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무림세가 데릴사위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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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거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3 15:21
최근연재일 :
2024.09.09 19:01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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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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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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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8화

DUMMY

탈마(脫魔).

마의 극한에 도달한다는 극마를 넘어, 마의 탈을 벗어던지며 정과 마가 공존하는 경지.

중원무림의 현경과 같은 경지이자,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경지다.


그런 경지에 도달한 무인이 나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계신다.


"답하라."

"..."


스승님이 내 계획을 언뜻 깨달으신걸 눈치챈건 신마쟁투의 팔강 때부터였다.

그렇게 신나하시던 분이 내가 본격적으로 살기와 투기를 꺼내자마자 돌변하셨다.


가르친 적 없는 도법.

보여준 적 없던 경지와 살기.

그리고 무엇보다, 교 자체를 향한 미세한 분노.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눈이 보이지 않는 맹인이 마교에서 당한 울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허나 스승님만큼은 다르시다. 나와 칠 년을 부모자식처럼 보내신 분이 그 변화를 눈치못챌리가 없지.

게다가 스승님은 내가 어떻게 마교에 들어왔는지, 그 내부사정까지 전부 알고계신 분이었다.


"정말...배교를 할 셈이냐?"


그리 추측이 이어지는게 당연하겠지.


마검봉을 감싸고 있는 바람이 떨리며 스승님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알려준다.

그 바람의 뒤틀림은 내 말이 나오자마자 다시 한번 크게 뒤틀렸다.


"예."

"..."


내 입에서 나온 확답에 스승님은 결국 탄식을 내지르셨다.


"왜 나간다하는 것이냐. 여기가 너의 집이 아니더냐."

"..."

"너는 마도제일후기지수다. 오늘 막 마룡이라는 별호까지 교주께 직접 하사받았다."

"그렇지요."

"너는 천마신교의 그 어떤 후기지수보다 앞에 서 있다. 마음만 먹으면 교 자체가 네놈의 것이 될 수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알고있습니다."

"헌데!!!!"


스승님의 기파가 내 몸을 덮쳐온다.

그저 외침에 담긴 기운만으로도 내 혈도를 터뜨릴 수 있는 기운들이 과감없이 내 몸을 파헤친다.


"헌데 왜!!!"

"..."

"왜, 왜 배교를 하겠다는거냐!!"


충격을 받은 세맥이 비명을 질렀다.

단전도 없이 혈향각주의 마기에 노출됐을 때의 고통보다 족히 열 배는 되어보인다.


"뭐가 부족해서, 뭐가 싫어서 그러느냐!"

"쿨럭..."


입에서 피가 흐른다.

스승님은 평소의 모습과는 정 반대로 감정에 휘둘리고 계신다.


"천마신교의 하늘이 너를 총애하거늘...어찌하여..."

"..."


스승님은 이 말을 계속 해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셨는지, 다른 주제로 넘어가셨다.


"탈교를 하겠다는 놈이 왜 신마쟁투에 나온게냐. 소교주님의 부군을 뽑는 대회에 나와서 얻을 이득이 무엇이 있다고!"

"신뢰지요."


나는 입에서 흐르는 핏줄기를 닦아내지 않고 말했다.


"소교주의 부군. 마인이라면 누구나 거절하지 않을 그 자리에 오를 사람이 탈교를 생각할리가 없지 않습니까. 상식적인 사람이라며 그리 생각하겠죠."

"그걸 아는 놈이...그 높은 자리와 명예, 위치가 약속되어있는 자리라는걸 아는 놈이 왜 탈교를 하려는게냐."

"정말 모르십니까?"

"..."

"알고 계시잖습니까."


왼쪽 입에서 흐르던 핏줄기는 이내 오른 쪽에서도 흘러내렸다.


"저에게 마교가 한 짓을, 그리고 앞으로 할 짓을 알고계시잖습니까."


사람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놀라면 몸이 절로 굳어버린다.

