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무림세가 데릴사위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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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거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3 15:21
최근연재일 :
2024.09.0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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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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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육십사강이 끝나고 둘째 날, 삼십이강과 십유강이 치뤄졌고, 셋째 날에 팔강과 준결승이 치뤄진다.

지금은 팔강전.


"이이익!!"


마천장가(摩天張家)의 이남이자 팔강까지 올라온 실력자, 마..뭐시기였는데 어쨌든.

녀석은 마천의 이름이 들어간 가문의 직계답게 눈에 담기도 힘들만큼 빠른 장법을 펼치고 있었다.


물론, 그 장법이 나에게 닿을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이...이 새끼가 진짜!!"


화날만도 하다.

난 팔강에 올라오면서 상대한 상대를 전부 일격에 쓰러뜨렸지만, 한번에 쓰러뜨리지 않았다.


상대가 모든 전력을 쥐어짜내고, 절기를 펼쳐낼 때까지 계속 피하고 막기만을 반복했다.

그렇게 녀석이 자신의 가진 수를 전부 사용했다고 판단되는 순간 일격으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반박할 여지조차 없는 철저한 승리를 이뤄갔다.

그 광경을 눈뜨고 지켜본 이상, 본인만큼은 달라야한다는 압박감이 생길 수 밖에.


"적당히 하고 제대로 싸워라고!!!"


성격 더러운 마천장가의 직계답게 참 패도적인 장법이다.

날카롭고 재빠르면서도 그 살기를 잊지않은 모습이 참 인상 깊었지만, 그 장법이 내 몸에 타격을 입힐 일은 전무했다.


"끄윽!!"


이제 슬슬 볼장 다 봤다.

마천십육장법의 모든 초식도 전부 견식했고, 녀석의 밑천도 드러냈으니...끝을 낼 때다.


"흐읍!"


검집에 담겨있던 검을 뽑아 순식간에 녀석에게 다가간 나는 그대로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히익!"


곧바로 내 머리를 터뜨릴 듯이 날아든 장법을 피해낸 나는 녀석의 목에 검을 조용히 가져다댔다.


"거기까지, 승자 백유강!"


십육강까지는 그래도 환호소리가 들렸으나, 팔강까지 일격으로 싸움을 끝내자, 관중들은 환호보다는 경악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저게...말이 되는가? 상대하기에는 커녕 가지고 놀고 있지 않나."

"어찌 마도육가의 후기지수들을 전부 일격에..."

"심지어 후기지수중에는 어린 편 아닌가? 약관도 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스무해도 살지 않은 아해가 저런 무위를..."


이제 이들은 나를 신기한 후기지수가 아니라 숫제 괴물을 보는 듯한 눈초리로 바라봤다.

그리고, 귀빈석에 앉아있는 진짜 괴물들의 눈빛은 가면 갈 수록 날카로워졌고 말이다.


저기서 나를 죽일 듯이 쳐다보지 않는 사람은 단 두 명뿐이다.


세상 모든 것에 달관한 듯 태도에 변화 하나 없는 교주.

몸을 베베 꼬며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짓는 소교주.


아, 참고로 다른 두 원로들은 애들 싸움은 재미없으니 장기나 둔다며 첫날 이후로 불참했다.

소교주의 약혼자를 뽑는 자리임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걸 보니 마인보다는 속세에 초연한 도인같은 양반들이다.

실제로 내 죽음에도 그 둘은 전혀 관련이 없었다.


스승님이 특이하실 뿐, 원로들은 전통적으로 마교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이 아닌이상 절대 움직이지 않는 이들이니까.

물론 무림맹이 천산을 침범하는 순간, 마교를 지키는 가장 날카로운 고검(古劍)이 되겠지만 말이다.


"잘 배웠습니다."


나는 검을 회수해 납검한 뒤 연무장을 내려왔다.


아까 귀빈석에서 나에게 호의적인 시선 중 스승님이 안계셨던 이유는 단순하다.

