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무림세가 데릴사위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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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거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3 15:21
최근연재일 :
2024.09.0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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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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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신마쟁투.

소교주의 부군과 마도제일후기지수를 동시에 겨루는 쟁투가 끝나고, 수상식만이 남았다.


우승자인 나는 무복을 갈아입고 깔끔하게 정돈된 비무장 위로 올라왔다.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이미 비무장 위에 올라와있는 두 사람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천마천세 만마앙복!! 대천마신교의 교인이 본교의 하늘과 작은 하늘을 뵙습니다!!!"

"신마쟁투 우승을 축하하네."


그는 건조한 말과 함께 시비가 들고있는 목함을 나에게 건넸다.


"본교의 마령신단(魔靈神丹)일세."


교인들의 감탄섞인 환호가 투마전에 울려퍼졌다.


'마령신단...'


소림이 천하에 자랑하는 대환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마교제일영단을 손에 얻은 나는 고개를 조아린채 두 손으로 목함을 건네받았다.


"천세의 영광입니다!!"

"음."


나는 교주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백유강. 일원로의 제자인 그대에게 본 교주가 직접 별호를 내리겠네."

"오오오오!!"


마령신단을 받았을 때보다도 더 큰 환호성이 들려온다.

마교의 역사를 통틀어서 교주에게 직접 별호를 받은 마인들은 몇명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중원에서는 미래가 기대되는 후기지수에게 용(龍)이 들어간 별호를 하사한다더군."


그는 손에서 각패를 들더니, 마기를 담아 손수 패에 음각을 새겨넣기 시작했다.


"마도제일 후기지수로서 그 이름을 빛내길 바라네, 마룡(魔龍)이여."


마룡...과거의 봉사도귀(奉事刀鬼)라는 별호보다는 나은가.


"충!!!"

"와아아아아아!!!"

"마룡!! 마도제일후기지수!!"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잠시간 이어지다 이내 다시 조용해졌다.

아직,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다들 눈치챘기 때문이다.


허나, 세 번째 상을 주는 사람은 교주가 아니었다.


"마지막 보상은 소교주가 직접 말하게."


그 말에 천세아가 조금 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마지막 보상은 본교의 무기고에서 원하는 병장기를 하나 가지도록 해드리죠."

"!!?"

"물론, 천마신검은 제외랍니다?"


그 마검을 내가 가져갈리가 있나.

그것보다 중요한건 무기고다. 지금 당장이라도 가고싶은 마음을 꾸역꾸역 참고있으니까.


"...영광입니다. 하사받은 무기를 사용해 마도천하를 이루는데에 분골쇄신 노력하겠습니다!"


내 말에 교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지막 말을 뱉었다.


"약혼식의 날짜는 차후에 결정하도록 하겠다."

"!"

"이로써 신마쟁투를 폐하겠다."


그 말을 끝으로 교주는 몸을 돌려 투마전을 빠져나왔다.

빠져가나는 그를 향해 교인들 모두가 고개를 조아리며 신어를 외쳤다.


"천마천세 만마앙복!!!"


교인들이 신어를 외치며, 천마신교의 천세를 빌고 있을 틈을 타, 나는 곧바로 천세아의 손에 이끌려 무기고로 향했다.


**


도착한 곳은 의외의 장소였다.


"여기...맞습니까?"

"응!"


도착한 곳은 마도학관에 있는 무천각의 지하실이었다.

무기고가 무천각의 밑에 있다는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다가는 의아함을 살지도 모르니까 모른척했다.


"무공과 신병이기는 무인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이니까."


소교주의 기운이 무기고의 입구에 흘러들어가자, 진법이 작동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다시 한번 우승 축하해."

"별말씀을요."

"자, 들어가자."


천세아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이내 그녀의 손을 잡고 무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받아준게 기쁜지, 천세아는 연신 손을 흔들며 복도를 내걸었다.


"음?"


안에서 무기고를 관리하고있던 마인들이 이쪽을 슬쩍 흘겨보더니 기겁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본교의 작은 하늘을 뵙습니다!!"

"응. 신마쟁투 우승자에게 신병이기를 선물로 드리라고 교주님께서 명하셔서 말이야."

"여부가 있겠나이까. 안내가 필요하십니까?"

"아니 괜찮아. 하던 일들 해."


손을 저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따라 나 또한 무기고의 복도를 걸었다.


