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게임에 환생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타자씨
작품등록일 :
2024.08.14 10:57
최근연재일 :
2024.09.18 23:42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60,586
추천수 :
5,480
글자수 :
156,335

작성
24.09.08 23:03
조회
4,812
추천
186
글자
11쪽

19. 미궁 지하 깊은 곳에서 온 자들

DUMMY

19. 미궁 지하 깊은 곳에서 온 자들


옆으로 밀어서 연 석문 뒤로 농구장 크기의 공간이 나타났다.

많이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어떻게 봐도 여기는 창고였다.


벽을 따라 선반이 설치되어 있고, 선반에는 작은 케이크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상자가 줄지어 쌓여 있었다.

100개? 200개?

한 눈에 보기에도 꽤나 비싸고 고급스런 느낌의 나무 상자였다.

나는 상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열어보지 않았도 알 수 있었다.

몇 개의 상자가 깨어진 채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고, 마석도 함께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창고 내부를 둘러 본 우리는 잠시 말을 잊었다.


“설마 이게 다 마석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내가 중얼거리자, 엘리너가 마석이 흩어져 있는 바닥을 가리켰다.


“누군가가 이미 확인해 본 모양이다.”


누가 확인한 것인지는 뻔했다.

상자가 쉽게 열리지 않자, 아예 뚜껑을 박살내고, 마석을 챙겨간 자들.

제대로 준비하고 다시 돌아와서 털어갈 생각이었겠지만, 그들의 계획처럼 되지는 않았다.

대신 그들이 남긴 지도와 마석이 나와 엘리너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나는 창고 내부를 좀 더 살펴보았다.

방범장치가 있을 가능성 때문이었다.

경보기는 물론이고, 트랩이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했다.

경보를 듣고 올 사람은 없겠지만, 트랩에 걸려서 부상이라도 입으면 정말 곤란하다.

그러나 창고 중앙에 정교한 세공이 된 금속기둥이 박혀 있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대신 창고 내부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선반의 절반 정도가 비어 있었고, 급하게 상자를 옮기다가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도 찾을 수 있었다.

그것도 불과 얼마 전의 흔적이었다.

내가 우연히 조우했던 용병들 이외에도 이곳에 있었던 자들이 존재했다는 의미였다.

이해할 수 없는 흔적이었다.


상자를 날랐다고?

어디로?

누가?


여기는 미궁 지하 2층이다.

창고가 있을 만한 장소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상자를 나를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다른 지역에 있던 창고를 뚝 떼어서 이곳에 가져다가 박아놓은 것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된다.

그러나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붙잡고 끙끙대지 않기로 이미 결정한 후였다.

이곳은 대학 전공에 신비학과 미궁이 있는 세상이 아니던가.

학자의 일은 학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나무 상자는 비싸고 고급스러운 겉모습답게 무척이나 튼튼했다.

열쇠가 없어서 도끼로 경첩을 내리쳐야 비로소 상자를 열 수 있었다.

이미 예상은 했지만, 상자 안의 내용물은 마석이었다.

대략 2백개 정도는 될까 싶은 수량이었다.


그렇다면 이 창고 안에 있는 마석의 숫자는 최소 5만 개다.

만약 선반 위의 상자들 안에 이것처럼 마석이 들어있다면 말이다.


숨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지도를 해석하고 지도가 가리키는 장소로 가는 계획을 세울 때, 가끔은 마석이 쌓여 있는 보물창고를 발견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상상 속의 나는 환호하며 날뛰었다.

도파민이 분비되고 아찔할 정도로 고양되는 기분에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나 막상 마석을 발견하고 나니, 이걸 어떻게 지상으로 무사히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였다.

무게만 해도, 대략 1톤에서 2톤 사이의 어딘가가 될 것 같았다.

인간이 들고 나를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믿고 있는 것이 있었다.

마석, 그 자체를 말이다.

이것들을 모두 내 소유로 인식할 수 있다면, 상태창도 반응을 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상태창이 반응하면 마석을 상태창에서 제공하는 창고 공간에 넣으면 된다.


반응하지 않으면?

그럼 어쩔 수 없이 최대한 챙긴 후 떠야지.


아무래도 이곳은 수상했다.

오래 머무를 생각도 애초부터 없었지만, 선반의 일부가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난 뒤로는 빨리 떠날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마석에 대한 내 믿음은 보답을 받았다.

나무 상자의 경첩을 부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곳에 있는 마석들이 모두 내 소유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5만개 모두가 말이다.

너무 순조로워서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이거 길에 떨어져 있던 마석이 아니다.

보물 창고의 선반에 고이 모셔져 있었고, 긴급하게 나르던 흔적도 남아 있었다.

관리하던 사람이 있다면 소유주도 있다는 의미인데······


소유주가 죽기라도 했나?

갑자기 왜 몽땅 다?


