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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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
작품등록일 :
2024.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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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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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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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를 보다

DUMMY

순찰각주가 나가고 아삼이 들어와 후순개에게 탕약을 먹였다.


탕약을 들이킨 후순개는 기침을 연달아 하더니 곧 눈을 떴다.


후순개는 정신을 차렸지만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천아. 그놈들은 잡았느냐?”


“제가 그놈들을 쫓아갔다면 선배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겁니다. 정말 제가 그렇게 하길 원한 것은 아니시죠?”


“어차피 무림맹 안이었으니, 설마하니 나를 맹 안에서 죽게끔 내버려 두었겠느냐. 한 놈이라도 잡았어야 했는데.”


후순개는 아삼의 치료를 받고도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상황을 듣고나서, 자신을 습격한 자를 하나도 잡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방금 순찰각주가 다녀갔습니다.”


“순찰각주? 그놈이? 뭘 해도 뚱한 놈이 웬일이지. 내가 죽을 것 같으니까 구경 온 겐가.”


순찰각의 무인들이 맹안과 밖을 뒤집었지만, 침입자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헤매던 순찰각주는 후순개에게 와서 물었다.


“후순개. 그놈들 쫓아서 맹 안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겠지?”


“아니야. 그놈들이 누군지도 모르겠어. 단지 여기 소국주가 병장고 안에 누가 숨어있다길래, 같이 갔다가 봉변을 당한 거지.”


“소국주는 그럼 병장고에 그놈들이 숨어있는 것은 어떻게 알았나?”


위지천은 사실대로 얘기하려다가 멈칫했다.


‘갈야도의 검을 납품하러 온 자들이라고 한다면 호북 지부장 또한 같이 의심받을 수 있다. 얘기하면 안 되겠군.’


“우연히 내일 열릴 용봉연 생각을 하며 산책하던 중 맹 안으로 들어오는 자들이 병장고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훔쳐보게 되었습니다.”


“훔쳐보게 되었다고?”


“그렇습니다. 굉장히 조심해서 들어가는 모습에 의심을 하고 후순개 선배에게 말한 것입니다.”


“그 후에 후순개가 살펴보려고 병장고에 접근했다가 독에 당한 거다?”


“그렇습니다.”


“이놈들은 마교다. 정확히 말해서는 마교팔가 중의 하나인 무영가이지.”


아삼과 위지천은 알고 있는 사실이었어서 별로 놀라지 않았다.


“무영가가 왜 맹에 잠입한 것입니까?”


“글쎄, 아직은 밝혀진 것이 없다. 봉황각에서 알아보는 중이지. 후순개, 네놈은 여기서 누워서 몸이나 추스르거라.”


후순개는 누워서 답했다.


“네놈이 나와서 마교 놈들을 추적해달라고 해도 지금 움직일 힘이 없다.”


순찰각주는 마교의 출현에 심각한 표정을 하며 나갔지만, 후순개는 별걱정을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래도 내 덕분에 그놈들이 물러갔으니, 다행이야. 모른 채 넘어갔다면 어떤 일을 벌였을지 모르겠군.”


후순개의 상황을 확인하고 위지천은 무림맹 밖으로 나섰다.


위지천은 갈야도의 대장간으로 곧장 향했다. 갈야도의 대장간은 평소와 다르게 활기찼고 뜨거운 김이 대장간 밖까지 뿜어져 나왔다.


그중에서 풀무질하고 있던 야장을 잡고 물었다.


“갈야도는 어디 갔습니까?”


갈야도를 아랫사람 말하듯이 부르는 위지천의 모습에 야장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값비싼 옷을 입은 위지천을 보고 별말은 하지 않았다.


그 옆에 서 있던 젊은 야장이 위지천에게 말했다.


“누구를 찾는다고?”


“갈야도 말입니다.”


“여기서 갈 노대를 그렇게 이름으로 부르면 달궈진 쇠로 엉덩이를 두들겨 맞을 걸세. 지금 손님이 오셔서 잠시 기다려야 해. 안쪽에 있거든.”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장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갈야도와 이야기하던 사람은 키가 작고 수염이 두 갈래로 난 자였는데, 위지천을 보고 반가워했다.


“소국주! 여기 검이 정말 좋군요.”


위지천은 표국 앞에서 사람들을 선동하던 강서 상인 중 하나였음을 기억했다.


“여기는 웬일이십니까?”


“소국주께서 검을 유통해달라고 저희 쪽에 연락하시지 않았습니까?”


“검의 품질이 좋으니 강상에 문의를 해보라고만 했지, 이렇게 본격적으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미리 몇 자루의 검을 보내셨는데, 제가 무인은 아니지만 물건의 품질을 볼 줄은 압니다. 이 검은 허투루 만든 검이 아니라, 실력 좋은 야장이 만든 작품인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갈야도가 끼어들었다.


“한 자루도 대충 만든 검이 없습니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균형이 안 맞거나 흠이 있다면 저는 다시 녹여버립니다.”


