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무림세가 데릴사위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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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거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3 15:21
최근연재일 :
2024.09.09 19:01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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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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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4화

DUMMY

"...손 똑바로 들어 새끼야."

"흐읍!"


온몸이 빨갛고 파랗게 멍이 든 진문은 눈물을 삼키며 무릎을 꿇고 손을 바짝 들었다.


"싸가지없는 새끼가 어디 감정풀이로 사람을 패. 네가 그러고도 마영ㄷ...아니, 이제는 아니구나. 어쨌든!"


나는 진문이 어디선가 가져온 목검을 가지고 녀석의 정수리를 연신 때려댔다.


"다른 애들한테 시비털다가 걸리면 넌 나한테 죽는다?"

"크흡...!"

"대답."

"네헤엣..!!!"


진문은 얼마나 긴장했는지 연신 삑사리를 냈다.


"그래. 우리 한번 친하게 지내보자, 응?"

"..."

"싫어?"

"히끅...네에."

"들어가봐."

"ㄴ, 네에엣!!"


진문은 귀가명령을 내리자 귀신같이 숙소로 달려가는 듯 했다.


"야."

"!!?"


진문은 뛰어가다 말고 내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고루마공. 익히지 않는게 좋을거야."

"...네?"

"정확히는 마공 자체에 손을 대지 마. 처음에야 뛰어나보이겠지만 결국 평생을 후회하게 될테니까."

"..."

"네 가전심법 자체도 나쁘지 않은 편인 것 같은데, 지금은 그걸로 수행을 하고 있어."


그러고는 내가 먼저 자리를 떴다.

나 답지않게 입방정을 떨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녀석...'


눈 앞에서 죽어가던 내 동료인 진문과 지금의 애새끼인 진문은 다른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차이가 컸다.

나는 진문의 변화보다는, 진문이 '왜' 변화했는지가 더 깊게 다가왔다.


마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 성격을 버리고, 차갑고 날카로워져야만 하니까 말이다.


마교란 그런 곳이다.


강자존이라는 교리 아래, 처음 들어온 이들을 다스린다.

채찍으로 맞던 이들중 재능이 보이는 이들은 따로 선별하여 채찍질의 빈도를 점차 줄이며 당근을 내민다.

강함이라는 이름의 당근을 앞에서 흔들어댄다. 강자존을 세뇌받은 이들에게 그 당근은 거부할 수 없는 먹이다.


사람들은 점점 이 곳이 살만한 곳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마인이 되는줄도 모른채로. 그렇게 근묵자흑(近墨者黑)이 되어가는 것이다.


"새끼, 맘 아프게..."


조금 덜 팰걸 그랬다.


몸이 아이가 되더니, 감정조절이 쉽지 않긴 하다.

조금만 긴장을 풀면 애처럼 굴 것 같아, 말투도 더 딱딱해진다.


의식해서 말하다보니 어른들은 애늙은이로, 아이들을 별종으로 보는 듯 했지만 말 실수 하고 후회하는 것 보다는 낫다.

예의바른게 나쁜 것도 아니고 말이다.


"...쯧. 일단 끝낼건 끝내야겠지."


나는 다시 소나무 밑에서 가부좌를 틀고 대법을 펼쳤다.


대법의 이름은 신풍체안대법(神風替眼大法).


맹인인 내가 마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대법이자, 내 내공이 담긴 바람의 흐름을 통해 시야를 대신하는 일종의 도술.

바람이 스친 물질의 정보를 내 머릿속에 직통으로 전달하여 시야를 대신하게 만든다.


사람의 생김새나, 내 주위 환경의 정확한 모양새는 파악할 수 없지만 뭐 상관없었다.

병장기의 길이와 두께, 상대의 내공의 수준, 움직임을 알 수 있으면 족하니까.


다만...


'효과가 어째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


내공 자체가 워낙 정순해서 그런가, 말 그대로 내 바람이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이 하나의 영역처럼 느껴진다.


"조금만 더 갈고닦아봐?"


그리 말하는 내 입꼬리는 이미 올라가있었다.


시험까지 남은 시간은 여드레(8일)정도.

그 동안 여러가지로 해야할게 많이 생겼다.


**


이단계 시험 당일.

