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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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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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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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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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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7. 공룡이 나타났다! (1)

DUMMY

017. 공룡이 나타났다!


명동의 어느 건물 옥상.


“어후, 이런 건 도대체 어디다 쓸라고.”


을지로 조명가게 사장이 땀을 뻘뻘 흘리며 주문한 물건들을 들고 올라왔다.


“저쪽으로 설치해 주세요.”


나는 사장에게 주문한 물건의 위치를 지정해 주었다.


“내 을지로에서 장사만 10년이 넘는데 이런 주문은 또 처음이네.”


조명가게 사장이 나와 성도희를 미심쩍은 눈으로 훑었다.


“뭐 어디 정부에서 나오신 분들인가? 군사훈련 이런 거?”

“에이, 설마요.”

“그러면? 도대체 이렇게 큰 조명을 어디다 쓰려고. 게다가 핀 조명을. 간첩은 아닐 테고.”


다시 한 번 나를 이상하다는 듯 아래 위로 훑는 조명가게 사장.


“아따, 무슨 계단이 이렇게 많아!”


이번에는 철물점 사장과 인부들이 물건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왔다.


“어라, 최사장. 여기는 어쩐 일로?”

“양사장님이 왜 여기 계신대?”

“나는 이 두 분, 젊은 사장님 주문한 게 있어서.”

“나도 이분이 주문한 물건 가지고 온 건데?”


이제는 을지로 두 사장의 시선이 동시에 우리에게 꽂혔다.

그리고 두 사장이 입을 모았다.


“도대체 이걸로 뭘 하겠단 겁니까? 궁금해 미치겠네.”


나는 말없이 웃으며 을지로에서 온 두 사장을 쳐다봤다.

이들은 알기나 할까. 그들이 며칠에 걸쳐 만든 것들이 영화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을.


***


해가 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주문한 조명과 판넬 설치도 마무리되고 있었다.


“다 됐습니다.”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빛의 을지로 사장님 두 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준비해 온 돈 봉투를 건넸다.


“뭐, 우리야 돈도 벌고 손해 볼 건 없지만 정말 궁금하네. 속이 답답할 정도로.”


돈이 맞는지 세어 보는 두 사장의 눈이 이제는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보여 달란 눈빛이었다.


“후, 이제 시작해 볼까요?”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조명과 연결된 스위치를 성도희에게 건넸다.


“입사 선물.”

“네?”

“입사하고 첫 작품이잖아. 당연히 당사자가 버튼을 눌러야지.”


나에게서 버튼을 건네받은 성도희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는 듯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맞은편 건물 벽면 쪽을 향하고 있던 조명의 불이 타닥 하고 켜졌다.


“아!”


옥상에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똑같이 탄성이 흘러나왔다.

내가 상상했던 대로 맞은편 건물의 벽면에 공룡의 형체가 떠올랐다.

‘쥬라기 공원’을 상징하는 바로 그 공룡 그림자였다!


나는 난간으로 다가가 옥상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일제히 발걸음을 멈추고 건물을 올려다봤다.

성공이다.


“저건 공룡 아니여? 그런데 이 쌩돈을 들여서 왜?”


처음 보는 광경에 탄성도 잠시, 을지로 사장님의 궁금증은 더 깊어져 갈 뿐이었다.

나는 말없이 안주머니에서 ‘애니폰’을 꺼내 들었다.


“...네, 거기 동양일보죠...네, 여기 명동인데요. 천우빌딩 벽에 이상한 게 떠서요...네, 이게 무슨 공룡 같기도 하고... 그건 저도 모르죠. 저도 많이 궁금합니다...네, 명동 천우빌딩입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나를 멀뚱히 쳐다보는 을지로 사장님을 향해 빙긋 웃음을 보냈다.


“들으셨죠? 내일 동양일보 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을지로 사장님들이 여전히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


- 한밤중 명동에 출현한 공룡!


“캬, 기사 제목 죽이는데.”