"무림의 수많은 무기들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십팔반병기(十八般兵器)가 칸별로 나눠져있어."

"...대법으로도 끝이 파악되지가 않는군요."

"당연하지. 동굴을 통째로 무기고로 만들었으니까. 크기로 따지면 마도학관 전체 면적이랑 비교해도 맞먹을걸?"


어쩐지 대법으로도 끝까지 읽히지 않더라.


"그래도 최상급 신병이기는 별로 없어. 나머지는 전쟁이 날 때를 대비해 비축해두는 무기들이야."

"그렇군요...도와 검은 혹시 어디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도와 검은 만병지왕(萬兵之王)이라고 불리는 만큼, 가장 앞쪽에 있어. 따라와!"


그리 말하며 내 손을 이끄는 천세아가 이끌어가는대로 순순히 따라갔다.

오늘만큼은 말이다.


"자, 여기있어!"

"..."


신병이기들이 별로 없다고는 했지만, 신병이기라 불릴만한 도와 검만 해도 스무자루가 넘어가는 듯 했다.


"...확인해봐도 괜찮겠습니까?"

"그러라고 데려왔는데 당연하지."


천세아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대법을 극성으로 펼쳐 어느 것이 가장 예기를 머금었는지, 내 무공과 맡는지 확인해갔다.

혹시 과거의 내 애병보다 더 좋은 무기가 있나 했지만...역시나 가장 눈에 띄는 놈은 역설적이게도 나에게 가장 익숙한 신병이었다.


전생의 나또한 검과 도를 동시에 사용했다.

그중 검 쪽은 스승님의 풍향고검을 물려받았으니, 여기서 얻어가야하는건 도이다.


"선택했어?"

"네."


나는 망설임없이 걸려있는 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눈썰미가 좋은걸?"

"눈이 안보이는 놈한테 그런 말을 하시는겁니까?"

"ㅇ, 아니! 그런 뜻이 아니란거 알고있잖아!"


황급히 변명하는 천세아의 말에 나는 피식하며 도의 손잡이를 조금 더 꽉 잡아 기운을 밀어넣었다.


-우우우웅!


그 정도의 양기로는 끄덕없다는 듯, 공명음을 내뱉으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도.

그래.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겠지.


과거에 내가 죽음을 맞이했던 소교주와의 싸움에서도 이 녀석은 녹지않고 내 극양지기를 담아냈으니까.


구야자의 후손인 마공(魔工) 구야철이 만든 걸작.

운석이 떨어진 파편인 짙은 잿빛의 운철(隕鐵)과 내 양기를 버틸만큼의 한기를 머금은 만년한철(萬年寒鐵)을 사용해서 만들어낸 신병.


"대라회도(大羅灰刀)."


풍향고검과 함께 내 인생을 함께 해왔던 도를 다시 한번 손에 넣었다.


**


신마쟁투 우승자 백유강.

우승기념 뒷풀이 연회에서 쓰러지다.


"구웨에엑..."

"하하하핳!!"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마영대의 대원들과 존경하는 스승님에 의해서.


"이...개자식...들이...!"

"술찐한테 듣고싶진 않네요!!"

"지금 나한테 개자식이라 한게냐? 패륜도 정도껏이지 이놈이!!"

"끅..."


정신없는 상황과 지독한 주독때문일까.

칠흑 속의 시야에서도 눈이 빙빙 돈다.


눈도 안보이는 맹인이 어떻게 아냐고?

몰라. 그냥 머리가 아파서 빙빙 도는 것처럼 보이긴 한다.


대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걸까, 술병이 계속 이리저리 움직...아니, 이거 진문이 손으로 술병을 옮기고 있는거잖아?


"야!! 술병 가만히 안냅둬!?"


금존청은 공병만 해도 은자가 아니라 금자 단위로 거래를 할 수 있다.

그걸 저렇게 장난감 다루듯 흔들면!


"하핳! 아직은 그래도 대법을 사용하실 정도로 제정신이시네요?"

"이거 장애인 학대야 이것들아!"

"언제부터 본인이 장애인 취급 받았다고 그래요? 세상은 겸애로 가득차야된다며 평등하게 두들겨 패시던 분이."

"끄륵..."


싸울 때도 오지 않던 주화입마가 지금 올 것 같다.


"소교주님이랑 같이 오실줄 알았는데..."

"소교주님께서는 뭘 준비한다 하시고는 곧바로 돌아가셨어...그것보다, 애들은 그렇다 치고...스승님께서는 왜 이러십니까.."

