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무림세가 데릴사위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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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거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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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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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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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교주전(敎主殿).

천마신교 내에서도 가장 신성시되며, 개교 때부터 이어져내려온 성전(聖殿).

그 성전의 신좌에 한 사내가 앉아있었다.


길고 긴 미사여구보다도 더욱 이 사내를 잘 담아낸 단어가 있다.


교주(敎主).

그의 눈동자가 자신의 교인을 향했다.

시선을 받은 교인은 어깨를 떨며 신어를 목청껏 외쳤다.


"천마천세 만마앙복(天魔千歲 萬魔仰伏)!!"


혈향각주의 보고를 받은 좌호법, 위소헌은 교주전의 복도에서 사내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대천마신교의 미천한 신도가 대천마신교의 삼가교주님을 뵙사옵니다!!"


말을 끝낸 위소헌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자의 허락없이는 감히 고개조차 들면 안되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라."


중후하면서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중성(重聲)이 좌호법의 귀에 들어왔다.


"충!"


천천히 고개를 든 좌호법을 향해, 교주는 물었다.


"...그래, 이번 기수는 사망자가 한명도 없다고?"


하늘의 질문에 혈향각주는 고개를 세 번 바닥에 조아리며 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전무한 결과군."


신좌에 올린 교주의 손가락이 움직인다. 그 작은 행동에도 좌호법은 움찔거렸다.

극마의 경지에 오른 마인인 그조차도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낄만큼 눈 앞의 존재는 그 격을 달리 하는 마신이었다.


"부외자의 개입이더냐?"

"아닙니다!"


"그렇다면 마림의 마물들에게 문제가 생긴건가?"

"황송하오나, 그것또한 아닌걸로 사려되옵니다."


"그럼 그 아이들 개인의 무력이 눈에 띌 만큼 뛰어난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의 무력은 여태 다른 기수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뛰어난 정도였습니다."


세 번의 질문. 그리 흥미있어보이는 태도는 아니었다.

그 짧은 문답 후, 교주는 좌호법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누구더냐. 그 업적을 세운 아이는?"

"...예의 그 아이입니다 교주님."


교주는 좌호법의 말에 이례적이게도 동공이 조금 확장됐다.


"극양지체?"

"그렇사옵니다. 게다가 마림 안에 가둬놓은 세 마리의 마수들을 전부 죽였다고 하옵니다."

"흠."


그 말에 교주는 곰곰히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


'교수님이 미소를 지으셨어?!'


좌호법은 그 광경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으나, 겉으로 티를 내는 불경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교주는 잠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좌호법은 고통스러운 침묵을 지켜나갔다.


자신의 심장소리마저 들릴만큼 고요함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교주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퍽 아깝군."


꽤나 담담한 평가.

허나 그게 교주의 입에서 나왔다면 지고의 칭송이나 다름없었다.

그 말에 담긴 뜻을 알고있는 좌호법에게는 더더욱 큰 칭찬이었고 말이다.


'설마...희생양을 살리실 생각이신가?'


그건 안된다.

작은 하늘께서 여전히 고통스러워하시는데, 어찌 그걸 바꾸겠는가.


좌호법, 위소헌은 여차하면 자신의 목이라도 내어놓으며 고언을 뱉기를 각오했다.

허나, 자신의 주군이 내뱉은 말은 그의 예상과 조금 달랐다.


"그 아이를 부르거라."

"!?"


교주는 여전히 표정을 알 수 없었다.

어느새 무표정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표정에는-


"내가 직접 판단하겠다."


기대감이 담겨있었다.


**


그 시각, 나는 마의종의 의료실 침상에 반쯤 묶인채로 요양을 하고 있다.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붕대 한번 더럽게 세게 감아놨네."


불사마의라는 거창한 별호와는 다르게, 성격은 참 더럽게 괴팍했다.


"끄응..."


쓰라림이라고는 표현하기 힘든 아픔이 붕대가 묶여있는 팔뚝에서 느껴졌다.

아픔의 원인이 상처때문인지, 아니면 붕대의 압력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


투덜거리던 나는 어제의 일을 복기했다.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미친듯이 검을 휘두른 그 날의 나를.


