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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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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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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미궁 지하 2층을 가기 전에

DUMMY

11. 미궁 지하 2층을 가기 전에


일주일간의 미궁 탐색으로 벌어들인 마석의 숫자는 4개였다.

인벤토리를 확장하는 데 보태느라고 2개를 썼고, 도약 옵션이 있는 신발의 도약 기능을 쓰느라고 1개를 추가로 사용했다.


신발의 도약 기능을 쓰는데, 왜 마석을 사용하냐고?

그거야 유토피아 사 놈들이 돈미새니까 그렇지!


기본 시스템은 무료로 제공했지만, 사소한 것까지 모조리 추가 요금을 받아먹었던 게 유토피아 사 놈들이다.

참수도에 걸려 있는 파괴불가 옵션처럼 지속효과라면 모를까, 신발에 걸려 있던 도약 옵션같은 액티브 기능은 당연하다는 듯이 사용할 때마다 추가 요금을 내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30미터를 두 번 뛰었다고 마석 1개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바가지인지······

물론 마석 1개를 통째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그랬으면 당장 신발을 벗어 버렸겠지.

선불 충전식으로 마석을 가져가는 모양인지 아직 몇 번 더 도약이 가능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대략 8번 정도 남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마석 1개에 10번은 도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쨌든 선불 충전으로 마석 1개를 통째로 가져간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 결과가 마석 1개다.

1주일 동안 미궁을 가로지르며 마물을 잡았건만 내 손에 남은 것은 마석 1개뿐.

이걸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다음 탐색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별문제 없겠는데?


마석 1개의 가치는 절대로 적지 않다.

중산층의 한 달 생활비인데 그게 적을 리가.


혼자 사는 남자에게 마석 1개?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흥을 즐기는 것도 아니다.

식당에서 밥 사 먹고, 깨끗한 장소에서 잠을 자는 것이 지출의 전부다.

무구 중에서 파손된 것도 없고, 손질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다.


탐사 준비?

소모품이야 식량뿐인데 인벤토리 안에 든 페미컨과 물은 아직도 몇 개월은 충분히 사용할 분량이다.

천막 대용 옷 같은 것은 세탁 후 다시 사용하면 된다.


며칠만 쉬면서 재정비한 후 다시 미궁으로 들어갈 것을 생각하면, 마석 1개는 충분하다를 넘어 낭비를 해도 될 정도다.


그러면 좀 더 좋은 숙소에서 지내도 되겠네!


나는 즉시 따뜻한 목욕물과 두 끼의 식사가 제공되는 여관으로 숙소를 옮겼다.


그다음으로 간 곳은, 내가 나온 미궁 출입구 근처에 있는 대형 술집 겸 식당이었다.

주로 미궁에서 활동하는 용병들을 손님으로 받는 곳으로, 그 출입구를 통해 오가는 용병들이 다수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곳에 간 것은 나에 대한 소문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이유야 어쨌든 오랫동안 미궁에서 활동해 온 것으로 생각되는 범죄자들을 셋이나 죽였다.

당연히 그들의 동료도 있을 것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죽은 자들의 동료였다.


직접적인 목격자는 없었지만, 내가 사건의 현장으로 가는 것을 본 자들이 존재한다.

그것도 최소한 둘.

나에 대한 정보가 알려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새 무기와 새 갑옷을 걸친 젊은 놈이 그즈음에 근처를 지나갔다 같은 정보 말이다.


그래서 나는 놈들을 죽인 후 시체는 물론이고 그들의 무기나 소지품까지도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동전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함부로 놈들의 소지품을 전리품으로 가져갔다가 추적이라도 당하는 것은 사양이었기 때문이다.

아는 놈들끼리는 알아보는 표식이라도 무기 같은 것에 새겨져 있으면 귀찮게 된다.


물론 복수는 걱정하지 않았다.

쓰레기는 쓰레기끼리 모이는 법.

놈들의 동료가 있어도 아마 복수할 의지 따위는 있지도 않을 거다.

대신 뭔가 먹을 것이 있을까 싶어서 어슬렁거리다가 만만하다 싶으면 협박하거나 해코지하려고 하겠지.


그래서 나는 죽은 놈들의 동료들이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했다.

놈들의 죽음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했다.


지구였다면 뉴스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확인하고, 탐정도 쓰면서 상황을 파악하겠지만, 이곳의 문명 수준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는 아직 멀었다.

한 200백 년쯤?

그러니 정보의 주된 교류처는 술집이 될 수밖에 없다.

클럽이나 살롱처럼 폐쇄적인 곳에서는 더 은밀하고 중요한 정보가 돌아다니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언감생심, 감히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런 양아치들에 대한 정보가 그렇게 중요한 정보도 아닐 테고 말이다.


식사할 생각까지는 없었던 나는 바 테이블 앞에 앉아서 바텐더의 응대를 기다렸다.

