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서막

드러난 진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민혁과 나머지 참가자들은 천천히 그 너머로 발을 내디뎠다. 그들이 들어선 곳은 이전의 어둠과 공포가 가득했던 방들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방 안은 밝고, 넓으며, 거대한 스크린들이 벽을 따라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스크린들에는 그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이미지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건··· 뭐지?"** 한 참가자가 놀라며 속삭였다.

스크린에는 그들이 이 게임에 참여하게 된 이전의 삶, 그들의 과거와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개인적인 기억들, 감춰져 있던 비밀들, 그리고 그들이 알지 못했던 사건들까지 모두가 그곳에 나타나 있었다. 민혁은 자신의 모습이 담긴 스크린을 바라보며 충격에 휩싸였다.

**"이건··· 우리가 여기 오기 전의 일들이잖아."** 한 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런 걸 보여주는 거죠?"**

민혁은 자신이 잊고 있던, 혹은 의식적으로 외면했던 장면들을 보며 숨을 멈췄다. 그동안 이 게임이 단순한 생존을 위한 시련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순간 그는 그 모든 것이 자신들의 삶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크린에 비치는 장면들은 그들에게 이 게임이 왜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이건··· 우리 각자의 과거를 보여주는 거야."** 민혁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 게임이 단순히 무작위로 사람들을 끌어들인 게 아니라, 우리에게 무언가를 깨닫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거야."**

그의 말에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스크린에 비치는 장면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각각의 스크린에는 각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들이 나타났다. 후회, 죄책감, 숨겨왔던 비밀들··· 이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드러났다. 그들은 그동안 자신이 이 게임에 끌려온 이유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우린··· 이곳에 오기 전부터 이미 서로 얽혀 있었던 거야."** 민혁은 스크린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떤 선택들이 이 상황으로 이어졌는지 이제야 알 수 있어."**

그러나 진실을 마주한 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각자의 과거와 마주하는 것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웠다. 그들은 자신이 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했던 결정들이 결국 자신들의 과거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

**"이 모든 게···"**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우리가 만든 결과였어···"**

민혁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이 게임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맞서야 했고, 그로 인해 어떤 선택을 할지 결정해야 했어. 이제 그 끝에서 우리가 얻은 진실은··· 우리 각자가 스스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었어."**

하지만 그 순간, 스크린이 갑자기 꺼지며 방 안에 깊은 정적이 흘렀다. 그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때, 방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스크린이 다시 켜졌다. 이번에는 그들에게 마지막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이제 여러분은 선택의 순간에 도달했습니다. 이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지, 아니면 이곳에 남아 모든 진실을 끝까지 파헤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민혁은 메시지를 읽으며 결단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워왔지만,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이 마지막 선택뿐이었다.

**"우린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한 참가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결정은 우리에게 달렸어."** 민혁은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서 얻은 진실을 가지고 나갈 수도 있고, 더 깊이 파헤쳐 이 모든 것의 끝을 볼 수도 있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각자의 몫이야."**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동료들을 바라봤다. 그들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 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진실을 쫓아갈 것인지. 그들의 표정에는 두려움과 결단이 교차하고 있었다.

**"난 진실을 쫓겠어."** 한 참가자가 결단을 내리고 말했다. **"이제 와서 돌아갈 순 없어. 여기서 끝을 봐야 해."**

**"난···"** 또 다른 참가자가 말을 잇지 못한 채 침묵했다. 그의 눈에는 갈등이 서려 있었다. **"여기서 나가고 싶어. 모든 것을 잊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

민혁은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의 선택은 각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야. 어떤 결정을 하든, 우리는 여기까지 함께 싸워왔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선택을 내리기 위해 방 중앙에 놓인 문으로 걸어 나갔다. 민혁은 문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동료들을 돌아봤다. 그들 중 일부는 결단에 찬 눈빛으로 문을 응시했고, 또 일부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이제 선택할 시간이야."** 민혁은 조용히 말했다. **"우린 어떤 길을 가든, 함께 해왔던 시간을 잊지 말자."**

그리고 그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문 너머에는 그들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두 가지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그 너머로 두 개의 길이 드러났다. 하나는 밝고 따뜻한 빛으로 가득 찬 출구였고, 다른 하나는 어둠에 휩싸인 복잡한 길이었다. 출구의 빛은 그들에게 안도와 평온을 약속하는 듯 보였지만, 어둠의 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진실과 새로운 시련을 암시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결단을 내리고 길을 선택했다. 몇몇은 평화를 선택해 빛나는 출구로 향했고, 그들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마음속에선 다가올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가 피어올랐다. 그들은 이제 이 모든 고통을 뒤로하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민혁과 함께 어둠의 길로 발을 디뎠다. 그들은 진실을 끝까지 쫓아가려는 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록 이 길이 어떤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않고 진실을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우린 끝까지 가보자."** 민혁이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 대신 불타는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그들은 어둠 속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발걸음마다 그들의 결단이 굳건해졌고, 이제 더 이상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이 길의 끝에서 그들이 마주할 진실이 무엇이든, 그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반대편 출구로 향한 이들은 마지막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민혁과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이들은 비록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그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그들도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옳다는 믿음을 품고 있었다.

**"우리의 선택이 모두를 위한 것이기를···"** 한 참가자가 중얼거리며 빛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두 그룹은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고, 각자의 운명은 그 선택에 따라 결정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