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근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파셔
작품등록일 :
2024.08.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9.19 08:0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657,927
추천수 :
17,192
글자수 :
199,685

작성
24.09.16 08:05
조회
15,531
추천
606
글자
16쪽

대기업을 오래 다니면 배우게 되는 것.

DUMMY

# 오늘도 퇴근 28화.

대기업을 오래 다니면 배우게 되는 것.




강준우와 문성식이 비탈길을 따라서 터벅터벅 걸어 내려갔다.


가로등 아래를 지날 때, 문성식이 문득 말을 꺼냈다.


“강 본부장, 너 오늘따라 속을 너무 많이 드러내더라.”


잠시 말없이 걸어가다가 강준우가 물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나?”

“보통은 안 그러지.”

“······.”


나직이 가라앉은 강준우의 얼굴을 나란히 몇 걸음 걸으며 쳐다본 문성식이 회상하듯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어릴 적부터 정치판에 있다 보니까 인간 군상 안 본 게 없거든? 세상엔 정말 별의 별 사람이 다 있어.”

“······.”

“그렇게 많은 사람을 보다 보니까 꼭대기까지 올라갈 사람과 지금 아무리 인기가 많다고 해도 거기까진 가지 못할 사람이 자연스레 구별되더라고.”

“······어떻게?”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이걸로 판단해. 욕망을 정확히 드러내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 욕망을 정확히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은 신비주의 같은 게 있어서 뭔가 있어 보이긴 하는데 결국엔 끝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

“······.”

“그런 사람들은 중요한 딜을 할 때 실패해.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파투가 나더라고. 왜 그런지 알아?”

“······왜 그런데?”

“상대방이 잘 모르거든. 그런 애매모호함이 평상시엔 도움이 될 때가 많지만, 정말 중요한 걸 얻기 위해서 속을 정확히 드러내야 할 때가 오면 지금까지 한 게 있어서 잘 못해. 설령 드러낸다고 해도 상대방도 헷갈리니까 결국 파투가 나고 난장판이 되더라고. 자기 편까지도 혼란스러워하고.”

“······.”

“간혹 그런 사람 둘이 빅딜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럼 어떻게 되는지 알아?”

“어떻게 되는데?”

“답답해 뒤지는 거지. 서로 답이 안 나와서, 크큭.”

“하하하.”


입을 활짝 벌리고 웃는 강준우를 문성식이 따뜻하고 잔잔한 미소로 잠시 가만히 바라보았다.


“준우야.”

“······.”

“자기 욕망 숨기는 건 나 같은 아랫사람이 하는 거야.”

“······!”

“실은 나도 네가 네 형들과 싸울 의지가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어. 말 안 해 줬으니까.”

“······미안해, 형. 사실 나도 잘 정리가 안 됐거든.”


문성식이 강준우의 등을 토닥였다.


“원래 다들 그래. 쫄리니까.”

“······.”

“때가 되면, 강준우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고, 견뎌. 못 견디면 뒈지는 거고, 견디면 가는 거야. 저 위로.”

“······.”

“그래야 붙을 사람이 붙어. 네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고······. 네가 뭘 원하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데 누가 따라붙겠어?”

“······.”

“무슨 말인지 알겠지?”

“고마워, 형. 조언해 줘서.”


피식 웃은 문성식이 말을 돌렸다.


“야, 근데 여기 진짜 맛집이다.”

“그렇지?”

“자주 이용해야겠어.”

“······.”

“······아우, 피곤해. 집에 가서 맥주 한 캔 더 하고 자야겠다.”


어두운 골목길, 가로등을 지나가는 둘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은은한 경음악이 흘러나오는 레스토랑.


한 테이블에 여덟 살 난 딸과 아빠, 맞은편엔 여섯 살 아들과 엄마가 나란히 앉아서 화목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들 앞에 드디어 스테이크가 나왔다.


“아빠, 잘라 줘.”

“아직도 못 잘라? 으이그.”