"쯧."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폭주했다. 아주 거하게.

다만, 내 운기의 숙련도가 아니라, 몸뚱아리가 그 양기를 아직 감당하지 못한게 문제다.


'생각을 잘못했어.'


내 생각보다 내가 더 약하다.

이 정도는 움직이겠지? 하면서 움직였는데 몸은 그 생각을 따라오지 못한다.


머릿속의 자신의 강함이랑 실제 강함의 괴리감이 상상이상으로 더 크다.


실제로 마림웅군을 인간의 경지로 따지면 벽을 보고있는 절정쯤 될까?

후기지수가 상대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영물또한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의 나에게는 불가해의 괴수처럼 보였다.


'전성기의 내 몸을 상정하고 내공을 운기한게 실책이었어.'


풍영추혼심공을 배우지 못한 몸이니만큼, 훨씬 더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할 듯 하다.

양기의 억제도 문제고 말이다.


"하아...내 팔자야."


어째, 시간을 역행해서 돌아왔다고 만사 편한건 아니네.

난 도인같은 말을 내뱉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때,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농도가 깊은 마기가 병상을 가득 매웠다.


"!?"


나는 갑작스레 나타난 초고수의 마기에 숨을 들이마시기조차 힘들어하며 괴로워했다.


"팔자 한번 좋구나."


그 목소리에 나는 얼굴에서 표정을 지웠다.

지금 눈 앞의 사내가 누구인지 짐작했기 때문이다.


"네가 백유강이 맞느냐?"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온 사내는 그 풍채와 은은하게 뿜어내는 기운만으로도 자신의 격을 보여줬다.

마인답지않은 섬세하고 세련된 내공과 사람 자체가 품고있는 예기까지.


허나 나는 그 격에 먹히지 않았다.


그따위 위압감보다도, 지금 내가 느끼고 있을 분노가 훨씬 더 크고 맹렬했기 때문이다.

과거, 내 대원들을 전부 죽여버린 원수가 다시 한번 생을 되찾아 내 눈앞에 서있었다.


나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침상에서 일어나 한 쪽 무릎을 꿇고 포권했다.


"...천마천세 만마앙복, 미천한 교인이 대천마신교의 좌호법을 뵙습니다."


내가 바로 대답을 하자 좌호법, 위소헌은 의외라는 듯 호오..? 라는 음성을 뱉었다.


"본 호법을 알고있었나."

"어찌 교인되는 자가 본교의 호법을 모르겠습니까."

"규모가 있는 상단집안 출신이라 그런가, 예의를 갖출 줄 아는구나."


전혀 아니다. 상단에서 살던 나에게 예의란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내가 예의를 차릴 수 있는건 시간을 역행한 덕분이다.

물론 그걸 내가 말해줄 의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넌 눈이 보이지 않을테니,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구분해야될 것인데, 나는 너와 대화를 한 적이 없다."

"미천한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 말에 좌호법은 자신의 기다란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 재주가 무엇인고?"

"상대의 체형과 내공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과연 신묘하구나. 본 호법의 내공이 어느정도인지 파악이 된다는건가?"

"자세히는 아니옵고, 그저 격이 다르다...정도로밖에는 파악이 불가합니다."

"허나 그것만으로 본 호법이 누구인지 맞히는건 비약이 아닌고?"


저 더럽게 깐깐한 성격은 예전부터 이어져왔나보다.

나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비록 배움이 짧아 신교의 상황을 잘 모르나, 호법 정도의 힘을 가지신 분은 신교 내에도 몇 없으신걸로 알고있습니다."

"그렇지."


실제로 좌호법은 마도팔존중 한명이니까.

전생의 나와 소교주 또한 그곳에 이름을 걸치고 있었고.


"장로분들께서는 당신들의 가문을 관리하느라 대회의가 아니면 가문 밖으로 잘 나오시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허니 장로분들을 제외한 분들중 이 정도의 내공을 가지신 분은 본교의 삼호법 분들 뿐이겠죠."

"그래서?"