그건 탈마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라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여기가 집이라고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의 집은 칠 년전에 이미 사라졌습니다. 마인들의 손에 베이고 찢어지고, 갈라져서 사라졌죠."

"..."

"스승님..스승님께서도 알고 계시잖습니까. 천마신교가, 마교가 저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실리가 없다.

마교가 내 가족을 죽였다는걸 알고계시기에 나의 표면적인 불구대천의 원수, '남궁세가'를 절대로 입 밖으로 안꺼내시는거다.


그것마저 꺼낸다면 완전히 제자를 속여버리는 것이 되니까 말이다.

위선에 불과하지만 마인에게는 위선이라도 있는게 곧 선인이었다.


"저의 세상을 앗아가고, 저에게서 빛을 앗아가고, 이제 생명까지 앗아갈 것 아닙니까."


스승님께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그렇겠지. 이건 교주의 선택. 아무리 스승님이라도 이 문제만큼은 어찌하지 못하셨다.


"강아..."


스승님은 떨리는 손을 애써 억제해가며 힘겹게 말씀하셨다.


"내가...내가 막아주마."

"..."

"극음지체와 극양지체의 기운을 조화시키는 방법이 분명 있을거다. 너도, 소교주님도 같이 살아갈 수 있을 거다!"

"스승님..."

"네가 죽지 않도록, 그대로 소교주님의 부군으로 살 수 있도록 막아주마!"


나는 표정에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꽤나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전생의 스승님께서는 움직이지 않으셨으니까.

마교에서 배교를 저지른다는건 곧 인간이길 포기하는 것이다. 그런 못난 제자를 어떻게든 감싸시려는 모습이 나에게는 위안이 되어주었다.


"그러니 강아...다시 한번만 생각해보거라."


스승님은 내 손을 붙잡으시며 나에게 기회를 한번 더 주셨다.

살 수 있는 기회를 말이다.

허나...여기서 포기하면 죽도밥도 안되지 않는가.


나는 결국 내 길을 걸어야한다.

스승님의 뜻에 반대되더라도 말이다.


"스승님."


나는 무미건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에 확신이 없을 때 첫마디를 꾹 누른채로 말을 합니다. 말이 떨어지지 않는걸 간신히 열어서 그런거겠지요."

"..."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가능하실거라 생각하십니까?"

"안될 이유는 또 무엇이더냐. 나는 본교의 일원로다. 불가능하ㅈ..."

"예. 스승님께서는 일원로시죠. 허나 그 직위가 교주보다 위에 있지는 않잖습니까."

"강아..."

"교주의 입장에서, 저는 극양지기를 가득 품고있는 영약에 불과합니다."


스승님은 전생에도 내 죽음을 막으려 하셨다.

허나, 교주를 비롯한 모든 마인들이 반대를 했고, 결국 이립까지 생을 이어가는 것에서 그쳤다.


좌우호법, 그리고 대호법과 열 명의 장로, 그리고 교주와 소교주의 뜻이 그러했다.

이번생에 소교주는 다르겠지만 그래봤다 달라질건 없다.

절대다수의 의견과 마교의 지존까지 모두 의견이 같은데, 어떻게 스승님 혼자서 그 거대한 뜻을 바꾸겠는가.


"저와 소교주. 이 둘은 서로의 기운을 완전히 취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이립이 되기 전에 죽습니다. 그런 별 아래 태어난 운명입니다."


극양지체와 극음지체로 태어난게 고금에서 우리 뿐이었겠는가.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위해 모든 짓을 다했다. 허나, 결국 답은 하나였다.


서로의 기운중 한 명이 모든걸 취하는 것.

그것 외의 방법은 없었다.


"강아..."

"교주가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거라 생각하십니까? 무정한 교주라고 해도 한낱 마인보다는 제 딸이 더 중요한 법입니다."

"..."

"부군의 자리, 마고수의 자리...그딴건 언제든 다른 자로 대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교주는 반드시 소교주의 목숨을 우선시할겁니다."