말은 이렇게 하면서 아빠의 나이프와 포크는 벌써 딸의 접시로 가 있었다.


“여기 왼쪽 끝에 포크로 잡고, 먹을 만큼 이렇게.”


나이프로 슥슥 자른 아빠가 포크에 찍혀 있는 고기를 딸의 입으로 가져갔다.


“자.”


아빠가 먹여 주는 고기를 딸이 받아 먹었다.


“맛있지?”

“응.”

“이제 민아가 한번 해 볼래?”

“나, 잘못하는데······.”

“그래도 한번 해 봐. 한번 해 보고 나면 쉬워.”


아들에게 고기를 먹여준 엄마가 아빠와 딸 사이에 끼어 들었다.


“민아야, 아까 엄마한테 이야기한 거 아빠한테 해 봐.”


아빠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딸을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랑 무슨 얘기했어?”

“커서 아이돌 될래.”


아빠가 보기에도 아이돌 하기는 힘들 것 같은 딸.


“아이돌 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그래도 될래.”

“음······. 그럼 공부 열심히 하면.”


엄마가 말했다.


“무슨 소리래? 공부하기 싫어서 아이돌 되겠다는 애한테.”

“아니야. 진짜 아이돌 되고 싶어.”

“어이구, 어련하시겠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가족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아빠가 진동 소리에 핸드폰을 보았다.


‘박규현 전무’


“잠깐 아빠 전화 좀 받고.”


통화 버튼을 누른 아빠가 친근한 투로 전화를 받았다.


“아이구- 전무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큰일 났어, 김 사장.]

“왜, 또 무슨 일 터졌어요? 그 일 터진지가 언젠데.”

[그게 아직 안 끝났어.]

“감사실까지 다 끝났다면서요?”

[그랬는데, 부회장이 다시 치고 들어왔지, 뭐야. ESG팀 시켜서.]

“ESG팀요?”

[그래. 부회장 직속 부서인데, 납품업체 실태 조사한다는 지랄을 떨면서 오늘 김 사장 회사 자료만 싹 다 가지고 갔어.]


김구현의 미간이 살짝 구겨지더니 눈이 깊어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김 사장 회사가 제일 크니까 김 사장 회사부터 탈탈 털고 보겠다는 건지, 아님 김 사장에 대해서 뭔가 알고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김 사장 털리면 여기 다 죽는 거 알지?]


털릴 리 없었다.

털릴 정도로 멍청하게 처리하지는 않았으니까.


“내가 걸릴 건 없어요. 그쪽에서 안 걸리면.”

[그래. 우리도 단도리 꽉 하고 있어. 비상사태 불 켜졌다고. 일단 김 사장 회사랑 거래는 확 줄게 될 거야.]

“······.”

[전화도 하지 마. 우리도 전화 안 할 테니까. 알고 있으라고 내가 대표로 전화한 거야.]

“아니, 전무님. 갑자기 그러시면······.”

[우리도 갑자기 당했어.]

“······.”

[그렇게 알고 김 사장도 자중해. 사려.]

“······네.”

[그래. 잠잠해지면 봐.]


삐빅.


전화가 끊겼다.


어금니를 깨물어 턱에 몇 갈래의 음영이 생기는 김구현을 본 아내가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김구현이 아내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냐. 그냥 좀 귀찮은 일이야.”


꽤나 심각한 일이 터졌지만, 화목한 가족의 평화로운 외식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


다음 날, 김구현이 자기 집무실 책상에 앉아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소야그룹의 아는 인맥을 총 동원해서 왜 자기 회사를 정조준 했는지 알아보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부회장 파와 강태천 사장 파의 정치싸움일 거라 추측했고, 지금 통화하고 있는 자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머리 좀 아플 거예요. ESG 팀장 만만한 사람 아니거든요.]


거기 팀장이 어떤지 따윈 관심도 없었다.

어차피 부회장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놈이니까.

그런데 이상한 말을 했다.


