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무림세가 데릴사위가 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천년거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3 15:21
최근연재일 :
2024.09.09 19:01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3,639
추천수 :
30
글자수 :
164,664

작성
24.09.04 19:00
조회
120
추천
1
글자
18쪽

16화

DUMMY

신마쟁투.

오백년의 역사를 지닌 마교에서 최초로 여아인 소교주의 부군을 정하기 위해 열린 비무전.


그 거대한 비무전의 결승이 열리는 날이 오늘이다.


"밀지 마라!"

"여기 안밀리는 사람이 어딨는가? 그냥 버티게."

"압사당해도 이번 대회는 봐야한다!!"


관중석에 서있는 교인들의 말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자네는 누가 이길 것 같은가? 역시 백유강이겠지?"

"그건 모르는 것 아닌가. 백유강이 너무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을 뿐, 독고무진또한 그리 어려움 없이 결승전에 올랐으니 말이야."


관중은 나와 독고무진을 두고 누가 우승할지 각을 재고 있는 듯 했다.


"대주!! 제 복수를 해주십시오!!!"


저기서 무지성으로 나를 응원하고 있는 진문도 보이고 말이다.

녀석은 운나쁘게 육십사강에서 독고무진을 만나 광속으로 패배했다.


"참나."


나는 피식 웃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진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파란만장(波瀾萬丈)이란 이런게 아닐까.


처음 신마쟁투가 열릴 때만 해도 마도육가의 후기지수중 누군가가 그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할 줄 알았다.

허나 막상 그 결승전에 오른 두 마인은 놀랍게도, 마도육가의 후기지수는 커녕 마인조차도 아니었다.


한명은 마인이었지만 배신당해 죽은 후, 시간을 거슬러온 복수귀.

다른 한명은 정파 무림맹에서 보낸 첩자.


'마교 수준...'


나는 이 우스운 결승전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독고무진은 조금 다르게 해석했나보다.


[잘나신 마도제일 후기지수께서는 이미 우승을 확신하고 계시는군.]

[무슨 말씀이신지?]

[그렇지 않은가? 너는 이미 내 정체를 알고 있으니 사실상 네가 마도에서 가장 강한 후기지수지.]

[아, 그쪽 말씀이십니까.]


"지금부터 신마쟁투,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양측은 각자의 병장기를 꺼내고 자세를 잡으시길."


양백의 말에 독고무진은 검을, 나는 은은하게 웃으며 검과 도를 꺼내들었다.

그가 말한 것에서 나와 다른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정정할게 세 가지 정도 있군요.]

[뭐라?]


"양측, 준비."


나는 양 손으로 검과 도를 펼치기 위한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첫 번째, 승리란 확신할 수 없는 것입니다.]


독고무진의 무위는 절정의 극.

천하백대고수를 눈 앞에 두고 있는 무인이다. 그런 무인을 상대로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건 오만이다.


[두 번째, 저는 마도제일 후기지수가 아닙니다.]


애초에 나는 후기지수가 아니며, 그렇다 치더라도 진짜 마도제일 후기지수는 천세아다.

그녀또한 초절정을 코 앞에 두고있는 세기의 천재니까.


물론 생사결을 펼친다면 결과를 모르겠지만, 그랬다가는 마도의 모든 검들이 내 목을 자를테니까 논외의 문제다.


[세 번째.]


내가 전하고 싶었던 진짜 말을 전한다.


탈교계획,

시작이다.


[애초에 저는 마인도 아닙니다.]

[...뭐?]


"비무, 개(開)!!!"


-휘이익!!


나와 독고무진은 대화하는 도중인걸 잊은 듯 곧바로 검을 맞부딪혔다.

나야 준비를 하고있었지만 독고무진은 진심으로 당황했을텐데도 몸이 굳지 않았다.


'괜히 첩자가 아니다 이건가?'


마교에 첩자로 올 정도면 실력이야 두 말 할 것 없겠지!


"하아앗!"


독고무진이 검에 무게를 실어 나를 압박해온다.


내 검이 유능제강(柔能制剛),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검수라면, 독고무진은 그 반대선상에 존재하는 검수이다.

선즉제인(先則制人). 먼저 선수를 쳐야만 상대를 제압할수 있다는 실로 패도적인 묘리를 담아내는 검수.

부드러움? 쥐뿔도 볼 수 없다.


면면부절(綿綿不絕). 오로지 상대를 죽일 때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끊김없이 공격을 찔러댄다.


