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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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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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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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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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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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기세 뭔데?

DUMMY

# 오늘도 퇴근 6화.

팀장님, 기세 뭔데?




파티션 안으로 들어가자, 직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어제 아침 인사 할 때까지만 해도 왜인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어딘가 좀 이상하더니 오늘은 더 이상 그런 기색이 없었다.

사흘째가 되자, 이젠 좀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컴퓨터를 켜고, 업무 지시를 한 뒤, 오늘 업무를 시작했다.


타닥, 타다닥, 타닥, 타닥, 딸깍.


그렇게 한창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박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장님.”


모니터 위로 고개를 들어, 박지훈과 시선을 맞추었다.


흔들리는 눈동자와 자신감 없는 표정.

여전히 어리바리한 얼굴이었다.


ESG는 프로젝트 기획과 비슷한 측면이 많은데, 박지훈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하는 이 일과 맞는 성격이 아니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해야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저, 소야 건설 소각장 입찰 건 인권 관련 추가 부분, 지금 파일박스에 올렸습니다.”


파일을 열어 보니 역시나 개판이다.


이전에 했던 자료들을 못해도 서너 개는 보았을 거고, 직접 한번 해 보기까지 했으면 조금은 나아져야 하는데, 발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딱히 요령을 피우거나 게으른 것 같지도 않은데도 이 모양인 건 역시 자질의 문제였다.


이런 애들은 가르친다고 해도 좀처럼 늘지 않고, 강채은이 가고 나면 어차피 다른 부서로 보낼 애이기에 굳이 가르칠 필요도 없다.


“잘했어.”

“아! 네. 그럼 전······.”

“좀 쉬었다가 이전 자료 살펴봐.”

“네, 알겠습니다.”


뒤통수를 긁적이며 일어나는 박지훈 너머로 강채은이 눈에 들어왔다.


모니터를 보다가 연신 뭘 적어 대는 게 꽤 열심이다.


아직 일을 시켜 보지는 않았지만, 강채은은 제법 자질이 있어 보였다.

실제로 시켜 보면 생각 이상일지도 몰랐다.


업무 범위가 그 어느 부서보다 방대한 ESG팀의 업무 매뉴얼을 하루 만에 외운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확실히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애였다.


무엇보다도 하겠다는 의지도 넘치고, 성격과 인성도 괜찮은 것 같고.

재벌집 딸치고는 참 드문 케이스였다.

아니, 이건 선입관인가? 아무튼······.

강채은 역시도 곧 있으면 나갈 애,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때, 필기를 하던 강채은이 고개를 들어, 문득 눈이 마주쳤다.


“왜요?”

“뭐가?”

“팀장님께서 쳐다보셨잖아요.”

“안 쳐다봤어. 그냥 보인 거야.”

“······.”


둘 다 모니터로 시선을 내리고, 다시 하던 일에 집중했다.


타다닥, 딸깍딸깍, 타다다닥.


그렇게 몇 분쯤 지났을까 강채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무언가를 읽는 듯 눈동자를 천천히 좌우로 옮겨 가며 아래로 내려가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민수를 불렀다.


“팀장님!”


타닥, 타다닥, 타닥.

민수가 하던 일을 하며 대답했다.


“왜?”

“뉴스 보셨어요? 소야 주류.”


소야 주류는 식품 HQ 산하 주류 매출 1위의 꽤 규모가 큰 계열사.


ESG 개념에서 술, 담배, 무기 같은 유해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겐 페널티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터라 관련 업무도 많고, 항상 신경을 많이 쓰는 계열사였다.


“소야 주류가 왜?”

“환경 쪽 문젠데, 꽤 시끄러운 것 같아요. 뉴스 한번 봐 보세요.”


민수가 하던 일을 멈추고, 곧바로 뉴스를 검색했다.


‘소야 주류, 판매는 1위! 환경은 꼴찌!’


‘주류 빅3 중에 친환경 유통시스템을 적용하지 않는 업체는 소야 주류가 유일!’