[청문회에 나가서 국회의원까지 들이박은 사람이잖아요.]

“청문회요?”

[네. 저번 달에 한 거.]

“······알겠습니다. 언제 식사나 한번 해요.”


전화를 끊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조금도 관심 없던 ESG 팀장이라는 자가 슬슬 궁금해졌다.


팀장이 청문회에 나가서 국회의원을 들이박았다는 게 평범하지가, 아니 정상적이지가 않아서였다.


국회 홈페이지로 들어가 청문회 일정과 주제를 확인했다.


탈탄소 입법 청문회······.


유튜브를 열고 탈탄소 입법 청문회를 검색한 김구현의 눈이 커졌다.


이민수······.


이민수의 동영상이 꽤나 많이 올라와 있어서였다.


“뭐야······. 이거······.”


*


타닥, 타다닥, 타다다다닥, 딸깍, 타다닥, 딸깍딸깍······.


모니터를 보며 작업하고 있는 민수를 팀원들이 벙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ESG팀이 바뀐 이후로 민수가 서류 작업에 매진하는 모습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정경준이 오늘 아침 업무 지시 시간을 떠올렸다.


“정 대리.”

“네, 팀장님.”

“당분간 소야 주류 건은 정 대리가 알아서 해 주세요. 판단하기 어려운 것만 나한테 보고하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팀장님은 혹시······.”

“네. 난 소야홈쇼핑 건 진행할게요.”


고개를 갸우뚱하며 잠시 생각한 정경준이 말했다.


“저, 그보다 소야홈쇼핑을 제가 하고, 소야 주류 진행 건을 팀장님께서 하시는 더 낫지 않을까요? 업무의 경중도 그렇고, 소야 주류 건에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하는 예민한 부분이 많이 있잖아요.”


ESG 업무의 시작은 현황 조사와 서류 작업.


그런 실무적인 건 자기가 할 테니까 팀장은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 더 중요한 일을 하라는 말이었다.


“정 대리 말,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그냥 내가 시킨 대로 해요.”


정경준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기가 아는 민수는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유는 이것밖에 없었다.


‘부회장님의 특별지시가 있었던 건가?’


완전히 헛짚은 추측이었지만, 정경준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도대체 소야홈쇼핑을 어떻게 하려고······.


정경준은 이제 곧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느끼며 눈빛을 반짝였다.


“알겠습니다, 팀장님. 소야 주류 건은 신경 안 쓰이게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그러고 저렇게 하루에 혼자서 기획안을 몇 개나 만들던 예전의 모습처럼 자판을 신나게 두드려 대고 있었다.


지금 민수는 케이 브릿지 어패럴의 문제에 대해서 ESG 관점으로 조목조목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이걸로 케이 브릿지 어패럴을 날리기 위해서였다.


일단 이것부터 만들어 놓고, 문성식의 정보를 기다려야 했다.


그래야 김구현을 나락으로 보내는 최적의 시나리오를 짤 수 있으니까.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있었다.


소야홈쇼핑이 너무 조용했다.


강준우가 알고 찾아왔을 정도면 지금쯤 여기저기서 잡음이 흘러나와야 하는데, 그런 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박지훈이 던진 돌에 뛰어오른 개구리가 한 마리도 없는 것이다.


적어도 김구현에게 로비를 받은 당사자만큼은 논두렁을 향해 펄쩍 뛰어야 하는데 말이다.


한 마리도 없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뒤지기 시작하면 한 마리는 나오게 되어 있는데 한 마리도 없다는 건 대부분 이런 경우였다.


일부가 아니라 전체가 물려 있는 형태······.


사실, 전체가 물려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두고 있었다.


소야홈쇼핑 매출에서 김구현의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상하리만치 높아서였다.


전체가 하나인 건가?


그렇다면 그 하나의 전체가 펄쩍 뛰어오르지 않고, 죽은 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구리는 위험할 때 펄쩍 뛰어올라서 도망가는 게 본능이지만, 정말 죽을 판이면 죽은 척을 한다.


