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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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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테스트

DUMMY

7. 테스트


지하 2층으로 내려가자마자 마주친 것은 시체였다.

죽은 이는 지하 1층으로 도망가려고 했었는지 동굴 통로 방향으로 쓰러져 있었다.

사망 원인은 너덜너덜해진 목이었다.

시체의 훼손도 심했다.

내장처럼 부드러운 부분은 물론이고, 살덩이 일부도 사라져 있었다.

개릿은 시체를 살펴본 후 나와 네드에게 가르치듯 설명했다.


“미궁의 마물에게 당했군. 시체의 흔적을 보니 모드하운드에게 당한 모양이다.”


지하 2층에서 발견되는 마물은 1층과 거의 같다.

개를 닮은 모드하운드, 슬라임의 아종인 진흙슬라임, 그리고 고블린이다.

어쩌다 지하 3층에서 마물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2층의 위험도는 1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1층에서는 대부분 홀로 어슬렁거리고, 정말 어쩌다가 고블린이 두셋 정도 뭉쳐 다니지만, 2층에서는 기본에 셋이기 때문이다.

많을 때는 5마리가 몰려다니기도 한다.


게다가 놈들의 컨디션도 1층과는 다르다.

좀 더 빨라지고, 좀 더 강해진다.

심지어 좀 더 영리하게 움직인다는 말도 있다.

개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20~50% 정도 더 강해진다고 보면 대충 맞는다.


그래서 지하 1층에서는 혼자 돌아다니는 용병이 제법 있지만, 지하 2층에서는 확 줄어든다.

자신의 실력에 대해 주제파악을 하지 못한 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물이 데려가고,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 자는 길드에서 데려가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쓰러져 있는 자는 주제파악을 하지 못한 자에 속하는 경우였다.


“개릿. 우리 파티의 초보자들을 위해 이런 시체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게.”


빅터의 지시에 개릿은 우리에게 시체와 땅이 맞닿아 있는 부분을 먼저 가리켰다.


“시체와 땅이 맞닿아 있는 부분을 봐라. 뭔가 이상하지?”


“예. 시체가 땅에 파고든 것처럼 보이는데요. 땅에 가라앉았다고 해야 하나?”


네드의 말에 개릿은 의외라는 눈빛이 되었다.

평소의 네드를 생각하면 이런 통찰력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네드는 경험이 부족한 것이지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었다.

보름만에 제법 쓸만하게 방패술을 익혀낼 정도면 오히려 머리가 좋은 편에 들어간다.

진짜 머리가 나쁜 사람은 무술도 제대로 못 익힌다.


“그래. 시체가 땅 위에 그냥 놓여 있는 것이 아니고, 땅속으로 파고든 것처럼 보일 거다. 그런 시체는 마물에게 당해서 죽은 경우다. 죽은 지 이틀 정도가 지나면 시체는 완전히 땅속에 파묻혀서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되지. 우리는 그것을 미궁의 일부가 되었다고 말한다. 파고들어 간 깊이를 보아하니 이 사람은 죽은 지 8시간 정도 되었겠군.”


“마물이 죽이지 않으면요?”


“마물이 죽이지 않은 경우라면 1년 정도는 땅 위에 남아 있게 된다. 미궁의 신비 때문인지 부패하지도 않는다. 그 이후에는 마물이 죽인 것과 마찬가지로 미궁의 일부로 흡수된다고 하더군.”


“진짜 이상합니다. 그런 것이 어떻게 가능하죠?”


“여기는 미궁이니까. 네드. 미궁의 신비를 이해하려고 하지 마. 그냥 받아들여. 네가 신비학을 연구할 것도 아니잖아?”


네드는 호기심을 보였지만, 개릿은 무시해 버렸다.

대신 실용적인 절차를 가르쳤다.


“너희가 알아야 할 것은 미궁의 신비가 아니라 이런 시체를 발견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마물이 죽였든 사람이 죽였든 상관없이 이런 시체를 발견하면 신분을 증명할 만한 소지품을 회수해서 미궁관리청에 신고하면 된다. 신분이 확인되면 1골드가 보상으로 나오니까 반드시 챙기고.”


“신분 확인용 소지품 말고 다른 것은 어떻게 됩니까? 갑옷이나 무기, 같은 것 말입니다.”


내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시체로 향했다.

장검과 도끼, 작은 방패, 여러 개의 단검, 가죽 갑옷과 가죽 신발, 갑옷의 내피 역할을 하는 누비옷과 야영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이 들어있을 배낭까지.

시체가 가지고 있는 물품의 가치는 상당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횡재라고 생각할 정도다.