나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마검봉의 아래를 바라봤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눈이 보이는 이들도 흐릿하게 보일 천마신교 본단이 발 아래에 있다.


"그게 마교니까요."

"..."


나는 마교에 시선을 고정한채로 스승님께 말했다.


"스승님. 저는 구차하게 살고싶은게 아닙니다."

"..."

"제가 원하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이 목숨따위 내던질 수 있습니다."

"그 목표란게...무엇이냐."

"몇번 말씀드렸을겁니다."


아래에서 살아숨쉬는 마인들에게 나는 살기를 뿜어냈다.

닿을리가 없겠지만 그럼에도 내 살기는 더 짙어져갔다.


"불구대천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것입니다."

"...그게 천마신교더냐."

"예."


내 살기를 느끼시던 스승님은 마른 세수를 하시며 말씀하셨다.


"도대체 어쩌려고.."

"..."

"어쩌려고 이러느냔 말이다 강아.."


바람에 흩날리던 나뭇잎이 공중에서 툭하고 멈춰선다.


"내가...그 꼴을 보고 있을 것 같더냐."


나약한 나뭇잎들이 사천당문의 비도처럼 날카롭게 갈라져간다.

나뭇잎에 스승님의 담기며 천하를 호령하는 암기보다도 더욱 예리한 암기가 탄생한다.

그리 탄생한 수십개의 암기들이 예리한 검끝을 나에게 조준한다.


"그래. 너라면 가능할게다. 굴지의 천재이자 그 나이에 신검합일을 이뤄낸 너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스승님의 기운이 더욱 매섭게 커져간다.


"허나, 너는 결국 마교를 부술 수 없다."


이제는 마검봉이 아니라 천마신교 전체를 감싸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 제자의 손에 박살나는 본교를 내가 가만히 보고있을거라 생각했느냐?"

"스승님."

"나는 천마신교의 일원로다. 마교에게 이를 드러내는 승냥이들의 목을 베어내는 고검(古劍)이다."

"스승님..."

"그런 나에게, 너는 지금 마교에 이빨을 드러내겠다고 말한 것이다."

"..."


허공을 유영하던 풍향고검이 스승님의 인도를 따라 그의 손아귀에 쥐어졌다.


"제자야, 택하거라."


스승님은 풍향고검의 검날을 내 목에 가져다대며 말씀하셨다.


"말을 철회할거냐, 아니면 스승의 손에 죽음을 맞이할거냐."


올게 왔다.

이제 정말 목숨을 걸어야한다.


스승님이 나에게 정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허나 그는 나의 스승이기도 하면서 마교의 교인이기도 하다.


눈 앞에 마교에게 복수하겠다고 선전포고까지 한 위험인물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도 없다.


그러니...


-척.


"죽이십시오 그럼."


나는 풍향고검을 내 목에 조금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뭣!?"


예상치못한 돌발상황에 스승님은 칼을 거두었다.


"뭣하는 짓이냐!!?"

"결정을 내리십시오 스승님."


나는 스승님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제가 마교에서 유일하게 존경하신 분이시여."

"..."


과거의 그는 죽음 직전까지 선택하지 못하셨다. 숨이 끊기기 직전에서야 나를 고르셨지.

이번에는 스승님이 어떤 선택을 내리실까.


두렵지는 않다.

스승님의 손에 죽는다면 그나마 이번 생에 겪을 죽음중 가장 호상일테니까.


"어차피 한번 뿐인 인생. 가장 존경하는 분께서 제 죽음을 원하신다면 내어드리겠습니다."

"이놈이..."

"불초제자는 불효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부디, 다음 제자가 스승님의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를 빌 뿐입니다."


스승님또한 알고계실거다.

감금한다거나, 내공을 폐하고 용서를 빈다는 선택지따윈 없다는 것을.


나는 극양지체다.

내 피와 근육, 뼈 곳곳에 극양지기가 담겨있고, 감금이나 내공을 폐하려는 순간 극양지기를 폭발시킬 수 있다.