시험 교관을 맡은 무공 교두는 눈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눈을 비빌 수 밖에 없었다.


'분명히 내공이 없던 놈이었는데?'


이제 막 무공에 입문한 아이가 고루마공도 아니고, 자신의 가전심법만으로 단전을 형성했다고?


아흐레 만에 단전을 개방하고 내공을 쌓으라는 전제는 어디까지나 고루마공을 익히거나, 이미 단전을 개문하여 내공을 쌓고있는 아이들을 가정하여 말한 것이다.

내공도 없는 놈이 마공도 아닌 무공으로 여드레만에 단전을 개문한 것은 가히, 상상도 못할 정도로 대단한 일이었다.


"...백유강, 합격이다."

"감사합니다!!"


기운을 갈무리한 백유강은 당당히 포권을 한 뒤 제자리로 돌아갔다.


'걸리진 않은 것 같네.'


무공 교두라도 일류 수준의 무공이다.

내공을 훑어본 것도 아니고, 그저 운기조식의 모습을 본 것 만으로는 상대의 정확한 내공을 알지는 못한다.


무림에서 실력의 삼할은 숨기라는 격언이 있다. 실로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유강의 경우에는 실력의 칠할을 숨긴거나 다름없지만 말이다.


'그나저나...생각보다 많이 합격했네?'


끽해봐야 열명 남짓이라 생각했는데 그 두 배의 수가 단전을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그중에는 익숙한 기운을 가진 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아직 작고, 미약하지만 분명히 마영대 소속이었던 자들또한...


-꽈악...


유강은 평정심을 찾기위해 노력했다.

마침 무공 교두가 앞에 나서는걸보니, 시작하겠네.


"그럼 이제부터 삼단계 시험을 시작하겠다."

"네!?"

"이단계 시험이 방금 끝났..."

"갈!!"


무어라 말을 하려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무공 교두의 갈에 흩어졌다.

무공 교두는 허리춤에 차고있던 대도(大刀)를 꺼내들더니, 아이들에게 겨누며 말했다.


"하기 싫다면 그저 포기하면 될 뿐이다. 다만, 그 다음 벌어질 일들을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말이지."

"..."

"묻겠다, 삼단계 시험을 포기할 자들은 앞으로 나와라."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눈치가 있으면 지금 나갔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를리가 없었다.

주위가 조용해지자, 무공 교두는 설명을 이어갔다.


"마교의 무인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마도육가같은 천마신교 종파의 자제로써, 모태신앙 마인들.

두 번째는 나처럼, 무림에 복수심을 가지고 입교하여 내가제자가 된 마인들.


그중 후자의 경우에는 꼭 거쳐야할 관례가 있다.


"정식으로 붙은 이름은 최종시험이지만, 마인들 사이에서는 고독(蠱毒) 항아리라고 부르는 관례가 그것이다."


그 말을 들은 유강은 인상을 찌푸렸다.


'최종시험은 염병.'


그건 시험따위가 아니다.

인간을 극한으로 단련하기 위해 괴롭히는 것과 진배없다.


고독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별게 아니다.

독물과 마물들이 나오는 마림(魔林)에 온갖 마인 후보들을 집어넣은 뒤, 칠주야또한 방치해놓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자들만을 완전한 내교제자(內敎弟子)로써 받아들여진다.

그 과정에서 처리한 독물과 마물들의 수와 질에 따라 상,중,하급 마인으로 나뉘어져 육가, 만마전, 호법원, 그 외 다양한 종파들에 입단하고.


'그럼 나머지 애들은 어떻게 되냐고?'


뭘 어떻게 돼.

그대로 마림에서 죽어 독물들의 먹이가 되는거지.


마교가 괜히 마교겠나.

약자를 벌레처럼 보니 마교인 것이다.


고독항아리가 행해지는 장소인 마림은 스무 명 들어가면 두세 명이 간신히 빠져나올 정도로 악독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살아남은 놈들만을 내가제자로 받아들이니, 마교가 강력한 것이고.


"무슨 수를 써도 좋다. 몸을 숨겨 생존해도 되고, 마림의 마물들을 상대로 싸워도 좋다. 합격조건은 단 하나, 생존이다."


그와 동시에 주위를 둘러싼 마인들이 수면가루가 섞인 연막탄을 던졌다.


