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망나니는 엔터재벌이 너무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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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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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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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재벌집 마약쟁이 (소제목수정)

DUMMY

002. 재벌집마약쟁이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갑자기 무슨 헛소리냐고? 이래 봬도 이게 성경에 나온 말이야.* 딱히 종교 쪽엔 관심이 없고, 예배당에 나가 볼 생각은 더더욱 없지만, 왠지 우연히 알게 된 이 성경 구절엔 미치도록 공감이 간단 말이지. * 전도서 1장2절.


모든 것이 헛되다? 한마디로 사는 게 허무하다는 거지. 절라 심심한 건 덤이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말을 당대 최고의 부자이자 권력자였던 솔로몬 대왕님이 하셨단 거야.


“배가 불렀지 뭐. 복에 겨운 소리 하고 있네.”


이 이야기에 일반적인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이런 식이지.

하지만 나는 잘 알아. 솔로몬 대왕님의 심정을. 헛되다는 것. 허무하다는 것.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훗,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재벌 3세, 다이아몬드 수저, 성여홍 초대회장의 손자이며, 성민철 회장의 둘째 아들. KG그룹의 황태자. 바로 성예석이기 때문이지.


그거 알아? 태어날 때부터 부족함이란 하나 없는 인생이 얼마나 심심한지.

좋은 것도 있겠지, 당연히.

으리으리한 저택, 매일 매끼 식탁 위에 쏟아져 나오는 산해진미, 갓 스무살 넘은 나에게 매일 같이 머리를 조아리는 어른들. 게다가 KG그룹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어. 이 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KG 제품들이 팔려 나가고 있단 말이지. KG 앞에서는 제 아무리 대통령이라 해도 머리를 조아릴 정도야. 대충 이 정도면 솔로몬 대왕님도 혀를 내두를 만하지 않겠어?


그래서 좋으냐고? 뭐, 좋다고 그냥 받아들여야지.

아니, 솔직히 나도 모르겠어. 좋다는 거? 그건 원하는 걸 얻었을 때 느껴지는 감정 같은 거 아니야? 그런데 나는 태어나서 여태까지 뭘 원해본 적이 없어. 원하기 전에 이미 내 손에 쥐어져 있었으니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할 말은 아니라는 거 알겠는데 정말이지 인생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돼.


아무리 곱씹어 봐도 이건 인생의 진리야. 훗, 솔로몬보다 어린 나이에 이런 진리에 다다르다니. 나는 정신적으로도 아주 부족함 없이 태어난 놈이 분명해.


그래서? 열네 살에 진리를 일찌감치 깨달은 재벌 3세는 얼마나 대단한 삶을 살고 있냐고?

잘 들어. 몇백 년이 가도 마르지 않을 돈이 있고, 무슨 짓을 해도 지켜줄 권력이 있고, 게다가 나이까지 어리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가 진리를 알려 줄 테니.


막. 살. 아.

세상 모든 쾌락을 즐기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살라고. 너의 쾌락에만 집중해.


인생 헛되고 허무하단 진리를 어린 나이에 발견한 나는 막살기 시작했어. 재밌고, 좋아 보이는 건 그것이 무엇이든 다 해봐야 직성이 풀렸지.


술, 담배? 혹시 교복 입은 중딩이 담벼락에 숨어서 쪼그려 앉아 싸구려 담배나 피워대는 비행 청소년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아직도 재벌이 뭔지 감을 못 잡았단 거야.


애초에 나에게 비행 청소년의 상징인 술, 담배는 한 병에 수백만 원 하는 양주와 최고급 시거였거든. 담벼락 밑이 아닌 300평 대저택 안, 명품으로 떡칠한 호화찬란한 내 방에서 시가와 양주를 경험한 학교 일진 새끼들이 내 앞에서 비굴한 웃음을 주억거릴 때 느껴지는 쾌감? 그런 거 느껴 봤니? 되게 재밌는데.


그런데 그거 알아? 그런 재미는 반년을 못 가더라.

