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무림세가 데릴사위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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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거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3 15:21
최근연재일 :
2024.09.09 19:01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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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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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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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화

DUMMY

이무혈향각의 시험을 통과한 뒤, 마인 두 명이 방향을 가르쳐준 곳으로 가자, 앳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저쪽에 같이 줄을 서거라."

"감사합니다."


마인 두 명에게 인사를 건넨 나는 그들의 틈에 섞여 줄을 섰다.

본래 심신의 안정을 위해 칠주야정도 쉬게 해주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됐나보네.


'괜찮은 척하고 있을 뿐인데 말이지...'


나는 가슴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간헐적인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윽..."


전신의 혈도가 조금 뒤틀렸다.

다행히 내상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운기조식 중에 고통이 느껴질게 뻔히 보인다.


"빌어먹을..."


다른 마인 후보 아이들의 무리 속에 섞여있는 나는 답답함을 숨기지 못했다.


'이제 일 단계 시험을 통과했을 뿐이다.'


마교의 내가제자로써 인정받기위해서는 크게 삼 단계의 시험을 통과해야한다.


일단계는 이무혈향각에서의 시험.

이 곳에 있는 아이들은 일단계 시험을 통과한뒤 심신의 안정을 어느정도 되찾은 아이들이니 넘어가고.


이단계는 아흐레(9일)동안 최소한의 내공을 쌓는 시험이다.

지금부터 치뤄야할 시험으로, 단전을 형성하여 그 안에 내공을 조금이라도 쌓기만 한다면 성공이다.


'정파 무인들이 들으면 까무러칠 소리지.'


보통, 무공에 처음 입문한 사람이 단전을 형성하려면 최소 한달은 걸린다.

호흡을 통해 운기토납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연의 외기(外氣)를 느껴야하는데, 재능있는 아이들이 아닌 이상 이 외기를 느끼는데만 두 이레(14일)는 족히 걸리니까.


게다가 마교에 들어온 아이들은 밥 한그릇도 제대로 못 먹은 애들이다.

내공심법같은 거창한걸 대부분 가지고 있을리가 없다.


상식적으로는 당연히 실패할만한 조건들.

허나 마교에 입교한 아이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내공을 사용하고, 마기를 운용한다.


어떻게 하는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지금 네 앞에서 아이들에게 나누어지고 있다.


"가전심법을 가지고 있던 자들은 그걸통해 내공을 단련하고, 개문을 하지 않은 자들은 앞으로 나와 비급서를 받아가거라."

"예!"

"도해(圖解)도 그려져있으니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들도 수련을 할 수 있을게다. 그럼 한명씩 앞으로!"


저들이 나눠주는 비급서 안에 담겨있는 하나의 마공이 그 모든걸 가능케 만든다.


고루마공(固壘魔功)

천마신교에서 가장 처음으로 배우는 기초심법이자, 그려져있는 도해를 통해 심법을 운용하는 순간 즉시 단전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마공이다.

말로만 들으면 참 편리하고 단점이 없어보이는 무공이지만 이 무공의 가장 큰 단점은 마기의 침식에 있다.


정파의 정공과 도가공, 참선경등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스스로 내공을 만들어준다면, 마공은 마기(魔氣)를 받아들임으로써 자동으로 내공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사술이다.

스스로 단전을 만드는게 아니라, 고루마공에 담겨있는 마기를 자신의 몸에 받아들이는 것에 불과하다.


'마인의 성정이 난폭하다는 말도 이 때문에 일어난 말이지.'


"다음!"


아이들이 군기가 바짝 든 채로 일제히 줄을 섰다.

나 또한 대충 사람들의 발소리를 따라 맨 뒷줄에 줄을 섰다.

앞에 있는 아이들이 비급서를 받고, 어느새 맨 마지막에 서 있던 내 차례가 다가왔다.


"백유강."

"예!"


비급서를 나눠주던 무공 교두는 내 차례가 되자 곤란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음..."


그 이유는 뻔하다. 내가 맹인이니까.