애초의 계획은 상자를 모조리 부수는 것이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다음 단계를 서둘렀다.

그것은 상태창의 업그레이드였다.


손가락을 튕기자 내 눈앞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휘황찬란했다.

상태창 전체에 빛이 들어온 모습은 자신을 터치해 달라는 신호처럼 보였다.


단 한 번이기는 하지만, 지구에서도 이런 모습의 상태창을 본 적이 있었다.

유토피아에 처음으로 과금하기 위해 코인을 충전했을 때, 내가 보았던 상태창의 모습이 바로 이랬다.


지구에서 유토피아 사는 기본으로 제공하는 게임 겸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했다.

19금까지도 말이다.

접속기인 헬맷도 원가에 밑도는 액수로, 그것도 24개월 할부로 팔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토피아 사는 돈미새라는 소리를 들으며 꾸준히 욕을 먹었다.

기본 이상의 것을 원하면 돈을, 그것도 많이 원할 수록 많은 돈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평범한 인간의 스펙과 능력으로 유토피아에서 활동한다면 돈을 낼 필요까지는 없었다.

무료면 충분하니까.

그러나 우월한 신체, 초능력, 마법, 스킬, 커뮤니티 기능 같이 조금이라도 게임적인 요소가 들어있는 것을 사용하고 싶다면 돈을 쓸 각오를 해야 했다.


그래서 무료 게이머와 유료 게이머를 가르는 가장 기본적이며 직관적인 요소가 상태창이었다.


무료 게이머의 상태창은 기본적인 정보를 게시하고, 인벤토리 1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유료 게이머의 상태창은 달랐다.

정보를 게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무제한에 가까운 스킬과 개인 공간을 제공했다.

상태창 자체도 디자인이 완전히 변하기 때문에, 상태창을 보면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

나는 이 세상에서 이제야 과금 게이머가 되는 기분이었다.

이 세상에서 깨어난 후, 어쩔 수 없이 무료 게이머로 살아야 했던 과거는 끝이 났다.


나는 5만 개의 마석을 소유한 사람답게 자신있게 상태창을 터치했다.


상태창을 건드리는 순간,

마석의 숫자가 확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대략 20%?

1만 개다.


상태창도 변했다.

휘황찬란했던 불빛은 사라졌지만, 대신 크기가 세로로 두 배로 커졌다.

이름과 레벨, 인벤토리만 있던 상태창에 구체적인 능력치와 조절 버튼이 나타났다.

[기본 스킬 트리]와 [추가 스킬 트리]가 새로 추가 되었고, 창고로 가는 버튼도 생겼다.


이러면 일단 기본적인 업그레이드는 완료다.


아직 마석은 4만 개나 남아있었다.

상태창 업그레이드에 마석 1만 개를 요구했으니, 4만 개 정도면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을 것이라고 기대할 만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능력치 조절 버튼에 손을 댔다.

덩치도 좀 더 키우고, 덩치에 맞게 육체적 밸런스를 맞출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으로 기계음이 들려왔다.


“아이씨. 뭐야 이거.”


반사적으로 욕설부터 나왔다.

조건이라니!

그게 뭔데?


나는 다급하게 상태창의 이곳저곳을 터치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조건이······]


결국 나는 손을 들고 말았다.

상태창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반응한 곳은 [기본 스킬 트리] 뿐 이었다.

그것도 전부가 아니라 일부.

5종류의 언어와 2종류의 고대 문자, 요리, 의술, 수리의 3종류의 기술이 다였다.

지구의 유토피아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이제 괜찮아졌나?”


숨을 몰아쉬며 상태창을 노려보던 나는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제정신을 차렸다.

너무 흥분했었다.

나답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육체가 10대이다 보니 호르몬이 날뛰어서 그랬나 보다.

그랬다고 치자.

젠장.


“기대했던 일이 제대로 안 돼서 화가 좀 났었을 뿐이야. 이제는 괜찮아.”


“그렇다면 다행이군. 마침 당신에게 보여줄 것이 생겼으니까.”


엘리너는 창고 중앙의 금속 기둥을 가리켰다.

창고 중앙에 박혀있는 금속 기둥에서 희미하게 빛이 흐르고 있었다.

금속 기둥의 표면에 양각으로 새겨진 기하학적인 무늬에 따라 빛이 아래에서 위로 물결치듯 움직였다.

저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무엇인가 변화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언제부터?”


“방금.”


일단 자리를 피해야 하나?


그러나 아직 창고에 남은 4만 개에 달하는 마석이 내 발목을 잡았다.

마석 4만개.

국가 단위로는 모르겠지만, 개인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개수다.

그런데 들고 갈 수도 없다.

불과 몇 백 개, 많아야 일이천개를 가져가는 것이 한계다.

그나마도 그럴 시간이 있을지 의문이고.

그렇다면.


