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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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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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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궁도시 타넬론

DUMMY

4. 미궁도시 타넬론


산촌에 가까운 농촌에서 대도시까지 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도시로 가는 여객용 마차가 있는 좀 더 큰 마을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꼬박 걸렸다.

다행히 내가 도착했을 때, 여객용 마차는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은화 하나.”


마부 겸 안내인은 퉁명한 말투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나는 미리 챙겨 둔 염소 가죽을 하나 내밀었다.


“이거면 은화 두 개는 되요. 남는 것은 알아서 하십쇼.”


“귀찮게시리. 알았다.”


아직 물물교환이 통용되는 깡촌이라서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어디든 가서 가죽부터 팔아야 했는데 그러면 마차를 놓친다.

쫓아올 사람들을 생각하면 다음 여객용 마차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며칠이고 산길로 걸어가는 것도 각오해야 했다.

추적해 온 마을 사람들에게 잡혀서 끌려가는 일이 생길 여지 자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이유야 어쨌든 사람을 죽였다.

촌장도 내가 몰래 밤에 찾아갔으니 신사적으로 대해 준 것이지, 만약 마을 사람들에게 붙들려 가서 공개적으로 만났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운이 좋아야 병신이 되어서 빌의 노예가 되는 결말이고, 십중팔구 나 역시 복수를 명분으로 빌에게 죽음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었다.


꼬박 하루가 걸려서 소도시에 도착한 나는 지체하지 않고 철도역이 있는 도시까지 운행하는 대형 여객 마차를 잡아탔다.

그곳에서 대도시로 가는 기차로 다시 갈아탈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약간 여유가 있어서 주전부리를 입에 넣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철도역? 기차?

그렇다.

여기에는 철도가 있고 기차가 있다.

이 세상, 테라에서 도시와 도시를 잇는 주요 교통수단은 증기 기관차였다.


레온인 내가 전근대적인 삶을 살아왔고 노예로 전락할 뻔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의 문명 수준이 낮은 것만은 아니었다.

증기 기관이 상업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곳의 산업 수준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무기는 냉병기이고, 제대로 된 군대와 국가 행정도 없으며, 온갖 종류의 도시 국가가 난립해 있는 것을 보면 이게 뭔가 싶기도 하다.

지구로 치면 18세기에서 20세기에 걸친 다양한 문물과 사회 시스템이 두서없이 섞여 있는 모습이라고 할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럴 법도 하다.

이곳에서는 지구와 달리 몇 가지 물리나 화학법칙이 성립하지 않고, 대신 초능력이나 마법같은 신비가 존재한다.

지구와 같은 테크트리로 문명이 발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그리고 한국처럼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지구에서도 중세와 다를 바와 없는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가난하거나 문명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사고방식이나 세계관 자체가 아예 중세에 머물러있는 경우 역시 상당한 비율이다.

심지어 제3세계로 가면 채무 노예제로 눈가림한 정도가 아니라 진짜 노예제가 존속되고 있는 지역도 존재한다.


그러니 이 세상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용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문화적 상대주의, 지구에서도 그게 대세가 아니었던가.


나는 덜컹거리는 열차 안에서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 지역의 권력자라고 해도 나를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민등록증같이 사회구성원을 모조리 등록해서 관리하는 것은 한국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국가 아니라면 시도도 하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물며 이곳에서는 그럴만한 행정적 능력 자체가 없다.

유토피아에서도 그랬으니까.

허상이니 원본 세상이니 하며 유토피아가 이 세상을 그대로 복사한 것처럼 말하던 대변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어이, 형씨는 어디로 가시나?”


내가 있는 곳은 열차의 4등칸이었다.

아무런 편의시설이 없는 대신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탈 수 있다.

화물차에 실려 가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가격이 싸니까 감수할 만했다.

적어도 몇 달을 걸어서 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하지만 4등칸 답게 온갖 부류의 인간을 볼 수 있는데, 내게 말을 거는 자는 어깨에 힘을 주고 싶어하는 시골뜨기였다.

껄렁거리기는 하지만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얕보이기 싫어서 말투도 억지로 지어낸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오히려 순한 양같은 모습이 엿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칼로 보이는 그의 보퉁이에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타넬론에 가는 열차로 알고 있는데?”


“그쪽도 타넬론에 한몫 잡으러 가는 모양이구만. 칼은 좀 쓸 줄 알고?”


그의 말에 나는 지팡이를 살짝 들어 보였다.

7년 동안 사용해서 손에 익숙한 무기였다.