"검사의 내공은 느끼는 것만으로 베일만큼 날카로운 예기를 띄우며, 도객의 내공은 훑어보는 것 만으로도 패도적이며 중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호법께서는 그중, 전자의 기운이 느껴지며, 삼호법 분들중 검을 쓰신다고 알려지신 분은 좌호법이시니, 그리 예상했나이다."


청산유수처럼 훌훌 내뱉는 말들 하나하나에 뜻이 담겨있다.


물론 나는 그저 위소헌의 목소리를 알고있었기에 바로 그를 알아본거지만.


위소헌은 내 말을 전부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명불허전이군. 어린 아이가 아니라 반로환동한 고수라고 하는게 더 신빙성이 있어보여."


그리 말한 좌호법은 아까부터 계속 내 숨통을 조여오던 마기를 거두었다.

이제야 숨이 좀 쉬어졌으나, 터지려는 헛기침을 삼키며 평정을 유지했다.


"본 호법의 마기가 몸을 괴롭혔을텐데도 명경지수(明鏡止水)를 유지하다니. 마인보다는 도인에 가까운 인내심이렸다."

"전 마인입니다."

"마(魔)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이니라."


위소헌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저 손에 칼을 찔러넣고 싶은 충동을 다스리느라 고생했다.


저 손이 잡고있던 검에 내 부하들이 죽어갔다.

비명조차 지르지못하고 자신이 죽은지도 모른채, 눈을 뜨고 몸뚱이가 반으로 썰렸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신풍체안대법을 통해 들여다본 녀석들의 최후가 꿈에서도 떠오른다.


허나, 지금은 안된다.

당장이라도 쳐죽여버리고 싶지만, 아직은 못한다.


'최대한 빨리 힘을 길러 마교를 탈출한다.'


네놈의 목에 칼을 처박아주는건 그 뒤로 미뤄주마.

난 찰나의 순간, 머릿속의 감정을 정리하고는 위소헌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같이 가야할 곳이 있다."

"가야할 곳이라고 하신다면...?"


내가 의문을 표하자, 좌호법은 한없이 진지한 어투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본교의 지존께서 너를 부르신다."


그 말에, 내 마음 속 명경지수에 파문이 일렁였다.


**


단정하게 차려입은 마인의 무복.

너무나 익숙한 의복에 나는 원인모를 간지러움과 역겨움을 동시에 느꼈다.


허나, 절대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내가 아무리 마교를 증오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마음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새어나왔을지 몰라도...지금만큼은 그걸 완벽하게 숨겨야한다.


나는 눈 앞의 현판을 올려다봤다.

눈이 보이지 않는 나이지만, 그 현판만큼은 읽을 수 있었다. 현판을 새긴 초대천마의 마기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었으니까.


'교주전...'


천마신교의 성전에 내가 불려온 이유는 당연히 딱 하나, 마교의 주인이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이유는 대충 예상이 갔지만, 설마 교주가 직접 부를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나 또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끼이익...


교주전의 정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 안에서 밀려오는 가히 범접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마성이 전신을 덮쳐왔다.


"..."


나는 사지를 찔러오는 마기를 거부하지않고 받아들였다. 마기야 나중에 몰아내면 된다.

지금 내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것은 저 안에 있는 괴물의 신경이 거슬릴만한 어떤 짓도 하면 안된다는 것, 하나 뿐이다.


교주전의 안으로 발을 들이자, 곳곳에서 흉흉한 마기(魔氣)의 잔재가 느껴진다. 현판에 새겨진 마기와 같은 사람의 기운이다.


어떤 묘용(妙用)을 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잔재가 남긴 흔적들은 언뜻 검초같기도, 도결같기도, 권형같기도 하였다.


'아니, 어쩌면 그 모든 것일지도 모르지.'


확실한건, 죽은지 오백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그 마기가 잔존하고 있을 정도로 초대천마의 격이 신의 경지였다는 것 정도다.

신화경(神化境), 신마(神魔)의 경지를 부정하는 존재조차 이 교주전에 들어온 순간, 입도 뻥끗 하지 못할게 뻔히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긴장감과 불안감을 잠재우고 있던 나는 이내 교주전의 그림자가 조금씩 걷어지는걸 느꼈다.