다음날, 동양일보를 손에 든 내 입에서 얕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5면이긴 하지만 어젯밤 명동에서 있었던 일이 신문지면에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 지난 20일 밤 8시경, 명동 천우빌딩 벽면에 공룡 형상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이 그림자는 길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기자가 그림자를 만든 조명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맞은편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봤지만, 장치만 있을 뿐 이와 관련된 사람을 만날 수는 없었다... 공룡 그림자를 목격한 행인 A씨는 “영문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좋아했다.”고 말하며 공룡 그림자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다.


기사 옆으로 사진 한 장도 같이 올라와 있었다. 흑백사진이라 공룡의 형상이 더욱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1단계는 대성공이다. 나는 ‘애니폰’을 집어 들었다.


“네, 동양일보죠?...네, 저는 KG그룹 영상사업단 성예석 대리라고 합니다... 네, 어젯밤 명동 공룡 그림자, 그게 우리 회사가 수입한 영화 홍보 프로젝트였습니다... 네, 당분간 계속할 계획입니다. 네... 네? 방송요?!”


전화를 끊고 나는 잠시 신문을 멍하니 쳐다봤다.

이거 일이 생각보다 좀 커지겠는데?


***


“어떻게 된 거냐?”


성민철은 성도희가 질문에 대답 없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자 당황스러워졌다.


“...미안하다. 그동안 잘 지냈는지 먼저 물었어야 했는데.”

“......”


7년 전 업무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잠깐 시간을 내어 성민수와 함께 식사 한 끼 한 이후로 오늘 성도희를 처음 보는 자리다. 스스로 너무 비정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성민철은 등 뒤로 땀 한방울이 흘러 내리는 것을 느꼈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이렇게 앞뒤 다 잘라서 질문하는 게 버릇이 되어 버렸다. 이해해다오.”

“네.”


성도희의 짧은 대답에 성민철은 다시 한번 당황했다.

그 누구도 부회장인 자신 앞에서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앞뒤 문맥 없는 질문에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성민철이 원하는 대답을 내놓기 위해 진땀을 빼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 앞에 앉아 있는 성도희는 그럴 생각도, 그래야 할 이유도 없어 보였다.

그녀에게 성민철은 KG그룹 부회장이기 이전에 그저 자신의 아버지의 동생, 작은아버지이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예고 없이 납치하듯 비서를 보내 이곳으로 데려온 것에 화가 나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 그러면, 자 보자. 일단 뭐 좀 먹을까?”


오히려 이제는 성민철이 성도희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저 아이가 좋아할 만한 무엇인가를 제시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호텔, 우리 그룹에서 운영 중인 곳이다.”

“아...네...”


성도희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성민철은 완전히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이곳이 그룹의 호텔이라고 하면 성도희가 손뼉이라도 치면서 좋아라 해줄거라고 생각한 자신이 속물이 된 것만 같았다.


“그러니깐 내 말은... 여기 안심 스테이크가 아주 맛있기로 소문이 났어. 어떠니?”

“네, 좋아요. 좋아해요, 저. 스테이크.”


성도희가 그제야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자,

성민철도 마음이 한결 놓였다.


“이봐.”


성민철이 낮은 목소리로 누군가를 부르자,

문밖에서 대기 중이던 호텔 직원이 바로 레스토랑 특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심 스테이크 두 개. 음료도 좀 준비해 주고.”

“네, 부회장님.”


주문을 받고 직원이 나가자 어색한 침묵이 다시 흘렀다.

그 침묵을 깨야겠다고 느낀 건 이번에도 성민철이었다.


“그래, 지내는 곳은.”

“강남역 쪽에 원룸을 하나 얻었어요.”

“불편하지 않니? 원한다면 내가 조금 더 큰 곳으로...”

“아닙니다. 괜찮아요. 지금이 편합니다.”

“그, 그래...”


성민철은 답답한 듯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목표를 벗어난 이런 식의 대화에 금방 실증이 몰려왔다.

제 아무리 조카라고 하지만 해야 할 말은 바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그래, 한국엔 왜 온 거냐.”

