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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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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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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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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다시 미궁으로

DUMMY

16. 다시 미궁으로.


내가 신뢰에 관해 이야기하자 여자의 안색이 굳어졌다.

모욕감이라도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판매자는 여자 쪽.

그녀는 나를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나는 십륜기사회(十輪騎士會)의 정규 기사다. 계약은 당연히 지킨다. 스스로 맹세한 바를 어길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그러나 당신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나는 당신에게 낯선 사람일 테니까. 입에서 나오는 말만으로 계약을 하기에는 믿음이 부족하겠지. 그래서 나는 이들에게 중개를 맡긴 것이다.”


여자의 말에 중개인이 끼어들었다.


“계약을 지키는 것은 염려하지 마시오.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채우니까. 우리가 단순히 사람을 소개하고 계약서 한 장 쓰는 걸로 그렇게 많은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니오.”


“안전장치라는 것이 어떻게 됩니까?”


내 질문에 중개인은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세 가지가 있소. 첫 번째는 담보요. 십륜기사회(十輪騎士會)에서는 자신들의 토지를 보증으로 내놓았소. 타넬론 골드로 500골드 상당의 가치가 있는 토지더군. 중간에 계약이 파기되는 일이 벌어지면 그 토지는 당신 것이 될 거요. 두 번째는 기사단 자체에서 보증하는 것인데, 계약 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생기면 한 번은 기사단에서 대체 인원을 파견할 거요. 아무래도 10년은 긴 기간이니까. 그리고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한 핵심인데, 이 내용을 미궁관리청의 입회 아래에서 정식으로 계약서를 쓸 거라는 점이오. 그러면 계약의 이행을 염려할 필요가 없지.”


어떤 식으로 계약이 깨지든 50%의 보험은 존재한다는 뜻이다.

나쁘지는 않다.

위험도가 높은 일이라는 것은 피차 인지하고 있으니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은 어기라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좀 규모가 있는 계약만 되어도 수십 페이지의 계약서와 변호사가 세트로 따라붙는 것이 왜 그러는데.

빠져나가려고 들면 빠져나갈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툴 여지는 무조건 있다.


게다가 사람은 합리적으로만 행동하지 않는다.

욕심이 눈 앞을 가리면 온갖 기상천외한 일을 저지른다.

대놓고 나쁜 놈은 말할 것도 없고.


안전장치니 뭐니 했지만, 나 같은 문외한의 눈에도 빠져나갈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이 보였다.

마석 1천 개 모두는 힘들겠지만, 70% 정도 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짓을 했다가는 타넬론을 떠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목숨까지 위험해지겠지만.


이렇게 큰돈을 걸고 계약을 하려고 하니 새삼 절실하게 느낀다.

과연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는가?

이처럼 목숨값이 가벼운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바로 앉은 자리에서 계약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정말 호구 잡히는 수가 있다.

나는 며칠을 더 고민하다가, 내 글선생인 대학강사 카이론을 찾아갔다.

카이론은 타넬론의 토박이였고, 발도 넓기에 무엇인가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다.


“십륜기사회? 그 꼰대들?”


“예? 꼰대요?”


“꼰대는 지나치고, 그냥 좀 고지식한 사람들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네. 타넬론의 토착 단체들 중 하나고, 원래는 기사를 키우던 곳으로 일종의 학교 같은 것이었다는데, 지금은 그냥 무술 단체가 되었지. 옛날처럼 잘 나가지는 않지만, 나쁜 사람들은 아니야.”


“믿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까?”


“일단 입 밖에 낸 말은 반드시 지킨다는 평판이 있는 자들이지. 하지만 자네도 알잖아. 누가 거짓말하고 싶어서 하나.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거지.”


“그러니까 기본적으로는 믿을 수 있다?”


“그래. 기본적으로는.”


나는 카이론과 대화한 후 십륜기사회에 대해 좀 더 조사했다.

그들에 대한 평판은 대동소이했다.

고지식하기에 오히려 믿을 수 있는 자들.

하지만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는 무술 단체.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었다.

마석을 모아들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이번이 두 번째였다.


이 사람들, 혹시 마석으로 레벨업 하는 방법을 찾은 것 아닌가?

1,700개를 가졌던 나는 안 되던데?

더 많으면 혹시?


하지만 나는 곧 미련을 버렸다.

어차피 1,700개로는 상태창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몇 개가 더 필요한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렇다면 사람을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


계약은 바로 다음 날 미궁관리청에서 진행되었다.


개수도 세지 않고 탁자 위에 놓았던 상담료가 45개.