장년의 바텐더는 귀밑의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한 사람이었다.

그는 무료로 제공하는 손님맞이용 소다수를 내 앞에 놓으며 부드럽게 말을 걸어왔다.


“처음 보는 얼굴이로군.”


“앞으로 자주 볼 얼굴일 겁니다. 내 이름은 레온. 스팀 브랜드 한 병을 새로 따서 한 잔 부탁합니다. 나머지는 보관해 주세요.”


“새로운 단골이시군. 오랫동안 볼 수 있기를 바라겠네.”


나는 바텐더가 준 술잔을 홀짝거리며 귀를 쫑긋 세웠다.

술집 안에서 돌아다니는 온갖 소문이 내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 * *


레온이 파티를 나간 후 빅터는 새로운 파티원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은 이미 속해 있는 곳이 있고, 쉽게 데려올 수 있는 사람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초짜를 키우기에는 신뢰가 없었다.

실력과 인성 양쪽 모두 말이다.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것이 사람을 대하는 그의 기본적인 관점이었다.


개릿이 보증하는 고향 동생을 데려오면서 얼떨결에 함께 딸려 온 레온 같은 경우는 그의 평소 생각과 어긋나는 경우였다.

둘 다 개릿의 고향 동생이라고 오해하지 않았다면, 아예 받아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너무나 괜찮은 인재였다.

키워봐야겠다는 욕심이 날 정도였다.

이쪽 업계의 맛만 보고 독립하겠다고 나가버린 것이 아쉽기만 했다.


“그러길래 진작에 계약으로 묶어놓자고 했잖습니까?”


“길드의 해산과 장례식이 겹쳐서 정신이 없었잖은가. 정식으로 파티도 등록하고 계약도 하려고 하던 때에 나가 버리다니. 거 원 참.”


“이렇게 아쉬워하실 거였으면 레온이 나가려고 할 때 좀 잡으시잖고요!”


툴툴거리는 빅터를 참지 못하고 퍼시발이 한소리했다.

하지만 빅터는 퍼시발과 생각이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그건 아니야. 나도 억지를 써서라도 잡을까 했는데, 이미 결정을 내린 눈빛이더라고. 그거 억지로 잡으려고 해 봐야 감정만 상해.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통 크게 보내주는 것이 차라리 나아. 내가 축하금까지 준 이유가 뭔데. 그거 다 앞으로 잘 지내자는 뇌물이야.”


“레온을 높게 평가하시나 봅니다?”


“그래. 그 녀석, 길드장을 연상시키더군. 이제는 미궁이 데려간 사람이기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젊은 시절의 길드장이 생각나더라고. 차이가 있다면 레온, 그 녀석은 좀 음흉스럽지. 숨기는 것이 많은 놈이야. 그래서 더 미래가 기대돼. 적어도 길드장보다는 오래 살겠지.”


타넬론에 있는 길드의 숫자는 대략 500여 개.

길드랍시고 불과 서너 명이 모여서 소꿉장난을 하는 곳도 있지만, 미궁에 들어갈 수 있는 용병만 따져서 30명은 넘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길드 취급을 해준다.

그중에서도 붉은 늑대 길드는 전투원만해도 100명이 넘는 중견 길드였다.


“하지만 미궁을 탐색하는 용병에게는 유혹이 많지요. 내가 알던 장래가 유망한 용병들 중에서 여자나 도박으로 신세를 망친 용병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건 그렇지. 나도 기억나는 놈이 몇 있네. 오르지도 못할 나무를 바라보다가 골로 간 놈도 있었지. 레온의 나이면 여자가 가장 위험하겠군.”


* * *


출입구 근처의 술집에 온 보람이 있었다.


내가 죽인 셋이 나름대로 유명세가 있는 자들이었는지, 술집에 있는 용병들 중 여럿이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술잔을 들고 생각이 잠긴 얼굴로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온통 정신이 그들의 대화에 쏠려 있을 때였다.


“옆에 앉아도 돼?”


갑자기 들려온 이질적인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

붉은 머리가 인상적인 여자였다.

얼굴은 아직 어린 티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몸매가 보통이 아니었다.

옛날식 표현으로 하자면 전형적인 베이글 타입이었다.


그런데 내게 왜 저런 질문을 하지?

그냥 앉으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물음표를 담은 눈빛을 바텐더에게 향했다.


“바 테이블 앞의 좌석에 앉으려면 주문을 해야 하네. 아가씨는 자네에게 한잔 사라고 말하는 거지.”


비로소 벽에 서 있는 여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벽에 서 있는 여인들에게 말을 거는 남자들도.

테이블에 앉아서 용병들과 어울리고 있는 여인들의 미모나 노출이 평균을 넘는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니까 영업을 하는 여자들이다.

술집의 매출을 올려준 후 매출의 일부를 나눠 받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아예 개인영업을 뛰기도 한다.

