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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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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스티븐 스필버그(1)

DUMMY

008. 스티븐 스필버그(1)


KG그룹 영상사업단 사무실.


중앙테이블에 장지욱 단장과 직원 세 명이 모여 앉아 회의란 걸 진행 중이다.

장지욱의 카키색 점퍼와 덥수룩한 수염은 여전하다. 그의 부하 직원들의 차림도 후드티에 찢어진 청바지 등 대기업에 맞지 않게 자유분방한다.


“뭐, 자료 같은 건 없나?”


장지욱이 황당하다는 듯 부하 직원 조경아를 쳐다봤다.


“구두로 하시죠. 종이라도 아껴야죠.”


얄밉지만 맞는 말이다. 장지욱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배드 가이즈’ 현재 실적은?”

“비디오 대여 순위도 100위 밖으로 완전히 밀려났습니다. 이제는 실적 집계마저도 안 돼요.”

“아니, 그 영화 우리가 수입해 오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씁.”

“그러게요. 알라딘, 보디가드, 에어리언. 단장님이 아주 쉽게 퇴짜 놓은 영화들은 다 잘되고, 심혈을 기울여서 선택한 영화가 이렇게 돼서 정말 저도 안타깝네요.”

“끙... 뭐 좀 화끈한 거 없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몰라? 다음엔 정말 대박 작품 하나 발굴해보자. 우리도 이 회사에서 어깨 좀 펴고 다니자고. 아니면 차라리 제작 쪽으로 손을 대볼까?”

“단장님...후...”


조경아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우리가 지금 말아먹은 돈이 얼만데, 회사에서 잘도 제작하라고 자금 내려보내겠네요. 그리고 지금 다들 사표 내고 나가는 바람에 단장님 밑으로 딸랑 세 명 남아 있는 거 안 보이세요? 이 상황에서 제작까지 손을 대시겠다?”

“꿈은 크게 갖는 거야. 말도 못 해? 그리고 인력 충원은 왜 안 해주는 거야? 인사팀에선 뭐래?”

“비공식적으로 인사팀 직원이 해준 말인데요···. 꿈도 꾸지 말래요. 지금은 영상사업단 인력 충원이 아니라 부서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라고.”

“크흠. 이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줘야지! 이놈의 대기업 시스템! 기획실은 툭 하면 티슈 뽑듯이 신입 뽑아 대더만. 안 되겠어. 내가 부회장님을 만나 보든지 해야지.”

“퍽이나 만나시겠어요.”

“왜? 나는 부회장 만나지 말란 법이라도 있어?”

“쫄아서 한마디나 제대로 하시겠어요?”

“아니, 부회장은 무슨 신이야? 사람이 사람 만나는 건데...내가 말이야 임원 회의도 참석하고, 부회장 영상도 직접 찍어주고, 할 거 다 했어! 두고 봐. 다 일러 바칠 거야. 이 잘난 놈들한테만 몰빵해 주는 부조리한 시스템을!”


그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며 현영관 비서실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동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는 장지욱 단장.


“비서실장님, 여기는 무슨 일로...허억!”


비서실장 뒤에 서 있는 성민철 부회장이 시야에 들어오자 장지욱은 기함을 하고 말았다.

성민철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자 조경아를 비롯한 직원들도 바싹 긴장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다.


“왜 여기 와서는 안 될 사람이 온 것 같은 표정들인가?”

“아, 아, 아닙니다. 부회장님. 자, 자, 잘 오셨습니다.”

“뭐 하고 있었나?”

“네, 저, 저희가 회의를 좀...”

“영상사업단은 무슨 회의를 종이 한 장 없이 하나?”

“그, 그, 그러니깐 종잇값도 아낄 겸...”

“누가!!”


버럭. 성민철이 목소리가 높아지자, 장지욱은 저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누가 돈 아끼라 그랬나? 돈 벌어 오라 그랬지!!”

“죄, 죄, 죄송합니다.”

“하나 묻자. 이거 돈이 되나?”

“네?”

“이거. 영화, 문화산업. 이런 게 돈이 되냔 말일세.”