스승님은 더 이상 귀빈석에 계시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하하하핳!! 이 녀석!"


스승님은 선수 대기석에서 수건을 들고 계셨다.

담 닦으라고 가져오신건줄 알았는데, 수건은 안주시고 곧바로 내 양볼을 잡아당기기만 하셨지만.


"흐흥임...헤홍을 히이에요..."

"지금 그깟 체통을 지키는게 중요하더냐! 제자가 이리 날아다니는데!!"

"으엄 우언이아오 우이언아요."

"수건? 아, 내 들고왔지. 그래, 여기있다."


내 머리위에 수건을 올리시고는 다시 양볼을 쭈욱 늘리시며 박장대소하시는 스승님을 보며 따라 미소지었다.

입꼬리가 늘어나서 강제로 웃는거긴 하지만.


'이리 좋아하실 줄 알았다면 그냥 쭉 검법으로 상대할걸 그랬네.'


뭐...후회해서 어쩌겠어. 이미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하지 않겠는가.


-타악!


쭉 늘리던 볼에서 손을 떼고 헛기침을 하신 스승님은 나에게 물으셨다.


"그래, 이제 준결승이구나. 자신있느냐?"


나는 수건으로 얼굴에 흐른 땀을 닦으며 말했다.


"예, 뭐."


이제 일격으로 제압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오히려 편하다.

상대가 상대이니 방심까지는 하면 안되겠지만 말이다.


"기뻐보이네?"


나는 갑작스레 뒤에서 내 어깨를 두드리는 작은 손과 청아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소교주님 오셨습니까."


오른쪽으로 돌아봤으면 천세아의 손가락이 내 볼을 찔렀을테지만 나는 알면서도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알고있었지."

"앞이 보이지 않아 알 수가 없군요."

"하아...얄미워."


피식 웃으면서도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있었다.


"!?"


갑작스런 대회 주인공의 등장에 남아있는 후기지수는 물론 주위의 마인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는 외쳤다.


"본교의 작은 하늘을 뵙습니다!!"

"작은 하늘을 뵙습니다!!"


그 자리의 모두가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단 두 명, 스승님과 나를 제외하고.


"너는 안해?"

"본교의 작은 하늘을 뵙습니다."

"오냐!"


나는 굳이 무릎까지는 꿇지 않았다.

꿇으면 오히려 더 큰 투정이 찾아온다는걸 칠 년간의 배동생활로 배웠기 때문이다.


"아까 우승할 자신 있다고 했지?"

"당사자분 앞에서 얘기하기에는 부끄럽군요."


내가 뒷머리를 긁적이자 천세아는 피식 웃으며 내 가슴을 주먹으로 톡 쳤다.


"여유로우면서 겸양은."

"하하...


곤란하다는 듯한 내 모습에 천세아는 은은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주먹으로 치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잘해. 알았지?"

"..."

"대답."

"예."

"좋아."


천세아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뒤돌아서 귀빈석으로 돌아갔다.

나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은 채로.


"..."


여기있는 모두, 소교주의 진정한 선택을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녀석...배부른지 모르는구나."

"스승님..."


나는 뜬금없는 말을 하는 스승님을 노려봤다.


**


"그럼 지금부터 신마쟁투 준결승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양백이 준결승을 시작하겠다며 말해준 덕에 나는 그 숨막히는 자리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참가자 백유강, 마진명. 비무장으로 올라오세요."


곧바로 또 다른 시선을 느껴야했지만 말이다.


"백유강..."

"아, 마소협께서 상대셨군요."


상대로도 몰랐다는 듯한 내 말투에 순간 녀석의 이마에 핏대가 솟았지만 금방 잠잠해졌다.


마진명은 더 이상 내 앞에서 함부로 열을 내지 않았다.

무시하지도, 모욕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과 나를 비교하며 어떻게 싸울지 머릿속에서 논무를 이어가고 있겠지.