도축칼은 꺼내지도 않았다.


“오! 우리 동네 양치기가 저런 것을 들고 다녔지. 그걸로 늑대 꽤나 때려잡고 다녔는데. 형씨도 제법 하겠네.”


그는 내게 대놓고 친근하게 굴었다.

나중에는 고향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과일까지 내게 권했다.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부탁할 것이 있는 사람이 흔히 보이는 태도였다.

결국 나는 대놓고 물어보았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지?”


“형씨. 타넬론에 처음 오는 신입들을 등쳐먹는 작자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


“대충 그런 인간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


내가 이 세상, 테라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은 유토피아에 근거한다.

그에 따르면 타넬론은 미궁 도시다.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하고 복잡한 던전에 기대어 발달한 거대 도시이며 도시의 모든 것을 미궁에 의지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생명을 희생하며 성장한 도시이기도 하다.

유토피아에서도 타넬론은 무수한 뉴비를 잡아먹었다.


현대인은 대부분 폭력과 거리가 멀다.

일부 선진국처럼 치안이 좋은 곳이 아니라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을 기준으로 생각해도 그렇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당기는 것을 폭력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이상하지 않을까?

미사일 버튼을 누르는 것이나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나 목표를 실제로 눈으로 보느냐 보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도구를 작동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칼이나 도끼를 들고 적과 맞상대해서 죽이는 것을 폭력이 아니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무지막지한 자유도를 자랑하는 유토피아에서도 칼같은 무기를 들고 날뛰는 자들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았다.

실제로 죽이는 것도, 죽임을 당하는 것도 아님을 알지만 그 과정에서의 고통과 충격은 별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하고 힐링하고 장사하고 놀고 사랑하는 것이 유토피아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덕분에 나같은 사람이 유명해지고 이름값만으로도 먹고 살 정도가 되기는 했다.


그런데 사람을 상대로 하지 않는다고 해도 전투 중에 충격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타넬론의 던전에 환상을 가지고 달려들었던 현대인들은 피가 튀기고 팔다리가 날아다니는 잔혹한 전투를 겪고는 기겁하며 도망치곤 했다.

유토피아가 유통되던 초기에는 아예 유토피아를 지우고 다시는 가상현실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속출했다.

액션 배우로 유명했던 이가 미궁에서 냉병기를 들고 마물을 상대했다가 PTSD에 걸려서 유토피아 사를 고소했던 것은 유명한 스캔들이었다.

그래서 미궁도시 타넬론이 뉴비를 잡아먹었다는 이야기가 밈처럼 쓰이곤 했다.


그래도 게임은 게임이었다.

폭력에 적응한 사람들은 진짜 죽음이 없기에 두려움 없이 미궁을 헤매고 다녔다.

죽어도 몇 시간의 핸디캡이 전부일 뿐이니 그럴만했다.

나중에 그들은 유토피아의 광고판이 되어서 도망친 뉴비를 대신할 무수한 뉴비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가상현실 속의 폭력에 적응한 자들을 지구의 가상현실 게임인 유토피아가 아니라 이 세상에 데려다 놓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여전히 용감하고 무모하게 몸을 던질까?

멋지게 한마디 던지며 자신을 희생할까?


설마 그럴 리가.

안전을 위해 온갖 궁리를 할 것이다.

비겁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생명은 하나니까.


타넬론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입을 미끼로 이용해 먹는 일은 너무 흔해서 이야기도 되지 않을 정도다.


“어디나 텃세는 있으니까 몇 년 정도 시키는대로 구르면서 고생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 쳐. 하지만 위험할 때 신입을 마물에게 던져주고 도망치는 것은 선을 넘는 일이지.”


자신을 네드라고 소개한 시골뜨기 총각은 신입을 이용해 먹는 치사한 타넬론의 용병들을 거론하며 열을 올렸다.

그러다가 결국 본론을 꺼냈다.


“고향 형님이 날 불러서 가는 거거든. 몇 년 전에 상경하신 분인데 마음이 아주 넓으신 분이지.”


고향 형님에 대한 칭송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결론은 예상대로였다.

그러니까 영입제안이었다.

고향에서 와야 할 사람은 둘.

그런데 한 명이 도중에 겁을 먹고 돌아간 것이다.

하늘같은 고향 형님의 호출에 따르기 위해서 한 명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 네드는 전전긍긍하다가 나를 찍은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나야?”


“그 지팡이에 손때가 반질반질 하더라고. 목동이면 기본은 할 텐데, 지팡이도 오래 쓴 것을 보면 실력이 괜찮겠다고 생각했지. 같이 할래?”