"제자가 약혼하게 생겼는데 스승된 자가 엉덩이를 빼고 있으면 되나! 게다가..."


스승님은 조금 진지해진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아니 바라보시는 것 같았다.


"결승전에서 보여준 그 일검."

"..."

"그것말고도 여러가지로 할 말이 있으니 말이다. 새벽에 마검봉으로 찾아오거라."

"예..."


하실 말씀을 다 끝마치셨는지 스승님은 기세를 지우시고는 다시 술주정뱅이로 돌아오셨다.


"자, 더 마시거라! 이거 어디서 구하기도 힘든 술이다 이놈아!"


그렇긴 하죠.


백 가지 꽃의 이슬을 받아서 빚었다는 백화로(百花露).

명문가의 딸이 어릴 때 빚어 묻은 뒤, 출가할 때 결혼식에서 열어줄 정도로 귀한 술인 여아홍(女兒紅).

한 모금만 마셔도 있는 천리를 갈 수 있다는 영약으로 알려진 백주, 일음천리(一飮千里).


심지어 교주나 마시던 술로, 중원에도 몇개없는 금존청(金尊淸)까지...


모두 일반 백성들은 언감생심, 한 방울만 해도 집안뿌리를 뽑아야할 정도의 술들이다.

스승님의 술장을 다 털어오신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끄륵..."


다만 명주는 반주를 할 때 그 향이 느껴지는 법.

무지성으로 때려넣고 있는데 향보다 독이 더 느껴지는건 당연한거 아닌가.


"더...더는 못버틴..."


결국 버티지 못한 나는 내공을 돌려 주독을 해독하려고 했다.


"어? 주독 빼요?

"쫄?"

"이 씨ㅂ...다 들어와 이 개자식들아!!"


뭐, 도발에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져 바닥을 뒹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는 정신을 잃었고, 밤이 되어서야 깨어나 주독을 해독할 수 있었다.


**


한밤중에 피는 꽃인 월하미인(月下美人)의 향기가 숲 속에서 풍겨온다.

아직 사람이 깨어날 시간이 아니라고 말하는 달빛의 온기가 은은하게 머리맡을 비추다 돌연 그림자에 막혀 모습을 감춘다.


"...오셨습니까?"

"여기 계셨군요."


나는 손을 뻗어 나를 일으켜주려는 사내, 독고무진의 손을 붙잡아 몸을 일으켰다.


"후우...생각보다 제가 술에 약하더군요."

"그리 퍼 마시면 누군들 강할까요."


나는 그 말에 피식 웃어보였다.


"보고 계셨군요?"

"뭐, 그렇죠."

"그럼 이미 눈치채셨겠군요."


그 말에 독고무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어차피 모두 듣고 계시지 않습니까."


독고무진은 숲 속의 여러 곳에 시선을 잠시 두고는 차례대로 옮겼다.

그곳에는 귀식대법(龜息大法)까지 펼치고 있는 마영대원들이 숨어있는 곳과 정확히 일치했다.


'기척은 물론 내공까지 숨길 수 있는 귀식대법을 눈치챈다라...'


기감의 수준이 틀을 벗어났다.

게다가 지금 독고무진은 정기신(精氣神)이 일체되어있다.

그 말은 즉슨...삼화취정(三花聚頂)을 보았다는 뜻.


나는 독고무진을 향해 포권하며 말했다.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걸 축하드립니다."


그 말과 함께 그림자 속에서 열댓명의 신형이 내 등 뒤로 착지했다.

아까 전까지 술판을 벌이던 놈들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만큼 날카로운 기세다.


"대회가 끝난지 몇시진 되지도 않았는데, 그 짧은 틈 사이에 깨달음을 정리하셨군요."


나를 제외한 영마대원들 전원이 달려들면 독고무진을 상대로 잡을 수 있을까?

애매하네. 이제 진짜 초절정고수가


"모두 은자의 덕분입니다."

"은자는 무슨...그 가르침을 스스로 깨달은건 독고소협입니다."

"그래도..."


너한테 은자 소리 듣는게 너무 어색해서 그렇다 이놈아.

항상 마인, 버러지, 쓰레기 같은 호칭으로 불렸는데.


"백소협으로 통일하시죠."

"...알겠습니다 백소협."