-스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

그 일련의 행동에 망설임 따위를 담아내서는 안된다.


진짜 어린 아이라도 이 곳에서는 팔십을 산 노관처럼 행동해야한다.


나는 교주의 옆에 있는 마인의 구령에 맞춰 마교의 지존을 향해 머리를 네 번 조아려 충성을 보이는 사배(四拜)를 올렸다.

마지막 네 번째 절을 올렸을 때, 신어를 내뱉는다.


"천마천세 만마앙복!!! 미천한 교인이 대천마신교의 삼가교주님을 배알하나이다!!!"


목청껏 신어를 외친 나는 그대로 고개를 올리지않고, 교주의 명을 기다렸다.

그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감히 교주의 존안(尊顔)을 함부로 바라보는 것조차 마교에서는 허락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비롯해 교주를 배알하는건 처음이다.

내가 한창 이름을 날리기 직전, 시간으로 따지면 지금으로부터 십년 후에 교주는 돌연사를 한다.


그의 사인은 끝까지 의문에 감춰졌다.

누군가는 마의 극에 달해 등선을 했다고 하고, 누군가는 정파의 최고수와의 전투의 여파로 내상을 입어 죽었다고 한다.


전부 추측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내가 교주전의 바닥에 이마를 찧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교주는 손짓으로 나에게 고개를 들라는 신호를 줬다.


나는 두 손을 모은 다음 고개를 숙여 교주의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로 그의 말을 기다렸다.


"눈도 보이지 않는 아이가 본좌가 손을 올린걸 알았구나."


그의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철퇴로 머리를 맞은 사형수가 된 것처럼 어지러움을 느꼈다.


'제길...'


실수했다.

이런 당연한 것 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내가 긴장한건가?


"미천한 신(臣)이 감히 지엄하신 교주님께 그만 불경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되었다."


교주는 손을 저으며 내 말을 끊고는 격공섭물을 펼쳐 옆에 있는 술잔을 잡아들었다.


"내가 물었던건 너의 불경이 아닌, 재주이다."

"별것아닌 재주에 불과합니다."

"눈을 잃은 이에게 시야를 되찾게 해주는 재주는 별것이 아닌게 아니지."


교주는 신좌에 옆에 놓여져있는 탁자에 잔을 옮기고는 잔을 따랐다.


"너의 업적은 들었다."

"황송할 따름입니다."


조신하게 떨어지는 술방울들이 잔에 모여 술을 빚어낸다.

향을 맡아보니, 귀주성 최고의 장향형 백주인 모태주(茅台酒)인듯 하다.


"너의 천골(天骨)을 이용했더군."

"신의 능력이 부족했을 뿐입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극양지체, 혹은 구양절맥이라 부르는 그 천골은 쉽게 다룰 수 없을텐데, 어린 나이에 제법 잘 제어하고 있군."


극양지체라는 말이 나오자 나는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착각이 들었다.


-꽈아악...


불안감에 잇몸을 깨물었다.

지금 당장 극양지기를 뽑아가겠다고 하면 나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그 어떤 수를 쓰든간에, 저 마교주의 손 안에서는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소교주는 본인이 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절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있다하더라도 이 나이 때의 아이가 그런 계획을 짜는건 불가능하다.


그럼 나를 마교로 납치해오겠다는 계획을 세운 사람은 누구겠는가.

백이면 백, 눈 앞의 마교주겠지.


"어때, 고통스럽더냐?"

"아프지만, 나름 버틸만합니다."

"단전의 문을 연 순간부터 너의 양기는 계속해서 너를 괴롭힐 것이다. 서로 다른 기운이 상충하는 꼴이니."

"각오했습니다. 신교의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뭔들 못하겠습니까."


그 말에 교주는 잠시 호리병을 내려놓았다.

저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목숨이 끊겼다, 붙었다 하니 괜히 심장이 아파온다.


"최종시험에서 아무도 죽지않은건 신교 역사상 전무한 일이다."