머리를 찔러오던 검은 어느새 발목을 노려온다.

발목을 노려오던 검은 어느새 몸을 타고 올라와 등을 베려한다.


정말 적이 죽을 때까지 오로지 공격만을 해오는 독고구검(獨孤九檢)의 파검식(破檢式)이 나를 노려온다.


하지만...


"약점이 없는건 또 아니거든."


나는 매섭게 들어오는 검을 도로 막아내면서 왼손에 검을 고쳐잡았다.


"멍청한!"


독고무진은 그리 말하며 그대로 도를 꿰뚫어버리려 하는 듯 했으나, 그건 악수였다.


-카가강!


"!?"


나는 내 검으로 독고무진의 검을 내려쳤다.

그저 내리치는게 아닌 풍영추혼마검의 초식이 담긴채로 말이다.


"뭣!?"


기겁을 한 독고무진이 급하게 검을 빼냈으나, 그 탓에 균형이 약간 무너졌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칠 내가 아니었다.


"후우..."


나는 검과 도를 동시에 고쳐잡은 뒤, 단전의 내공을 일순간에 증폭시켰다.

보통 도와 검을 전부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꽤나 있지만,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검과 도의 무게가 달라 중심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림에서 도와 검을 동시에 차고있는 사람은 무공실력도 없는 초보거나, 겉멋에 가득찬 후기지수로 취급받는다.


허나 나는 관점을 다르게 봤다.


중심이 무너지지 않도록 막기만 하면 검과 도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건가?

그래서 만든 무공이 바로 쌍수호박(雙手互搏)이다.


두 팔이 서로 싸운다는 뜻 답게, 서로 다른 무공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는 내 독문무공.

깨우치려면 태생적으로 오른손과 왼손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하지만...어차피 누군가에게 건네줄 생각도 없으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니다."


나는 검에는 바람을, 도에는 양기를 담아내어 독고무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콰드득!


내 발이 단단히 땅을 받치던 청석을 파고든다.

순식간에 접근해오는 내 검과 도를 독고무진이 쾌(快)의 극치를 담은 듯한 검으로 겨우겨우 튕겨낸다.


"어떻게...?"

"의문을 가지실 틈이 있으신가보네요?"


멈출 줄 알았던 내 검은 여전히 움직였다. 틈을 내어주지 않는 면면부절.

독고무진의 검의 묘리를 흉내내듯, 나는 부드러운 유검과 잔인한 패도를 동시에 펼치며 독고무진을 몰아붙였다.


그의 무공 특성상, 공격의 흐름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작은 내상을 각오해서라도 더 큰 공격을 해야한다.


"크윽...!!"


독고무진은 이를 꽉 깨물며 검을 고쳐잡았다.


-우우웅!


독고무진의 검에서 어두운 빛의 검기가 피어난다. 안그래도 진했던 투기가 더욱 짙어지며,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싸움이 될 것이란걸 예고하고 있었다.


"어떻게 두 무공을 동시에 펼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휘이이익!!


순간 독고무진의 신형이 사라졌다.


"이제는 다르다"


등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채애앵!


나는 앞을 본채로 뒤를 찔러오는 독고무진의 검을 도로 막아냈다.


"등의 상처는 검수의 수치라서요."

"뭐?"

"그냥 제 철학입니다!"


나는 순간 도를 손에서 놓았다.


"무슨!?"


독고무진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나는 발에 기운을 담아 도의 손잡이를 걷어찼다.


-채애앵!


날아오는 도를 독고무진이 쳐내는 그 짧은 틈에 나는 독고무진의 가슴 팍에 들어왔다.


"!?"


눈치를 채고는 곧바로 자세를 고쳐 잡으려한 그였으나 내 주먹이 더 빨랐다.


-퍼어어억!!


"끄읍!!"


명치에 정확하게 들어간 발경이 독고무진의 몸에 내상을 입혔는지, 그는 연신 피를 토해냈다.

그러면서도 절대 무릎을 꿇지 않고 자세를 잡는게 감탄스러울 정도.


"쿨럭, 시장잡배처럼 싸우는군..."

"스승님의 선풍신장(仙風神掌)을 시장잡배라고 하신겁니까?"

"무공이 아니라 자네가 싸우는 방법을 말하는거네."


그의 말에 허공을 유영하던 도를 잡은 나는 웃으면서 도에 기운을 밀어넣었다.


"대충 겨뤄본 소감은?"

"대충이라니. 나는 내상만 잔뜩 입었네만?"