“그, 그러니깐... 문화와 예술이라는 게 그 기반을 닦는데 시간과 정성이 좀 오래 걸리는 분야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 시간과 정성, 언제까지 들여야 돈이 될 것 같나?”

“아.. 그게 제, 제 생각엔. 영화 같은 경우 한 오 년 이상은...”

“오 년?”


성민철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난다.

예석이 이놈은 무슨 자신감으로 일년 만에 성과를 만들어 보이겠다고 하는 걸까.


“그래, 오 년? 알았네. 지켜보겠어. 그게 오 년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성민철이 사무실 벽에 덕지 덕지 붙어 있는 영화 포스터를 둘러 보는 사이,

조경아가 장지욱에게 눈짓을 보냈다. 처음엔 고개를 저었지만 다른 직원들까지 따가운 시선을 보내자 장지욱은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저, 저 부, 부회장님.”

“왜?”

“거, 건의 드릴 말씀이.”

“해보게.”

“그러니깐 저희 영상사업단... 인력 충원을 좀.”

“......”

“아, 아닙니다. 지금 인력으로 최,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인력 충원, 해줄 거니깐 걱정하지 말게.”

“네? 저, 정말입니까?”


말없이 다시 사무실을 살펴보는 성민철. 그의 시선이 장지욱에게, 아니 장지욱의 옷차림에 꽂혔다.


“비서실장.”

“네, 부회장님”

“우리 영상사업단 단장, 양복 한 벌 사 입혀야겠네.”

“......”

“밑에 직원들이 뭘 보고 배우겠나. 씁...”


성민철이 못마땅하다는 듯 장지욱을 아래위로 한 번 훑어보고는 사무실을 나가 버렸다.

다리가 풀린 듯 자리에 다시 주저앉는 장지욱.


“봐, 봤지? 내가 해냈어. 인력 충원, 받아 냈다고.”


조경아가 그런 장지욱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


“안녕하십니까. 영상사업단으로 발령받은 신입사원 성예석 입니다!”


며칠 후, 나는 영상사업단으로 첫 출근을 했다.

에덴 엔터테인먼트로 처음 출근하던 26살의 구지혁을 떠올리며, 씩씩한 인사를 올렸다.

오늘은 웬일인지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영상사업단 장지욱 단장이 인상을 구기며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어이 신입, 복장이 왜 이렇게 불량해?”


오늘 내 의상은 후드티에 청바지. 정장을 차려입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언제나 후줄근한 점퍼 차림의 장지욱 단장이 떠올랐다. 에덴 엔터에서도 복장은 늘 자유로웠다. 얽매이지 않은 생각에서 문화든 예술이든 꽃을 피우는 법이다. 그런데 웬일로 장지욱은 오늘 정장을 차려입고 나를 꼴아보고 있을까.


“이거 이 신입 큰일 났네. 아주. 회사가 놀러 오는 곳이야? 놀이터에 놀러 오셨어?”


젠장, 첫날부터 갈굼을 당하다니. 나를 구해줄 누군가가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스윽-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봤다.


“어라? 시계는 왜? 벌써부터 지루해? 시간 아주 잘 가게 만들어 줘 내가?”


신입을 초장에 잡겠다는 의지인가? 장지욱의 입에서 끊임없이 잔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영상사업단으로 오늘 발령 받았습니다. 비서실 유철규라고 합니다.”


드디어, 이 잔소리에서 나를 구원해 줄 사람. 유철규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유철규 팀장. 잘 왔어요. 아주 인사팀에서 유능한 인재를 우리한테 보내주셨어. 그런데 어쩌나 신입이 아주 골때리는 놈이 굴러들어 왔는데.”

“아, 신입도 들어왔어요?”


나는 고개를 돌려 씨익- 웃으며 유철규를 쳐다봤다.


“어...어, 도련님!”

“뭐? 도련님? 뭐야? 형수야?”


알 수 없는 상황에 장지욱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 때 다시 문이 벌컥 열리고, 조경아가 들이닥쳤다.


“단장님! 대박! 오늘 들어오는 신입, 부회장님 둘째 아들이래요!!”


***


“정말이야? 진짜 제대로 확인한 거 맞아?”