위지천은 대장간 벽에 일렬로 세워져 있는 검을 보았는데, 숫자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숫자는 무엇입니까?”


갈야도가 머리를 긁으며 답했다.


“그것은 살펴본 숫자입니다. 다섯 번 이상 살펴보지 않은 검은 절대 팔지 않지요.”


강상은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제가 여기서 나오는 전량을 가져다 팔겠습니다. 이 물량뿐 아니라 앞으로 나올 것들도요. 매번 가지러 올 수 없으니, 운반은 여기 위지 소국주님이 계신 강서의 용문표국에 맡길 것입니다.”


위지천은 강상이 용문표국을 신경 써주는 것을 알았다.


“저희 표국에서 잘 운반하겠습니다.”


“앞으로 무한 대장간에서 나오는 검은 모두 용문표국에서 맡아주셔야하니, 하실 일이 많겠습니다.”


갈야도는 무림맹으로부터 갈취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대금은 어찌 될는지요.”


“지금 시중에 나오는 가격보다 더 쳐 드릴 테니 걱정 마십시오. 오히려 야장은 그걸 걱정할 것이 아니라 우리 강상이 요구하는 물량을 못 맞출 것을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갈야도와 계약을 맺은 강상이 떠나자, 갈야도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위지천에게 다가왔다.


“소교..아니, 소국주님. 감사합니다. 무림맹 놈들을 상대하지 않으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어제 갈 지부장과 함께 들어왔던 무영가 놈들이 병장고에 숨어있다가 실패하고 모두 도망갔더군.”


“안 그래도 무한이 그 일로 떠들썩합니다. 마교라는 말에 걱정들 하더군요. 이제껏 무림맹에 우리가 직접 들어간 일이 들킨 적은 없었으니까요.”


“그들이 여기로 왔겠지?”


갈야도는 주위를 살펴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맞습니다. 저희 창고 안가로 들어가 숨어있습니다. 청소를 전혀 안 하고 아무것도 없는 창고인데 말이죠.”


갈야도는 무영가의 마인들이 임무에 실패하고 망신을 당한 채 아무것도 없는 안가에 숨어있는 것을 꽤 고소해했다.


“그놈들은 어쩔 셈이지?”


“모르겠습니다. 풀이 확 죽어서 제가 뭘 물어봐도 잘 대답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가문에 보고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위의 놈이 나서겠군.”


“그렇겠지요. 혹시나 변동이 있으면 제가 맹 안으로 사람을 보내서 알려드릴까요?”


“됐다. 안 그래도 무영가 놈들이 잠입했다가 실패하는 덕분에 맹의 순찰각이 부쩍 경계하는 중이다. 총관이 무영가 놈들을 들여보낸 것이 문제가 됐기도 하고.”


“그건 저희와 함께 맹 안으로 들어간 것 아닙니까?”


“너희는 곧바로 돌아갔지 않느냐. 안으로 들어간 것은 무영가놈들이고. 걱정 말아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알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무영가 놈들은 본단에서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저 창고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 한동안 못 움직인다는 것이겠지. 알았다.”


위지천이 나가려고 하는데 갈야도가 나직히 말했다.


“소국주. 빚을 갚아주어 감사합니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움을 받아 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내 수하 아니냐. 당연한 거다.”


갈야도와 헤어지고 무림맹으로 돌아왔다.


'임무가 실패했는데도 돌아가지 않다니, 아마 용봉지연과 관계가 있나보군. 당장 안가에 갈게 아니라,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높은 놈이 올 수도 있으니.'


위지천은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


관중이 없던 용봉연의 예선 대결과는 다르게, 본격적인 비무대 설치가 이루어졌다.


상석에는 남궁곤이 근엄한 얼굴로 새로 선출된 정파의 장문인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두꺼운 눈썹과 굵은 선이 남자답고 중후한 맹주의 표상처럼 보였다.


‘맹주놈은 내가 위지천의 몸으로 환생한 것을 꿈에도 모르겠지. 슬그머니 옆에 다가가 살수를 펼친다면, 맹주는 막기 힘들 것이다.'


맹주의 천령개를 내리찍는 상상을 하며 쳐다보고 있는데, 벌써 비무가 시작되었다.


소림파의 속가제자와 오룡 중 하나인 제갈세가의 제갈빙의 대결이었다.


한참 살펴보고 있는데, 서 있는 자세와 풍기는 기도만으로 제갈빙의 우세가 점쳐졌다.


‘제갈빙이란 놈, 성취를 숨기고 있군. 실력의 삼 할을 숨기라는 격언을 실행 중인 것인가. 반면에 소림의 속가제자라는 놈은 별것도 없으면서 기합만 요란하군.’


“으하하하하하합!”


소림의 속가제자는 봉을 들고 저돌적으로 제갈빙의 요혈을 공격했다.


제갈빙은 부채를 들고 여유있게 흡의 묘리로 봉 끝을 댄 채 떨어뜨리지를 않았다.