어느 시대나, 어디에나 존재하는 직업이었다.

타넬론처럼 돈이 흘러다니는 도시에서는 더욱 성행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기도 하다.


“앉아요.”


“고마워요. 저도 같은 것으로 줘요. 코르부스.”


옆에서 좋은 냄새가 흘러왔지만, 내 신경은 여전히 용병들의 대화에 쏠려 있었다.


“그래서 누가 죽인지는 모른데?”


“미궁에서 벌어진 일을 누가 알겠냐. 그놈들을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원체 많았으니 그들 중 누군가가 죽였겠지.”


“그렇다고 그냥 모르겠다고 넘어가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그놈들끼리는 어지간히 의리의리 거렸잖아.”


“그래서 죽은 놈들 소지품을 팔던 용병의 목을 매달았다고 하더라.”


“소지품을 팔았다고?”


“그래. 물정 모르는 병신이 죽은 놈들 속옷까지 깔끔하게 벗겨가서 팔다가 걸렸단다. 그것도 출구 근처의 상가에서 팔려고 해서 바로 직통으로 걸렸다나.”


“무슨 그런 멍청한 짓을. 차라리 미궁관리청에 신고를 하지.”


개인의 불행은 다수의 가십이 되는 법이다.

미궁을 탐색하는 용병의 윤리관에 따르면 멍청한 짓을 하는 용병은 죽어도 된다.

동료들을 위험하게 할 테니까.


“한 잔 더.”


나는 욕심 때문에 멍청한 짓을 한 병신을 위해 술잔을 들었다.

내가 그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딱 그 정도였다.


“나도 한 잔 더. 그런데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우울해 보여요.”


“글쎄. 옆에 앉은 미인이 내게 관심을 안 보여서 우울한가?”


“뭐래. 우리 할아버지같이 말해.”


“윽. 이건 치명상인데.”


붉은 머리 아가씨는 괜찮은 대화상대였다.

처음에는 머리를 비우고 온갖 뻘소리를 해대며 낄낄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타넬론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과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심지어 이 아가씨, 타넬론의 산업 동향이나 통계까지 줄줄 튀어나온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느새 눈빛이 살벌하게 변한 나를 본 붉은 머리 아가씨는 가볍게 내 어깨를 토닥였다.


“난 그냥 기분전환하러 나온 거예요. 나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남자들이 온갖 헛소리를 하며 과시하는 것이 재미있거든요. 원숭이 재롱을 보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레온은 다른 의미로 재미있었어요.”


“우연이라는 겁니까?”


“그래요. 우연.”


그 말을 끝으로 붉은 머리 아가씨는 술집을 떠났다.


이틀 후 나는 미궁 지하 2층으로 향했다.

이번 여정은 보름.

마석을 잔뜩 캐올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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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다시 미궁으로 가기 전에 +6 24.09.13 3,667 143 12쪽
23 23. 돌파구 +5 24.09.12 4,050 145 12쪽
22 22. 나는 누구인가? +31 24.09.11 4,588 145 13쪽
21 21. 상태창 해금의 조건 +10 24.09.10 4,597 161 12쪽
20 20. 싸움은 마석으로 하는 것 +8 24.09.09 4,653 186 12쪽
19 19. 미궁 지하 깊은 곳에서 온 자들 +17 24.09.08 4,814 186 11쪽
18 18. 지도에 표시된 곳 +8 24.09.07 5,068 181 12쪽
17 17.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면 +6 24.09.06 5,163 190 12쪽
16 16. 다시 미궁으로 +16 24.09.05 5,225 176 12쪽
15 15. 동료? +22 24.09.04 5,421 191 12쪽
14 14. 보물은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보물이다 +12 24.09.03 5,448 210 12쪽
13 13. 마석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 +13 24.09.02 5,430 204 12쪽
12 12. 미궁 지하 2층 +7 24.09.01 5,584 212 12쪽
» 11. 미궁 지하 2층을 가기 전에 +17 24.08.31 5,651 212 12쪽
10 10. 첫 번째 단독 사냥 +13 24.08.30 5,775 212 12쪽
9 9. 단독 탐색 준비 +10 24.08.29 5,846 213 12쪽
8 8. 아무래도 독립해야겠는데 +10 24.08.28 6,083 216 12쪽
7 7. 테스트 +6 24.08.27 6,384 213 12쪽
6 6. 미궁 지하 1층 +17 24.08.26 6,935 229 11쪽
5 5. 시작은 파티부터 +9 24.08.25 7,853 248 13쪽
4 4. 미궁도시 타넬론 +21 24.08.24 8,640 258 12쪽
3 3. 떠나야 할 때 +15 24.08.23 8,716 272 13쪽
2 2. 밧줄을 끊은 코끼리 +8 24.08.22 9,616 27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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