독고무진은 그리 말하더니 이내 본론으로 들어가겠다는 듯, 본론을 꺼냈다.


"...ㅌ.."

[예, 그렇습니다.]


입으로 뱉으려던 독고무진의 말을 내가 전음으로 끊어버렸다.


[탈교하여 정파에 신분을 의탁하고 싶습니다.]

[...전음으로 하시는걸 보면 부하분들께도 비밀로 하실 생각이신가요?]

"아니요. 이미 이들은 알고있는 사실입니다."


잠시 전음이 아닌 육성으로 전한 말에 마영대 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이미 마교가 아닌 나에게 충성을 바치는 자들이었다.


[그럼 어째서...]

[뭐든지 만약이란게 있으니까요.]


이미 나는 지나치게 눈에 띄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 누군가가 나를 감시할지 모르는 일이지 않나.


이미 마영대 몇몇을 숲 바깥에 경비를 세워놓긴 했지만 철저해서 나쁠건 없겠지.


[...죄송하지만 백소협. 아무리 백소협이 저에게 은혜를 주셨다고 해도 이건 철저하게 따져봐야할 일입니다.]


그렇겠지.

마인이 정파에 위탁했다는 말은 강호역사에서도 드물 정도다.

그리고 그중, 정말 개심하여 정파의 무인으로 살아간 마인은 아예 없다고 할 정도로 적다.


100년 전 소림에 신분을 의탁한 후, 소림 사대금강(四大金剛)의 자리까지 오른 구마현불(舊魔現佛)

300년 전 마교의 대호법이었다가 개심후, 방랑무인이자 의원으로서 여러 사람을 구하고 다녔던 구원검의(救援劍醫)


이 둘을 제외하면 강호역사에서 개심한 마인은 없다.

전부 그 마기를 정화시키지 못하고 미쳐버렸지.


허나, 나는 다르다.


[저희는 마공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직접 검을 맞대보신 독고소협께서는 아실텐데요.]

[...예. 두 분은 말이죠.]


독고무진은 진문과 나, 둘과 싸워봤고 둘 다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다만 부하분들은...]

"마영대."


나는 증명하겠다는 듯, 마영대를 향해 명령했다.


"귀식대법을 중지하고 기운을 개방하라."

"충!!"


열댓명의 무인들의 기운이 해방되자, 숲의 미물들이 깜짝 놀라 도망갔다.

그와 동시에, 마영대의 몸 속에서 조금씩 담겨있는 마기가 눈에 보였다.


[없다니...딱봐도 마기가...엇!?]


그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나 또한 하단전의 내공을 개방했다.

그러자, 마영대원들의 기운이 내 내공과 공명하며 하나가 되어간다.

흡수된 나의 내공은 마영대원들의 몸을 횡단하며 몸에 남아있는 탁기들을 정화해나가기 시작한다.


[아..아니..이게 뭔!?]


그 기운을 일일히 살펴보던 독고무진은 이내 탄식을 뱉으며 말했다.


[이건...파마(破魔)의 기운이 아닙니까?]

[정확히 보시는군요.]


나는 그리 말하며 마영대원들의 몸을 횡단하던 기운을 회수했다.


[아직 때가 아니기에 완전히 정화하지는 않겠습니다. 의심받았다가는 죽도밥도 안되니까요.]

[제어까지 가능한겁니까?]

[예, 뭐.]


파마의 기운이란게 따로 있는게 아니다.

그저 내공에 탁기가 단 하나도 없으면 되니까.


정순한 내공은 탁기를 정화시키는 성능이 있는데, 그 정순함이 일정치 이상 넘어가면 마기마저 지워버릴 수 있으니까.


[아니, 허. 정말...]


대원들의 기운을 일일히 살펴보던 독고무진은 이내 탄식을 뱉으며 말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네요.]

[이해합니다.]

[이 정도로 정순한 내공을 쌓으려면 단전을 개문할 때부터 벌모세수(伐毛洗髓)를 하든가 해야하는데...]


나는 은은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정확히 말하면 벌모세수는 아니지만, 비슷한건 했죠.]


그리 말하며 나는 중단전을 가리켰다.


[저는 극양지체입니다. 넘쳐나는게 양기죠. 처음 단전을 개문할 때부터 지금까지 운기조식을 할 때, 탁기를 태워서 정순한 내공만을 쌓았습니다.]

[허...스스로 말입니까?]

[생각보다 재능이 있었나봅니다.]