어쨌든 그는 홀로 지하 2층까지 내려올 생각을 했던 사람이었다.

실력이 뛰어난 자는 장비에도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마물에게 죽은 것이라면 속옷까지 벗겨가도 돼. 하지만 사람에게 죽은 것이라면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나을 거다. 오해받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참고로 말하는데 미궁에서 다른 용병을 습격해서 마석이나 소지품을 약탈한 자는 사형이다. 약탈자로 명단에 오른 자는 사냥감으로 취급당하니까 오해받을 짓은 아예 하지 마라.”


살벌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미궁 내부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궁을 헤매는 용병들은 금덩이를 캐서 들고 다니는 셈이다.

용병이 걸치고 있는 것도 한 재산이다.

마물을 사냥하는 것보다 마물을 사냥한 용병을 습격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거 서부개척시대의 골드러시 때도 강도가 성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광부는 아예 총을 안고 잠을 잤다던가?

사람은 거기나 여기나 다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죽은 사람으로부터 무기와 갑옷, 그리고 배낭을 회수했다.

목걸이와 반지도 챙겼다.

신분을 특정할 만한 소지품도 배낭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갑자기 늘어난 짐은 나와 네드의 차지였다.

긴급한 순간에 대처가 안 되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짐꾼을 따로 데려온 것도 아니니 초보자들이 짐꾼 노릇을 할 수 밖에.

덕분에 고블린 떼와 조우했을 때는 많이 위험했다.


“씨발. 네드. 그놈의 배낭은 벗어버려! 동작이 굼뜨잖아!”


“배낭끈이 얽혔어. 못 벗겠어!”


다섯이나 되는 고블린 무리의 등장에 배낭을 앞뒤로 맨 네드가 당황하며 외쳤다.

그러나 붉은 눈빛을 번득이는 고블린들이 우리의 사정을 봐줄 리가.

놈들은 오히려 네드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놈들은 다들 단검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저놈들의 손톱이 더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볼품없는 단검이었지만, 그래도 단검은 단검이다.

잔뜩 녹이 슬었고, 너무 짧아 보여도 사람 잡는 데는 충분해 보였다.

몸을 사리지 않고 미친놈처럼 달려드는 지금이라면 더욱 그랬다.


나는 내 방패에 달라붙으려는 놈을 방패로 밀어 쳤다.

방패 앞에 툭 튀어나온 부위에 맞은 놈은 뒤로 나가떨어지더니 그대로 쭉 뻗어버렸다.

그 뒤에 있던 놈은 내 뒤쪽에서 날아온 단검을 맞고 고꾸라졌다.

빅터가 던진 단검이었다.

그러나 내 옆에 있던 네드는 방패를 빼앗기기 일보직전이었다.


대부분의 고블린은 마물이라는 분류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허약한 놈들이다.

성인 가슴까지 오는 짧은 키, 짧은 키에 어울리는 짧은 팔다리는 전투에 어울리지 않는다.

내가 염소치기를 할 때도 무리에서 쫓겨난 떠돌이 고블린을 몇 번 잡아봤을 정도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고블린과 일대일로 싸워서 질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궁의 고블린은 밖에서 보는 고블린과 달랐다.

붉은 눈을 빛내며 미친 듯이 날뛰는 성깔은 둘째치고 전신이 근육질이었다.

방패에 달라붙는 힘도 보통이 아니었다.

지상의 고블린과는 완전히 다른 종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네드는 자신의 방패에 달라붙은 놈을 떼어내지 못했다.

양손으로 방패를 잡은 채 방패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한 놈이 방패를 잡고 네드와 힘겨루기를 하는 놈의 어깨를 짚고 뛰어넘었다.

목표는 네드의 머리.

저것은 아무래도 위험하겠다 싶은 순간이었다.

그때 네드의 뒤쪽에서 창끝이 쑥하고 나왔다.

네드의 머리를 노리던 놈은 창에 꿰어 옆으로 던져졌다.

즉사였다.


일격에 고블린을 죽여버린 창잡이는 퍼시발이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의 도움을 주지 않았다.

마치 실습에 나선 견습생을 평가하는 듯한 표정으로 네드를 살필 뿐이었다.

네드를 도운 것은 개릿이었다.

그나마도 직접 도운 것은 아니었다.


“정신 차려 네드! 침착하게 앞을 봐! 힘싸움을 하지 마!”


개릿이 바로 옆에서 고함을 지르자, 당황으로 공황에 빠졌던 네드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네드는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방패를 던져버렸다.

그리고 옆구리에서 달랑거리며 존재감을 과시하던 투척도끼를 집어던졌다.

