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무림세가 데릴사위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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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거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3 15:21
최근연재일 :
2024.09.09 19:01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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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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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하하하하핫!!!"


귀빈석의 이층.

천마신교의 열 명의 장로와 세 명의 원로들이 앉아있는 곳.

그 자리의 상석에 앉아있던 일원로는 당장 등선이라도 할 듯한 표정으로 호쾌하게 웃었다.


"그래!! 그래야 내 제자지!!"


물론, 그의 옆에 앉아있는 장로들은 절로 마음이 불편해졌지만 말이다.


'어떻게 약관도 되지 않은 아이가...?'

'풍영추혼마검을 저리 능숙하게 다루다니..'


다들 이 정도 수준의 감탄과 기겁을 하고 있지만 그 중, 패열마가주와 진천황가주는 조금 더 깊이 탐색에 들어갔다.


'경지니 뭐니,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검법을 배운 것.

검법이 능숙한 것.

검법을 깨우친 것.


이 세 가지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배우는 것과 능숙한 것은 스승의 도움과 재능으로 어떻게 될 수 있지만, 검법을 깨우쳐서 자신의 검에 담아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방금 그 일검으로 유강은 증명해낸 것이다.

일원로의 독문무공인 풍영추혼마검의 심의를 깨닫고 대성을 이뤄냈다는 것을.


"어찌 약관도 안된 아이가..."

"허어..."


심지어, 방금 그 기술은 일원로의 검법과 닮았지만, 전혀 다른 검법이다.

바람을 다루는건 맞고, 그 심의도 깊었지만 그걸 다루는 결은 달랐다.


'일원로의 검이 매섭게 불어오는 태풍이라면 저 아이의 검은 잔잔하게 찔러오는 검풍 그 자체이다.'


그 말은...저 아이가 자신만의 길을 이미 알고있다는 뜻이다.


무도(武道)를 깨닫는다.

이는 곧 스스로의 무공을 창조할 대종사(大宗師)의 자질이 있다는 뜻이다.


"..."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지자 두 장로는 일원로와 유강을 번갈아 바라봤다.


"하하핫!!"


그 차갑고 냉철하던 일원로가 저리 뿌듯해할 정도로 총애하는 아이.

대종사의 자질과 함께 극양지체, 강흑석을 아예 박살낼 정도로 천부적인 무공실력까지.


하늘이 선택한 아이란 저런 아이를 두고 말하는게 아닐까.

저 상태에서 만약 눈까지 멀쩡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두 장로는 섬뜩해졌다.


'교주께서 저 녀석을 소교주님의 배동으로 삼은 이유가 있었구나...'


이번 신마쟁투.

어쩌면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겠다.


'용이 되기 전에 미리...'


"이장로."

"!!"


아까까지만 해도 호탕하게 웃고있던 일원로의 만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호탕하고 그릇이 큰 자네이니 내 그러지 않을거라 믿네만...세상일에 절대란 없는 법이니 말함세."


그의 눈빛에서는 평소의 자신들이 아는 신선검마의 서늘함이 담겨있었다.


"괜한 생각은 집어치우시는게 좋을걸세."

"..."

"나와 원로원을 적으로 돌리기 싫다면 말이야."


무림에서 노인이란 약자가 아니다.

그건 산수(傘壽 : 80세)를 넘는 나이임에도 이장로를 기운만으로 압박하고있는 일원로만 봐도 사실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허나 이장로또한 질세라 기세를 끌어올리며 날카롭게 답했다.


"지금 본교의 이장로인 나를 협박하는겁니까, 일원로?"

"협박이 아닌 경고일세. 이장로의 지위가 지위인지라 협박이란걸 당해보지 않았나보오?"

"뭐라!?"


그 모든 광경을 가만히 보고만 있던 이원로, 마불(魔佛)이 일원로에게 말했다.


"일원로께서는 저희까지 휘말리게 하지 마십시오."

"음?"


갑작스레 훅 들어오는 비하에 일원로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런 노땅이? 그럼 내가 죽을 위험에 처한다 하더라도 가만히 있을겐가?"

"전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겁니다. 싸우다 죽을거면 혼자 죽으십시오."

"이놈이? 하하하핳!!"


