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무림세가 데릴사위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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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거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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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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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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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화

DUMMY

사람은 기억으로 이루어진 동물이다.

과거의 기억을 서책 속에 담아가고, 현재라는 허상을 그 서책 속의 경험을 읽어서 판단한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현재는 수명이 끝날 때 까지 반복되며, 그 모든 과정을 '삶'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그런 인간에게 갑작스레 또 다른 기억이 불쑥 나타났다.

공존할 수 없는 두 개의 서책이 갑작스레 공존하게 되었다.


존재하지 않으나, 분명히 내가 경험했다고 생각되는 기억. 그런 상황 속에서 사람은 더 우위의 기억을 본능적으로 덮어씌우게 되나보다.


지금 내가 그런걸 보니 말이다.

다섯 해를 산 어린 나보다는, 이립에 가까운 검마인 나의 자아가 더 비대하고 거대했다.


그렇게 나는 어린 나의 삶을 집어삼켰다. 심신(心身)중 정신(心)이 아닌 몸(身)의 선택이었다.

살아남기위한 육체의 본능적인 판단이었겠지.

물론, 자아 자체가 같은 사람이었기에 어색함은 없었다.


어린 몸으로 눈을 뜬 나는 재빠르게 현재 내 상태를 분석했다.


'...믿기지않지만 아무래도 시간을 역행했나보군.'


그럴 수가 있나 싶지만 지금 나한테 펼쳐진게 그런걸 어쩌겠는가. 무림에는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일이 밥먹듯이 일어나는 법이다.

열흘 전에 느꼈던 그 끔찍한 고통도 너무나 생생했고.


그저 납득할 수 밖에 없다. 그것보다 중요한건 현재의 상황이다.


'평생의 소원이었던 눈을 되찾는다는 것과, 마교에 들어가지 않는다는건 이미 물건너갔어.'


이미 마인이 나를 천산으로 데려가고 있는 도중이다.

즉, 입교를 하지 않는다는건 선택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몇개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나처럼 마교의 개가 되어 살아가든가, 아니면 삶을 바꾸던가.


...참나, 뭘 생각하고 있는건지. 답은 간단하지 않는가.


'탈교(脫敎)한다.'


들어가지 않는다는건 불가능하니, 들어갔다가 탈교하는게 최선이다.

다행히 나에게는 그럴 수 있는 지식도, 경험도, 그걸 뒷받침해줄 강함을 위한 깨달음까지도 머릿속에 들어있다.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겠지만...좋다 이거다.'


다시 돌아온 기회다.

이걸 버린다면, 그거야말로 병신이지 않겠는가.


'이번엔...다를 것이다.'


나는 오늘에서야 진정한 복수의 방향을 정했다.


**


열흘남짓한 시간동안 달린 마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그 발걸음을 멈췄다.


"아이야, 도착했단다."

"감사해요."


마인은 그리 말하더니, 이내 목소리를 내리깔며 겁을 주듯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너에게는 꽤나 힘든 길이 있을 것이다. 마신과 힘을 향한 신앙을 잃지 말거라."

"충고, 받잡겠습니다."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구나.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나를 데려온 마인은 내 머리를 두 번정도 두드리더니 이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열 걸음정도 걷던 마인은 이내 제자리에서 멈춘 뒤, 심호흡을 했다.


"후..."


순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소름끼치는 기운이 내가 느끼는 세상을 더렵혔다.

냄새가 맡아지지도, 만지지도 못하지만 난 그게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마기(魔氣)...'


천마신교가 마교라고 불리는 이유이자, 초대 천마에게서부터 내려온 마신의 기운.

마교의 본산에 들어가려면 지금처럼 몸 속의 마기를 개방해야지 그 모습을 드러난다.


-우우우웅!!


나를 데려온 마인이 단전의 마기를 개방하자마자,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마천세 만마앙복(天魔千歲 萬魔仰伏)!! 미천한 교인이 마혈대주님을 뵙습니다!"

"새로운 교인 후보를 데려왔으니 문을 열어라."

"충!!"


'마혈대? 그것도 대주라고?'


상당히 끝발있는 부대다. 전생에서는 정마대전중 무당파와의 전쟁에서 박살나 사라졌지만...어쨌든.

나를 데려온 마인의 정체가 생각이상으로 높은 신분이었다.


'잘못 나댔다간 바로 골로 갈 뻔했네.'


사실 극양지기를 한번 개방해볼까도 생각했는데, 쓸모없은 생각이었다. 썼었으면 바로 골로갈 뻔했네.


나는 속으로 안심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문지기 두 명이 마교의 대문을 열자, 그제서야 내부의 공기가 바깥과 다르다는걸 알 수 있었다.