'새끼...'


확실히 재능이 있다.

육십사강에서 붙은 진천황가의 황윤종보다 훨씬 더.


그의 형인 패열마가의 대공자가 없어서 그가 소가주가 될 수 있었다면 마도제일가의 자리가 바뀌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철저한 장자승계를 따르는 패열마가의 가규가 저 녀석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다행이네.'


저 녀석이 가주가 됐다면, 훋날 더 거대한 적이 되어 나타났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허나 미래에 절대란 없다. 나비의 날개짓만으로도 태풍이 불어올 수 있는게 세상일이니까.


그러니...


'미리 짓밟아 놓는게 나를 위해서 좋겠지.'


"..."


마림에서 폭주한지 칠 년...정말 오랜만에 조금 진심으로 상대해볼까?


나는 비어있는 왼손으로 도를 꺼내들었다.


"...무슨 짓이지."

"무엇이 말입니까."

"도와 검을 한 번에 사용하겠다는건가?"

"글쎄요. 궁금증은 곧 해결되실건데, 말로 해결하시렵니까?"

"...되었다. 어차피 비무대에서 너를 박살내다보면 알 수 있겠지."


마진명은 자세를 잡으며 준비를 맞췄다.


"비무, 개(開)!!!"


심판이 비무의 시작을 알려왔다.

여태껏 내 전투를 봐온 마진명은 내가 바로 기습을 날릴 줄 알았는지 권법을 펼치려 했으나,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


녀석은 잠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내 의도를 파악한 듯 살기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지금...이게 무슨 짓이지?"

"비무는 시작됐습니다. 대화는 검과 권으로 하시죠."

"감히...감히 지금 나에게 삼초(三招)를 양보하겠다는 말인가?"


무림에서 삼초를 양보하는건 윗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배려다.

최소 한배분 이상 차이가 나는 선배가 후배에게 하는 것인데 그걸 동년배의...심지어 자신보다 어린 사람한테 당하니 굴욕으로 느껴질 수 밖에.


허나, 마진명은 나처럼 맹인이 아니다.

여태까지 내가 보여준 무공의 수위를 전부 봤을테니, 삼초를 양보했다고 무작정 욕을 하지도 못하는 상황.


"오십시오."


녀석의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린다.

허나 이내 감정을 갈무리하더니, 자세를 다시 잡았다.

자신이 아래라는걸 인정한 것이다. 물론, 수치심과 분노에 살성을 가라앉히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후회하지마라."

"별 걱정을."


나는 양 손에 들린 묵직한 검과 도의 감촉에 익숙함을 느끼며 자세를 잡았다.


-휘이이익!!


순식간에 코 앞으로 접근해온 마진명이 주먹이 대기를 가르며 날아온다.

열 여덟개의 초식으로 천명을 살해할 수 있다는 천살십팔패권(千殺十八霸拳)의 삼초식과 팔초식이 연속으로 펼쳐진다.


과연, 마도육가의 일좌가 천하에 자랑하는 무공이긴 하구나.


-채애앵!!


패도적인 힘에는 부드러운 유검으로 맞선다.

아무리 강하게 내질러도 강풍은 그 주먹에 충격을 받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풍영추혼마검 제 삼초식, 진선유풍(眞仙柔風)

진의를 깨달은 신선의 부드러운 바람이 마진명의 주먹을 전부 걷어냈다.


검과 다르게 권사는 주먹이 뚫리는 순간 그대로 상체가 무방비해진다.

마음만 먹었으면 그대로 녀석의 가슴을 꿰뚫어 죽일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툭.


허나 나는 그저 검손잡이로 녀석의 가슴을 두드려줄 뿐, 베거나 찌르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일초."

"..."


분명히 패도적이고 무겁다.

살기가 가득 담겨있어 언뜻 보기엔 위협적이고, 주먹 한방한방에 투기를 집어넣어 위압적이다.


