런 종류의 능력은 드물어. 아주 드물다고.”


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생각이 많은 눈빛이었다.


* * *


“혹시 레온 님 이신가요?”


앞을 가로막고 내 이름을 확인하려는 꼬마가 있었다.

처음 보는 아이였다.

나이는 한 열 살쯤?

하고 있는 꼴을 보니 거리의 아이였다.


부모가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양육하지 않기 때문에 집과 거리를 오가며 자기들끼리 알아서 거리에서 크는 아이들이다.

구걸도 하고, 훔치기도 하고, 닥치는 대로 심부름도 하고 하면서 말이다.

고아와 다른 점이 있다면 법적인 보호자가 있다는 정도랄까.

어느 정도 크면 남자는 용병이나 범죄자로, 여자는 창녀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맞다. 그게 내 이름이다. 그런데 무슨 일이지?”


“옆에 계신 여자분의 이름을 알고 싶습니다.”


어떻게 할지 묻는 엘리너의 눈빛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 꼬마는 나름 영리한 방법으로 우리가 자신이 찾는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내 이름을 불러서 확인하고, 여자의 이름을 말하게 해서 다시 확인한다니, 스스로 생각해 낸 것이라면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엘리너다. 무슨 일인지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엘리너의 이름을 확인한 아이는 다급하게 내게 속삭였다.


“집에 강도들이 들어와서 집을 차지하고 있답니다. 그냥 들어오시면 위험하다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자기가 밖에 있으면 의심받는다면서 그 말만 전해달라고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게 벌써 이틀 전입니다.”


“누가?”


“펠릭스라고 레지널드 님의 아들입니다.”


레지널드의 옆에서 제법 단호한 표정으로 서 있던 어린 아들이다.

똘똘해 보이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영리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벌써 거리에서 친구도 사귀고.

싹수가 제법이었다.


“너하고는 어떻게 알지?”


“얼마 전에 거리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얻어먹는 쪽이죠.”


“알았다. 수고했다.”


나는 아이에게 은전을 튕겨 주었다.

이렇게 대가를 챙겨주는 것은 중요하다.

대가를 제대로 치러야 다음에도 제대로 일을 해 줄 테니까.


하지만 그건 그렇고.

타넬론의 치안이 안 좋다고 하더니, 뭐 이런······

어이가 없었다.

치안이 좋은 지역에 집을 구했는데도 이 모양이다.


아무래도 내가 돈이 좀 있다는 것이 소문난 모양이었다.

조사를 해보면 외지에서 온 뜨내기 혼자서 왔다갔다 하니까 만만해 보이기도 했겠다.

하지만 내가 자리를 비웠다고 대뜸 강도가 들 정도면 이건 진짜 곤란하다.

사업 진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경비라도 고용해야 하나?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나에 대한 소문이 퍼진 것일까?

어떤 놈이 나에 대한 정보를 강도들에게 팔아먹기라도 했나?

아니면 아예 강도로 나선 건가?


머릿속에 용의자들이 주르륵 지나갔다.

자매 중매인과 그 주변의 거친 놈들.

부동산 중매업자와 그 주변에 있을 입이 싼 인간들.

타넬론 토박이 네트워크에 연결된 범죄자들.

용의자는 여럿이었다.


누가 범인인지는 강도들을 잡으면 알 수 있는 문제였다.

책임을 질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물을 생각이었다.

아주 엄혹하게 말이다.

그래야 얕보이지 않을 테니까.


나는 엘리너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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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대형 길드와의 조우 +12 24.09.14 3,328 124 12쪽
24 24. 다시 미궁으로 가기 전에 +6 24.09.13 3,667 143 12쪽
23 23. 돌파구 +5 24.09.12 4,050 145 12쪽
22 22. 나는 누구인가? +31 24.09.11 4,588 145 13쪽
21 21. 상태창 해금의 조건 +10 24.09.10 4,597 161 12쪽
20 20. 싸움은 마석으로 하는 것 +8 24.09.09 4,653 186 12쪽
19 19. 미궁 지하 깊은 곳에서 온 자들 +17 24.09.08 4,814 186 11쪽
18 18. 지도에 표시된 곳 +8 24.09.07 5,068 181 12쪽
17 17.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면 +6 24.09.06 5,163 190 12쪽
16 16. 다시 미궁으로 +16 24.09.05 5,225 176 12쪽
15 15. 동료? +22 24.09.04 5,421 191 12쪽
14 14. 보물은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보물이다 +12 24.09.03 5,448 210 12쪽
13 13. 마석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 +13 24.09.02 5,430 204 12쪽
12 12. 미궁 지하 2층 +7 24.09.01 5,584 212 12쪽
11 11. 미궁 지하 2층을 가기 전에 +17 24.08.31 5,650 212 12쪽
10 10. 첫 번째 단독 사냥 +13 24.08.30 5,775 212 12쪽
9 9. 단독 탐색 준비 +10 24.08.29 5,844 213 12쪽
8 8. 아무래도 독립해야겠는데 +10 24.08.28 6,083 216 12쪽
7 7. 테스트 +6 24.08.27 6,384 213 12쪽
6 6. 미궁 지하 1층 +17 24.08.26 6,935 229 11쪽
5 5. 시작은 파티부터 +9 24.08.25 7,852 248 13쪽
4 4. 미궁도시 타넬론 +21 24.08.24 8,640 258 12쪽
3 3. 떠나야 할 때 +15 24.08.23 8,715 272 13쪽
2 2. 밧줄을 끊은 코끼리 +8 24.08.22 9,615 27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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