방패와 함께 땅에 뒹굴었던 고블린은 일어나자마자 날아온 투척도끼에 얻어맞고 다시 땅에 뒹굴었다.

이번에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것으로 짧은 전투는 끝났다.

파티는 더 이상 지하 2층을 탐색하지 않고 곧장 지상으로 향했다.


고블린 다섯에게서 나온 마석은 1개가 전부였다.

지하 1층에서는 마석을 한 개도 캐지 못했으니 이번 탐사에서의 수익은 마석 1개가 전부였다.

마물에게 당한 사람의 물품도 있지만, 그런 부가적인 수입은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사냥하고픈 유혹에 빠질지도 모르니까.


돌아가는 동안 네드는 극도로 침울해졌다.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그도 눈치가 있으니 이번 탐색이 나와 자신에 대한 테스트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안 것이다.

동네 형님이 추천인으로 책임을 지고 자신을 불러올렸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냈으니 이제 다 끝장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은 뒤풀이 장소에서도 그대로였다.

오히려 언제 나가라고 할지 걱정하며 긴장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빅터는 그런 네드의 모습을 씩 웃고 그냥 넘겨버렸다.

오히려 호탕하게 술과 음식을 베풀며 파티의 첫 번째 탐색을 축하했다.

그가 돌리는 첫 잔을 시작으로 다들 아무 생각없이 먹고 마셔댔다.

네드까지 좀 풀어진 모습을 보이자, 빅터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서 파티의 재산을 공개했다.


장차 길드의 본부로 사용할 예정이라는 상가 건물이 한 채, 현금도 2천 골드에 달했다.

1골드가 한 가족의 한 달 생활비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금만 따져도 한국 기준으로 수십억이다.

인턴 포함 다섯 명에 불과한 벤처 기업이 시작하기에는 과분한 자본이었다.


“우리는 지금 파티로 시작하지만, 장차 길드로 성장한다.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고 만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함께 하자고! 창립 멤버가 돼서 떵떵거리고 사는 거야!”


“충성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들 열심히 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 길드장과 함께 하겠다며 술잔을 부딪쳤다.

그중에서 네드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쫓겨나는 것을 각오하고 있다가 창립멤버라는 소리를 들으니 충성심이 절로 솟아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빅터가 자신의 자본까지 공개하며 으쌰으쌰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무래도 나 때문인 것 같았다.

퍼시발이야 빅터의 속사정까지 다 알 테고, 개릿 역시 돌아가는 사정을 모를 리가 없으니 말이다.

자신감 과잉일 수도 있는데, 쓸만한 실력을 갖춘 업계의 초심자를 길드의 대들보로 키우자는 생각에 내가 이런 사람이다 하고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빅터에게는 믿고 쓸만한 사람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빅터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빅터가 만들려는 길드의 대들보가 될 생각까지는 없지만, 나가기 전까지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혹시 또 아는가?

창업자와 오너가 꼭 같은 사람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개릿을 따라 미궁관리청에 간 것은 다음날이었다.

미궁에서 사망자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망자의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별로 좋은 만남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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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나는 누구인가? +31 24.09.11 4,586 145 13쪽
21 21. 상태창 해금의 조건 +10 24.09.10 4,596 161 12쪽
20 20. 싸움은 마석으로 하는 것 +8 24.09.09 4,650 186 12쪽
19 19. 미궁 지하 깊은 곳에서 온 자들 +17 24.09.08 4,812 186 11쪽
18 18. 지도에 표시된 곳 +8 24.09.07 5,068 181 12쪽
17 17.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면 +6 24.09.06 5,162 19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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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동료? +22 24.09.04 5,418 191 12쪽
14 14. 보물은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보물이다 +12 24.09.03 5,445 210 12쪽
13 13. 마석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 +13 24.09.02 5,427 204 12쪽
12 12. 미궁 지하 2층 +7 24.09.01 5,584 212 12쪽
11 11. 미궁 지하 2층을 가기 전에 +17 24.08.31 5,647 212 12쪽
10 10. 첫 번째 단독 사냥 +13 24.08.30 5,773 211 12쪽
9 9. 단독 탐색 준비 +10 24.08.29 5,841 213 12쪽
8 8. 아무래도 독립해야겠는데 +10 24.08.28 6,076 216 12쪽
» 7. 테스트 +6 24.08.27 6,381 212 12쪽
6 6. 미궁 지하 1층 +17 24.08.26 6,934 228 11쪽
5 5. 시작은 파티부터 +9 24.08.25 7,850 248 13쪽
4 4. 미궁도시 타넬론 +21 24.08.24 8,633 257 12쪽
3 3. 떠나야 할 때 +15 24.08.23 8,709 27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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