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게임에 환생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타자씨
작품등록일 :
2024.08.14 10:57
최근연재일 :
2024.09.18 23:42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60,698
추천수 :
5,488
글자수 :
156,335

작성
24.09.06 23:01
조회
5,165
추천
190
글자
12쪽

17.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면

DUMMY

17.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면


이번 미궁행의 목적지는 미궁 지하 2층이었다.

미궁 1층에서 하루, 미궁 2층에서 엿새.

모두해서 일주일 예정으로 잡았다.

손을 맞춰 보는 목적이 절반, 지도가 맞는지 조사하려는 목적이 절반이었다.


엘리너는 십륜기사회에서 훈련삼아 몇 차례 미궁에 내려가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며칠 동안 지하 1층을 돌아다니며 마물을 사냥한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문외한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내 준비를 보고 의아하다는 듯 물어왔다.


“나는 당신이 미궁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익숙하지 않아. 몇 번 가보지 못했으니까.”


내 대답에 엘리너는 한 번 더 돌려서 묻지 않았다.

자신의 의문을 그냥 돌직구로 던졌다.


“나도 미궁은 익숙하지 않다. 그래도 이 정도의 물과 식량으로 두 사람이 일주일을 지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정도는 안다.”


“맞아. 그렇지.”


“무슨 생각인가?”


나와 엘리너가 함께 생활하고, 훈련하고, 공부한 것이 벌써 보름이 다 되어간다.

그 정도면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만한 기간이다.

이 사람의 성격이 어떻고, 어떤 성향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말이 없더라도 행동하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어느 정도는 유추해 낼 수 있다.


“내가 엘리너, 당신을 위험한 일에 미끼로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 이 정도의 물과 식량이면 둘은 불가능하겠지만 혼자서는 돌아오기에 충분한 양이잖아.”


“설마 그럴 리가. 내 눈은 옹이구멍이 아니다. 처음에는 당신의 의도에 대해 의심했지만, 당신이 악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 수 있었다.”


“나를 높이 평가해 줘서 고맙군.”


엘리너가 나를 평가했듯, 나 역시 엘리너를 평가했다.

이 여자는 그냥 기사였다.

낡고 오래된 가치를 체화한 기사.

마석이 욕망의 대상이 된 대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십륜기사회라는 소규모 공동체에서 살아온 수도자나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엘리너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작은 이익 때문에 내 뒤통수를 칠 정도로 얕은 사람은 아니었다.

아주 큰 이익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하지만 ‘아주 큰 이익’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마찬가지 아닌가?

어느 정도가 ‘아주 큰 이익’인지가 각자 다를 뿐이지.


나는 인벤토리에서 물을 밖으로 흐르게 했다.

물을 컵에 받아서 그녀에게 건넸다.

허공에서 졸졸 흐르는 물이 마법처럼 보였다.


“당신 마법사였나? 아니, 마법에 그런 것도 있었나?”


“임의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가지고 있을 뿐이야. 물과 식량을 그곳에 보관하고 있지.”


이번에는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있는 페미컨을 조금 떼어서 엘리너에게 주었다.

종이처럼 얇게 잘라서 말린 소고기, 견과류, 열을 가해 바싹 말린 과일을 갈아서 가루로 만든 후 소의 지방을 녹인 기름에 섞어서 굳힌 보존식이었다.

맛은 상당히 괜찮다.

보존식치고는 너무 맛있어서 문제라고 할 정도니까.


“맙소사. 마법사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내가 알기로는 타넬론에 마법사라고 할 만한 사람은 셋에 불과하다. 그나마 한 명은 견습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여기에 마법사가 있었다니.”


“이것도.”


이번에는 소금까지 섞어서 만든 일종의 미숫가루였다.

물을 담은 컵에 곡식가루를 부은 후 휘휘 저어서 건넸다.

그녀는 미숫가루 탄 물까지 단숨에 들이킨 후 내게 말했다.


“당신이 마법사라는 비밀을 숨기고 있었던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 맹세하겠다. 내게서 당신의 비밀이 새어 나가는 일은 없을 거다.”


“고맙군.”


마법사.

그것도 나쁘지 않은 껍질이다.

나는 마법사가 아님을 구태여 그녀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미궁을 돌아다니는 것 자체는 하나일 때나 둘일 때나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두 명이 함께 움직이니, 혼자서 돌아다닐 때보다는 어그로가 훨씬 덜 끌렸다.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진 느낌이랄까?


혼자서 돌아다닐 때는 이놈을 털어먹어도 괜찮을지 사냥감으로 탐색하는 느낌이었다면, 둘이 함께 다닐 때는 고의적인 무관심이 대부분이었다.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충돌을 피하려는 이유에서다.

하나는 만만해서 들이댈만 하지만, 둘부터는 자신도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하자는 뜻이겠다.


진작에 이럴걸.

정신적으로 좀 더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물 사냥이 쉬워졌다.