속가제자는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자신의 봉이 제갈빙의 부채에서 떨어지지가 않자, 얼굴이 벌게져서 뒤로 물러나려 했다.


‘큰일 났다. 제갈 공자가 나보다 훨씬 무위가 높다. 이대로면 봉을 놓칠 거야. 절대 죽어서도 봉을 뺏겨서는 안 된다.’


무인이 무기를 놓치는 것은 큰 수치였다. 권장법에 능하지 않다면 엄청난 열세에 처하기 때문에 속가제자는 죽을 힘을 다해 부채에서 봉을 떨어뜨리려 노력했다.


반면에 제갈빙은 무기의 길이에 따라 불리한 상성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부채로 거의 농락하다시피 했다.


위지천은 그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승패를 파악할 수 있음을 알았다.


초절정고수의 싸움은 예측할 수 없지만, 일류나 이류의 싸움이라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위지천은 다음 비무를 살펴보았다.


‘다음도 오룡 중 하나인 무당의 태청과 하북팽가의 팽관월의 비무군. 오룡이 초반부터 맞붙다니, 서로 아쉽겠어.’


객잔에서 살펴본 바로는 팽관월이 이길 것이다. 내공은 태청이 더 높을 줄 몰라도, 팽관월은 걸음걸이와 기도가 남궁혁에 비해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으니까.’


위지천은 소림 속가제자와 제갈빙의 비무를 더 이상 보지 않고 관중석에서도 표정이 극적으로 갈리는 자들을 찾아내었다.


그 중에 한 명이 판돈을 걷고 있었다.


위지천은 아삼을 불렀다.


“아삼! 혹시 너 비무대회에서 돈 걸어 본 적 있어?”


“뭐? 용봉연에서 돈을 건다고?”


“그래. 저기 사람들 보이지?”


“어. 저 사람들. 확실히 비무에 집중하는 모습이 대단하네.”


“그럴 수밖에 돈을 걸었으니까.”


“그래? 어쩐지.”


“아삼. 다음은 팽가가 이길 거야. 팽가에 걸어야겠어.”


“팽가에? 아닐 텐데, 태청이 예전에도 그렇고 한 번도 팽관월에게 진 적이 없어.”


위지천은 그 말에 살짝 멈칫했다.


‘분명 실력은 팽관월이 앞서는데, 일부러 져주는 건가? 그래도 한 번 걸어보자. 내 눈에는 분명히 팽관월이 이긴다.’


“그래도 나는 팽관월에게 걸겠어. 갑자기 무한으로 오는 바람에 마차도 다 헐값에 처분했잖아. 한 두푼 들어간 게 아닌데, 그렇게 돌아갈 수는 없어.”


위지천은 팽관월에게 가지고 있는 돈의 반을 걸었다.


‘반은 혹시나 일부러 져줄 수도 있는 상황이니, 다 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태청과 팽관월이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태청 도장. 매번 제가 지기만 하는데, 이번에는 좀 봐주시오.”


“하하하. 팽관월. 갑자기 왜 약한 소리시오. 이번에 오랫동안 폐관수련한 성과를 볼 수 있겠군.”


“그냥 들어가서 잠만 자다 나왔으니, 별거 없을 거요.”


팽관월은 거대한 도를 들고 기수식을 취하더니 태청과 비무를 시작했다.


위지천은 그 어느 때보다 팽관월을 격렬히 응원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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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주를 보다 +1 24.09.16 469 12 12쪽
24 중독되다 +1 24.09.15 499 13 11쪽
23 예선 +1 24.09.14 514 14 12쪽
22 호북 지부 +1 24.09.13 529 13 13쪽
21 오룡과의 만남 +1 24.09.12 574 14 13쪽
20 용봉지연 +1 24.09.11 572 14 11쪽
19 실종 +1 24.09.10 558 15 11쪽
18 교영채 +1 24.09.09 564 15 13쪽
17 당아삼 +1 24.09.08 611 17 12쪽
16 사천행 +1 24.09.07 605 15 11쪽
15 위선을 행하다 +1 24.09.06 641 15 12쪽
14 직시하다 +1 24.09.05 665 17 13쪽
13 용문표국 +1 24.09.04 634 16 13쪽
12 악인궁과 구야문 +1 24.09.03 655 14 12쪽
11 다시, 의춘 +2 24.09.02 695 17 12쪽
10 강서로 떠나다 +1 24.09.01 753 18 12쪽
9 수로채와 거래하다 +1 24.08.31 735 22 12쪽
8 칠보단혼산을 먹다 +2 24.08.30 751 20 13쪽
7 무공을 접목하다 +2 24.08.29 842 21 13쪽
6 후순개 +2 24.08.28 859 19 13쪽
5 격렬한 환영식 +2 24.08.27 918 22 12쪽
4 동정호 +2 24.08.26 975 25 13쪽
3 거지 소년 +2 24.08.25 1,018 22 12쪽
2 단독 표행 +2 24.08.24 1,157 29 13쪽
1 표국의 소국주 +5 24.08.23 1,533 2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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