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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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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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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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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보물은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보물이다

DUMMY

14. 보물은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보물이다


추적은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추적한답시고 그들이 달려간 방향을 향해 뛰어가는 것 같은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흔적을 찾으며 걸을 뿐이었다.

주변 경계도 빼먹지 않고 말이다.


미궁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마석을 캐기 위해서 미궁을 오갈 뿐, 미궁의 원래 거주민은 마물이다.

인간에 대한 공격성을 제외하면 야수나 다름없는 마물도 있고, 인간 못지않은 지능을 가진 마물도 존재한다 .

특히, 미궁 지하 2층은 매목과 암습을 주특기로 삼는 고블린이 출몰한다.


그런 곳에서 무턱대고 달리며 고함까지 질러댄다고?

자살 행위다.

어그로가 끌려도 단단히 끌릴 것이다.


내가 왜 지하 2층에서 활동하려고 하는 건데?

지하 1층보다 훨씬 많은 마물을 잡을 수 있으니까 무리해서라도 내려오려는 거다.

그 말은 1층에 비해 마물을 자주 마주친다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어그로가 끌린다면 사방에서 마물들이 달려들 것이 너무도 명명백백하지 않을까?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가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용병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도망친 짐꾼을 따라 달려갔던 용병들 중의 하나였다.

시체가 훼손된 모양으로 보니 모드하운드에 의해 공격당한 것이 분명했다.

다른 이들은 계속 달려간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남보다 뒤처졌던 용병이 기습을 당한 것 같았다.


둘이 도망치고, 셋이 뒤를 쫓았다.

그리고 추격자 중 하나가 여기서 죽었다.

지하 2층의 마물이 3~5마리 정도로 몰려다닌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사람들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았다.

두 명의 도망자와 두 명의 추격자가 공평하게 네 명의 도망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람과 마물이 남긴 흔적을 쫓아 계속 이동했다.

사람이든 마물이든 한바탕 주변의 어그로를 끈 이후일 테니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추적은 훨씬 조심스러워졌고, 의심스러울 때는 일단 멈춰서 주변 수색부터 했다.

덕분에 거의 반나절이 지난 후에야 추적을 끝낼 수 있었다.


20평쯤 되는 막다른 공간에 찢어진 옷과 신발들이 흩어져 있었다.

반면에 시체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흠칫할 정도로 많은 피가 바닥에 흘러 있었다.


아마 고블린의 습격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들은 고기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사람이든 동족이든 죽은 시체는 모조리 토막 쳐서 챙겨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면 추격은 실패다.

이들이 마석을 어디서 어떻게 얻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하는 수 없이 남아있는 옷과 신발을 뒤적이며 남아있을지도 모를 단서를 찾으려고 했다.

혹시 일기라든가, 아니면 유언이라도 한마디 남겨놨을지 모른다는 가느다란 희망으로 냄새나는 신발까지 꼼꼼하게 뒤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거 3명분이잖아!


찢어진 옷을 모으고, 신발도 모았다.

확실했다.

한 명이 빈다.


나는 즉시 주변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참 떨어진 곳에 피가 흘러있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냄새도.


익숙한 냄새였다.

발효한 암내같은 불쾌한 냄새.

조난당한 용병들을 만났을 때 풍기던 냄새가 허공에 흐르고 있었다.

이것은 근처에 마지막 용병이 숨어있음을 의미했다.


혹시 모를 기습을 우려한 나는 조심스럽게 근처를 수색한 끝에 결국 마지막 도주자를 찾을 수 있었다.

겁먹었다는 말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행동했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마지막 도주자는 시체가 되어 있었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어떻게 발견했는지, 한쪽 구석의 조그만 공간에 몸을 억지로 비틀어 쑤셔넣고, 앞에는 작은 바위와 돌을 끌어다가 입구를 막아버리기까지 했다.

만약 냄새가 나지 않았다면 절대로 발견하지 못했을 장소였다.


죽은 이는 파티장이었다.

그가 웅크리고 앉아있는 아래로는 피가 웅덩이져 있었다.

그를 끌어내어 살펴보니 허벅지에 칼로 그은 열상이 길게 나 있었다.