"다들 재주껏 살아남도록."


아이들이 픽픽 쓰러져가고, 유강 또한 굳이 수면약을 해독하지않고 받아들였다.


"칠주야 뒤에 보지."


몇명 보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마공 교두는 굳이 뒤의 생각을 입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


"...허억!"


진문은 축축한 흙바닥에서 정신을 되찾았다.


"분명 뭔지 모를 연기를 들이마시고..."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으며 몸을 일으킨 그는 급하게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파악했다.


울창한 숲들과 우거지게 자라난 잡초들.

생김새는 특이할거 없는 평범한 숲이지만 왠지 모르게 무언가 기분나쁜 귀기(鬼氣)를 가득 머금고있는 숲.


진문은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버리고 말았다.

온갖 독물과 마물들의 고향이자 터전인 마의 숲.


"마림..."


그 말은 즉슨, 이미 시험은 시작됐다는 말이다.

눈 앞에는 바닥에 꽃혀있는 검 한자루가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검을 잡았다.


진문의 손이 검 손잡이를 쥐는 순간.


"!?"


숲의 나뭇가지에서부터 소름돋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를 빨아먹는 사람보다 더 큰 지네인 흡혈공(吸血蚣)과 무인들도 끊기 힘든 실을 분사하여 먹잇감을 묶어버리는 탄강사주(彈强絲蛛)가 그 소리의 주인들이었다.


-휘이이익!!


탄강사주는 오랜만에 맛있어보이는 먹잇감을 향해 거미줄을 분사했다.


"미친!!"


진문은 빠르게 날아오는 거미줄을 향해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으나, 거미의 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반탄력에 오히려 검이 뒤로 밀려났다.

그것 뿐만일까.


"어억!?"


녀석의 거미줄은 진문의 검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제길...!"


마림에서 무기도 없이 칠주야를 버티는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허나 지금 당장 이 거미줄을 떼어낼 수도 없을 듯 하다.


진문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방심하고 있을 때, 탄강사주는 그 틈을 놓치지않고 그의 양 발에 실을 뱉어냈다.


'아차!'


뒤늦게 다리를 빼려 한 진문이었으나, 탄강사주가 더 빨랐다.

결국 그는 검과 양 다리를 구속당하고 말았다.


"빌어먹을...!!"


기동력까지 차단된 진문은 그제서야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 여기서 그는 사냥꾼이 아니다. 포식자를 피해 도망쳐야하는 먹이에 불과하다.


"히익!"


순간 외면하고있던 공포가 그 크기를 불려서 진문을 덮쳐왔다.

생명의 위기가 눈 앞에 닥친 지금 상황이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현실을 돌려놓았다.


"ㄲ...꺼져!!"


바닥에 있는 돌멩이를 던져봤지만 마치 탄강사주는 비웃기라도 하는 듯 피하지도 않았다.

반격이라도 하겠다는 듯, 여태까지 가만히 사태를 관망하던 흡혈공이 움직이지 못하는 진문의 몸에 똬리를 틀었다.


"크헉!"


온 몸을 조여대는 압박감은 진문의폐에 담긴 공기를 쮜어짜냈다.

평생 처음 느껴보는 부류의 고통에 진문은 점점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걸 체감했다.


"끄륵..."


정신이 날아가려한다.

지금 여기서 기절하는 순간 죽을게 뻔히 보였다.


진문은 이를 악물고 정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그럴 때마다 흡혈공은 조이는 힘을 더욱 강하게 해 그의 정신을 날려버리려했다.


"아...직..."


진문은 어떻게든 손을 움직여 흡혈공의 몸을 잡은 다음, 자신의 모든 내력을 손에 집중했다.


사람은 죽기 직전 머리가 가장 빠르게 돌아간다고 했던가.

정확히는 살기위해서 무슨 방법이든 떠올리는 쪽에 가까웠다.


진문은 죽기 직전, 여태까지 사용했던 검을 버리고 손바닥 자체를 무기로 사용한다는 발상을 떠올렸다.


지금 상태로는 어중간하게 범위를 넓혀봤자 공격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단 한순간, 자신의 내력을 손바닥에 집중하여 일점에 쏜다.


"죽을 수는...없단 말이야!!!"


-퍼어어엉!!