중개인에게 지불한 수수료가 계약금의 20%로 200개

미궁관리청에 지불한 수수료가 계약금의 10%로 100개.

그리고 선금으로 지불한 계약금이 1,000개.


모두 1345개의 마석을 현물로 사용했다.


와! 내가 미쳤구나.

플렉스 끝내주게 했네.


마석을 지불할 때는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모든 거래를 마치고 나니 현타가 오는 기분이었다.

비어버린 금고의 허전함 때문에 더욱 그런 듯했다.


내가 지불한 선금은 모두 십륜기사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가져갔다.

모두 7명.

하나같이 건장한 체격에 잘 단련된 몸을 한 자들이었다.

아직 몸이 자라고 있던 나로서는 부러운 육체였다.

계약의 당사자로 내게 팔려 온 그녀, 엘리너 레이너는 태연한 모습으로 그들을 배웅했다.


엘리너와 십륜기사회 사이에 어떤 일이 있는 것인지는 묻지 않았다.

미궁 지하 2층에서 죽은 사람에 대한 일도 묻지 않았다.

아직 우리 사이에는 그럴 만한 신뢰가 없었다.


홀로 남은 그녀는 내게 말했다.


“나는 당신이 다시 돌아온 것이 놀라웠다. 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왜?”


“당신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심지어 나까지도 믿지 않는 눈빛이었다. 이미 몇 차례 그런 눈빛을 한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계약을 포기하더군.”


“그래. 맞아. 안 믿었지.”


“그런데 왜?”


“아는 사람이 십륜기사회는 믿을 수 있다고 했거든.”


“당신의 아는 사람에게 감사해야겠군. 그런데 이제 나는 뭘 하면 되나? 당신을 위해 식사를 만들고 밤시중을 들면 되는 것인가?”


잠깐 생각이 멈췄다.

식사는 뭐고 밤시중은 뭐야?

설마 이걸 농담이라고 한 건가?


“나는 밤시중을 들 하녀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큰돈을 들인 것이 아니야.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내 앞에서 방패를 들고 마물의 공격을 막을 사람이라고.”


“다행이군. 그런 거라면 잘할 자신이 있다. 아무래도 식사 준비나 밤시중은 경험이 없어서.”


이 아가씨, 유머 감각이 좀 비틀렸다.

아니면 좀 이상하게 배웠거나.


내게 있어서 특별한 일은 거기까지였다.

계약으로 묶여있는 고용인이 한 명 추가되었을 뿐 이후의 생활은 별 차이가 없었다.


함께 식사하고, 함께 훈련하고, 함께 공부했다.


예상외였던 것은 엘리너가 공부에도 열심이었다는 정도?

기사로 훈련받았기 때문인지 무기술과 체술은 수준급이었지만, 글을 읽고 숫자를 계산할 줄만 알지, 제대로 된 교육은 받지 않았다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카이론에게는 제자가 한 명 더 생겨버렸다.

독도법을 배울 때도 함께였다.


나는 독도법을 배우기 전에 내가 구입한 미궁 지도를 꺼내놓고 불평부터 터뜨렸다.


“미궁 지도는 쓰레기였습니다. 아무짝에도 못 쓰겠더군요. 지하 1층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를 표시한 약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반쯤은 상상으로 그려넣은 약도 말입니다. 그런 것을 반골드에 팔고 있다니!”


“시중에서 미궁 지도를 샀으면 그게 정상이야. 길드 이름을 걸고 나왔다고? 아마 2층이나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만든 것일걸? 제대로 된 미궁 지도는 인맥이 있어야 구할 수 있는 귀물이지.”


“그런 의미에서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생활비도 부족해서 쩔쩔매지만, 카이론은 명색이 대학 강사였다.

그것도 신비학과 미궁이 전문 분야인.

충분한 값만 치른다면 괜찮은 미궁 지도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나온 미궁 지도는 좀 비싸. 그리고 읽는 법을 따로 배워야 해.”


바로 그걸 원했다.

미궁 지도를 읽는 법.

미궁 지형이 개미굴을 닮은 입체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서 지도를 읽는 법이 따로 있었다.

내가 획득한 지도 역시 단순한 평면도는 아니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것 참. 대신 가격은 마석으로 치러야 되.”


“골드는 안 됩니까?”


이왕 환전한 골드도 있으니 마석은 아끼고 싶었다.

한 개 차이로 상태창의 반응을 놓친다든가 하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카이론의 태도는 부정적이었다.


“마석으로 가격을 치르는 쪽이 지도를 더 빨리 입수할 수 있을 거야. 언제나 그렇겠지만 마석 구하기 힘들어서 그래.”