이 정도의 상처를 허벅지에 입었다면 동맥 손상이다.

출혈 과다로 사망하기까지 한두 시간 정도?

정말 얼마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기대를 가지고 파티장의 옷을 벗기며 조사를 시작했다.

과연 내 기대는 배반당하지 않았다.

지갑을 겸하는 허리띠 속에 지도 하나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지도 뒤편에는 지도에 대한 ‘설명으로 보이는 문자’가 하나 가득 쓰여 있었다.


설명으로 보이는 문자.

······

나, 문맹이네!!!

아무리 시골 촌구석에서 염소치기로 살았다고 하지만, 문자도 배우지 않았다니!


나도 모르게 마른세수를 했다.


한국인이 글을 읽지 못한다니 이게 또 무슨 병신같은 상황이지?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있었던 나는 또 뭐고?

아무리 시골에서 고아로 살았다고 해도 전생을 기억해 냈으면 당연히······

미치겠네.


문맹으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글을 익혀야 한다는 자각도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실제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술집에서 정체모를 여자와 타넬론의 경제와 전망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학부시절에 배운 얕은 지식과 얻어들은 잡지식만으로도 그럭저럭 이야기가 통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나는 지구쪽 기억과 정체성이 나를 정의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유토피아 사와의 계약을 중시하고 인벤토리에도 집착한 것이겠지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어이없게 한 방을 맞고 보니, 17살 염소치기 소년으로의 정체성이 의외로 강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조금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어쨌든 목표한 것은 찾았다.

지도를 챙긴 나는 시체를 다시 원래의 공간에 밀어 넣었다.

그는 마물에게 죽었으니 미궁이 데려갈 것이다.


마석을 숨겨둔 장소로 돌아가는 길은 더욱 조심했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상금을 찾으러 가는 도중에 조심하는 느낌으로 움직였다.

중간에 어슬렁거리는 진흙슬라임을 몇 마리 처리할 때도 과감함을 버리고 조심조심 상대했다.


꼬박 하루가 지난 후에야 마석을 숨겨놓았던 장소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다행히 묻어놓은 마석은 그대로였다.


시간을 끌 것도 없겠다는 생각으로 마석을 앞에 둔 후 상태창부터 불러냈다.

예상대로 인벤토리에는 불빛이 들어와 있었다.

마석을 발견했던 일곱 명의 일행이 모두 사망하자, 내가 마석의 소유주로 인정받은 것이다.

아니면, 내가 마석의 소유자라고 스스로 납득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 마석이 내 소유가 되었는지 이유를 따지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인벤토리 확장을 할 수 있는 마석을 확보했다는 것.

그게 중요했다.


인벤토리는 10칸.

그리고 내 계산이 맞다면, 10칸을 모두 확장하기 위해 필요한 마석의 숫자는 다음의 수열에 따른다.


0, 1, 1, 2, 3, 5, 8, 13, 21, 34.


지금까지 확장에 사용한 것은 3개까지.

모두 5칸을 확장한 상태였다.

이번 기회에 나머지 5칸도 모조리 확장할 생각이었다.


불빛이 들어와 있는 인벤토리에 손을 대는 순간, 확장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확장된 인벤토리에 새롭게 불빛이 들어와 있었다.

계속 확장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나는 차례대로 10번째 인벤토리까지 확장을 계속했다.


10번째 인벤토리의 확장이 이루어지자 인벤토리 가장자리를 밝히던 불빛이 사라졌다.

혹시나 싶었지만, 인벤토리를 확장하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내가 인벤토리 10칸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까지 사용한 마석은 모두 합쳐서 88개였다.

만약 사냥으로 마석을 확보할 생각이었다면, 2층에서도 반년은 걸릴 만한 분량이다.

중간에 요양이 필요한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반년이 일년이나 이년으로 늘어나는 것도 금방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이 정도 양의 마석이 손에 들어온 것은 정말 행운이라는 말 밖에 할말이 없었다.


혹시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설마 그럴 리가.

그랬다면 상태창도 반응했겠지.

레벨을 조정할 수 있게 해 준다든가,

창고를 열 수 있게 해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마석의 숫자를 헤아려보니 1,700개를 살짝 넘는 숫자였다.