비급서는 당연히 서책으로 되어있다. 글을 읽기는 커녕 도해본도 보지 못하는 놈이 어떻게 무공을 배울 수 있겠는가?


게다가 윗선에서 나에게는 절대 마공을 배우지 못하도록 엄포를 놓았을테니 더 난처하겠지.


나는 예의바른 자세로 무공교두의 말을 기다렸다.


"혹시 몰라 묻겠다만, 너는 배워놓은 가전심법이 있느냐?"

"예, 있습니다!!"

"음? 있는데도 내공이 없다고?"

"제 집은 상단이었습니다. 상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무공을 배울 필요가 없었기에, 그저 알고만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물론 구라다.

하지만 그럴 듯 하지 않았는가. 거짓말이고 뭐고, 마공만큼은 입문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아니다. 죄송할 것까지는 없지. 그럼 가전심법으로 운공하거라."

"예!!"


무공교두는 안심이라는 듯이 내 어깨를 두드리고는 다시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시험은 아흐레 뒤, 이곳에서 치도록 하겠다. 그동안은 각자 자유롭게 훈련하되, 모르는 곳이나 막히는 곳이 있다면 교두들에게 질문하도록. 그럼, 각자 연마실로 향하거라!"

"예!!"


그 말을 끝으로 무공 교두는 해산을 명령했고, 아이들은 그제서야 한숨을 쉬며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긴장의 폭풍 속에서 정신없이 움직이던 아이들은 그제서야 생각을 할 시간을 얻었다.


"어떡해..."

"무서워...엄마..."


어떤 아이는 혼자서 묵묵히 외로움과 공포를 억누르는지, 구석 쪽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야, 이거 무공이지?"

"이런거 배운 적 없는데...문이 너는 있어?"

"당연히 있지 새꺄. 난 가전심법까지 가지고 있다고!!"


어떤 아이들은 무리를 지음으로써 조금이라도 마교란 작은 사회에서 우의를 점하려고 노력이라도 하는 듯, 서로 떠드는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아직 어린 아이라고 해도, 본능은 살아숨쉬고 있으니 각자의 생존본능에 따른 결과들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또 다른 본능중 하나에는 약자를 향한 괴롭힘또한 존재했다.


"어이, 거기 눈병신!"

"?"


난 뒤에서 들려오는 건들거리는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가 눈 병신이라는건 또 아나보군."

"그야 뭐..."


나처럼 극양지체가 아닌이상, 맹인이 마교에 들어올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이 아이, 말 참 자극적이게 하는구나.


"그래서 왜 불렀는데."


아이는 순간 당황했는지 대답하지 못했다.

그야 그렇겠지. 그냥 자신이 만든 조 안에서 우월성을 드러내고 싶어서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나를 표적으로 삼은걸테니까.


'안쓰러운 녀석...'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마교에서 한자리를 차지할지언정, 금방 목숨을 잃게된다.

마공이란 인간의 욕심을 갉아먹고 크는 무공이니까.


"..."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않고 그저 아이가 있을거라고 추정되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조용히 녀석의 말을 기다렸다.


아주 작은 기운을 흩뿌리면서.


"ㅁ, 뭐! 그렇게 본다고 해서 내가 쫄 줄 알고?"


응, 쫄거야.

어른이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존재라면, 아이는 본능에 충실한 존재거든.


특히 직접적인 위헙이 동반된 생존본능과 관련되어있다면 그 귀신같은 감각은 배가 된다.

설령 그게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을 통한 협박이라고 해도 말이다.


"...칫, 가자!"


아이는 결국 혀를 차며 무리를 이끌고 나를 지나쳐 사라졌다.


"쯧쯧.."


나는 녀석을 향해 안쓰러움을 담아 혀를 차고는, 뒤돌아서 제 갈 길을 갔다.

저 안타까운 아이의 말대로, 아직 대법을 쓸 수 없는 진짜 눈병신인 나는 길 하나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


겨우겨우 연마실에 들어온 나는 곧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알고는 있었지만 상상 이상이군.'