“앞에 모드하운드 넷.”


“버텨!”


양손에서 투척용 도끼가 날아갔다.

총알같은 속도로 달려드는 모드하운드는 위협적이었지만, 정직하게 일직선으로 달려드는 모습은 도끼를 던지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두 마리가 동시에 도끼를 이마에 맞고 달리던 관성으로 인해 앞으로 미끄러지면서 뒹굴었다.

그러나 같은 무리의 죽음에도 상관없다는 듯 남은 두 마리는 침이 뚝뚝 떨어지는 긴 이빨을 드러내며 덮쳐왔다.


혼자였다면 신발의 옵션을 사용해 뛰어오르거나 벽을 타고 달리며 일단 몸을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앞에 방패를 든 채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동료는 신발 옵션을 사용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만들었다.


한 마리가 방패에 막힌 사이, 나는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검신을 잡은 자세로, 달려드는 다른 쪽 모드하운드의 입을 노려서 찔렀다.


빠가각!


이빨과 철이 긁히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모드하운드의 뒤통수로 칼끝이 튀어나왔다.

경련하는 모드하운드는 마지막 남은 놈의 동료에게 집어던졌다.

엘리너의 방패에 막힌 후 칼에 목이 찔린 동료에게 말이다.


“칼이 정말 튼튼하군!”


엘리너의 감탄에는 부러움이 드러났다.

그럴 만도 했다.

칼로 뼈를 찌르고 내려치다 보면 칼의 이가 빠지고, 부러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러나 내 칼은 파괴불가 옵션이 걸려 있는 칼.

모드하운드의 이빨과 두개골을 부쉈음에도 흠집 하나 없었다.


네 마리의 모드하운드를 처지하고, 한 개의 마석을 얻을 수 있었다.

괜찮은 비율이었다.


다음에 만난 것은 고블린 무리.

모두 5마리나 되는 집단이었다.


놈들은 인간을 닮은 지능을 가진 마물답게 모드하운드처럼 조우하자마자 무턱대고 달려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진형을 짜듯 뭉쳐서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무장을 충실히 갖춘 우리를 보자 상대하기 힘들겠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듣기로는 이대로 그냥 보내주면 멀리서 추적하다가 약점을 보이는 순간 달려든다고 한다.

이를테면 잠을 잘 때라든가, 전투 직후 같은 경우 말이다.

엘리너 역시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가자!”


엘리너는 벼락같은 고함을 지르며 고블린을 향해 달려갔다.

방패를 앞세우고 다른 손에는 칼을 든 채 전투함성을 지르며 일직선으로 달렸다.

나 역시 고함 소리를 듣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변을 살폈다.

고함 소리에 이끌려 나타나는 놈들이 있으면 먼저 발견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물이든 인간이든.


일반적으로 방패는 공격을 막는 방어구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방패의 공격은 웬만한 둔기의 공격 못지않게 강력하다.

특히 상대와의 완력 차이가 크다면 더욱 그렇다.


“캑!”


가장 선두에 있다가 끊어 치는 방패에 정면으로 얻어맞은 고블린이 뒤로 날아갔다.

마치 누군가가 집어던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바로 옆에서 나무로 만든 조잡한 창을 내밀던 고블린은 엘리너가 휘두른 검에 창대와 팔목이 함께 절단되었다.

뒤늦은 비명은 내가 던진 도끼에 얻어맞은 고블린의 비명에 묻혀버렸다.


방패 앞에 툭 튀어나온 쇠로 된 돌출부는 마치 둔기와도 같았다.

뒤로 날아간 동료를 피한 고블린은 무엇인가 다른 행동을 할 틈도 없이 방패의 돌출부에 머리를 얻어맞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무엇인가 으스러지는 소리도 함께였다.

쓰러진 고블린은 잠깐 꿈틀거리다가 축 늘어졌다.


순식간에 4마리의 고블린이 제거당했다.

그것도 부상을 입혀서 전열에서 탈락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박살을 내서 목숨을 빼앗아 버린 것이다.

미처 손이 닿지 않아서 멀쩡했던 마지막 고블린은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뒤통수를 보인 고블린을 죽일 수 있는 수단은 여러 가지다.

내가 던진 단검이 고블린의 등판을 꿰뚫었다.

갑옷을 입었다면 모를까 반쯤 헐벗은 고블린으로서는 치명상을 피할 수 없었다.


이번에 나온 마석은 둘.

나쁘지 않았다.

정말 나쁘지 않았다.

반나절 만에 두 무리를 잡고 마석 셋이었다.


인벤토리에 식량도 물도 충분하니 작정하고 한달쯤 아예 미궁에서 살아?

일 년이면 지출한 비용을 메꾸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러나 무엇인가가 계속 거슬렸다.

본능이 그것은 아니라고 속삭였다.


그래.

원래 계획대로.