여전히 철두철미한 보안이다.


'탈교 후, 전부 까발릴거지만.'


속으로 탈교계획을 짜던 내 귀에 마혈대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들어가게.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야하니 말이야."

"감사했습니다, 대인."

"별거 아닐세. 앞으로 그대에게 마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빌 뿐이네."


마신의 가호라...필요없다. 줘도 받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여긴 이미 경험해본 곳이기도 하고.


나는 그저 고개를 숙여 그에게 인사를 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


뒤에 대문이 닫히는 소리를 기점으로, 내 감각이 뒤틀리는 듯한 착각이 일렁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산세 특유의 청아하고 맑은 향이 나지 않는다.

자연에서 나는 작은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심지어 칠흑 속이기에 빛또한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지.'


이 곳의 이름은 이무혈향각(二無血香閣)

보이지 않고(無臱). 들리지 않으며(無音), 오직 혈향만이 공간을 가득 메우기에 붙은 이름이다.


나 또한 처음에는 이 곳의 무음과 혈향에 공포에 떨어 비명을 질렀었다.

안그래도 눈을 잃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나였기에, 소리가 들리지 않고 피 냄새만이 가득 찬 상황에서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의 공포를 느꼈다.


물론 지금은 전혀 아니지만 말이다.


"..."


나는 표정 변화 하나없이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를 더욱 조여맸다.

그 태연한 모습에 이 이상 시간을 끌어봤자 낭비라는걸 깨달은 마인들이 이내 지우고 있던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각각의 기세는 대단치 않았으나, 그들 모두가 모이자 하나의 호랑이굴에 들어온 착각이 들었다.


'제길...자존심 상하게..'


마교제일검을 넘어 천하십대고수중 하나였던 나였는데, 겨우 혈향각의 마인들에게 위축되는게 아니꼽긴 했지만, 지금은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다.

그것도 그럴게, 내 생명줄이 끊길 첫 번째 위험이 그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흐음..."


주위의 다른 마인들과는 격이다른 흉흉한 마기의 주인이 침음을 흘리며 어둠 속을 비집고 나왔다.

나는 그 마인이 있다고 생각되는 쪽으로 빠르게 머리를 박았다.


"천마천세 만마앙복!! 미천한 자가 천마신교의 영웅을 뵙습니다!"


신어를 읊는 것 만으로도 토악질이 밀려오는데, 마인한테 머리까지 조아렸다.

나도 모르게 이가 갈렸으나, 다행히 머리를 박은 탓에 들키지는 않았다.


내 앞에 서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마인은 잠시 아무 말없이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첫마디를 꺼냈다.


"영웅이라..."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그가 누구인지를 파악했다.

다행히 사람이 바뀌지는 않았네. 이 사내라면 조금의 희망은 존재한다.


"고개를 들어라."


그의 말에 무표정으로 돌아온 나는 고개를 들었다.

너무 세게 머리를 박은 탓에 이마에서 피가 흘렀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 모습이 꽤나 긍정적으로 다가왔는지, 사내의 목소리가 살짝 올라갔다.


"어린 나이에 강단이 크구나."

"감사합니다."

"가르쳐준 적도 없을텐데 본교의 신어는 어찌 알고 있느냐?"


당연히 원래 알고있다고 말하면 개소리하지 말라며 그대로 목이 베일 것이다.

나는 아까전까지 있었던 모든 소리들을 정보삼아 답했다.


"문을 지키고 있던 무인분들께서 신어를 말씀하시는걸 들었습니다."

"문지기들이?"

"예. 아직 교인이 되지 못했으나, 제 충성을 바칠 곳의 신어를 감히 입에 담았습니다."

"눈치또한 빠른 아이로군...눈만 다치지 않았다면 꽤나 걸물이 됐겠어."

"세상의 이치가 마(魔)의 뜻 아래 있거늘, 이 또한 천마께서 저에게 내리신 시련이 아니겠습니까. 교인이 되길 희망하는 불초자로써, 겸허히 받아들일 뿐입니다."

"..."


녀석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대충 예상이 갔다.

'이 새끼는 뭐하는 새끼지...?' 라는 표정을 짓고 있겠지.


"너...나이가 어떻게 되느냐?"

"올해로 충년(沖年 : 10살 안팎의 나이)이 조금 안됩니다."

"흠..."


'왜, 반로환동한 고수라도 되는 것 같냐?'


본래라면 이 칠흑 속의 공포에서 어떻게든 이성을 유지하는게 첫 번째 시험이나, 나는 그 시험을 바로 뚫어버렸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곳에 들어온 아이들은 열이면 열, 전부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오열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냄새만이 맡아지니 겁을 먹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


마인은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근언함 척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너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할 것이다. 대답할 수 있겠지?"