허나, 그 안을 파고 들어가면 그저 공허하다.


자세가 굳어있다. 맞지않는 무복을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느낌.

그저 비급서의 도해를 몸으로 펼치는 것 같은 움직임이다.


만들어진 살기와 설명을 듣고 빚어낸 듯한 투기.

그게 정녕 살기와 투기인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음울한 감정들을 설명만으로 빚어낸 것이?


"우습네."


나는 순시간에 마진명의 뒤를 점해 녀석의 목에 검을 겨누며 그리 읊조렸다.


"이초."

"크흑...!!!"


수치심에 얼굴에 혈기가 모여들던 마진명은 주먹에 기운을 몰아넣기 시작했다.


"웃기지마라...웃기지 마라고!!!!"


아까까지의 천살십팔패권과는 전혀 다른 무리(武理)를 담고있는 권법이다.

공기를 터뜨리며 찔러오는 소리가 마치 거대한 낙뢰가 떨어지는 듯하다는 패열마가의 최상승권법.


"ㅍ, 폭뢰신권(暴雷神拳)!"

"세상에, 저 나이에 최상승의 무공을 펼칠 줄 안다는건가!?"


관중들의 소리에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최상승무공을 배우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럼 소림에서는 왜 처음 무공에 입문한 동자승에게 마보(馬步)와 정권지르기만을 몇년동안 가르치겠는가.


그냥 바로 여래신장이나 백보신권, 역근세수진경을 가르쳐버리면 되는거 아닌가?

십팔나한이 아니라 천팔십나한도 만들 수 있겠네.


무공에는 순서가 있고, 수준이 있으며, 조건이 있다.

마진명은 아직 폭뢰신권을 다루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보법도 제대로 못 펼치는 놈이 폭뢰신권을 펼쳐?"

"닥쳐라!!"


벽력탄이 터지는 듯 거대한 폭발음을 일으킨 주먹이 내 머리를 터뜨리려 날아왔다.


-차악!


나는 오른손의 검으로 마진명의 권초를 튕겨내며 뒤로 삼보 후퇴했고,


-휘이이익!!


"삼초 끝."


그 말이 마진명의 귀에 들어가기도 전에 나는 녀석의 복부를 향해 도를 휘둘렀다.


"!?"


순식간에 날아든 내 공격을 마진명은 본능적으로 튕겨냈으나 몸의 균형이 크게 무너졌다.

그 틈에 나는 오른손에 잡힌 검을 바닥에 박은 뒤 지지대 삼아 그대로 녀석의 턱을 걷어찼다.


"커헉!!"


기껏 무리해서 펼친 신권의 권력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흩어진다.


머리를 뒤흔드는 충격에 마진명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뒤로 쓰러질 뻔했다.

다리를 길게 벌려 균형을 겨우 찾았지만 시야가 흔들리는건 어쩔 수 없는 듯 휘청거린다.


"주제에 맞지도 않는 권법으로 뭘 하겠다고...정신차리고 자세 잡아."


마진명은 어안이 벙벙한지 쉽사리 정신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참...어이가 없네.


나는 연무장 바닥에 도를 내리꽃은 뒤 검을 고쳐잡았다.


"풍영추혼마검의 일초식 선풍참정이다."

"ㅁ, 뭐?"

"막아."


-휘이이익!!


검신에 담긴 바람이 앞으로 내질러졌다.


"우습구나. 겨우 이런걸..."


녀석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검풍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무슨!?!"


허나 녀석은 주먹을 전부 뻗기 직전 본능적으로 나려타곤으로 비무장 바닥을 굴러 검풍을 피했다.


-쩌저적!!


마진명을 베지 못한 검풍은 화풀이를 하듯 청석으로 되어있는 비무장 바닥을 가르며 관중석으로까지 향했다.


"ㅍ, 피해!!!"

"꺄아아악!"


-휘이익!