그리 말하고 있지만 분명히 그 또한 깨달았을 것이다.

내가 단순히 강한 후기지수가 아니라는걸 말이다.


독고무진은 피식 웃으며 검을 고쳐잡았다.


"...!"


무언가 다르다.

분명히 계속 검을 잡고있던 그였지만, 방금 그 순간에서야 그가 제대로 검을 잡았다는게 체감됐다.


아니...마치 독고무진이 누구인지 막고있던 무언가가 뚫린 느낌.


"...설마?"

"아직 모호한 경지에 발을 담궈봤네만...어떤가?"


아니, 그렇다기에는 너무 그럴 듯한 모습인데?

실제로 검기의 형상또한 더욱 짙어졌는지, 검의 일렁임이 장난이 아니다.


검기가 모이고 모여 그 자체로 형태를 갖추게된걸 검기성강(劍氣成罡), 줄여서 검강(劍罡)이라고 부른다.

지금 독고무진의 담긴 저건 기(氣)와 강(罡)의 사이쯤.


절정의 극 중에서도 초절정에 가까운 무인의 수준이다.


'그래, 저정도는 돼야 독고무진이지.'


과거의 그의 별호는 멸마검제(滅魔劍帝).

나와 함께 천하제일검의 자리를 두고 다퉜고, 결국 검으로는 그가 한수 위라고 판단되어 천하제일검이 되었던 사내다.


내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살아 숨쉬며 나를 압박해왔던 그 천고의 무인의 새싹시절을 보다보니, 뭔가 감회가 새롭다.

내공은 이미 충분하고, 깨달음또한 감을 잡아가는 듯 해보이네.


'흐음...빚 하나 쥐어줘봐?'


사실 그냥 도와달라고 하려했다.

독고무진의 미친 살인광적인 성격은 마인에게만 드러날 뿐, 일반 민초나 정파 무림인에게는 어지고 따스한 성격이니까.


허나 녀석을 보니 욕심이 생긴다.

이립도 안된 놈이 초절정에 들고,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르게 무공을 높인 독고무진은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까.


저 상태의 사람에게 가장 간절한건 선례이다.

초절정의 경지에는 각자마다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기에 완벽하게 따라할 수는 없지만, 타인의 경지를 보면서 얻는 것도 있으니까 말이다.


저 양반의 심성이야 잘 알고있고, 재능또한 천재라고 불려도 될 정도.

어차피 계획을 위해서라면 이 양반의 도움이 절실하다. 잘 보여서 나쁠건 없지.


"독고소협도 참 복받았네요."

"무슨 뜻이지?"


재능을 칭하는 말로 들리겠지만 전혀 아니다.

새로운 경지의 입구에 서있는 상황에서 나를 만난게 복이란 뜻이다.


[검기가 흩어지는 것에 신경쓰지 말고 흩어진만큼 다시 검기를 뽑아내세요.]

"!?"


나 또한 평소보다 훨씬 더 짙게 검기를 뽑은 다음, 녀석을 향해 맹렬하게 휘둘렀다.


"크흑!"

[집중!!]


내가 검과 도를 번갈아가며 초식을 펼친 탓에 독고무진은 두 명의 무인을 상대하는 듯한 느낌이겠지.


허나 부족하다.

그 뿐만 아니라 천풍심공을 극성으로 전개하여 주위의 바람까지 녀석을 찔러댄다.


-쩌적!


튕겨나온 기의 잔재만으로도 청석에 구멍이 뚫린다.


무인이란 실전 속에서 꽃을 피우는 족속들이다.

목숨이 오고가는 전쟁에서 영웅이 등장하듯, 생사의 기로에서 살기위해 또 다른 깨달음을 얻는 자들이 많다.


재능있는 자들은 더더욱.

게다가 상대가 나란 점도 녀석에게는 큰 기연이다.


남궁의 무공과 함께 내가 정파에서 가장 잘 알고있는 무공이 바로 독고무진의 독고구검이다.

내가 나타났다는 소식만 들으면 미친듯이 달려와서 칼을 휘두르던 놈인데 모를리가 있나.


-채애애앵!


[조금 더 비스듬하게.]

"!"


멸마검제의 검은 이 정도가 아니다.


[초식을 더 부드럽게 연결해요. 선즉제인이 무조건 좋은건 아니야. 뚝뚝 끊기고 있잖아.]

"흐앗!!"


점점 갈 수록 초식의 연계가 자연스럽다.