여하튼. 나는 스무살이 될 때까지 재미와 쾌락을 좇으며 살았어. 그런데 마음은 항상 텅 비어 있는 것 같더라. 공허하고, 허무하고. 솔로몬 대왕님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때론 모든 걸 멈추고 싶었지만 이미 쾌락을 향해 질주하는 내 삶은 브레이크 없는 열차 같았다고 할까?


결국 나는 마약에까지 손을 댔어. 정재계에 소문도 파다했지. KG그룹 망나니 막내 손주가 약쟁이가 됐다고. 그런데 아무도 그런 나에게 뭐라 하는 사람이 없더라. 당연하지 재벌 3세니깐.


그런데 그거 알아? 쾌락의 강도가 크면 클수록 그 쾌락의 주기도 짧아진다는 거. 일진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반년을 갔다면, 마약이 주는 쾌락은 반나절쯤 갔을까?


문제는 말이야. 약에서 깨어났을 때야. 그 무시무시한 공포와 절망, 고통. 니들은 죽었다 깨도 모르겠지. 재벌 3세가 막살다가 끝물쯤 가서 맛볼 수 있는 거니깐. 아주 아주 비싼 맛, 비싼 대가지. 그리고 아주 아주 지랄 맞은 맛이야. 그거.


그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결국 나는 깨달았어. 결국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된 이 지랄 맞은 상황을 끝내는 길은 죽음밖에 없다는 걸.


통계청에 따르면 말이야, 자살의 방법에는 일산화중독자살, 목맴자살, 투신자살, 약물중독자살, 익사자살, 기타자살 등이 있대. 뭐가 좋을까? 뭐가 제일 재벌 3세 같은 선택일까. 번개탄은 너무 없어 보이고, 투신자살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그건 패스.


그래 목맴으로 하자. 수백만 원짜리 명품 넥타이에 목을 매는 게 그나마 재벌다운 괜찮은 선택일 것 같았어. 1992년 10월의 어느날, 재벌 3세 명품 넥타이에 목을 맨 채 발견. 캬, 뭔가 있어 보이지 않아?


쓰벌.


그런데 막상 죽을 생각을 하니깐 무섭네. 무섭고, 외롭고 진짜 뭐 같은데 표현을 못 하겠어. 후, 옆에 누구라도 있었다면 도와 달라고 하고 싶은데, 재벌 3세는 그런 거 하면 간지가 안 나잖아.


***


“훗, 재벌 3세는 그러면 안되지. 그건 간지가 안나, 간지가...”


재벌 3세 성예석. 천장에 올가미를 한 채 매달려 있는 명품 넥타이를 멍하니 쳐다보며 중얼거리고 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생을 마감하는 이유를 납득시키려 한 걸까?

듣는 사람도 없는데 자신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중얼중얼 이야기 하는 중이다.


그렇게 자신이 왜 천장에 매달린 넥타이를 쳐다보는 이 순간까지 왔는지 이야기가 끝나자,

반쯤 정신이 나가 보이는 성예석은 의자 위로 올라갔다.

5분이면 끝날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결국 결론은 죽음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건 재벌다운 모습이 아니다. 결국 그렇게 넥타이에 목을 매려는 순간.


쿵. 쿵. 쿵.


이 소린 뭐지?


“재벌이 사는 동네에 누가 허락도 없이 공사판을 벌인 거야?!”


성예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내 자신은 죽으려던 참인 걸 알고 고개를 가로저었

다. 하던 거나 마저 하자...


쿵! 쿵! 쿵!


이번에는 더 깊고 크게 울리는 소리. 폼 나게 죽는 것도 힘들군. 긴 한숨이 성예석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쿵!쿵!쿵!쿵!쿵!


하지만 그 소리는 점점 깊이와 크기를 증폭시키며 예석을 압도해 가기 시작했다.


“헐, 이게 뭐야? 지, 지진인가? 혹시 전쟁이라도 난 거야?!! 어어!!”


그렇게 당황하는 사이 예석은 그만 올라갔던 의자에서 중심을 잃고 떨어지며 대리석 바닥으로 꼬꾸라지고 만다.


“하, 꼴이 말이 아니네, 진짜. 가오 안사네... 그런데 이 바닥에 흥건한 건 피...인가?”


그렇게 바닥에 엎드러진 채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는 성예석의 눈동자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게 주..욱는건가... 하, 이...게 아니..인데...이..이러면 간지가...”