검풍이 있는 방향의 교인들이 반으로 갈라지기 직전, 심판장 양백이 순식간에 이동해 장풍을 날려 검풍을 상쇄시켰다.


"...조심하게."


양백은 나를 잠시 째려봤으나, 이내 다시 심판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듯 기세를 지웠다.


"허억...허억...!"


그 광경을 멀쩡한 눈으로 전부 목격한 마진명의 주먹이 덜덜 떨렸다.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간 손을 넘어 팔이 반으로 썰렸을테니까.


허나 나는 녀석이 그런걸 분석할 틈조차 주지 않을 생각이다.


"뭐하나. 어떤 초식을 펼칠지 알려줬잖아."


나는 녀석의 복부를 발로 차 공중에 띄운 다음, 주먹을 내질렀다.


"크하악!!"


녀석은 비무장 바닥을 청소하듯 구르다가 끝에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장외를 막았다.


"어떻게 공격할지까지 가르쳐줘야하나?"


나는 자세를 고쳐잡아 검손잡이를 손바닥으로 받치며 말했다.


"이초식, 파혈풍접(破血風接)이다. 찌르는 초식이니 대처해라."


녀석의 분노가 이어지지 못하도록 나는 그대로 녀석의 복부를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채애애앵!!


두 손에 기를 둘러 공격을 겨우 막아낸 마진명은 분노를 담아 반격을 시작하려했다.

허나 나는 그대로 녀석의 주먹을 검으로 흘려낸 뒤 검면으로 뺨을 후려쳤다.


"커허억!!"


구석으로 굴러간 녀석을 차갑게 내려다봤다.


"일어서."


화풀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정확히 봤다. 이건 화풀이다.


'뭐야 이 눈 병신은?'


시간을 역행하기 전, 녀석은 내 마도학관 동기였다.

그 안에서 맹인이었던 나를 지독히도 괴롭히던 놈.


그곳에서의 십년.

나는 그 세월동안 인간성을 버리는 방법을 배웠다.

와신상담(臥薪嘗膽)과 독기를 가득 품어 마도학관에서 뼈를 깎아 수련하는 방법도 배웠다.


그렇게 나는 신마쟁투에서 녀석을 죽여버렸다.

안그래도 부족한 수명을 더 깎아가며 극양지기를 남발한 덕분이었다.


허나, 녀석을 죽인 대가로 나는 패열마가의 협박과 정치적 압박을 받아야했다.


소교주의 부군이 되었지만 애정도 없는 관계였고, 그 당시의 천세아는 얼음을 빚어낸 듯 차가운 여자였다.

일원로의 제자도 아니었던 당시에는 나를 지켜줄 수단따윈 없었다.

그렇게 나는 철저히 배척당했고, 결국 진짜 마인이 되어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엔 다르다.'


패열마가와 관련되어있는 사람들의 분노가 나를 향한다.

그 중에는 패열마가주인 마진혁, 그리고 외가가 패열마가에 속해있는 내 원수, 좌호법 위소헌의 분노또한 느껴졌다.


나는 그 분노들을 정면으로 맞으며 입꼬리에 호선을 그렸다.


'그래. 그래야지.'


분노해라. 원망해라.

너희들의 싹이 듣도보도 못한 눈병신한테 처참히 밟히는 꼴을 그저 바라봐라.


그 무력감이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니까.


"검이 너무 빠르고 날카로워 대처하기 힘드나. 그럼 다른 것으로 상대해주마."


그 말과 함께 나는 납검한 뒤, 바닥에 박아놓았던 도를 빼들었다.


"어차피 이건 내 독문도법이라 잘 알지도 못하지. 반 정도 힘을 빼서 상대할테니 막아봐라."


마교에서 피어날 악마의 싹을 밟는다.

내 미래를 위해서.


-우우웅!


검기가 아니다.

그저 양기를 조금 담아낸 탓에 피어난 아지랑이다.


나는 그대로 마진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익!"