입도 쉽게 열지 못할만큼의 압박감 속에서, 교주는 태연하게 제안했다.


"스무 명의 미래를 구해낸 너에게, 세 개의 청을 들어주마."

"!!!!?"


나는 순간 머리가 아찔해지는걸 겨우 이성으로 붙잡아냈다.


마교주가 직접 들어주는 세 개의 소원.

천고의 기회이며, 돌이킬 수 없는 외줄타기가 찾아왔다.


나한테는 그게 마치 미지의 약재로 보였다.


그 약재는 천고의 영약일 수도, 최흉의 극독일 수도 있다.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서 말이다.


'마교를 탈출하기 위해 마교주에게 청을 하는 상황이라니...'


나는 이 상황에 맞지않는 우스운 상황에 괴리감을 느꼈다.


'후우...'


나는 속으로 심호흡을 한 다음, 감정을 갈무리했다.

마음 속의 명경지수가 고요함을 지킬 수 있을 때 쯤, 나는 입을 열었다.


"삼가교주님께 첫 번째 청을 드리옵니다."


교주는 듣겠다는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오시했다.


"제가 지목하는 아이들을 미래의 제 부대에 귀속시켜 주십시오."

"부대라."


교주는 탁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본교의 대주라도 되고 싶은 것이냐?"

"마도육가가 아닌, 만마전의 부대로써 무림의 간악한 위선자들을 처단하고 싶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 청인데도 왜 이렇게 힘드냐.

그저 말만 하는데도 기가 빨리고 숨이 턱턱 막혀 죽을 것 같다.


그래도 분명히 해야하는 일이다.

나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그저 고개를 조아리며 내 뜻을 전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교주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허한다. 단, 네가 말한 대로 직접 뽑을 수 있는 아이들은 통상의 부대인원인 열 다섯명으로 제한할 것이며, 마도육가와 호법원의 아이들은 제외한다. 또한 너의 경지가 벽을 넘었을 때 부대를 만드는걸 허한다."

"교주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생각할 시간은 한달이면 되겠지? 만마전에 명단을 적어 제출하면 그들은 너의 부대로 귀속될 것이다."

"충!!!"


교주는 치례(致禮)를 받지않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 청은 무엇이더냐."


두 번째 청을 묻는 교주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무엇을 먼저 말해야할지 고민이 됐기 때문이다.


협상을 할 때는 어려운걸 먼저 뱉고, 그 다음에 쉬운걸 뱉는게 정석이다.

그래야 마음의 벽이 조금 허물어져 상대적으로 쉬운 부탁을 들어줄 수 있으니 말이다.


허나 눈앞의 마인은 다르다.

마음의 벽이 얼마나 높이 있는지 감도 안잡히며, 그 위치또한 지고의 경지에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선택지의 경중따위 중요하지 않다.

생각을 자신의 뜻을 관철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


"일원로님의 제자가 되기를 청하나이다."


그 말에는 천하의 마교주조차 이채가 돌았다.


"신선검마(神仙劍魔)의 제자가 되고 싶다 하였느냐?"

"예."

"이유는 무엇이냐?"


그의 말에 나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이유야 많다.

과거의 내 스승님이시자, 시간을 역행한 현재까지도 내가 존경하는 유일한 분이시니까.

아직, 그 분께 배우고 싶은게 많이 남아있으니까.


허나 이걸 교주에게 전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것만큼은 그럴듯한 변명을 지워낼 수도 없다.


진퇴양난의 상황 속, 결국 나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저, 검마께 가르침을 받기를 간절히 원하옵니다."

"..."


어쩌면 불경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담대한 태도.

나의 그런 태도에 교주는 답지않게 입꼬리에 호선을 그렸다.


"허한다."


그리 말한 교주는 술상에 있던 모태주를 치운 뒤, 또 다른 술을 격공섭물로 끌어왔다.

중원제일주이자 황제만이 마실 수 있다고 불리는 금존청(金尊靑)이 그것이었다.


"아이답지 않구나."

"..."

"정말 아이답지 않아. 말투도, 성정도, 삶을 대하는 태도마저도."