그리고 순간, 내공이 한점에서 폭발하며 흡혈공의 몸 마디중 하나를 뚫어버렸다.

과거 그의 독문무공중 하나였던 대력발경장(大力發勁掌)이 미약하게나마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커헉...허억...!"


털썩하고 바닥에 엎어진 진문은 막혀있던 숨을 몰아쉬며 살아남기위해 발버둥쳤다.


'흡혈공 한 마리 뿐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경계해야할건 그 빌어먹을 거미 쪽...'


생각을 이어가던 진문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아..."


그곳에는 괴물이 있었다.

인간의 두 배는 되어보이는 몸집에 전신이 피로 물든 것처럼 새빨갛다.


생존본능과 전의를 불태우며 싸울 준비를 하던 진문은 맥이 탁 풀려버렸다.


'저건...못이겨.'


풍겨오는 마기의 격이 다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인간을 먹고, 얼마나 많은 마기를 흡수해야 저런 괴물이 나오는걸까.


끼애애액!!


"끄으윽!!"


녀석의 울음소리에 진문은 귀청이 뜯어질 것처럼 아파왔다.

사냥을 시작하겠다는 일종의 포효였을까. 녀석은 나뭇가지에서 진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


진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눈 앞에 날아오는 괴물이 최대한 자신을 즉사시키길 바랄 뿐이었다.


진문이 눈을 질끔 감고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순간,


"너도 참 운 없다. 뭔 시작부터 적혈지주(赤血之蛛)를 만나냐?"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채앵!!


병장기와 병장기가 부딪힌 듯한 소리가 들렸다.

진문은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듯한 상황에 감았던 눈을 떴고, 이내 기겁했다.


적혈지주의 8개의 다리중 다섯 개가 잘려져있다.

유강의 도에 보라색 피가 묻어있는걸로 보아, 그가 자른 듯 했다.


"ㄴ...너...너는..."

"안녕."


이 상황에서도 유강은 농담이나 하고 앉았다.


"부끄럽게 뭘 봐. 역시 손에 맞는 도랑 검이 아니면 잘 못싸우겠단 말이지."

"뒤에!!"


독이 바짝 오른 적혈지주가 유강을 향해 독을 뿜어댔다. 언뜻봐도 닿는 순간 그대로 피부가 녹아버릴 극독이란걸 알 수 있었다.


진문은 유강이 그 독에 맞아 형태도 없이 녹아버릴 것을 예상했다.


허나.


"에이씨, 사람이 말하는데 벌레가 어딜!"


유강은 뒤도 돌아보지않고 도를 휘둘러 적혈지주의 독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아니...정확히는 증발시켰다는게 맞는 말인 듯 하다.


믿기지는 않았지만 유강의 도에서 아지랑이가 피어나더니 독에 닿는 순간, 증발하는게 눈에 담겼다.

무공 교두가 보여줬던 검기와는 조금 달랐지만, 분명 저것도 검기 못지않게 위력적이라는건 확실해보였다.


"마림삼마라고 해서 그래도 지능이 있나 했는데..."


유강은 피식 웃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냥 거미새끼구만."


겨우 한 걸음 옮겼을 뿐인데, 유강의 신형은 이미 적혈지주의 눈 앞에 있었다.


"흐읍!!"


눈 앞에 그려진 도의 궤적이 분분하게 휘날린다.

형태조차 흐릿하여 도신을 보지 못했지만, 그 위력이 어느정도인지는 대충 생각해봐도 알 수 있었다.


끼애애액!!


적혈지주의 남은 세 개의 다리가 떨어졌고, 녀석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발광하는 몸뚱아리를 유강은 발로 밟은 다음 도를 위로 치켜세웠다.


"사람들 죽이고 다닐 때는 그리 웃더니, 이제 자기가 죽을 것 같으니까 비명지르냐?"


유강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도를 고쳐잡고는 사정없이 내려쳤다.

자색 빛의 혈액이 유강의 온몸을 덮었으나 유강은 뭐가 그리 즐거운 미소를 터뜨리며 적혈지주의 육신을 도로 찢어발길 뿐이었다.


"후우..."


유강은 산산조각난 괴물의 시체 안에 손을 넣은 뒤, 무언가를 꺼내 주머니에 넣었다.