“......”

“계약직 직원이나 하자고 미국에서 온 건 아닐 텐데.”

“...언젠가는 한국으로 올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기회가 돼서...”

“그래,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글쎄요.”

“네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주 오래전에 네 아버지, 내 형님이 큰 잘못을 저질렀었다.”

“......”

“그것 때문에 네 할아버지가 화가 많이 났어. 그리고 이 KG그룹에도 큰 상처가 됐다. 그 일이... 그게 너의 가족이 미국으로 가게 된 이유야.”


성민철은 물을 한 모금 들이키며, 성도희의 표정을 살폈다.

조금 전 보다는 굳은 표정이다. 아직 어려 보이기만 한 아이에게 못 할 말을 하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이야기였다. 성민철은 물잔을 내려놓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아버지가 아들을 용서하는 걸로 끝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큰 회사를 운영하려면 어쩔 수 없다.”

“......”

“그 일이 아니었다면 이 호텔은 네 아버지의 것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도희, 네 것이 될 수도 있었지.”


성도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 성민수에게 들어왔던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성민철에게 직접 들으니 마치 판타지 소설이 현실에서 일어난 듯 느껴졌다.


“네 할아버지가 도희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셨다. 네가 성인이 돼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지원해 주라고 당부에 당부를 하셨었다. 이 호텔을 떼어 줄 수도 있다. 식품이나 섬유 쪽도 염두에 두고 있어.”

“.....”

“네가 원하는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주겠지만, KG그룹에서는 떨어져 나가야 할 게다... 아직도 예전 그 일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이 회사안에는 많아.”

“......”

“이런 상황을 아직은 다 이해할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성민철은 성도희의 표정을 살폈다.

놀라움 같은 기색 없이 담담한 표정에서 그녀의 생각을 도무지 읽을 수 없었다.


“영화를 전공했다고 들었다. 만약 영화사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면 전폭 지원할 거다.”


그제서야 성도희의 눈빛이 흔들렸다.


“KG에 이미 영상사업단이 있는걸요. 그리고 예석 오빠가 그쪽으로 생각도 많은 것 같고요.”

“영상사업단은 곧 없앨 생각이다.”


단호한 성민철의 대답에 성도희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마침 주문했던 스테이크가 식탁 위에 올려지기 시작했다.


***


여러 가지로 불편한 식사였다. 식사를 하는 내내 두 사람은 거의 말이 없었다.

성민철과 성도희는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호텔 로비로 함께 걸어 나왔다.


“그래, 될 수 있으면 종종 보자꾸나.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하고.”


성도희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제가 듣기로는 이번에 수입하는 영화가 잘 되면 생각을 바꾸실 수도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 200만 관객인가 뭔가 하는 이야기 말이냐?”


성민철은 고개를 흔들었다.


“처음부터 무리한 목표였다. 예석이는 그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거야.”

“목표를 달성한다면요? 그러면 보상을 받게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럴 일은 아마 없을 거다.”


성민철은 확신한다는 듯 성도희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 순간.


- 다음 소식입니다. 명동 한복판에 별안간 공룡이 나타났다는데요. 어떻게 된 소식인지 김소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로비 한쪽에 놓인 TV에서 흘러나오는 황당한 소리에 두 사람의 시선이 옮겨졌다.

그리고 잠시 후 TV 화면에 성예석이 모습을 드러내자, 성민철과 성도희의 눈이 커졌다.


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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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2. 전쟁의 시작 24.09.04 692 9 11쪽
12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694 10 12쪽
11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704 10 11쪽
10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70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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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5. 화형식(1) 24.08.28 767 12 11쪽
5 004. 첫 대면 24.08.27 792 12 10쪽
4 003. 재벌집 막내 아들이 아닌 재벌집 망나니라니! 24.08.26 830 11 11쪽
3 002. 재벌집 마약쟁이 (소제목수정) 24.08.26 894 12 11쪽
2 001. 성도희가 죽었다 24.08.26 989 12 14쪽
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015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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