도대체 얼마나 들쑤시고 왔기에······.


고개를 들어 모니터 너머로 박지훈을 보았다.


허공에다 대고 검지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허공을 바라보며 허공에다 무언가를 휘갈기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판을 두드렸다.


타닥, 타다닥, 타다다닥.


“······.”


그런 박지훈의 얼굴 위로 흐르는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네, ESG 사원 강채은입니다. (······)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전화기 속 사람의 말을 들은 강채은이 멈칫하더니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깐만요. 팀장님. 케이 브릿지 어패럴 김구현 사장이래요.”


김구현이라는 말에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민수는 꽤 놀랐다.


모두가 개구리처럼 죽은 척을 하는 지금, 김구현이 직접 전화를 걸 줄은 몰라서였다.


박지훈이 들쑤신 게 엄청나게 빨리 굴러가고 있는 모양새였다.


중간을 다 건너뛰고 타기팅한 대상이 곧바로 나타났으니까.

아직 김구현에 대한 조사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전화 돌려.”

“네.”


강채은이 내선 버튼을 누르고 수화기를 내려놓자, 민수의 전화에 벨이 울렸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섭섭하네. 이럴 거였으면 먼저 전화라도 줬으면 좋았는데.]

“용건만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조사 대상 업체와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해서요.”

[······혹시 민제 죽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민수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죽은 친구의 뒤통수를 친 벌레새끼가 감히 형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도 기분 나쁜데, 대 놓고 야렸기 때문이다.


자기가 한 짓이 아니라면 이 말을 뜬금없이 꺼내지는 않았을 테니까.


과거 자기가 한 짓을 밝히지 못할 거라는 자신감과 네가 어떻게 하든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여유.


정말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었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한번 만나서 풀어야 하지 않을까?]

“······오해 같은 건 없습니다. 뭐,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니까 업체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업체 이야기? 크크큭. 그래, 뭐. 언제 만날까?]

“지금 오세요. 회사로.”


*


칸막이가 쳐져 있는 수십 개의 테이블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상담실에 고급스러운 정장을 차려입은 김구현이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앉아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 민수가 다이어리와 펜을 들고 나타났다.


“반갑습니다. ESG 이민수 팀장입니다.”

“이런 데로 나를 부른 거야?”

“업체와 상담할 땐 통상 여기에서 합니다. 차라도 한잔 드릴까요?”


정말 업무를 보는 듯 사무적인 태도로 나오는 민수에 김구현이 헛웃음을 흘렸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민수가 다이어리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았다.


“김 사장님이 대표로 계신 케이 브릿지 어패럴을 살펴보니까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야, 이민수······.”


무겁게 내리깐 김구현을 무시하고 민수가 사무적인 태도로 말을 이어 나갔다.


“황금시간대의 방송 48%가 김 사장님 회사가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이 중에서 케이 브릿지 어패럴 비중은 7.6%고, 김 사장님께서 운영 중인 밴더업체가 40,4%로······.”


듣다 못한 김구현이 결국 말을 끊었다.


“그래서 소야홈쇼핑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희 ESG팀은 업체를 퇴출시킬 권한이 없습니다. 다만, 권고와 경고를 할 뿐이죠.”

“큭, 웃기지도 않아서······. 그러면 내가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 이럴 줄 알았어?”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한테는······.”

“너, 내가 누군지 모르지? 이런다고 내가 생채기 하나 날 것 같아?”

“······.”

“네가 대체 뭘 할 수 있는데?”

“······.”

“얼마나 병신이면 자기 형 회사에 있으면서도, 크크큭.”


조금의 죄책감도 없는 얼굴······.


비열한 승자의 전형적인 태도였다.


“김 사장님.”


김구현이 같잖다는 듯 픽 웃었다.


“대기업에 오래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배우고 습득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

“그건······. 사람 조지는 방법입니다.”