나는 [기본 스킬 트리]에서 마석을 사용해서 익힐 수 있는 스킬에 모조리 마석을 사용해 버렸다.

쑥 빠져나가는 마석의 숫자가 최소 1만 5천개는 되는 느낌이었다.


“거마비는 받아가야지. 상자 몇 개 챙겨서 나가자.”


“그렇지 않아도 챙기고 있었다.”


엘리너는 이미 상자를 몇 개나 빠개는 중이었다.

배낭에 있던 보여주기식 식량은 다 버리고 대신 마석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공간을 강제로 찢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았다.

갑자기 불꽃이 튀며 허공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이곳보다 더 밝고 화사한 세계가 찢어진 공간 뒤로 보였다.


우리는 즉시 찢어지는 공간 뒤편으로 이동했다.

입구의 뒤편, 매복에 적당한 위치였다.

우리는 존재감을 지우고, 무기를 든 채 기다렸다.

찢어진 공간을 통해 나올 무엇인가를.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두 사람이 찢어간 틈새를 통해 걸어 나왔다.

뒷모습만 보아도 매우 방만하고 여유있는 태도였다.


“좌표축을 미리 박아놓지 않았다면 여기를 아예 잃어버렸을 거야. 그랬으면 한두 사람의 문책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고! 도대체 왜 진작에 마석을 안 옮겨놔서 이런 귀찮은 일을 하게 만드는 건가?”


“아시잖습니까. 공간축이 갑자기 뒤틀려서 난리가 난 것을. 인간들하고 공간이 겹치는 바람에 많이 죽었답니다. 그 바람에 여기도 미처 다 못치웠지요. 그러니 아직 공간이 불안정할때 빨리 옮겨야 합니다. 공간이 안정되면 그것도 못해요. 어서 좌표축에 마킹을 해 주십시오. 그래야 일꾼들이 건너올 수 있습니다.”


“알아. 안다고!”


둘은 사람은 인간이 아니었다.

손바닥만한 귀, 광택이 흐르는 검은 피부, 은빛 머리.

전형적인 다르카엘프의 모습이었다.

미궁 지하 5층에서부터 나온다는 지성이 있는 마물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런데 저들하고는 의사소통이 안되지 않았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료 게임에 환생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밤 11시에 올라갑니다. +1 24.08.21 3,599 0 -
29 29. 포지하트의 호의 NEW +4 12시간 전 1,181 74 12쪽
28 28. 초식 동물들 사이에서 호랑이가 산다 +16 24.09.18 2,329 99 12쪽
27 27.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7 24.09.16 2,766 133 12쪽
26 26. 노려지다 +10 24.09.15 3,071 122 12쪽
25 25. 대형 길드와의 조우 +12 24.09.14 3,327 124 12쪽
24 24. 다시 미궁으로 가기 전에 +6 24.09.13 3,667 143 12쪽
23 23. 돌파구 +5 24.09.12 4,049 145 12쪽
22 22. 나는 누구인가? +31 24.09.11 4,587 145 13쪽
21 21. 상태창 해금의 조건 +10 24.09.10 4,596 161 12쪽
20 20. 싸움은 마석으로 하는 것 +8 24.09.09 4,652 186 12쪽
» 19. 미궁 지하 깊은 곳에서 온 자들 +17 24.09.08 4,813 186 11쪽
18 18. 지도에 표시된 곳 +8 24.09.07 5,068 181 12쪽
17 17.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면 +6 24.09.06 5,162 190 12쪽
16 16. 다시 미궁으로 +16 24.09.05 5,223 176 12쪽
15 15. 동료? +22 24.09.04 5,419 191 12쪽
14 14. 보물은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보물이다 +12 24.09.03 5,445 210 12쪽
13 13. 마석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 +13 24.09.02 5,428 204 12쪽
12 12. 미궁 지하 2층 +7 24.09.01 5,584 212 12쪽
11 11. 미궁 지하 2층을 가기 전에 +17 24.08.31 5,648 212 12쪽
10 10. 첫 번째 단독 사냥 +13 24.08.30 5,774 211 12쪽
9 9. 단독 탐색 준비 +10 24.08.29 5,841 213 12쪽
8 8. 아무래도 독립해야겠는데 +10 24.08.28 6,077 216 12쪽
7 7. 테스트 +6 24.08.27 6,382 212 12쪽
6 6. 미궁 지하 1층 +17 24.08.26 6,935 229 11쪽
5 5. 시작은 파티부터 +9 24.08.25 7,851 248 13쪽
4 4. 미궁도시 타넬론 +21 24.08.24 8,634 257 12쪽
3 3. 떠나야 할 때 +15 24.08.23 8,710 272 13쪽
2 2. 밧줄을 끊은 코끼리 +8 24.08.22 9,611 273 12쪽
1 1. 전생이 기억났다. +23 24.08.21 12,748 25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