겨우 그걸로 교주와 장로들을 죽이지 못할테니 실행하지 못할 뿐, 모든 수단이 막히면 그 짓이라도 당장 저지를 것이다.

그러니 스승님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두 가지 뿐이다.


죽이거나, 살리거나.


"스승님께 받은 모든 것들을 당신께 돌려드리겠습니다."

"..."

"행하신다면 망설이지 마십시오."


내 말이 무색하게도 스승님은 망설이셨다.


"이..."


스승님의 진기가 새차게 뒤틀린다.

웅장하기 짝이없는 검강을 풍향고검에 담으시면서도 차마 내 목을 치시지는 못하고 계신다.


"이런 미련한 놈이..."


스승님이 입술을 깨무신다.

얼마나 세게 무셨는지, 입술에서 피가 한 줄기 흘러 검강에 닿는다.


"..."


스승님은 그렇게 수 천번 머릿속에서 내 목을 베시고, 살리시기를 반복하시다가 결국 선택하셨다.


"멍청한 놈...차라리 도망이라도 칠 것이지."


스승님은 결국 베지 못하셨다.

검강을 걷으시고는 칼집에 풍향고검을 집어넣으시자, 내 몸을 옥죄던 기세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갈무리됐다.


"허억...허억..."


숨을 쉴 때마다 독안개를 마시는 것 같이 아파왔던 폐가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결국, 너는 다 계획했던 것이냐."

"무엇이...말입니까."

"내 제자로 들어온 것도, 내가 너에게 정을 느끼게 만든 것도...전부 계획한 것이더냐."


스승님의 목소리에서는 허탈함과 배신감이 담겨있었다.

자신의 모든걸 담아낸 제자가 배교를 선택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어쨌든 성공했구나. 너는 결국 살아서 마교를 나갈 것이고, 신선검마의 무공 또한 빼어..."

"비 오는 날, 수련을 하다 지쳐 잠든 저를 고뿔에 걸리지 않도록 침상에 옮겨주셨죠."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탈마의 경지에 오른 마인의 살기에 정면으로 노출된 탓에 내상을 입었지만 나는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수련에 성취가 있는 날에는 빠짐없이 칠첩반상을 직접 차려주셨습니다. 마교의 일원로나 되시는 분이요."

"..."

"수련을 하다 손바닥이 까지면 무인의 손바닥이 되어가는거라며 칭찬을 해주시고는 금창약을 발라주셨죠."


전부 기억한다.


"스승님. 분명 저는 배교를 할 것이며, 스승님의 기대를 등져버린 최악의 제자입니다."


당신이 나에게 줬던 호의와 정을.

마교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줬던 원동력을.


"허나 제가 스승님을 대했을 때, 진심이 아니었던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

"정말 불효막심하고 이기적이지만...전 스승님을 진심으로 스승님으로 생각했고, 앞으로도 제 인생에서 스승은 단 한 분 뿐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안대를 벗었다.

이것또한 스승님께서 직접 선물해주신 안대였다.


"제게 마교에서 가졌던 기억중 지우고 싶지 않은게 있다면...스승님이 옮겨주셨던 침상의 따스함입니다."

"..."

"스승님께서 차려주신 밥상의 맛입니다. 마영대원과 함께 수련을 시켜주셨던 추억이요, 스승님께서 항상 저에게 주셨던 진심입니다."


스승님의 기운이 새차게 뒤흔들렸다.

아까 전과는 다른 연유로 인한 요동이었다.


"스승님은 불구대천의 원수들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셨습니다."

"..."

"감정을 잃을뻔했던 저에게 사람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신 분이십니다."


나는 스승님을 마주보며 은은하게 미소지었다.


"스승님께서는 당신을 마인이라 칭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스승님은 그 누구보다 도인에 가까우신 분입니다."

"..."

"스승님께서 칠 년 전, 제자로 받아주실 때 물으셨죠. 어떤 길을 걷고 싶냐고."