호탕하게 웃으며 마불의 등을 후려쳐대는 일원로를 눈으로 담던 이장로는 입술을 씹었다.

그 또한 알고있다. 분위기를 위해 이원로가 농담을 했을 뿐, 일원로가 진짜 움직인다면 가장 먼저 지지하고 나설 양반이다.

삼원로도 그리 다르지 않고 말이다.


"..."


결국 이장로는 속이 타들어가면서도 유강을 직접적으로 해할 선택지를 지웠다.

누군가의 계획대로 말이다.


그 광경을 이원로와 농담따먹기를 하며 전부 지켜본 일원로, 신선검마는 자신의 제자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녀석...대성을 넘어서 아예 발전시켰구나.'


유강의 풍영추혼마검은 마검의 안에 담겨있는 아주 작은 마의(魔意)마저도 지워져있었다.


그 자리에 위치해있는건 마(魔)보다는 정(正)에 가까운 뜻. 이제 저 검은 더 이상 마검이라고 불릴만한 것이 아니었다.


"하!"


마인이라는 놈이 칼끝에 정을 담아내다니.

어디서 뭐하다가 온 놈인지 감도 안잡힌다. 분명히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상단의 금지옥엽이었을텐데.


허나, 신선검마에게 그딴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져있었다.


'...대회가 끝나면, 진짜 이름이라도 알려줘야겠군.'


칠 년동안의 사제관계.

삶의 끝에서 겨우 만난 제자는 그의 예상 이상으로 잘나졌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러워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오려한다.


'너를 보여주거라!'


몇년동안 잃어버렸었던 미소가 그의 입가에 만면히 피어났다.


**


예선전은 시작 후 두 시진만에 끝이 났다.

과거의 대회에서는 예선전이 끝난 다음 날에 본선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잠시 휴식을 가진 뒤에 바로 본선전을 시작하게 됐다.


'미래가 바뀌었다라...'


겉으로 보기에는 본선전의 날짜가 하루 당겨진 것 뿐인 작은 문제같아보이지만 그리 쉽게 볼 일은 아니다.


과거와 달라진 요소는 나 하나 뿐이다.

즉, 천마신교의 소교주의 부군 자리를 뽑는다는 중요한 대회가 하루 당겨진 것의 이유가 순전히 나에게 있다는 것.


교주, 장로, 원로원.

말로만 들어도 그 권력이 감당이 안되는 세 집단의 생각이 나 때문에 바뀌었다는 뜻이다.


특히 장로 쪽이.


'생각을 전혀 안숨기네.'


대진표를 확인했던 나는 헛웃음을 지었었다.

육십사강부터 준결승까지 나는 마도육가의 후기지수들만을 상대하게 됐으니까 말이다.


독고무진도 위협적이지만 그보다 나를 우선적으로 배제하겠다는 심산이겠지.


물론, 자식들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기에 이런 배치표를 짠 것이겠지만 말이다.

설마 마도육가의 후기지수들을 전부 꺾고 결승에 참가할리가 절대 없다는 심산.


그중, 자신감으로 똘똘뭉친 진청황가가 첫 번째로 나선 것일테고.


'듣도보도 못한 애새끼한테 내 자식이 질리가 없다는 확신.'


훌륭하고 눈물겹네.

자식을 믿는 부모. 역겹기 그지없었다.


'마인도 지 새끼는 이쁜가보지?'


마인 주제에 부모의 마음을 아는 것 마냥 행동하는 모습이 가증스러웠다.

아, 물론 스승님은 제외하고.


"본선 진출자 64명부터는 본격적으로 비무를 하게 됩니다."


전투에 취하고 강자를 사랑하는 교인들은 본격적인 비무 소식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예선전 첫 번째 비무를 시작하겠습니다. 백유강, 황윤종. 두 참가자는 비무장으로 올라오세요."


"오? 일등이랑 삼등을 바로 붙인다고? 그럴 바에는 이등인 독고무진이랑 백유강을 붙이는게 더 낫지 않겠는가?"

"예끼 이 양반아. 처음부터 결승전을 해버리면 뭘 보라고!"


관중들은 자기들끼리 투닥거리며 비무장 위로 올라오는 두 무인을 바라본다.


한 쪽은 그 강함을 예측했고, 당연히 상위권에 올라올거라 생각했던 진천황가의 이남.