나는 지도에 나타난 지형을 찾아 미궁 2층을 가로지르면서, 내가 발견한 지도에 대한 정보를 엘리너와 공유했다.


마석을 배낭으로 가득 담아서 나르던 용병 파티.

파티장이 가지고 있던 지도.

지도에 표시된 좌표.

좌표 근처의 지형.


나는 지도에 표시된 좌표가 일종의 마석 창고일 가능성이 있다는 내 생각을 그녀에게 설명했다.

어쩌면 전멸한 길드의 비밀 창고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러나 엘리너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은가?”


“뭐가?”


“마석을 쌓아둔 비밀 창고라니. 그리고 그런 것이 하필이면 우연히 손에 들어오다니 자연스럽지가 않다.”


사람들은 지혜와 지식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혜와 지식은 분명히 다르다.


지식은 시간을 들여 쌓을 수 있는 것이지만, 지혜는 타고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니면 지식을 쌓아 내면화한 후에나 지혜에 닿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간혹 지식이 부족해도 타고난 직관력으로 문제를 꿰뚫어 보는 사람이 있다.

엘리너는 그런 종류의 사람인 모양이었다.


“죽은 자들이 우연히 보물지도를 손에 넣은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연이란 그런 것이니까. 당신이 우연히 분쟁 중인 그들을 만나서 행운으로 보물지도를 획득한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연 아닌가. 하지만 우연이 연달아 연속해서 두 번 일어났다고? 레온.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인가? 길을 걷다가 넘어져도 골드를 줍고, 물에 빠져도 물고기를 입에 물고 나오는 사람인가? 그게 아니라면 이상한 일이겠지.”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냐고?

한때는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진짜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셋업 범죄에 희생되는 일도 없었겠지.

이런 세상에 떨어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운이 좋냐고? 나, 고아 출신이야.”


얼마 전까지 염소치기로 노동력을 착취당했다고.


우연에 우연이 겹쳤을 수도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세상 어디선가에서는 벼락에 맞는 사람도 있고 로또에 당첨되는 사람도 있으니까, 벼락에 맞은 날 로또에 당첨된 사람도 있을 수는 있겠지.

아직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런데 그게 바로 나?

설마 그럴 리가.


“그렇다면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의 마법이 있다고 해도.”


“그래 마법. 제대로 준비해야겠군.”


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료 게임에 환생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밤 11시에 올라갑니다. +1 24.08.21 3,603 0 -
29 29. 포지하트의 호의 NEW +5 12시간 전 1,188 75 12쪽
28 28. 초식 동물들 사이에서 호랑이가 산다 +16 24.09.18 2,330 99 12쪽
27 27.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7 24.09.16 2,771 133 12쪽
26 26. 노려지다 +10 24.09.15 3,073 122 12쪽
25 25. 대형 길드와의 조우 +12 24.09.14 3,329 124 12쪽
24 24. 다시 미궁으로 가기 전에 +6 24.09.13 3,668 143 12쪽
23 23. 돌파구 +5 24.09.12 4,050 145 12쪽
22 22. 나는 누구인가? +31 24.09.11 4,589 145 13쪽
21 21. 상태창 해금의 조건 +10 24.09.10 4,598 161 12쪽
20 20. 싸움은 마석으로 하는 것 +8 24.09.09 4,656 186 12쪽
19 19. 미궁 지하 깊은 곳에서 온 자들 +17 24.09.08 4,814 186 11쪽
18 18. 지도에 표시된 곳 +8 24.09.07 5,069 181 12쪽
» 17.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면 +6 24.09.06 5,166 190 12쪽
16 16. 다시 미궁으로 +16 24.09.05 5,228 176 12쪽
15 15. 동료? +22 24.09.04 5,422 191 12쪽
14 14. 보물은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보물이다 +12 24.09.03 5,450 210 12쪽
13 13. 마석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 +13 24.09.02 5,431 204 12쪽
12 12. 미궁 지하 2층 +7 24.09.01 5,585 212 12쪽
11 11. 미궁 지하 2층을 가기 전에 +17 24.08.31 5,651 212 12쪽
10 10. 첫 번째 단독 사냥 +13 24.08.30 5,777 212 12쪽
9 9. 단독 탐색 준비 +10 24.08.29 5,850 213 12쪽
8 8. 아무래도 독립해야겠는데 +10 24.08.28 6,083 217 12쪽
7 7. 테스트 +6 24.08.27 6,384 213 12쪽
6 6. 미궁 지하 1층 +17 24.08.26 6,936 229 11쪽
5 5. 시작은 파티부터 +9 24.08.25 7,854 249 13쪽
4 4. 미궁도시 타넬론 +21 24.08.24 8,642 258 12쪽
3 3. 떠나야 할 때 +15 24.08.23 8,717 272 13쪽
2 2. 밧줄을 끊은 코끼리 +8 24.08.22 9,619 274 12쪽
1 1. 전생이 기억났다. +23 24.08.21 12,760 256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