눈이 보이지 않는 나라도 이곳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소리와 먼지가 쌓여서 맡아지는 퀘퀘한 냄새.


허나 마공을 연마하기에는 딱 좋은 환경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록 마공의 성취는 커지니까 말이다.


"내가 수련할건 마공이 아니란게 문제지만."


애초에 나는 마공을 배운 적이 없다.

스승님께 배운 무공들은 전부 이름만 마공이지, 마기를 다루지는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마공을 잘못건드렸다가 주화입마라도 오는 순간, 극양지기가 전부 날라가버리니까.


-까드득...


과거에는 그게 배려라고 생각했다.

허나 진실을 안 후에는 속에서 천불이 나 이가 갈린다.


가축같은 삶이 아닌가?

사육장 안에 있는 가축은 자신의 주인에 충성한다.

그 주인이 칼로 자신의 온몸을 손질하기 직전까지.


그리고 그 가축은 죽음을 역행하여 돌아왔다.

자신을 죽인 주인의 말들을 똑똑히 기억하며.


"...해주겠다 이거야."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후우..."


나는 감정을 갈아앉힌 뒤, 곧바로 가부좌를 틀었다.


"...뭘로 해볼까?"


무인에게 있어서 단전을 처음 연다는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첫 발판이다.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시작하면 할 수록, 그 나무는 웅장하게 자라나는 법이니까.


내가 알고있는 무공중 마공이 아닌 무공을 제외한다면 몇개 되지 않는다.

그중 지금당장 심법까지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로 외워놓은건 딱 한갈래다.


천마신교의 일원로, 나의 스승님이신 신선검마(神仙劍魔)의 무공이자, 나의 독문무공.


풍영추혼심공(風影追魂心功)


신공이라는 칭호를 붙여도 손색이 없는 심법이지만 스승님이 거절을 했기에 그저 심공으로 남아있는 내공심법이다.

천마신교에서 유일하게 마공이 아닌 무공으로 원로의 자리를 차지한 분의 무공이니만큼, 그 특별함과 위력은 검증이 돼있는거나 마찬가지.


다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풍영추혼심공을 익히면 안된다.

그릇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무턱대고 신공절학을 익히는 순간, 몸의 균형이 무너져 입마가 찾아오니까 말이다.


나는 그리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결국 감풍심법(感風心法)이네."


감풍(感風)

천지자연에 퍼져있는 바람 속의 기운 느끼게 해주는 심법이자, 대성하면 그 바람이 곧 자신의 내공이 되기에 필수적으로 쌓아가야한다.


"후웁."


결정을 했으면 바로 시작해야겠지.

나는 눈을 감은 채 천천히 감풍심법의 구결을 떠올렸다.


-휘이익...


고요함 속에서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극대화된다.

연마실 벽돌 사이 작은 틈새로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

내 무공에 있어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요소이자, 나와 평생을 함께 한 자연의 흐름이 호흡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온다.


"하아..."


바람 속에 담긴 외기(外氣)만을 몸에 담고, 나머지 흐름은 다시 뱉어낸다.

초보자라면 여기서 몸에 외기를 담지 못하고 전부 뱉어내기 일수다.


허나 나는 그딴 실수를 할리가 없다.

경지에 올라본 무인은 삶이 곧 운기토납이다. 이제와서 실수할리가 있겠는가.


몸 속에 들어온 외기는 내공심법의 구결의 인도를 받아 전신의 혈도를 돌며 정화된다.

몸 속을 천천히 유영한 외기는 이내 아랫배에 도착한다.


'...아직 불순해.'


혈도를 한바퀴 돈 것 만으로는 완전히 정화되지 않았다.

당연한거겠지. 지금 연마하고있는 환경이 환경이니까 말이다.


'...조금만 끌어다가 써야겠네.'


한숨을 내쉰 나는 아랫배 쪽의 하단전이 아닌 심장...즉, 중단전에 담겨있는 극양지기를 조금 꺼냈다.