그 짧은 대화에서 성정과 삶을 대하는 태도마저도 알 수 있다는건가?

전생화 현생의 나이를 합쳐도 이립이 되지 않는 나는 그 깨달음과 현기를 잘 알지 못한다.


"아이야, 아느냐?"

"경청하겠습니다."

"넌 지금 나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마교주 정도 되는 자에게 내가 놀라움을 줬다라.

그건 그저 내가 아이의 탈을 쓴 성인에 불과해서 그런걸까, 아니면...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잠들어있는 본성을 알고 하는 말일까.


"첫 번째 청은 최종시험에서 선발된 아이들을 미래의 네 부대에 편입시키는 것이었다."


교주는 자신의 잔에 금존청을 따르며 말을 이었다.


"그건 쉬운 일이다."


잔 안에서 백주가 일렁거리는게 대법을 통해 느껴졌다.


"두 번째가 본교의 일원로의 제자가 되는 것이었다."


일렁거림이 멈춘 금존청이 담긴 잔을 교주가 조용히 잡았다.


"일원로의 의사는 모르겠다만, 이것또한 어려운 일은 아니지."


잔에 담긴 술을 고아하게 입에 머금은 뒤, 삼킨 교주는 이내 잔을 내려놓았다.


"둘 다 어렵지 않은 일을 말했으니, 마지막 세 번째가 가장 어려운 일이렸다."

"...송구합니다."

"말해봐라."


어느새 내 앞에도 금존청이 담긴 술잔이 놓여져있었다.


"너의 세 번째 청이 무엇이냐."


나는 내 앞에 놓인 금존청이 담긴 잔을 두 손으로 마셨다.

부드럽게 퍼져가는 금존청의 주향이 몸 속을 횡단하며, 오랜만에 느끼는 백주의 독함을 상기시켰다.


나는 잔을 내려놓은 뒤, 생각해놓은 마지막 청이자, 가장 어려운 청을 다시한번 정리했다.

어쩌면, 이 선택이 나의 수명을 앞당길 수도 있지만, 내 계획을 위해서라면 분명히 필요한 일이다.


나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안대를 풀었다.


"..."


눈썹에서부터 이어진 긴 검상이 내 눈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아직도 그 참상이 떠오른다.

그 때의 고통이 선명하다.


나는 이 상처로 인해 망가졌고, 무림에 들어와 미쳐날뛰었다.


교주.

당신이 만든 상처며, 당신이 만든 괴물이다.


지금 그 원망을 담아내지는 않겠다.

하지만 잊지도 않을 것이다.


이 끔찍한 고통을 말이다.


난 나의 밑천을 전부 드러내며 처음으로 교주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만휘군상(萬彙群象)이 전부 담긴 듯한 심유한 시선이 죽음에서 벗어난 이단아를 오시한다.


사람을 시선만으로도 찢어발길 듯한 교주의 눈동자를, 나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담아내며 말했다.


"본교의 작은 하늘의 배동(配童)으로 삼아주십시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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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24.09.09 71 1 13쪽
20 20화 24.09.08 81 1 17쪽
19 19화 24.09.07 102 1 13쪽
18 18화 24.09.06 111 1 18쪽
17 17화 24.09.05 127 1 22쪽
16 16화 24.09.04 121 1 18쪽
15 15화 24.09.03 133 1 23쪽
14 14화 24.09.02 131 1 18쪽
13 13화 24.09.01 142 1 15쪽
12 12화 24.08.31 132 1 14쪽
11 11화 24.08.30 144 0 15쪽
10 10화 24.08.29 164 1 22쪽
9 9화 24.08.28 168 1 15쪽
8 8화 24.08.27 178 2 17쪽
» 7화 24.08.26 191 1 21쪽
6 6화 +1 24.08.25 205 2 12쪽
5 5화 24.08.25 232 3 13쪽
4 4화 24.08.24 260 3 18쪽
3 3화 +2 24.08.23 280 3 18쪽
2 2화 24.08.23 290 2 13쪽
1 1화 24.08.23 376 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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