- DS맥주와 혜인양조는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캠페인)을 10년 더 앞당기자는 친환경 협약식을 오늘(4일) 3시 세링턴 실버 호텔에서 가질 예정이다. 양사는 모두 모터 전력부하 저감, 폐열 시스템 개선, 생산 물류 최적화, 고효율 LED 전등으로의 전환, 친환경 설비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해 왔으며, 이번 양사 간의 협약식으로 이익의 극대화라는 기업의 경영 원칙을 뛰어넘어 공동체의 절대적인 이익을 우선하는 기업 문화로 바꾸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반면 업계 1위 주류 업체인 소야 주류는 이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장려했던 고탄소 배출 디젤 엔진 트럭에서 전기 트럭으로의 교체를 단 한 대도 하지 않은 실정. 이와 병행해서 추진한 생산 시설 부지 내 전기차 급속충전기 설치 역시도 전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김종찬 환경공학과 교수(53)의 말에 따르면······.


기사 몇 개를 읽은 민수가 뉴스 창을 닫고 하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타닥, 타다닥, 타닥, 딸깍딸깍.


“팀장님.”


타닥, 타다다닥, 딸깍, 탁, 탁.


“저, 이거 우리 쪽 일 아닌가요?”

“신경 쓸 거 없으니까 하던 일 해.”

“그래도 환경 쪽 문제인데, 대책을 세워······.”


타닥, 탁!


뚝 끊어지는 자판 소리에 강채은이 하던 말을 멈추었다.


“좀 있으면 해당 부서에서 연락 올 테니까 그때까지 하던 거 하면 된다고.”

“······네.”


민수가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내렸다.


타다닥, 타닥. 타다다닥······.


주류를 제조하는 계열사의 환경 문제면 당연히 ESG팀과 관련된 일.

그런데 이건 그냥 일이라는 차원을 넘어, 사고였다.


이런 상황에서 태연히 자기 일만 하는 민수가 강채은은 이해되지 않았다.


받은 일과 칼퇴근 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건가?

아님, 요청받은 것만 해서 넘기는 ESG팀의 수동적인 업무 방식 때문인가?


정말 회사 일엔 조금의 애착도 없는 사람이었다.


*


민수의 말과는 달리 곧바로가 아닌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소야 주류의 해당 부서에서 전화가 왔다.


“네, ESG 사원, 강채은입니다.”

[아, 네. 소야 주류 홍보 3팀장인데, 팀장님 계시면 좀 바꿔 주시겠어요?]

“잠깐만요.”


강채은이 귀에서 수화기를 떼고 말했다.


“팀장님. 소야 주류 홍보 3팀장인데, 팀장님 바꿔 달라세요.”

“돌려.”


강채은이 버튼을 누르자, 민수 전화에 벨이 울렸다.


“네, ESG 이민수 팀장입니다.”

[아, 이 팀장님. 오늘 터진 기사 보셨죠?]

“네.”

[이거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것 같은데, ESG팀에서 직접 나서 주시는 게 어떨까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무표정한 민수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아시잖아요. 언론 대응이라든지, 향후 대책이라든지······. 괜찮다면 ESG팀에서 직접 진행해 주셨으면 하는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전문 부서가 직접 나서서 처리하는 게 외부에서 보기에도 낫고 그러지 않을까 해서요.]


향후 대책을 세워서 언론을 상대하라······.


사고 처리 전반을 ESG팀에게 맡기고 자기들은 빠지겠다는 것,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수작이었다.


“그건 저희가 할 일이 아닌 것 같네요.”

[아니, ESG팀이 할 일이 아니라뇨? 환경과 관련된 문제잖아요. 기사에 났듯이 친환경 물류시스템······.]


민수가 그의 말을 끊었다.


“이게 정말 환경 문제인가요?”

[······!]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의문이네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기사 읽어 보신 건 맞으시죠?]

“네.”

[······그럼 무슨 이유로 이게 환경 쪽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 거죠?]

“환경 쪽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무슨 이유로 환경 문제가 아니라는······.]


민수가 다시 그의 말을 끊었다.


“주류 업계 빅3 중에 2위, 3위가 1위인 소야 주류만 따돌리고 협약식을 한다고 언론 발표를 했어요. 이걸 모든 신문사에서 다 받아 적었고요. 그런데 문제는 가만히 있는 소야 주류에 프레임을 잡았다는 거예요. 환경은 생각지 않고 돈만 밝히는 기업이라는 비난 일색의 프레임으로요. 게다가 별것도 아닌 기사가 실검 3위까지 올랐어요. 언론 대응팀과 바이럴팀이 가동된 거죠.”

[······.]

“그래도 이게 정말 환경 쪽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

“제 눈엔 여름 성수기를 대비해서 언더독들이 작정하고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고밖에 보이지가 않는데.”

[······.]

“이런 건 계열사가 알아서 처리하셔야죠.”

[······.]