다른 한 쪽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신흥강자.


그들은 위에 올라온 두 무인을 보며 누가 이길지 속으로 판가름하고 있는 듯 했다.


내가 보여준 충격이 너무나 컸지만, 그럼에도 상대는 진천황가라는 마도제일가의 직계.

그 역사와 무공이 빚어낸 후기지수가 쉽사리 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듯 했다.


"백유강...이라고 했던가?"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잡생각에서 벗어나며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황소협."

"미리 말하마."

"무엇을 말입니까?"


황윤종은 검끝을 나에게 겨누며 입꼬리를 올렸다.


"자네또한 대천마신교의 교인. 같은 교를 믿는 친우로써 일격으로 끝내주겠네."

"허?"

"고통스럽지는 않을거야. 허나 일원로님의 명성에는 금이 갈 수도 있지. 차라리 기권하는게 어떤가?"


말을 참 애매하게 하네.

방금 저 말도 내 뜻대로 해석하자면 이렇다.


"그러니까...'어디 끝발도 없는 버러지가 같은 종교 믿는다고 기어오르냐. 넌 내 한주먹거리도 안돼. 스승의 명성에 똥칠하지 말고 기권해라 나 좀 편하게 올라가게...' 뭐 그런 뜻인가?"

"ㅁ, 뭣!?"


나는 당황하며 목소리를 올리려는 황윤종의 말을 끊었다.


"그래. 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허나 지금부터는 다르다."

"뭐?"

"어차피 말해도 못알아들을테니 그냥 가만히 있어."


지 딴에는 진심으로 한 말일지도 모른다.

허나 그게 더 울화통이 치민다. 그들의 당연함에 묻혀서 죽음을 맞이한게 나였으니까.


나의 신앙이 그들에게는 수단이었고, 나의 충성은 한낱 유희에 불과했다.


'평생을 그리 살아왔으니, 이제는 달라져야지.'


나는 피식 웃으며 들고있던 칼집에 검을 집어넣고는 소리쳤다.


"대천마신교의 영웅들이 모두 모인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내 쪽으로 모였다.

교주, 소교주, 장로, 원로.


귀빈석에 앉아있는 마교의 중추들의 시선까지도 말이다.


공적.

명성.

신뢰.


그 모든걸 순식간에 붙잡을 자리다.

게다가 이 놈이 지금 도발을 해줌으로써 무대까지 완성됐다.


이걸 놓치면 병신취급 받아도 싸지 않겠는가?


"육십사강, 삼십이강, 십육강, 그리고 팔강까지 저는 단 일격으로 비무에 승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팔강을 지나 준결승까지 나는 마도육가의 후기지수들과 만나게된다.

즉, 마도육가의 후기지수들을 상대로 일격으로 이겨보이겠다는 말.


명백하게 그들의 수작을 정면에서 깨부수겠다는 말이다.


내가 칼집채로 검을 들고 소리치자, 곧 이어 관중들의 환호소리가 울려퍼졌다.


"와아아아아아아!!!"

"그래, 비무는 이런 재미가 있어야지!!"

"과연 일원로의 제자이다. 강흑석을 아예 터뜨려 버릴 때부터 알아봤어!"

"예끼 이 양반아. 내가 자네 불신의 눈빛을 다 봤는데 아첨은!"


대회장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모든 관중들의 시선이 우리 비무장으로 향한다.


나는 관중들에게 있던 시선을 심판장인 양백에게 옮겼다.


"공정하신 심판장, 환마공권 선배님께 청을 드리는 바입니다."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제 상대인 황윤종 소협께서도 저를 일격으로 쓰러뜨리겠다고 말씀하신걸 들으셨을겁니다."


그 말에 양백이 황윤종을 힐끔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본 노두도 그 말을 들었소."

"서로 일격으로 비무를 끝내겠다는 말을 꺼냈으니, 그에 맞도록 규칙을 수정해주십시오."

"...지금 일격비무(一擊比武)를 청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일격비무.

단 한 번의 초식으로 그 승부를 가르는 비무를 말한다.


"비무의 규칙을 수정하기 위해서 상대의 의견을 들어야하오. 황윤종 참가자, 그대 또한 이 제안에 동의하는 바인가?"