'한방울...진짜 딱 한방울만 꺼내서 쓸거야..'


단전을 처음 개문하는거니까 이런 모험을 하는거지, 평소였으면 이런 미친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봉인에서 풀려난 한 방울의 극양의 기운이 하단전 쪽으로 이동했다.


아랫배에 모여있던 외기들의 탁기를 양기로 태워버려 강제로 정순하게 만든다.


말이 쉽지, 조금이라도 양기의 제어를 잘못하는 순간, 외기는 물론 단전이 자리잡아야할 곳까지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짓이다.

아직 단전도 개문하지 못한 풋내기는 감히 시도해보지도 못할 짓이지만, 내가 누구인가.


과거에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경지까지 올라본 사람이다. 가능하다. 가능해야만한다!


"끄윽..."


불로 달군 바늘을 사용해 거암을 좁쌀로 만드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잘못 찔렀다가는 거암자체가 박살이 나기에, 한번 찌를 때마다 심혈을 담아서 깎아낸다.


정순하게.

더 정순하게.

무림의 역사에서 이 정도로 정순한 내공이 있었나 할 정도로 정순하게 만든다.


전생과 같은 경지로는 복수는 커녕, 목숨의 보존도 불가능하다.

새로운 경지에 발을 들여야한다. 그러기 위한 첫걸음조차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어쩌는가.


조각가들은 단 하나의 조각을 위해 수천번을 섬세하게 깎아낸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나의 삶을 위해서 단전이라는 조각을 가장 완벽하게 깎아낸다.


그렇게 집중한지 한나절 정도 지났을까.


'됐다!'


탁기가 완전히 사라진 외기는 가히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청아하고 정순했다.

처음 흡수한 외기의 백분지 일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정순함만큼은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


양기를 다시 중단전으로 넣은 다음, 외기를 아랫배에 뭉쳐서 단전을 형성한다.

가히 중원제일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만큼의 단전이 내 아랫배에 안착했다.


"후우우..."


한나절동안 집중을 끊지 않은 탓에 온몸이 땀범벅이다.

몸에 노폐물이 빠져나온 탓에 몸에서 썩은 내가 풍겨온다.


허나 나는 그 썩은 내가 참 좋게 느껴졌다.

취향이 독특한게 아니라, 그만큼의 노폐물이 빠져나온 내 몸은 더욱 깨끗해졌을테니까.


"흐읍!"


난 다시한번 외기를 흡수해 운기토납을 해봤다.

감지되던 탁기는 거의 다 빠져나온듯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연마실에 남아있던 미약한 마기마저도 정화되었는지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파마(破魔)의 기운까지 가지고 있다는건가?'


신공절학에 손을 댈 정도의 도사들이나 승려만이 가능한 파마의 기운을 벌써부터 행한다.

내공의 양 만큼은 몰라도 정순함은 그들과 비벼도 꿇리지 않는다는 뜻이렸다.


이왕 만들 , 최대한 정순하게 만들자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 일줄이야.

만약 이 단전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커져 과거의 내 단전만큼 커진다면...


"가능해..."


나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물론, 예전보다 내공 쌓는게 몇배는 더 힘들겠지만...'


그 정도야 각오한 바이다.


"휴우, 지친다 지쳐."


나는 잠시 휴식을 가질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생각보다 몸 안에 담겨있는 내공이 꽤 남아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냥 오늘 다 끝내버릴까?"


솔직히 한나절동안 운기조식을 하며 지칠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오히려 체력이 솟아나는 듯한 기분이다.


"아, 몰라. 그냥 해버려."


나는 맹인이다.

무인에게 있어서 눈이란 팔 이상으로 필수 불가격인 요소.

그러니만큼, 시야를 대신할 것은 나에게 무엇보다 간절하게 필요하다.


'이것도 더 빠르게 익힐 수 있는게 어디냐.'


결심한 순간 지체없이 몸을 움직여야 성공하는 법.

나는 땀을 닦지도 않고 그대로 다시 가부좌를 틀며, 한 대법(大法)을 준비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줬던 대법을.