[재능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긴.

하단전과 중단전에 각각 담겨있는 서로 다른 기운을 동시에 운기한다는 것부터가 미친 짓이긴 하다.

나와 비슷한 체질인 천세아조차 하단전과 중단전에 같은 기운을 담고있으니까.


이 동시운공은 정말 천하에 오직 나만 가능한 짓이다.


[...눈으로 보고 있으니 안믿을 수도 없네요.]

[하하.]

[그럼 이 모든걸 어렸을 적부터 계획했다는겁니까?]

[뭐, 그렇죠.]

[아니...]


독고무진은 마른 세수를 하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말이 안되긴 하는데, 너무 딱 들어맞으니까 뭐라 할 수도 없네요.]

[더 증명해드릴 수 있습니다만.]

[아뇨. 그것보다는 본질적인 문제로 넘어가죠.]


독고무진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탈교를 왜 하고 싶은지, 구체적인 이유와 백소협의 삶을 들어보겠습니다.]


그래.

독고무진 너라면 그걸 물어보겠지.


게다가 저 녀석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라고 한다면 '눈'이다.

상대의 진심이 무엇인지 파악을 할 수 있는 안목과 감.


그 눈으로 녀석은 마교에서 첩자라는 사실이 걸리자마자 눈치를 채고, 살아서 청해지부로 도망을 칠 수 있었다.


아마 저 놈의 눈에 나는 '믿음이 가지만, 그 믿음이 지나치게 가서 오히려 의심이 가는 놈' 정도로 보이겠지.


[이유라...그렇네요.]


나는 건조한 웃음을 뱉으며 말했다.


[제 부모를 죽인 원수들에게 복수하는데 그 이상의 이유가 필요합니까?]

[...예?]

[꽤 긴 이야기일겁니다.]


나는 그 말과 함께 내 인생을 나열했다.


극양지체라는 천골 때문에 부모와 눈을 잃은 불행한 아이.

무재가 뛰어난 어린 후기지수이자 소교주의 배동.

일원로의 제자이자 마도제일후기지수.


참 많은 호칭이 백유강이라는 사람에게 오고갔다는게 보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칠년간의 이야기를 나는 과감없이 진실만을 전했다.


누구한테도 털어놓지 않았던 이야기다.

입으로 뱉은 적이 없던 삶이다.


허나 누군가에게 설명하기위해 계속 내 삶의 고통을 곱씹고 내뱉으면서...조금 더 아픔을 느꼈다.

진짜 감정따위 대부분 닳고 닳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여기까지입니다.]

[...]

[약관도 되지않은 나이의 제가 겪기에는 거짓말같은 삶이란건 알지만 이게 현실인걸 어쩌겠습니까.]


그 이야기를 모두 들은 독고무진의 표정을 나는 알 수 없었다.


[...백소협.]

[예.]


하지만,


[돕겠습니다.]


그가 내 말에서 거짓을 찾지 못했다는건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안대가 있어서 다행이네.

조금 붉어진 눈을 가릴 수 있어서 말이야.


빌어먹을 인생에서 그나마 좋은 점이 아닐까 싶었다.


**


나를 돕기로 결심한 독고무진에게 나는 계획을 설명한 후, 헤어졌다.

과거의 정보를 사용한 것도 있기에 전부는 말고, 가볍게 말이다.


세 줄로 요약하자면...


一. 탈교는 두 이레(14일) 후, 광서성 십만대산의 파견임무에서부터 시작한다.


二. 위치는 독고무진이 내 몸에 천리추종향을 뿌려 추적한다.


三. 광서성에서 접선한 후, 하오문 지부에 정보를 조작시키는 의뢰를 해서 마교의 배교심판관들을 교란시킨 후, 그 틈에 강서성 정강산에 위치한 남궁세가 지부에 신분을 의탁한다.


이 계획을 들은 독고무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었지.

이해도 되는게, 사실 독고무진의 입장에서는 큰 도박이다.


광서성에 임무가 떨어질지, 그 임무 내용이 무엇인지, 하오문과의 거래는 어떻게 성사시킬지.

그 모든게 내 과거의 정보를 바탕으로 세운 것이니만큼, 그에게는 이게 뭔 개판이지 싶을 것이다.


그래도 확신에 가득 차있던 내 눈에 한번 속아넘어가겠다는 듯, 내 몸에 천리추종향을 뿌리고는 사라졌다.