양백의 물음에 황윤종은 오만상을 찌푸렸다.

이 상황에서 저 녀석이 내 제안을 거절하는 순간, 녀석은 일격에 나를 제압할 자신이 없어서 뒤로 빠지는 꼴이 되어버리니까.


결국, 녀석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예, 동의합니다."

"두 참가자의 동의에 따라, 비무를 일격비무로 변경하겠소."


나는 판을 점점 더 키워갔다.

명예에 살고죽는 듯한 황윤종이 절대 빠져나가지 못할 판으로.


"자, 졸지에 일격비무가 돼버렸구나."


내가 흐뭇한 미소를 띄우자 녀석의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그 와중에도 고개를 돌려 귀빈석의 아버지 눈치를 보는걸 보니 애긴 애구나.


"이 새끼가..."

"네가 먼저 시작했으면서 뭘 빡쳐하냐. 눈 안깔아?"


눈이 보이지도 않는 놈한테 이런 말을 듣고있으니 녀석은 얼마나 빡이 칠까.


하지만 이 모든건 저 놈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린 것 뿐이다.

애초에 이 놈이 일격얘기를 안했다면 나도 이 말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나라도 지금의 경지에서 황윤종을 일격에 제압하는건 쉽지 않으니까.


"아비의 권력과 힘을 자신의 것인 착각하는 애송이가 어디 스승님의 명예를 들먹여."

"...요절하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어느정도 두 참가자의 감정이 격해지자, 심판은 적절하게 끊으며 비무를 진행시켰다.


"두 사람이 사용할 무기는 검이 맞는가?"

"아, 저는 아닙니다."


나는 미소지으며 등에 있던 도를 꺼내들었다.


"음? 도(刀)인가?"

"예."


양백은 의아하다는 듯 나를 잠시간 빤히 쳐다봤다.


신선검마는 검으로 그 경지를 쌓아간 자.

검수의 제자인 내가 도를 꺼내들었으니 특이할만도 했다.


"뭐...좋다. 두 참가자는 각자 삼장(三丈 : 약 9m)씩 떨어져라."


내가 도를 꺼내 중단세를 취하자, 황윤종의 이마에 올라와있던 핏대가 목까지 뻗어나갔다.

기괴하네.


"뭐하는거냐. 네 주 무기는 검이 아니냐?"

"누가 내 주무기가 검이래? 신경 끄고 자세나 잡아."


황윤종과 관중들의 머릿속에서는 유혼십사패검과 풍영추혼마검의 승부라고 생각하겠지.

허나 나는 그리 재미없게 비무를 끝내줄 생각이 없었다.


"...대화를 하는게 손해이군."

"동감이야."

"..."


황윤종은 가슴을 팍팍 치면서 검을 뽑았다.


'검수라는 놈이 저리 감정에 휘둘려서야 원..'


허나 썩어도 육가의 자제인지, 금방 냉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웃음기를 지웠다.


예선전에서 풍영추혼마검을 펼쳐 내가 신선검마의 제자라는걸 보여줬다.


그건 일종의 보험이자, 경고였다.

지금 나를 건드렸다가는 일원로의 분노를 맛봐야 할 것이라는 장로들을 향한 경고.


그럼 본선전 첫 경기인 지금, 나는 무엇을 보여줘야할까.


나는 그 답으로, 나 자신을 보여주기로 했다.

나의 근본이자, 내 비극의 원흉.


-우우우우웅!!!


"오오...!?"

"바람이 아니다...저건 대체?"


너희들이 그토록 가지고 싶어했던 것.

너희의 작은 하늘이 그토록 필요로 하는 것.


그걸 보여주마.


-화아악!!


예리한 도신이 빛을 머금는다.

예선전에서 보여준 검기와는 확연히 다른 극양의 기운에 관중 모두가 숨을 죽였다.


"!?"


귀빈석의 모두의 기운이 흔들렸다.

소교주, 장로, 원로들, 심지어 교주의 기운까지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게 느껴졌다.


극양지체인걸 알고있었지만 이 정도로 경지가 높을 줄은 몰랐겠지.


'그래, 흔들려라.'


소교주를 위한 희생양으로 냅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도록.

그렇게 조금이라도 더 방심하도록.