**


비급서를 받고 훈련을 시작한지 첫날.

태양이 저물고 달이 떠오른걸 알리는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천마신교의 연마각에 소담스레 울린다.


"끄응..."


낮에 백유강에게 시비를 걸었던 아이는 늦은 시간까지 운기조식을 하다가 이제서야 터벅터벅 연마실을 나왔다.


"하아...엄마가 가르쳐줬을 땐 더 쉬웠는데 말이지."


자신도 모르게 그리 중얼거리던 아이는 금방 입을 다물었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이다. 더 말해봤자 바뀌는건 없으니까.


그래도 이미 씁쓸해지는 감정은 어찌할 수 없었다.


아무리 부정해도 자신을 돌봐주던 엄마는 죽었고, 자신은 영문도 모르게 천마신교라는 곳에 납치당했다.

살아남기위해서 어떻게든 발버둥 치고, 의연한 척하고 있지만 그 또한 지학(15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아이는 그 나이 또래 답게 감정을 추스리는 방법을 잘 몰랐고, 무서운 감정들을 외면하기위해 만만한 아이를 괴롭히는 것을 택했다.


허나 이 시간까지 훈련을 하고 있는 아이가 있을리가...


"어?"


있었다.

연마실 밖, 소나무가 달빛을 가려줘 그림자에 동화되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자세히 보니 한 사람이 가부좌를 튼채로 명상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 눈병신이네?"


아이는 감정쓰레기통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에 안도를 하며 눈병신, 유강에게 다가갔다.


"너 오늘 잘 걸렸다!"


아이의 주먹이 유강에게 뻗어지는 순간.


-터억!


"뭐야."


아이의 주먹은 유강의 손에 간단하게 막혀버렸다.


"!?"


아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뻗은 주먹을 간단하게 잡은 것도 놀라웠고, 분명 사람의 손에 막혔는데 무슨 벽을 후려친 것처럼 아픈 것도 당황스러웠다.


"아침에 그 놈이구만. 갑자기 왜 지ㄹ...뭐야, 너...진문이었냐?"

"ㅁ..뭐?!"


인면식도 없는 놈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있는 것에도 기겁했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ㄴ...너, 눈이 보이는..."


유강의 오른손이 아이의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발출됐다.


"꾸웨에에에엑!!!"


뻗어진 유강의 오른손은 아이의 면상을 깔끔하게 후려갈겼다.

아이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세 바퀴 구르며 벽에 꼴아박혔다.


"이 철없는 새끼가 그럼 나 어렸을 때 줘패댔던게 너였냐?"

"끄윽...으..."

"와...변성기 안와서 못 알아봤다고 이 새끼가 상사한테 그걸 입 싹 닫고 있었단거지?"


아이는 갑작스런 유강의 분노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야, 자신이 먼저 공격을 했으니 분노할만은 하다. 다만, 지금 눈 앞의 유강의 분노는 그런 분노와는 다른 결의 분노같았다.

뭔가...믿었던 무언가에게 배신당한 것 같은?


"그래, 너 오늘 잘 걸렸다. 이번 생에는 처음부터 기강잡고 들어가보자고."


유강은 미소지으며 주먹마디를 딱딱 꺾었다.


"넌 오늘 뒤졌어!!"

"아아악!!"


옆구리, 안면, 허리, 정강이.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치고는 너무나 정확하게 아픈 곳만을 때려댔다.

두드려 맞고있는 아이, 진문은 그 사실이 너무나 의아할 뿐이었다.


"ㅅ, 살려줘!!"

"지금 너는 인간실격이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가 오늘 널 인간으로 만들어주마!!!"

"끄아아악!!!"

"고진감래(苦盡甘來)! 이 쓰디쓴 고통 후에는 달콤한 새 인간으로서의 시작이 기다리고 있을 게다. 나 또한 너의 새로운 모습이 심히 기대되는구나 문아!!!"


연마각에 울려퍼지던 소쩍새의 울음소리는 진문의 울음소리로 대체되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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