파검식에서 파공식으로.

파공식에서 파도식으로.


녀석의 아홉개의 검초가 자연스레 이어진다.

그래, 독고구검은 이래야지.


자세만 더 고쳐줄까?


[허리를 더 돌려요. 그래야 검의 위력이 더 올라가지.]


[너무 돌렸어요. 과한건 적느니만 못해요.]


[방향이 틀렸어요.]


-휘이이이익!!


완벽하게 이어진 검로가 내 머리카락을 스쳐지나간다.

만약 독고구검을 알지 못했다면 나라도 부상을 피할 수 없었을 일격이었다.


[그렇지.]


녀석은 내 말을 듣는 즉시 검을 조금씩 수정해갔다.

본능적으로 내 말을 따르면 검초가 더 정확해진다는걸 눈치챈 것이다.


'이거...이러다가 진짜 괴물 하나 만들겠는데?'


흡수하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

하나를 말해주면 그 외의 문제점까지 뜯어고치기 시작한다.


덕분에 그걸 고쳐주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지만 말이다.


"끄윽!"


처음으로 내 팔뚝에 검이 스쳐지나간다.

피륙의 상처들이 점점 더 생겨났다.


"독한 사람같으니라고!"


나는 슬슬 끝내자는 심산으로 도에 기운을 담아 독고무진에게 찔러넣었다.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허나, 이변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채애애앵!


"!?"


검기를 담은 내 도에 독고무진의 검이 박혔다.

눈부신 빛을 머금은 독고무진의 검에는 탁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정순한 내공만이 담기기 시작했다.


'설마...아니, 아무리 그래도 벌써 감을 잡는다고?!'


눈 앞에 벌어진 이변에 나는 정말 오랜만에 경악하고 말았다.

나 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 빛이 무엇인지 눈치를 챈 듯 했다.


"ㅅ, 성강전조(成罡前兆)!"


검강를 피워내기 바로 직전, 그 무인의 특징에 따라 피어난다는 빛.

즉, 초절정까지 앞으로 딱 한 걸음만 남았다는 뜻이다.


무인에게 있어서 단 한번만 찾아오는 기회이자, 저걸 놓치는 순간 초절정으로 넘어가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순간.

실시간으로 검초를 수정하고, 계속해서 찔러대는 내 공격을 막으며 깨달음을 얻은 듯 했다.


"소협."

"예."


독고무진은 자신의 독문무공인 독고구검의 절초, 파기식(破氣式)을 준비하며 말했다.


"소협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든 간에, 이 말만큼은 전하겠네."

"말씀하십시오."


빛을 발하는 검을 꽉 잡은 독고무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진심으로 고맙네."

"..."


그저 고맙다는 말 한마디.

그 한 마디에 나는 답지 않게 흔들렸다.


평생 처음 듣는 말이었으니까.


"...거 사람 뿌듯하게 잘 만드시네."


이러면 하나 더 쥐어주고 싶어지는데 말이야.


"독고소협."

"무엇인가?"


나는 잠시 도를 내려놓은 뒤, 검을 두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눈 뜨고 지켜봐요."


하단전은 아직 강기를 꺼내기엔 부족하다.

중단전으로 극양강기를 만들었다가는 혈도가 다 타버리겠지.


강기를 보여주는건 안된다.

그럼 지금 내가 보여줄 수 있는건?


'뻔하지 뭐.'


[이게 언젠가 소협께서 걸어야할 길입니다.]


모호한 길에 제대로 된 이정표를 만들어주마.


나는 전음으로 그에게 말을 전한 뒤, 살짝 검을 내렸다.

현재의 내 몸뚱아리가 너무나 나약해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너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


마교의 첩자라는 힘든 길을 스스로 해쳐나가려는 저 작은 정파의 씨앗에게, 한 수 가르쳐주마.

그 한 수가 너에게는 큰 깨달음이 될테고, 결국 그건 은혜가 되어 나에게 돌아올테니까.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가겠소!!"


독고무진이 기합을 내지르며 나를 향해 달려든다.


독고무진이 훋날 천하에 자랑할 독고구검의 구초, 파기식(破氣式)이 펼쳐지며 매섭게 날아온다.

기운을 끊어내는 수백개의 환검이 분분히 내 대법을 어지럽힌다.


"..."


그리고, 이쪽을 향해 달려드는 독고무진에게 나는 그저 하단세를 취할 뿐이었다.

강기도, 검기도 담겨있지 않은 검으로.