“더 할 말 있으신가요?”

[······.]

“필요한 자료는 그동안 ESG 기획안을 통해서 충분히 보내 드렸으니까 그거 참고해서 하시면 될 겁니다.”

[아니, 팀장님. 자료도 우리가 알아서 하라고 하시면······.]


민수는 대꾸 한마디 하지 못하고 듣기만 한 그의 마지막 말까지 틀어막아 버렸다.


“방금 말씀드렸잖아요. 그동안 보내 드린 걸로 참고하면 된다고.”

[······.]

“그럼 대응 잘하시고, 그만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민수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자기 할 일을 시작했다.


타닥, 타다닥, 타닥.


그런 민수의 모습에 팀원들 모두가 벙한 얼굴이 되어 버렸다.

이런 전화통화를 하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태도도 그렇지만, 숨 막힐 것 같은 빈틈없는 논리로 조곤조곤 말하는 모습이 보고만 있는데도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이내 정신을 차린 강채은이 방금 했던 민수의 말을 정리했다.

전화를 받고 민수가 처음으로 꺼낸 말은 이거였다.


자기 일이 아니다.


그동안 민수의 모습을 보아 왔기에 설마 했는데, 정말 대놓고 이럴 줄은 몰랐다.

그런데 다음에 튀어나온 말은 가관도 아니었다.


환경 쪽 문제가 아니라는 것!


기사에서 버젓이 환경 문제로 다루고 있는데, 환경 문제가 아니라니······.


이때까지만 해도 골치 아픈 일에 엮이기 싫어서 개수작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그다음에 했던 말을 들으며 이해가 되었다.

아니, 납득이 되었다.


환경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


그랬다.

이건 환경 문제가 아니라 언더독들의 정치질, 완전 반전이었다.


생각 없이 일을 덜컥 받아 버리면 어떻게 됐을까?


책임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팀원들과 함께······.


소야 주류 홍보 3팀장의 정치질에 의해서 말이다.


이걸 단번에 간파한 게 바로 팀장이고.


이런 생각을 한 강채은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한눈에 모든 걸 간파한 팀장에 비해 전혀 알아채지 못한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어서였다.


한편으론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나의 사건에 외부, 내부의 정치질이 동시에 들어온 상황.

작은아버지 일가와 맞서기로 한 이상 이것보다 더한 정치질을 숱하게 받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웃는 얼굴로 뒤에서 찌르는 칼들······.


이런 것들을 이겨내고 정말 회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아직 사회생활이 미숙한, 그리고 너무 순진한 자신에게 씁쓸한 입맛이 느껴졌다.


물론 이런 상태로 계속 머무르진 않겠지만, 그때까진 팀장 같은 사람이 꼭 필요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방금 팀장이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필요한 자료는 그동안 ESG 기획안을 통해서 충분히 보내 드렸으니까 그거 참고해서 하시면 될 겁니다.”


‘뭐야? 해결 방법이 예전에 만들었던 ESG 기획안에 있다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해결은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게 구체적으로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해결하는 데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ESG팀이 떠안는 게 오히려 낫지 않나 싶었다.


성수기 주류 매출이 걸린 문제, 이건 큰 실적으로 연결되니까 말이다.


팀장에게 의견을 말하려고 하는데,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네, ESG 사원, 강채은입니다.”

[아! 강채은 사원? 이 팀장 좀 바꿔 줄래요?]

“누구시라고 전해 드릴까요?”

[소야 주류 홍보부장이에요.]


팀장이 퇴짜를 맞고 곧바로 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직 끝난 일이 아닌 듯.

다행이었다.

손에서 날아간 실적을 다시 가져오게 될 수도 있어서였다.


아마 이 부장이라는 사람은 직위로 찍어 누르려 할 게 틀림없었다.


강채은은 이번만큼은 부장의 편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회사에서 입지를 다져야 하는 자신의 입장에서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니까.


반면 이번에는 팀장이 또 어떻게 대응할지 기대도 되는 묘한 마음으로 팀장에게 말했다.


“팀장님. 소야 주류 홍보부장님이에요.”


타닥, 타다닥, 딸깍······. 딸깍.


“돌려.”


전화가 돌아가고 민수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전화 바꿨습니다. ESG 이민수 팀장입니다.”

[방금 터진 사고 때문에 부탁할 게 좀 있어서 그러는데, 내 방으로 좀 올 수 있겠나?]


소야 주류 본사는 3층 아래, 11충에 있었다.