녀석이 반사적으로 천살십팔패권을 펼쳐냈으나, 패도적인 기세를 잃어버린 패권은 더 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주먹질에 불과했다.


-따아아악!


도의 날이 아닌 면으로 마진명의 육체를 계속 두드려팬다.


"비무장에 올라와서 살기까지 드러내놓고서는 이 무슨 추태냐."


다시는 잃어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자를 수도 있다.

검을 들지 못하도록 손목을 잘라줄 수도 있다.


허나 그건 그리 길지 않은 고통이다.

마음 속의 투심을 잃지 않는 이상 짐승은 언젠가 그 이빨을 드러낼 수도 있다.


-타아아앙!!


날아오는 공을 치듯 마진명의 몸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어느새 마진명의 몸은 비무장의 끝에 몰려있었다.


"끄륵..."


입에서 피를 토하고 전신이 물에 오랫동안 담궜다 뺀 듯 부어올라있었다.

이쯤되면 그냥 탈락시키라고 할법도 하지만, 관중들은 나를 비난하지 않는다.


이곳은 마교.

비무중에 살기는 당연지사, 설령 상대를 죽이더라도 죽은 피해자가 약한 것이라며 시체에 침을 뱉는 곳이니까.


허나, 그런 마교의 비무에서도 약한 것보다 훨씬 더 수치스러운 패배는 따로 있다.


죽일 가치도 못느낀 상대에게 주는 최고의 수치, 장외패다.

녀석또한 내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눈치챈 듯, 마지막 의지를 담아내며 소리쳤다.


"차라리...차라리 죽여라!!!"

"뭐래. 죽으면 무슨 의미가 있냐."


네가 여기서 죽으면 패열마가에 명분을 주는건데.

넌 살아야지.


"으아아아아!!"


마진명의 단전에 남아있는 모든 내공이 주먹으로 옮겨진다. 선천진기라도 끌어오는지 피냄새가 조금씩 풍겨온다.

선명하게 피어나는 권기가 어떻게 해서든 허무하게 끝나지 않겠다는 듯 뱀처럼 뻗어온다.


난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녀석을 맞이했다.

극양지기가 도를 감싸안으며 뜨거운 열기를 뱉어댄다.


과거, 신마쟁투에서 녀석을 죽였던 초식이다.


염령멸양도법(炎嶺滅陽刀法)

일초식, 염양일섬(炎陽一閃)


발도할 때의 속도를 죽이지 않고 힘으로 바꿔 도를 휘두른다.


-콰아아아아앙!!


도에 실린 극양지기와 마진명의 권기가 부딪혔다.

정면에서 폭발하는 두 기운의 충돌에 비무장이 날아갈 듯 굉음이 울려퍼진다.


"아..."


마진명은 본능적으로 깨달았을 것이다.

그토록 꿈꾸던 천하제일인의 자리는 평생 얻지 못할 것을.


잠을 자도, 밥을 먹어도, 수련을 할 때조차도 지금 이 광경과 내가 지금 뱉을 말을 떠올리겠지.


"넌 그냥 무의 길을 걷지 마라."


나는 녀석을 발로 걷어차 비무장 밖으로 날려보냈다.

벽에 꼬꾸라진 마진명의 떨리는 몸이 추욱 늘어졌다.


죽이지는 않았다.

딱 마지막 말을 듣고나서 바로 기절시켰을 뿐이다.


의식을 잃은 꿈 속에서도 내 말을 곱씹으라고.

저걸로 녀석의 무(武)는 완전히 끊어졌다.


그리고, 저런 녀석을 가르친 패열마가의 명예또한 말이다.


"...승자, 백유강."


환호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내가 마도육가를 이길 때마다 박장대소를 터뜨리던 스승님의 웃음소리조차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비무장을 내려온 나를 맞이하는건 두 명의 사람이었다.

애초에 준결승이라 대기실에는 그 둘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그리 했어야 했느냐?"