독고무진은 내 돌발행동에 의아함을 가지면서도 그대로 검을 찔러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나를 향해 찔러오는 독고무진의 검을 부드럽게 튕겨낸다.


-채애애애앵!


기를 담지 않은 검이 성강전조를 담은 검과 닿았다.

신병이기가 아닌 이상, 산산조각 나는게 상식이다.


허나 내 검은 박살나기는 커녕, 칼날도 나가지 않았다.

그저 부드럽게 검의 방향을 빚겨냈을 뿐이다.


-콰아아아아앙!!


뻗어나가는 독고무진의 검력이 애꿏은 비무장 바닥을 반으로 갈랐다.


"ㅁ, 뭐였는가 방금?"

"검기도 실지 않은 검으로 성강전조를 어떻게...?"


무인의 경지를 잘 알지 못하는 관중들은 그리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경지를 알고있는 사람들은 더욱 더 큰 경악에 삼켜졌겠지.


"저게 무슨...!!?"


귀빈석에 앉아있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누구라고 가릴 것 없이 교주를 제외한 전원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떻게 저 나이의 아이가 신검합일을!?"


신검합일(身劍合一)

초절정 경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깨달음이자, 검수로서의 정신적 완성.


검이 내가 되고, 내가 검이 되는 경지이니만큼 그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하나의 검으로서 검법의 수준이 끝에 도달할 정도로 상승한다.

물론, 그 경지를 잠시동안 펼쳐낸 나는 심신의 무리가 찾아왔지만 말이다.


"하아...하아..."


정신력이 너무 깎여나간다. 검과 내가 하나가 된다는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인가?

그럴듯하게 말해서 그렇지, 까딱했다가는 마림에서처럼 검에 먹혀 난동을 부릴지도 몰랐다.


검에 취하는가, 검 자체가 되는가의 차이니까 말이다.

때가 될 때까지는 절대 안해야지.


"...백소협."


튕겨나간 자신의 성강전조를 바라보던 독고무진은 잔잔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는 검을 지팡이삼아 쓰러지지않고 버티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왜 이런 호의를 건네준건가?"


나는 아직 순수함을 남기고 있는 과거의 적의 새싹에게 말했다.


"그저 같은 무인의 길을 걷는 사람을 향한 경의입니다."

"같은...이라."


내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독고무진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는 듯,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붙잡았다.

그는 칼집에 검을 밀어넣고, 포권하며 고개를 숙였다.


"졌습니다."


그러고는 나에게 전음을 보냈다.


[은자(隱者)시여, 저에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명백한 존대.

완전히 나를 인정한 모습이었다.


'드디어...'


칠 년, 칠 년이다.

그 시간동안 한없이 계획하고, 계산하고, 수정한 끝에 드디어 때가 왔다.


나는 떨리는 몸을 채찍질하며 자세를 바로잡고 마주 포권했다.


"잘 배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천산이 떠나가라 울려퍼지는 관중들의 함성 속에서, 나의 작디 작은 전음이 독고무진의 귀에 들어갔다.


[탈교(脫敎)하고싶습니다.]

"!"

"백유강!! 백유강!! 백유강!!"


내 이름이 천산에 울려퍼졌다.


[도와주십시오.]


누구 한 명의 전음따위, 가볍게 묻어버리고도 남을 정도로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 후 무림세가 데릴사위가 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은 오후 7시 5분입니다 24.08.26 86 0 -
21 21화 24.09.09 71 1 13쪽
20 20화 24.09.08 80 1 17쪽
19 19화 24.09.07 102 1 13쪽
18 18화 24.09.06 111 1 18쪽
17 17화 24.09.05 127 1 22쪽
» 16화 24.09.04 121 1 18쪽
15 15화 24.09.03 133 1 23쪽
14 14화 24.09.02 131 1 18쪽
13 13화 24.09.01 142 1 15쪽
12 12화 24.08.31 132 1 14쪽
11 11화 24.08.30 144 0 15쪽
10 10화 24.08.29 164 1 22쪽
9 9화 24.08.28 168 1 15쪽
8 8화 24.08.27 178 2 17쪽
7 7화 24.08.26 190 1 21쪽
6 6화 +1 24.08.25 205 2 12쪽
5 5화 24.08.25 232 3 13쪽
4 4화 24.08.24 260 3 18쪽
3 3화 +2 24.08.23 280 3 18쪽
2 2화 24.08.23 290 2 13쪽
1 1화 24.08.23 376 2 2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