“그냥 전화로 말씀하시면 안 될까요?”

[뭐?]

“그냥 전화로 말씀하시면 안 되냐고 말씀드렸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차갑게 굳은 부장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 나왔다.


[자네 지금 날 무시하는 건가?]

“무시하는 게 아니라 타 계열사 상급자가 부른다고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입니다. 물론 여유가 있으면 그럴 수도 있는데, 저도 제 일이 바빠서요.”

[······그럼 내가 가지, 거기로.]


찰칵.


전화가 끊겼다.


민수의 말에 정경준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고, 박지훈은 뇌정지가 온 듯 동그랗게 뜬 눈을 연신 깜빡였다.


강채은 역시도 놀랐다.


아무리 타 계열사라고 해도 부장한테 이런 식으로 말할지는 몰라서였다.


그 부장이 상무가 되고, 전무가 되고, 혹은 자기의 생사여탈권을 쥔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게 회사의 조직 체계인데 상급자를 이런 식으로 까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뭐야? 이 사람······. 혹시 불나방 같은 사람이었던 거야? 아님, 회사에 오래 있을 생각이 없는 건가?’


그렇게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부장이 파티션 안으로 들어왔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긴장된 분위기.


부장이 정경준과 박지훈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강채은을 슬쩍 보고는 곧바로 민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고는 삿대질을 했다.


“야! 너. 내가 우스워?”

“우습다고 한 적 없습니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기는 해? 수백억, 수천억이 걸린 일이야! 그런 상황에서 니 일 내 일 따지는 게 말이 돼?”


곧바로 언성을 높이는 부장에 파티션 밖, 타 부서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고, 바로 옆 팀의 팀장은 파티션 너머로 고개까지 쭈뼛 내밀고 분위기를 살폈다.


“이유는 홍보 3팀장에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 드렸습니다. 혹시 보고받지 못하셨다면 다시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그게 우리보다 네 쪽에서 직접 처리하는 게 나으니까 하는 소리 아냐? 성수기 매출이 달려 있는 일이야! 어쩌면 업계 순위가 바뀌는 상황이 될지도 모르는 일에 그런 걸 따지는 게 옳아? 넌 소야그룹 사원 아냐?”

“그렇다고 제 일이 아닌 걸 제가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금껏 ESG팀은 문서로 기획만 해 주고, 진행은 해당 부서에서 알아서 했습니다.”


민수의 이 말에 부장이 기다렸다는 듯 비꼬았다.


“그래. 잘했다, 잘했어. 회사 실적이 박살 나도 가만히 앉아서 문서만 만지작거리는 게 어디 자랑이야? 현업에서 뛰어다니는 동료들에게 미안한 줄 알아야지. 필요할 때 손가락만 빨고 앉아 있는 이런 개같은 부서가 왜 존재해야 하는 거야? 아예 없는 게 낫지.”


선을 넘는 도발.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정말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싶었다.

그 서류 업무를 민수 혼자서 그룹 전체를 상대로 지금까지 해 온 걸 알 텐데 말이다.


그런 도발에도 민수는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차분하고 담담했다.


“그걸 저한테 물어보시면 안 되죠.”


도발처럼도 들리는 민수의 말에 이죽거리던 부장의 얼굴이 다시 구겨졌다.


“제가 ESG팀을 만든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가 부장님이 시킨다고 그냥 넙죽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뭐라고?”

“방금 말씀드린 대로 저희 팀은 기획안만 만들어 주지 진행은 하지 않습니다. 그럴 수 있는 인적 구성도, 그런 업무 규정도 없었고요. 그런데 지금 부장님께서 저희의 업무 범위가 아닌 실무를 하라고 강요하고 계십니다. 그럼 실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생긴다는 말인데. 그에 대한 책임과 권한은 어떡하실 겁니까?”

“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관련 부서로서 그냥 좀 해 달라는 거잖아.”

“아니, 그게 아니고······.”


살짝 당황한 듯한 부장의 눈을 민수가 똑바로 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제가 드리고 있는 말은 부장님께서 저희 팀에 그런 실무에 대한 권한을 주실 수 있는 힘이 있으신지 묻는 겁니다.”

“······?”

“부장님은 그런 위치에 계신 분이 아니잖아요.”

"······!"


부장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오르며 고함을 고래고래 내질렀고, 그런 부장을 쳐다보는 민수의 눈빛은 깊고 차분했다.


상황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사람의 눈빛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주말 마무리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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