"예."


나는 속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기다렸던 말이 바로 저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저 삼문답에 따라 마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지, 혹은 그저 여기서 생을 끝맺는지가 갈린다.


"과거에 믿던 교가 있었느냐."

"없었습니다."


"천마신교에 대해 아는건?"

"그리 식견이 넓지는 못하여...죄송해요."

"지금부터 알아가면 될 일이지."


웃어넘긴 그의 기세가 어느새 내공이 없는 나에게도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깊어졌다.


'온다...'


앞선 두 질문은 그저 장식에 불과하다.

마지막 질문이 핵심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과, 그 질문동안 행해지는 시험을 둘 다 통과해야한다.


그 시험의 정체는 마인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필수조건.

바로 마기(魔氣)에 대한 적합성이다.


"세상에 전하고 싶은게 있느냐?"


그 말과 함께 몸 속 깊은 곳에 칼날이 박히는 듯한 충격이 몸을 횡단했다.

각주의 마기가 몸 속의 혈도를 훑어갔기 때문이다.


'미친!?'


예상보다도 훨씬 더 큰 마기의 양에 나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을 뻔했다.


'이 개새끼가..전보다 열 배는 더 쑤셔넣었잖아!!'


이정도면 이류 정도의 경지에 도달한 무인도 혼절할 정도의 마기다.


-까드득...


이가 갈리며 소름돋는 괴음이 들렸다.


'버텨...버텨!!'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과거와 다른 점이 없어진다.

탈교(脫敎)라는 일차 목표조차 도달하지 못하는데 어찌 복수를 하겠는가.


떠올려라.

과거로 돌아오는 기적을 깨달았을 때 결심한 복수를!!


"끄윽...!!"


나는 아직 쌓이지 않은 내공 대신, 태생부터 가지고있던 천성을 꺼냈다.

극양지체라는 빌어먹을 몸뚱아리는 삼십년 남짓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대가로 나에게 끝없는 극양지기를 내어주었다.


태생부터 옥당혈이 열려있었기에 극양지기를 사용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중단전, 심장에 잠들어있던 극양지기를 전신의 혈도에 돌린다.


탁하게 껴있던 마기를 나는 양기로 불태워갔다.

아직 단전의 문을 열지도 못했기에, 혈도는 갑작스런 양기의 난폭함을 견디지 못하며 뒤틀렸다.

허나 그걸 대가로, 몸 안에 있던 마기를 전부 태우는데는 성공했다.


"커헉!!...허억..."


뜨거운 숨을 내뱉은 나는 몸이 불타 가루가 될 것 같은 고통을 참아내며,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불구대천(不俱戴天)이 무엇인지...이 세상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


그리고 그 세상은 내 과거의 세상인 너희들이다.

너희들이 지옥 끝에 잠기는 그 순간까지, 나는 이 말을 잊지 않을 것이다.


"..."


각주의 표정을 맹인인 나는 보지 못한다.

허나 나는 확신했다.


"허..."


경악을 넘어 경외심을 담고있는 각주의 표정을.


"...합격이다."

"감사합니다."


합격통보가 떨어졌고,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한 뒤, 뒤를 돌았다.

기세를 드러내던 무인 두 명이 문을 열어주었고, 그제서야 눈에 빛이 조금은 새어들어왔다.


'시작이구나...'


나는 마교 창립 이래로, 이무혈향각을 스스로 떠난 최초의 사람이 되었다.


**


"..."


백유강이 떠나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혈향각주는 아까 전 보았던 광경을 반추했다.


저 아이에 대한 것은 얼추 들었다.

극양지체(極陽肢體)일 가능성이 몹시 높은 아이.


교주께서 직접 그를 통과시키라는 명령을 내릴 정도니, 분명 재능은 대단할 것이라 예상했다.


'허나 이건 도가 넘을 정도군..'


그 태생적인 몸과 아이같지 않은 성정을 고려하여 남들보다 열배는 더 짙은 마기를 흘려보냈다.

마기에 대한 내성이 신교에서도 중상위권은 되는 혈향각의 마인들조차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칠 정도로 짙은 마기였다.


남들은 그가 받은 마기의 십분지 일만 받아도 혼절은 기본이요, 적성이 없는 경우 이지(理智)를 상실해버리기도 한다.

허나 백유강은 고통스러워하긴 했으나, 그 흔한 피를 토하거나 미쳐서 날뛰는 듯한 행동마저 보이지 않았다.


"...작약."


그의 부름에 그림자에서 한 마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각주."

"아무래도, 보고해야할게 생긴 모양이다."


그렇게 말한 진동철의 입은 얼마만인지 모를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본교에 이무기 한 마리가 들어온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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