***


“다른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KG그룹 비서실 유철규 팀장.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9시에 강남 한복판에 자리 잡은 KG 종합병원 특실을 찾아 두 손으로 일간지 뭉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이제는 입가에 비시시 웃음기도 머금은 채.


“네, 없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곳에 입원한 지도 이제 일주일째다.

병원 신세를 지게 된 이유는. 뇌진탕. 의자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단다.


“앉아서 편히 쉬세요. 커피도 한잔하시고요.”

“감사합니다. 도련님.”


유철규도 이제는 한결 편해진 모습이다. 첫째 날 내 앞에서 겁에 질려 다리를 후들거리던 그가 이제는 소파에 앉아 다리까지 꼰 채 커피 향을 음미하는 걸 보면.


나도 유철규가 챙겨온 신문을 하나 집어 들었다.


- D-1! 세상은 정말 종말을 맞는가. 일부 종교단체가 예고한 종말의 날 도래 -


1992년 10월 27일. 오늘 신문의 헤드라인은 ‘시한부 종말론’ 사건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다말 선교회라는 종교단체에서 1992년 10월 28일 자정이 되면 예수가 재림하고 세상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한 이른바 ‘휴거사건’. 오로지 이 주장을 믿는 이들만 산채로 천국으로 올라가는 ‘휴거’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약 10만명의 신도들이 이 터무니없는 주장에 빠져들었다. 전 재산을 사이비 교주에게 바치고, 직장을 그만두고 기도원으로 들어간 사람도 부지기수.


“팀장님은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 정말 사람들이 사라지고, 지구는 종말을 맞을까요?”

“글쎄요.”


유철규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게 바뀌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1999년 12월 31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예언했잖아요. 그들의 주장은 오늘 자정을 기점으로 앞으로 7년 동안 대환란이 일어나고 2000년이 오기 전에 지구가 완전히 멸망한다는 거죠.”

“혹시, 신도...세요?”

“아니요. 제가 그런 건 아닌데... 이게 완전 터무니없는 말은 아닌 것 같아서요. 실은 우리 사촌 형님네도 여기에 빠져서 직장 다 관두고 기도원에 들어갔거든요. 서울대 나오고 정말 똑똑한 사람인데.”

“걱정 마십시오. 오늘 밤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깐요. 그리고 1999년 12월 31일에도요.”

“에이, 그걸 어떻게 장담하세요.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거죠.”


아니, 나는 안다. 오늘 밤은 어젯밤처럼 그저 평범하게 지나갈 것이고, 7년 후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도 보기 좋게 빗나갈 것이다.

왜냐고? 지금으로부터 33년 후, 2025년까지 나는 존재했었으니깐. 적어도 그때까지 지구 종말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맞다. 2025년까지 에덴 엔터테인먼트 기획실장이었던 나, 구지혁. 1992년, 성예석이라는 재벌 3세의 몸에 들어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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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017. 공룡이 나타났다! (1) 24.09.09 666 9 12쪽
17 016. 여왕의 귀환(2) 24.09.08 668 9 13쪽
16 015. 여왕의 귀환(1) 24.09.07 679 9 12쪽
15 014. 대통령 김명삼 24.09.06 684 10 11쪽
14 013. 왕국이 잃어버린 조각 24.09.05 691 10 11쪽
13 012. 전쟁의 시작 24.09.04 692 9 11쪽
12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694 10 12쪽
11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704 10 11쪽
10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706 10 12쪽
9 008. 스티븐 스필버그(1) 24.08.31 721 10 11쪽
8 007. 화형식(3) 24.08.30 747 11 12쪽
7 006. 화형식(2) 24.08.29 755 11 11쪽
6 005. 화형식(1) 24.08.28 767 12 11쪽
5 004. 첫 대면 24.08.27 792 12 10쪽
4 003. 재벌집 막내 아들이 아닌 재벌집 망나니라니! 24.08.26 830 11 11쪽
» 002. 재벌집 마약쟁이 (소제목수정) 24.08.26 894 12 11쪽
2 001. 성도희가 죽었다 24.08.26 986 12 14쪽
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014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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