그 때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허나, 지금은 다른 답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저는 흑도(黑道)도, 백도(白道)도 아닌 회색빛의 길을 걸으려합니다."

"..."

"스승님의 말씀이지 않으셨습니까. 어찌 세상에 완전한 흑도가 있고, 완전한 백도가 있겠습니까."


정파도 위선을 떨고, 사파도 협의를 안다.


백도는 명예라는 독주와, 낭만이라는 벌주를 마신다.

흑도는 욕심이란 감주와, 욕망이라는 약주를 마신다.


마시면 마실수록 취하게 되고, 결국 그 술들을 다시 찾게된다.

손을 댄 술의 이름만 다를 뿐이지, 본질적으로 모두 술이니까.


어느 곳이든, 인간이 사는 곳이며 인간이 걷는 길에 절대적인 선악이 존재할리가 없다.

그저 걷는 사람이 백이라고, 흑이라고 생각하니 그 길이 백도가 되고 흑도가 되는 것 뿐이다.


"저는 마인이되 마인이 아니며, 정파이되 정파가 아닌 이방인의 삶을 살려합니다."

"..."


나는 스승님께 고개를 조아렸다.


"신선검마(神仙劍魔)...선(仙)과 마(魔)가 공존하는 혼돈에 서계신 스승님께 청을 드리옵니다."

"..."


스승님은 듣기 싫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셨다.

교인으로서의 자신과 제자를 사랑하는 스승으로서의 자신이 서로에게 겸을 겨누었다.


허나 또 한번 물러나는 쪽은 교인인 스승님 쪽이셨다.


"내가 뭘 해주면 되느냐."

"광서성 십만대산에 파견을 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꽤나 무리한 부탁이구나."


나는 구태여 답을 하지 않았고, 스승님은 한숨을 쉬시며 물으셨다.


"또 있느냐."

"...되도록이면 장로와 호법원의 발목을 막아주십시오."

"욕심도 크구나. 심판관들이 움직이는건 필연적인 일이다."


알고있다.

배교심판관(背敎審判官).


마교의 교리를 어기고 교의 뜻을 거스르는 배교를 저지르는 자들을 처형하는 집단으로, 오직 무위와 교를 향한 충성심만으로 뽑히는 소수정예의 별동대들.

이들은 평소에는 마도육가, 만마전, 호법원의 곳곳에서 각자의 집무를 수행하다 교주의 명이 떨어지는 순간 배교자들을 처형하기위해 움직인다.


과거의 나 또한 배교심판관이었으니, 그들이 어떤 조직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가 배교를 했다는 사실은 당연히 마교에 알려질 것이고, 그들은 나를 죽이기 위해 중원까지 쫓아오겠지.


"그저 늦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노력해보마. 그래봤다 칠주야 남짓이겠지만."


칠주야라니...사흘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승님은 나에게 더 많은 유예시간을 건네주셨다.


"아직 남았구나. 더 할 불효가 남아있느냐?"

"..."


이 말만큼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결국 해야하는구나.

뱉어야만 하는 때가 올 거라고 생각했던 말이 작은 비수가 되어 스승님에게 날아갔다.


"불초제자를 파문시켜주십시오."

"..."


고개를 땅에 박은 나는 스승님이 하실 수 많은 말들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못난 놈, 불효막심한 제자, 복수귀등...여러 말들이 말이다.


"강아."

"...예.


허나 실제로 스승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 너에게 구배지례조차 받지 못했구나."


스승님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시더니, 한 거암(巨巖)을 쓰다듬으셨다.


"파문이라는 겉치레를 부탁했으니, 나 또한 너에게 겉치레를 부탁하마."

"스승님..."

"내 처음이자 마지막 제자야. 파문을 받고싶다면..."


스승님께서는 쓰다듬으시던 거암에 가부좌를 틀고 앉으셨다.


"너의 스승에게 구배지례를 올리거라."


그 바위는 내가 다시 천풍심공을 대성했을 때 구멍을 뚫었던 거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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