“네, 인사팀 직원이 말해 줬다고요. 비밀인데 비밀이 아닌거지. 아니, 단장님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이런 경우 윗사람들이 비밀리에 알고 아랫사람은 까맣게 모르고 있는 게 정상 아닌가?”


KG그룹 본사, 옥상.


장지욱과 조경아를 비롯한 기존 영상사업단 직원들이 신입직원을 남겨두고 모두 옥상으로 올라왔다.


“왜? 왜 부회장 아들이 영상사업단엘 왜 와? 기획실, 홍보실, 경영지원실. 재벌 2세는 원래 그런 데서 시작하는 거 아니야?”

“엄연히 말하면 재벌 3세죠. 그 재벌 3세가 딱 찍어서 영상사업단에 오겠다고 했대요.”

“왜? 도대체 왜?”

“그건 모르죠.”

“며칠 전에 부회장님이 왔다 간 이유가 이거였어?”

“단장님, 우리 이제 어떻게 해요? 이제 영상사업단에 모든 이목이 쏠릴 텐데.”

“어쩌긴! 하던 대로 하는 거지. 절대 쫄지마. 재벌 3세? 쳇. 나한테는 그저 시, 신입사원일 뿐이야! 재벌 3세라고 기어오른다? 그땐 그냥!”

“그냥, 어쩌시게요?”

“아주 그냥 영상사업단의 매운맛을 보여줘야지.”


***


영상사업단 사무실.

장지욱과 직원 3명이 우르르 어디론가 나가버리는 바람에 나와 유철규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도련님이 범인이었네요.”

“네?”

“인사시즌도 아닌데 갑자기 비서실 직원을 생뚱맞은 영상사업단으로 발령 낸 게요.”


KG그룹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앞으로 내가 생각하는 일을 벌여 나가려면. 그래서 현영관 비서실장을 통해 그런 뜻을 아버지에게 전달했던 게 통한 것이다.


“미안해요. 저도 이 정글 같은 회사에서 제 편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저야 회사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운명이지만 도련님은 왜 영상사업단이에요?”

“글쎄요? 그리고 앞으로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저 오늘부로 팀장님 부하 직원이에요.”

“에이, 제가 어떻게... 정말요?”

“네, 저도 각오하고 여기 들어온 겁니다. 그리고 보는 눈들도 많고요.”

“그, 그래요? 아니, 그래. 뭐, 그렇다면. 암튼 앞으로 자, 잘해보자고. 무슨 일이든 나랑 먼저 상의하고.”


마침, 장지욱 단장과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 자리를 찾아 앉았다. 머뭇거리던 장지욱이 스스륵 몸을 일으켰다.


“자, 이제 우리 부서에 유능한 팀장도 새로 오셨고, 신입직원도 들어 왔습니다. 이게 다 우리 영상사업단에 회사가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걸 방증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연설이 어색한지 코를 실룩거리던 장지욱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다들 아주 반갑고, 어떤 일이 있든지 단장인 저와 편하게 상의하길 바랍니다.”


장지욱이 자신의 연설이 맘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나는 그런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단장님.”

“네? 아... 응. 그래. 예석씨. 무, 무슨일로?”

“출장 좀 다녀오겠습니다.”

“추...출장?”

“네.”

“오늘 출근 하셨는..아니, 했는데 무슨 출장인가....요? 어딜가시려고...”

“미국이요.”

“미...국?”

“네.”


장지욱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게 보였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손도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신입직원의 당돌한 태도에 열을 받았거나, 재벌 3세라는 내 신분 때문에 긴장했을 수도 있다. 건방져 보여도, 재수 없어 보여도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없다.


“미국엔 무얼 하려고, 누굴 만나려고...”


나는 담담하게 장지욱 단장의 질문에 답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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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2. 전쟁의 시작 24.09.04 692 9 11쪽
12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694 10 12쪽
11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704 10 11쪽
10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706 10 12쪽
» 008. 스티븐 스필버그(1) 24.08.31 722 10 11쪽
8 007. 화형식(3) 24.08.30 747 11 12쪽
7 006. 화형식(2) 24.08.29 755 11 11쪽
6 005. 화형식(1) 24.08.28 767 12 11쪽
5 004. 첫 대면 24.08.27 792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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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014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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