눈치가 제법이었다.

이런 인간은 비명횡사도 쉽지 않다.


그리고 고향 형님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 한 가족처럼 지내는 시골 마을을 생각해보면 고향 동생을 함부로 죽을 자리에 내보내지는 않을 것 같았다.

소모품으로 갈린다고 하더라도 아예 모르는 사이보다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다 싶으면 떠나면 그만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드를 맞이하러 역사로 나온 고향 형님은 건장한 덩치였다.

이십대 초반 정도.

하지만 나이에 비해 노련한 느낌이 들었다.

풋내가 풀풀 풍기는 네드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형님. 접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촌스럽게 고함지르지 마. 네드. 그런데 옆에는 누구야?”


“열차에서 사귄 친굽니다. 이 친구도 여기에 돈 벌러 온다고 해서 일단 끌고 왔습니다. 실력도 성품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


네드의 말에 고향 형님은 나를 가늠하듯 지그시 노려보았다.

사기꾼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하지만 곧 눈을 돌리더니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일단 둘 다 따라와라.”


역사 밖으로 나와서 본 타넬론에는 여러 개의 마천루가 솟아 있었다.

유토피아에서 보았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광경이었다.


* * *


천장에 매달려 있는 촌장을 향해 한 동이의 물이 쏟아졌다.

피와 물이 섞여서 붉게 물든 바닥이 깨끗하게 쓸려나갔다.


“레온티우스 님의 행방에 대해 아직도 아는 것이 없나?”


“정말, 정말 아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촌장은 고문으로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저 정도로 망가진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두 차례에 걸쳐 여객 마차를 타고 이동한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염소 가죽을 요금으로 내셨더군. 우리가 확인한 것은 거기까지다. 무엇이든 우리가 그분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기억해낸다면 아직 살아있는 자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지.”


“생, 생각하겠습니다. 제발.”


“너무 늦기 전에 생각해 내는 것이 좋을거야. 마을 놈들 중 절반은 이미 죽었으니까. 불경한 놈들. 감히 그분께 손찌검을 해!”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말에 촌장은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촌장의 상태에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화가 치밀어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옆에 있는 탁자를 하나 박살을 내버렸다.


“쉐이드 소속의 더러운 놈을 믿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래서는 정말 해변에서 바늘찾기를 해야 할 판이니.”


그뒤로도 검은 옷의 남자는 한참이나 촌장을 고문했다.

그가 고문을 멈추고 마음을 가라앉힌 것은 부하가 가져온 문서를 받은 후였다.

그날 출발한 열차들의 행선지를 모두 추린 문서였다.

행선지 중에는 타넬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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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나는 누구인가? +31 24.09.11 4,588 145 13쪽
21 21. 상태창 해금의 조건 +10 24.09.10 4,597 161 12쪽
20 20. 싸움은 마석으로 하는 것 +8 24.09.09 4,653 186 12쪽
19 19. 미궁 지하 깊은 곳에서 온 자들 +17 24.09.08 4,814 186 11쪽
18 18. 지도에 표시된 곳 +8 24.09.07 5,068 181 12쪽
17 17.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면 +6 24.09.06 5,163 190 12쪽
16 16. 다시 미궁으로 +16 24.09.05 5,226 176 12쪽
15 15. 동료? +22 24.09.04 5,422 191 12쪽
14 14. 보물은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보물이다 +12 24.09.03 5,448 210 12쪽
13 13. 마석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 +13 24.09.02 5,430 204 12쪽
12 12. 미궁 지하 2층 +7 24.09.01 5,584 212 12쪽
11 11. 미궁 지하 2층을 가기 전에 +17 24.08.31 5,651 212 12쪽
10 10. 첫 번째 단독 사냥 +13 24.08.30 5,775 212 12쪽
9 9. 단독 탐색 준비 +10 24.08.29 5,846 213 12쪽
8 8. 아무래도 독립해야겠는데 +10 24.08.28 6,083 216 12쪽
7 7. 테스트 +6 24.08.27 6,384 213 12쪽
6 6. 미궁 지하 1층 +17 24.08.26 6,935 229 11쪽
5 5. 시작은 파티부터 +9 24.08.25 7,854 248 13쪽
» 4. 미궁도시 타넬론 +21 24.08.24 8,641 258 12쪽
3 3. 떠나야 할 때 +15 24.08.23 8,716 272 13쪽
2 2. 밧줄을 끊은 코끼리 +8 24.08.22 9,616 27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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