어차피 본인은 광서성까지 가있는거, 수 틀리면 바로 튀면 되니까 말이다.


그가 사라지고 난뒤, 나는 마검봉을 걸어올라가며 생각에 잠겼다.


'...진짜 바뀌는구나.'


내가 광서성에 파견임무가 생길 거란걸 기억하고 있는건 다름이 아니다.


검화 남궁화련.


그녀의 십만대산 무단침범이 두이레 후에 벌어지고, 그 임무에 내가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정파인이자 남궁세가의 직계를 죽였다.

그 일로 남궁세가가 분노하여 십만대산을 공격했고, 마교는 그걸 또 빌미로 삼아서 본격적으로 중원을 침범했다.


정마대전의 시작점이 내가 남궁화련을 피살해서 벌어졌던 셈이다.


-꽈악...


나는 떨리는 주먹을 애써 꽉 쥐며 긴장을 잊으려 노력했다.


'이번엔...다를거다.'


결심을 내리자, 주먹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긴장감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왔느냐."

"예."


내 탈교를 막아낼 가장 큰 벽이자, 마교에서 내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사람이 가부좌를 튼채로 나를 맞이하셨다.


"마영대는 하산하라."


고저없는 스승님의 목소리에 마영대원들이 움찔했으나, 누구도 발을 떼지는 않았다.

나는 그 모습에 조금 흐뭇함을 느끼며 그들에게 명했다.


"내려가있어."

"...충!"


내 명령이 떨어지고 나서야 그들은 걱정된다는 듯한 기색을 거두지 않고 산을 내려갔다.


"잘 키웠구나."

"스승님의 가르침 덕분이지요."

"그래...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그 말을 끝으로 스승님은 잠시동안 말이 없으셨다.

시선이 닿고 있으나, 말씀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저, 알 수 없는 눈빛이 내 피부를 찔러댈 뿐이었다.

그 무거운 침묵을 깨고, 스승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강아."

"예, 스승님."


스승님의 기운이 바람에 담겨 내 단전을 괴롭힌다.


"내 제자야."

"...예. 하명하십시오."


스승님의 기세가 평소와는 다르다.

여태까지 나에게 보여줬던 기세가 십분지 일도 꺼내지 않은 기세라는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그 격이 전혀 다르다.


"배교(背敎)를 저지를 셈이더냐?"


시선이 칼이 되어 내 전신을 찔러대고, 공중의 나뭇잎들이 기운을 머금고 나를 노려본다.

스승님과 함께 몇십 년을 전장에서 지낸 검이자, 과거의 내가 사용했던 신병, 풍향고검(風向古劍)이 손아귀를 벗어나 허공을 유영하며 내 목을 조준하고 있다.


여태까지 스승님의 경지를 극마...화경의 극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스승님의 경지는 강호의 전 역사를 통틀어도 전설이라 불릴만한 경지셨다.


현 마교주와 동급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고수.

무의 이치(武理)에서 벗어나 마음이 가는대로 최상의 묘수를 펼치고, 병장기의 거리가 무의미해지는 어검술(御劍術)의 경지.


"천마신교의 교인, 백유강."


마교의 일원로.

신선검마의 경지는 현경, 탈마(脫魔)였다.


"답하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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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무림세가 데릴사위가 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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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시간은 오후 7시 5분입니다 24.08.26 86 0 -
21 21화 24.09.09 71 1 13쪽
20 20화 24.09.08 81 1 17쪽
19 19화 24.09.07 102 1 13쪽
18 18화 24.09.06 112 1 18쪽
» 17화 24.09.05 128 1 22쪽
16 16화 24.09.04 121 1 18쪽
15 15화 24.09.03 134 1 23쪽
14 14화 24.09.02 132 1 18쪽
13 13화 24.09.01 142 1 15쪽
12 12화 24.08.31 132 1 14쪽
11 11화 24.08.30 144 0 15쪽
10 10화 24.08.29 164 1 22쪽
9 9화 24.08.28 169 1 15쪽
8 8화 24.08.27 178 2 17쪽
7 7화 24.08.26 191 1 21쪽
6 6화 +1 24.08.25 205 2 12쪽
5 5화 24.08.25 232 3 13쪽
4 4화 24.08.24 260 3 18쪽
3 3화 +2 24.08.23 280 3 18쪽
2 2화 24.08.23 291 2 13쪽
1 1화 24.08.23 378 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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