"불초제자가 순간 감정이 북받쳐올랐습니다. 스승님의 명예에 먹칠을 한게 아닐까 염려되네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나에게 스승님은 한숨을 쉬시며 말씀하셨다.


"...되었다. 신교에서 강함이란 권리다. 너를 타박할 교인따위 아무도 없다."

"..."

"다만 당황할 뿐이지. 정말로 마도육가의 후기지수들이 너 하나한테 박살났으니."


스승님은 그리 말씀하시며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셨다.


"...결승이 끝나고, 너와 할 얘기가 많겠구나."

"스승님..."

"됐다. 내가 생각하는게 정말인지 아닌지는 그때 듣겠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은채로 스승님을 배웅했다.

그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고개를 들었다.


"원로께서 너를 걱정하셔서 하는 말이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내가 걱정됐는지, 천세아또한 귀빈석에서 내려와 내 옆에서 조잘거렸다.


"알고있습니다."

"참가한 마도육가의 후기지수들을 전부 떄려눕혔으니까 걱정될만도 하시겠지."


맞는 말이다.

스승님이 일원로가 아니었다면, 소교주의 배동이 아니었다면, 교주의 견제가 없었다면 나는 진작 마도육가에게 뭔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걸 막을 요소들을 직접 만든 것도 나지만 말이다.


"뭐...어쩌겠습니까. 명받은게 있는데."

"응?"


천세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명? 누구한테?"

"소교주님한테요."

"응? 내가!?"


비무의 충격이 얼마나 컸으면 벌써 까먹은걸가.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승하라면서요."

"...아."


천세아는 그제서야 기억이 난 듯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걸 알면서도 고개를 돌리는걸 보니 말이다.


"저는 주군 말을 잘 듣는 착한 배동이라서요."


그리 말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자, 독고무진!!"

"와아아아아아!!"


마침 또 다른 준결승또한 결과가 나왔나보다.


'이제 결승이다.'


상대는 독고무진.

드디어...드디어 코 앞이다.


"그럼...날 위해서..."


옆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천세아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탈교를 위한 열쇠가 눈 앞에 찾아왔다.


"..."


대기실로 들어온 독고무진은 나를 힐끔 보더니 옆에 있는 소교주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대천마신교의 작은 하늘을 뵙습니다."

"그래요. 당신이 결승전 참가자였죠?"


아까 전만해도 푼수같던 사람이 갑작스레 권위가 쏟아지는 소교주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운 좋게도 결승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어디 운으로만 올라올 수 있는 대회인가요. 축하드려요."


그녀는 우승하라거나, 최선을 다하라는 등의 덕담은 일절 하지 않았다.

그저 여태까지의 결과를 축하할 뿐이다.


"감사합니다. 그럼."


독고무진은 그저 감사함을 표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대기실 밖으로 빠져나가려했다.


내 말을 듣기 전까지는.


[무림맹 청해지부 소속,]

"!?!?"


독고무진의 기운이 순간 뒤틀렸다.

그는 고개를 황급하게 돌려 주위에 전음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텅 빈 대기실 속에서 그에게 전음을 보낼 남자는 나 하나 뿐이라는걸 확인하고는 기겁을 하는 듯 했다.

나는 태연하게 그의 정체를 전음으로 전달했다.


[마감대(魔勘隊) 부대주, 독고무진 소협을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자네."


나는 그의 부름을 넘어간채로 천세아에게 무릎을 꿇었다.


"내일 독고무진소협과의 비무가 조금 걱정되는데...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대련을 요청해도 괜찮으실련지요?"

"갑자기?"

"예."


천세아는 잠시 턱을 쓰다듬더니 이내 환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특하네. 가자!"

"예."


천세아를 이용해 독고무진의 입을 다물게한 나는 그녀의 뒤를 따르며 독고무진에게 전음을 날렸다.


[내일 비무가 끝난 뒤 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투마전을 벗어났다.


"흐흐흥!"


아무것도 모른채로 콧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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