강자존인 마교에서 강함은 권리이자, 필수조건이다.

강하면 강할 수록 자유를 얻을 수 있고, 명성을 얻을 수록 억압이 풀린다.


"비무, 개(開)!!!"


-휘이이이익!!!


순간 나의 신형이 연무장에서 사라졌다.

하단전의 내공은 오직 천풍신보(天風神步)와 신풍체안대법을 펼치는데에만 사용한다.


내 몸이 스쳐지나간 곳은 서늘한 겨울의 한기가 녹아내리고 뜨거운 열기가 아지랑이를 피어난다.

겨울의 한복판에 내가 스쳐간 곳에만 여름이 고개를 들었다.


"!?"


순식간에 녀석의 눈 앞에 나타나자마자 녀석은 반사적으로 검법을 펼쳤다.

이성보다 몸이 움직일 만큼 훈련을 했는지, 녀석이 재빠르게 상단세를 취해 정면에서 찔러오는 내 신형을 향해 내리쳤다.


"하아아아아앗!!"


후퇴는 없이 오직 눈 앞의 적을 섬멸하는데에만 집중하는 유혼십사패검(柔魂十四覇劍)다운 강렬한 일검이었다.

일기토를 승부하는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머리 위로 내려오는 검이 머리카락에 닿기 직전, 나는 연무장 바닥에 왼 손을 짚고는 중단전의 극양지기를 개방했다.


"흐읍!!"


스승님의 무공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들어낸 열양도공(熱陽刀功).


'염령멸양도법(炎嶺滅陽刀法).'


화염이 고개를 이루고 양기가 지천을 덮는 도법. 그중, 화룡승천(火龍昇天)의 초식이 세월을 지나도 변하지 않는 기세를 담아내며 솟아올랐다.


-채애애앵!!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힘이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려는 힘보다 큰게 이치이다.

황윤종또한 그걸 알고있기에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으나, 내 도기(刀氣)는 위축되기는 커녕 그 이빨을 더욱 드러내며 매섭게 치솟았다.


"이...이럴리가 없다!!!"


진천황가의 상승검법이다.

신교오대검술의 일좌를 당당히 차지하고있는 유혼십사패검이 밀리고 있다.


"이럴리가 없단 말이다!!!!"


녀석은 아예 선천진기라도 쥐어짜내는지 비명을 지르며 검으로 나를 짓누르려 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쩌적!


"!?"


녀석의 검이 내 열양지기와 황윤종의 검기를 버티지 못하고 금이 간 것이다.

나는 급격하게 줄어가는 녀석의 검을 향해 조금 더 힘을 주며 말했다.


"그러게,"


-쨍그랑!!


"!?"


부러진 검을 뚫고 내 도가 황윤종의 미간을 향해 치솟았다.


"주제에 맞지않는 검법을 무리해서 쓰냐."


-휘이이익!!


치솟은 화룡이 황윤종을 덮치려는 그 순간.


"승자, 백유강!"


양백의 승리선언이 떨어졌고, 도가 녀석의 미간을 뚫어버리기 직전에 멈췄다.


"..."


죽음의 순간을 목격한 황윤종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숨을 헐덕였다.


"허억...허억!!"


그 광경을 조용히 내려다본 나는 도를 회수한 뒤, 포권했다.


"좋은 승부였습니다 소협."


공약을 깔끔하게 실행해낸 나는 주먹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사람들의 흥을 폭발시켰다.


"검 뿐만 아니라 도 까지 사용한다니!!"

"다른 무공이야, 이번엔 극양의 도법이었어!!!"

"백유강!! 백유강!!"


당장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내 존재조차 몰랐을 자들이 백유강이라는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성을 질러댄다.


"캬..."


이 맛에 명성을 얻나보다.

다 버려버릴 명성이지만 찰나의 순간을 즐기자.


나는 투마전 벽에 박혀있는 녀석을 향해 포권하고는 연무장을 걸어내려갔다.

펄럭거리는 무복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


연무장으로 내려온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올라가기 전과 천지차이였다.


수십개의 두려움과 질투, 선망과 경외가 섞인 시선 속에서, 경계를 드러내는 하나의 시선이 포착됐다.

그 시선의 주인을 파악한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독고무진.

내 탈교를 위한 핵심이 드디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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