비릿한 미소가 흐르는 김구현의 얼굴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더러운 방법으로 치고 들어오는 경쟁업체, 내 부서에 물 먹인 다른 부서, 조직 분위기를 흐리는 직원, 능력도 없고 뺀질뺀질하기까지 해서 언젠가 사고를 칠 것 같은 놈, 속이 시커멓게 썩어 문드러져 양심의 가책도 못 느끼는 사람 탈만 쓴 벌레까지······. 조져야 할 대상마다 어떻게 조지면 가장 효과적으로 조지는지 여기선 자연스럽게 배우게 돼요. 그걸 못하면 결국 자기가 치여서 나가떨어지는 게 이곳이거든요.”


어느새 김구현의 얼굴에서 흐르던 비릿한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을 보면서 업체 사장님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니까 더 잘 알게 된 것 같네요. 나름 의미 있는 미팅이었습니다. 그럼.”


민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고, 상담실에 그대로 남은 김구현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작가의말

연휴로 시작하는 한 주입니다.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오늘도 퇴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금 너무 감사합니다. 24.08.25 953 0 -
공지 안녕하세요, 파셔입니다. 연재 시간은 아침 8시 5분 입니다. +1 24.08.20 13,591 0 -
31 이런 것 하나는 기차게 한다니까. NEW +49 17시간 전 10,659 544 13쪽
30 죄 중에 가장 형량이 높은 죄. +25 24.09.18 14,323 617 14쪽
29 벌레 잡을 준비 완료. +31 24.09.17 14,900 577 15쪽
» 대기업을 오래 다니면 배우게 되는 것. +32 24.09.16 15,532 606 16쪽
27 나도 그 벌레가 어떤 벌렌지 궁금하네. +38 24.09.15 16,282 624 15쪽
26 이민수가 움직였다. +25 24.09.14 17,095 539 13쪽
25 박지훈의 외근. +26 24.09.13 18,007 550 14쪽
24 꼬리를 잘랐으니까 주둥이 쪽으로 들어가 보시겠다? +10 24.09.12 18,700 556 15쪽
23 비겁하게 팩트로 말하다니······. +10 24.09.11 19,121 529 14쪽
22 싸움은 싸울 줄 아는 놈이 해야 한다. +16 24.09.10 19,264 565 14쪽
21 정수리에도 표정이 있다. +20 24.09.09 19,756 602 15쪽
20 업무 협조. +30 24.09.08 19,355 570 13쪽
19 너, 오늘 스지 못 먹겠다. +23 24.09.07 19,571 516 13쪽
18 뭐야? 이 미친놈은! +15 24.09.06 20,122 497 14쪽
17 우리 살아남자. 악착같이. +17 24.09.05 20,523 511 15쪽
16 야, 너 원하는 게 뭐야? +20 24.09.04 20,458 518 14쪽
15 팀장님은 불나방. +19 24.09.03 20,825 503 14쪽
14 팀장님의 과거. +19 24.09.02 22,020 478 15쪽
13 Stand by me. +22 24.09.01 22,020 526 13쪽
12 팀장님의 일타쌍피 시나리오. +22 24.08.31 21,964 578 17쪽
11 팀장님과 같이면 안 무서워. +18 24.08.30 21,892 546 13쪽
10 당하고는 못 넘어가겠다는 팀장님. +30 24.08.29 22,317 560 16쪽
9 팀장님 공략법. +38 24.08.28 22,828 529 15쪽
8 빈대떡 좋아하면 따라와. +24 24.08.27 23,220 523 14쪽
7 칼퇴근, 뭐야? 왜 다 없어? +26 24.08.26 23,665 501 13쪽
6 팀장님, 기세 뭔데? +22 24.08.25 24,276 595 17쪽
5 무정하게 칼퇴근하는 팀장님. +14 24.08.24 25,277 542 13쪽
4 팀장님의 첫 업무 지시. +12 24.08.23 26,173 53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