무게는 대략 40kg 정도.

마석 1개를 3백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두 개의 배낭에 나눠담은 마석은 합쳐서 모두 50억 원에 달하는 가치를 가지는 셈이다.


그런데 상태창은 내가 1,700개가 넘는 마석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창고 메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상태창은 내게 50억을 과금해도 부족하다고 말하는 셈이었다.


인벤토리는 맛보기였던 건가.

젠장.

나는 아랍 석유 부자가 아니라고!


흥분을 가라앉히고 인벤토리 내부의 아이템을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자동 회수 옵션이 붙어 있는 투척 도끼,

확대 옵션이 붙어 있는 방패,

응급 패치 옵션이 붙어 있는 팔 보호대와 다리 보호대,

그리고 능동방어장치.


인벤토리 한 칸에 하나씩 넣을 수 있는 아이템은 내가 넣어두었던 그대로였다.

나는 하나씩 꺼내서 기능을 확인하며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해 보았다.

테스트에 사용할 마석은 충분했다.


테스트까지 마친 나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곧장 지상으로 향했다.

지도는 인벤토리에 넣었고, 다시 찾은 무구 역시 대부분 다시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미궁에 들어올 때와 거의 다른 점이 없는 모습으로 다시 나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마석 역시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음식과 물을 대량으로 가지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라서 그 정도의 부피와 무게를 가진 배낭은 흔하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는 않을 것이다.


미궁에서 나가면 당분간은 다시 미궁에 들어올 생각이 없었다.

준비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문맹부터 어떻게 해야 했다.

문맹이라니.

자존심이 있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수치였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지도의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에서 읽어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아무리 조각조각 나누어서 읽어달라고 해도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누군가가 엉뚱한 짓을 벌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사회적 지위라는 것이 별 볼 일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미궁을 돌아다니며 마석을 캐는 용병을 무기를 든 예비범죄자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고, 사실 그게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용병을 어떻게 신뢰하나?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었다.


미궁의 상황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칠고 살벌했다.

용병 특유의 인사법이 있을 정도로 특이한 환경이라는 것을 진작에 이해했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했다.

아니, 지구쪽의 선입견이 강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그쪽은 게임이었으니까.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적어도 뒤를 맡겨도 괜찮을 사람.

어디서 그런 사람을 사 오기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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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나는 누구인가? +31 24.09.11 4,588 145 13쪽
21 21. 상태창 해금의 조건 +10 24.09.10 4,596 161 12쪽
20 20. 싸움은 마석으로 하는 것 +8 24.09.09 4,652 186 12쪽
19 19. 미궁 지하 깊은 곳에서 온 자들 +17 24.09.08 4,813 186 11쪽
18 18. 지도에 표시된 곳 +8 24.09.07 5,068 181 12쪽
17 17.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면 +6 24.09.06 5,162 190 12쪽
16 16. 다시 미궁으로 +16 24.09.05 5,223 176 12쪽
15 15. 동료? +22 24.09.04 5,419 191 12쪽
» 14. 보물은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보물이다 +12 24.09.03 5,447 210 12쪽
13 13. 마석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 +13 24.09.02 5,429 204 12쪽
12 12. 미궁 지하 2층 +7 24.09.01 5,584 212 12쪽
11 11. 미궁 지하 2층을 가기 전에 +17 24.08.31 5,649 212 12쪽
10 10. 첫 번째 단독 사냥 +13 24.08.30 5,774 212 12쪽
9 9. 단독 탐색 준비 +10 24.08.29 5,843 213 12쪽
8 8. 아무래도 독립해야겠는데 +10 24.08.28 6,078 216 12쪽
7 7. 테스트 +6 24.08.27 6,384 212 12쪽
6 6. 미궁 지하 1층 +17 24.08.26 6,935 229 11쪽
5 5. 시작은 파티부터 +9 24.08.25 7,851 248 13쪽
4 4. 미궁도시 타넬론 +21 24.08.24 8,635 257 12쪽
3 3. 떠나야 할 때 +15 24.08.23 8,712 272 13쪽
2 2. 밧줄을 끊은 코끼리 +8 24.08.22 9,612 27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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