그 모습에서 마치 이런 싸움을 수백번도 더해본 백전노장의 노련함이 보였다.


"괜찮냐?"


피를 대충 닦은 후, 허리춤에 있는 칼집에 도를 집어넣은 백유강이 진문을 보며 은은하게 미소지었다.


"새끼...그래도 마림삼마중 하나인 적혈지주를 상대로 오래 버텼다."


마림이라는 끔찍하게 기분나쁜 곳에서 피어난 유강의 미소는 역설적이게도, 너무나 환했다.

그 미소가 진문에게 이제 괜찮다는 듯 말하는 것 같아보였다.


"..."


진문의 눈에서 안도가 흘렀다.


"어, 새끼 우냐?"

"닥쳐..."

"이거가지고 우네 사내새끼가, 낄낄..."

"아 좀 닥치라고!"


짜증날정도로 큰 유강의 웃음소리를 외면하며 진문은 눈을 비비고는 유강이 죽인 거미의 유해를 바라봤다.


마림삼마(魔林三魔)

마림에서 가장 독한걸로 정평이 나 있는 세 마리의 마물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지금 저기에 사지가 절단난채로 죽어있는게 삼마(三魔)인 적혈지주고.


'삼마를 저렇게 간단하게...'


유강은 힘들다는 기색은 커녕, 숨조차 흐트러지지않았다.


"마림삼마는 개뿔...내단이 이렇게 작은데 뭔 영물이고 마물이냐."


그저 적혈지주의 내단의 크기를 보며 투덜거릴 뿐이었다.


"...진짜 괴물은 여기있었구만."


유강은 진문의 말에 시선을 옮겼다.


"요, 욕은 아니었어."


진문은 유강이 한대 때리려고 다가오는 줄 알았으나, 그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흡혈공은 스스로 죽인거지?"

"응?"


유강은 진문의 대답을 기다리지않고 흡혈공의 시체에 다가갔다.


'새끼...벌써 대력발경장을 사용했다 이거지?'


본래의 위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약하지만 분명히 유강이 아는 대력발경장의 흔적이 남아있다.

완전한 원의 궤적을 그린채로 뚫려있는 흡혈공의 복부만 봐도 알 수 있다.


"새끼. 그래도 자기 몫은 했네."


진문의 어깨를 두드려준 유강은 조금 흩어진 극양지기를 갈무리한 뒤, 다시 길을 나설 준비를 했다.

그 때, 뒤에서 진문이 오히려 유강의 어깨를 붙잡았다.


"음?"


진문은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 듯, 강제로 떨림을 멈추는 듯한 흔적이 남았다.


"궁금한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냐?"

"그러든가."

"왜 살려준거냐?"

"?"

"자기 살기도 힘든 곳에서 왜 남을 돕냐고."


잠시 의문을 가지던 유강은 이내 진문이 무슨 의도로 저런 질문을 했는지 이해했다.


진문은 사창가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인간의 가장 음습한 욕망이 용솟음치는 곳에서 태어난 녀석은 그들의 추악한 욕망을 오시하며 세상을 인식해왔다.


진문이 살아온 삶 동안 '이타(利他)'라는 말은 그저 개념적으로만 존재했고, '도덕(道德)'은 사치였으며, '인의(人意)'는 옛날 이야기에나 나오는 개소리였다.

협객? 그딴게 세상에 존재할리가 없겠지.


그런 그에게 있어서 지금 내 행동은 일종의 세외(世外)의 행동이다.

자신의 세상에 정의내려져있지 않은 행동이란 것이다.


"...말하면 이해하고?"


그 말에 진문은 순간 발끈했는지 얼굴의 열기가 모였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있을테니까 말이다.


유강은 진문이 잡고있는 손을 떼어내고는 말했다.


"...그냥 빚을 갚는다고 생각해라."

"뭐?"

"넌 기억못하겠지만."

"..."

"정 신경쓰이면 기절한 애들 찾아서 한 곳에 모아놓기라도 해. 그게 더 도움이 되니까 말이야."


유강은 그리 말하고는 이내 다시 경공을 펼치며 숲의 중심으로 달려갔다.


"..."


진문은 빠르게 숲을 향해 날아가는 유강을 보며 무언가를 생각했다.

앞으로의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생각을.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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