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8관 영화, ‘경찰 도시’ 정상 상영 확인했습니다. 상영관 온도 이상 없습니다.”
- 네, 확인했습니다.
삐빅-
“형, 오늘 마감이야?”
“아니. 3일 연속 마감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해야지.”
“크크크. 스케줄을 왜 그렇게 짰대? 매니저가 형 싫어하는 거 아니야?”
이름은 이시현. 나이는 26살.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관 알바를 하며 취직을 준비 중이다.
“아···. 취직해야 하는데. 인생 조졌네 진짜.”
“형 어디 준비하는데?”
“공기업. 우리 과는 공기업 말곤 답이 없어.”
“전에 공기업 인턴 했다고 하지 않았어?”
인턴···. 했었지.
문제는, 막상 인턴을 해보니 공부할 의욕이 더 떨어졌다는 것.
무슨 소리냐고?
하루종일 담배에 절어 사는 차장님.
전국 곳곳으로 출장 다니느라 녹초가 된 과장님.
미친 업무량에 다크서클이 턱 끝까지 내려온 대리, 사원님.
아침 7시 반 출근, 밤 10시 퇴근.
퇴근하면 높으신 분들 술자리 불려 나가고, 다음 날은 또 아침 7시 반 출근.
- ···시현아.
- ···네, 과장님.
- 이게 네 미래야.
- ···그런 말씀 하지 마십쇼.
- 뭐? 내가 한심해 보이냐?
- 아, 아닙니다. 너무 좋습니다. 하하. 기대된다.
- 꺼져. 너 할 거 해, 빨리.
- ···네.
평범한 성적, 평범한 대학, 평범한 공대.
다음은 평범한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다.
입사하면 저런 생활을 30년 동안 해야 한다니.
벌써부터 두렵다.
모든 일은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인턴 생활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기억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영화관 알바에 붙은 것도 참 갑작스러웠다.
21살 때였나? 여름방학에 집구석에서 게임만 하던 나에게 아버지가 물었다.
- 알바해 볼래?
- 아뇨, 괜찮아요.
- 영화관인데.
- ···.
영화관 알바?
썸의 성지, 커플 메이커!
- 할게요. 저 할래요.
왜,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영화관 알바는 얼굴 보고 뽑는다고.
평범한 외모, 평범한 성격인 내가 영화관 알바를 할 수 있었던 이유.
혈연, 학연, 그리고···.
아버지의 지연.
쉽게 말해 낙하산이었다.
그렇게 입대 전, 전역하고 난 후도 쭉 같은 영화관에서 알바를 했다.
거의 3년 정도 했을 거다. 이젠 여기가 내 집 같달까.
사람 대하는 게 가장 힘들었는데.
나름 도움이 된 거 같기도 하다.
“어으···. 허리야. 집 가서 밥이나 먹자.”
영화관 근처에 자취방을 구했다.
아르바이트를 주 5일 뛰고 있기도 하고, 머리 바로 위에 탑이 떠있어서 월세가 싸진 것도 한 몫 했다.
이걸 좋다고 해야할지.
가족들은 취준생이 무슨 아르바이트냐고 반대했지만···.
지금 당장은. 마음의 준비가 덜 됐다.
취직하면 평생을 그 직장에 바쳐야 하는데.
신중하게 결정해야지.
그렇게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와중.
띠링!
[탑의 선택을 받으셨습니다.]
“···예?”
모든 일은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갑자기?”
나는, ‘탑’의 선택을 받았다.
그것도 영화관 직원 탈의실에서.
-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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