“아니, 그렇게 마석을 많이 캐는데, 그 많은 마석이 다 어디로 간 답니까?”


지구에서의 화폐는 신용화폐다.

그 자체에는 가치가 없지만, 사람들은 화폐를 믿고 사용한다.


믿는다고?

무엇을?


정부를.

은행을.

그리고 거래는 화폐로 한다고 사람들 사이에 확립된 믿음 그 자체를.


그래서 믿음이 무너지면 화폐는 진짜 글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역사에서는 믿음이 무너질 때, 화폐가 얼마나 빠르게 휴지로 변할 수 있는지 이미 여러 번 실증해 주었다.


그런데 이곳, 타넬론은 마석본위제의 화폐제도를 가지고 있다.

금은 뭐냐고?

그것은 마석을 교환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마석이 보증하기 때문에 금이 가치가 있는 것이지 금 자체로는 그냥 예쁘고 광택나는 금속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이 세상에서는.


그러면 질문이 하나 생긴다.

왜 마석이 가치가 있지?


답변은 간단하다.

세상의 지배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도시국가의 지배자들, 권력이 있는 자들, 초인들이 마석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하고, 산업을 키우고, 사람을 팔고, 약탈을 하고, 교역을 한다.

타넬론의 특별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마석을 구하기 위해서는 거래를 통해서 수입해야 하지만, 이곳은 마석, 그 자체를 캐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권력이 있고, 실질적인 무력이 있는 분들이 마석을 원할까?

마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석으로는

먹어서 배가 부른 것도 아니고,

병을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도구나 무기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권력자들의 마석을 향한 탐욕은 평범한 사람들조차 느낄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카이론이 불평한 것처럼 시중에서 마석이 말라버릴 정도니 느끼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하겠다.


그래서 여러 소문이 돌아다닌다.


불노불사의 비약을 만드는 데에 마석이 들어간다는 소문이라든가.

높으신 분들이 젊은 모습으로 장수하는 것을 보면 그럴듯한 소문이기는 하다.


마석을 먹으면 초능력을 얻거나 마법의 힘을 강화할 수 있다는 소문이라든가.

그래서 술에 마석을 녹여서 마시는 풍습까지 생겼다.


마석에 대해서는 그럴듯한 이야기에서 터무니없는 헛소리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진실된 이유가 레벨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기 권력의 꼭대기에 앉아 있는 분들이 세금과 교역을 통해 빨아들인 마석의 숫자가 얼마나 될까?


그런데도 마물 사냥으로 마석을 모은다고?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난 열심히 했어라고 자기 위안은 되겠지만, 좋은 결과는 힘들지 않을까?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다시 미궁으로 내려간 것은 지도를 읽을 수 있게 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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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돌파구 +5 24.09.12 4,050 145 12쪽
22 22. 나는 누구인가? +31 24.09.11 4,589 145 13쪽
21 21. 상태창 해금의 조건 +10 24.09.10 4,598 161 12쪽
20 20. 싸움은 마석으로 하는 것 +8 24.09.09 4,656 186 12쪽
19 19. 미궁 지하 깊은 곳에서 온 자들 +17 24.09.08 4,814 186 11쪽
18 18. 지도에 표시된 곳 +8 24.09.07 5,069 181 12쪽
17 17.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면 +6 24.09.06 5,166 190 12쪽
» 16. 다시 미궁으로 +16 24.09.05 5,229 176 12쪽
15 15. 동료? +22 24.09.04 5,422 191 12쪽
14 14. 보물은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보물이다 +12 24.09.03 5,450 210 12쪽
13 13. 마석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 +13 24.09.02 5,431 204 12쪽
12 12. 미궁 지하 2층 +7 24.09.01 5,585 212 12쪽
11 11. 미궁 지하 2층을 가기 전에 +17 24.08.31 5,651 212 12쪽
10 10. 첫 번째 단독 사냥 +13 24.08.30 5,777 212 12쪽
9 9. 단독 탐색 준비 +10 24.08.29 5,850 213 12쪽
8 8. 아무래도 독립해야겠는데 +10 24.08.28 6,083 2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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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미궁 지하 1층 +17 24.08.26 6,936 229 11쪽
5 5. 시작은 파티부터 +9 24.08.25 7,854 249 13쪽
4 4. 미궁도시 타넬론 +21 24.08.24 8,642 258 12쪽
3 3. 떠나야 할 때 +15 24.08.23 8,717 273 13쪽
2 2. 밧줄을 끊은 코끼리 +8 24.08.22 9,619 27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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