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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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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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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 스필버그, 한국오다 (3)

DUMMY

021. 스필버그, 한국오다 (3)


“5월 10일 입니다. 스필버그 방한 일은.”


이른 아침, 김명상 대통령은 문체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일본 문화청은 물론이고 총리실도 아주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상황을 보고하는 박철호 문체부 장관의 표정은 매우 상기되어 있었다.


“오호, 그래요?”


김명삼도 자꾸 실룩거리는 입꼬리를 감출 수 없었다.

박철호는 그런 대통령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새 대통령은 어느 한 분야에서건 일본을 넘어 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 어느 한 분야 중, 김명삼이 가장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이 대중문화 산업, 그 중에서도 영화 산업이었다.

다른 제조업 분야보다야 초기 투자 비용이 덜 들고,

일본이나 한국이나 상업영화는 이제야 발걸음을 뗀 상태라고 판단했다.


“장관님, 그 감독이 갑자기 한국으로 마음을 바꾼 이유는 파악이 됐습니까?”


김명삼 대통령이 신문 1면을 장식한 기사들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이번에 개봉하는 스필버그의 영화 ‘쥬라기 공원’ 배급을 직영 배급사를 통한 직배가 아닌, KG그룹과 계약했습니다. 감독이 KG그룹의 영화 홍보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김명삼은 시선을 두고 있던 신문들을 한쪽으로 치우고 박철호를 쳐다봤다.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요.”


아시아 시장의 중심은 늘 일본이었다.

한국은 늘 일본의 뒤를 멀리서 따라가는 입장.


당연히 일본을 염두에 두고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게 할리우드에서도 상식으로 통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계적인 거장, 흥행의 귀재라 불리는 스필버그가 일본 일정을 취소하고 한국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네, 대통령님, 타이밍이 아주 좋습니다.”


박철호는 문화 산업 육성을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기간 주요한 치적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욕심을 잘 알고 있었다.

자동차, 선박, 반도체, 철강. 이미 세계에서 인정 받고 있는 한국의 경제적 성과들은 모두 전 정권 시절에 이룬 업적들이다.

하지만 대중문화를 산업으로 접근하고 육성하려 했던 정부는 아직까지 없었다. 독재를 하기 위해 예술인들을 검열했던 자들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큰 손님인데 문체부에서 준비를 잘 하겠습니다.”


스필버그의 방한은 박철호, 자신에게도 기회였다.

이번 스필버그 방한에서 성과를 만들어 낸다면 대통령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국회의원 공천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 시스템도 전수 받고, 지속적인 교류도 일어날 수 있도록 전략을 잘 짜보세요. KG그룹이랑.”

“대통령님, 그러면 문화산업 쪽은 KG그룹에 맡겨 보실 생각입니까?”

“지금으로선 KG가 그래도 대기업 중에서 제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말 나온 김에 성민철 부회장쪽에 전화 한 통 넣어야 겠습니다.”


***


‘KG 그룹에서 정말 큰 일 하신 겁니다.’


대통령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왔다.


‘우리 정부는 영화 산업을 필두로 대중문화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일 생각입니다.’

‘이번 스필버그 방한을 계기로 할리우드 영화시장과 지속적인 교류, 협력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뒷받침 하겠습니다.’

‘KG그룹이 그리고 있는 문화산업 전략도 나중에 진지하게 함께 논의해 보도록 합시다.’


스필버그가 얼마나 대단한 감독인지는 모르지만 성민철은 대통령의 통화에서 이것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정부는 많은 재정을 영화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


“네, 대통령님, 저희도 차질 업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내려놓은 성민철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현영관 비서실장과 장지욱 단장을 번갈아 바라봤다.


“청와대도 이번 일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야.”


성민철은 깍지를 끼고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가 다시 입을 열기까지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래산업 TF 발족, 그리고 르노사 방문. 연기해.”


현영관은 입술을 달싹 거릴 뿐 쉽싸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대통령이 직접 전화까지 건 사안에 자신의 의견을 더 몰아 부칠 자신이 없었다.


“장지욱 단장.”


부회장의 첫 번째 호출에 대통령에게서 걸려온 전화까지.

장지욱은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마치 꿈만 같았다.


“장지욱 단장?”


반쯤 정신을 내려 놓은 장지욱의 이름을 성민철이 재차 부르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는 장지욱이다.


“네? 네, 부회장님.”

“정신 바짝 차리고 이번 일 잘 준비해 봐.”

“네. 알겠습니다.”

“비서실장.”

“네, 부회장님.”

“그룹 차원에서 이번 건 잘 챙겨. 알았나?”

“...네.”


현영관의 입에서 미세한 침음이 흘렀다.


***


일식집 특실. 인사불성이 된 성예준을 바라보는 현영관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자, 그만. 이제 일어서시죠. 많이 취했습니다.”


겨우 소주 한 병이다.

평소에 거의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성예준이다.

하지만 낮에 부회장 집무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은 성예준은 결국 오늘은 스스로 소주병을 깠다.


“이럴 순 없는 거 아..입니까?”


연거푸 소주 몇 잔을 입 안에 털어놓은 그는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 술주정을 부리는 중이다.

재벌가 자제 중에서도 모범생으로 손꼽히는 성예준이다.

술은 물론이고 여자나 도박 같은 문제도 깨끗하다.

그러니 일찌감치 부회장은 후계자로 성예준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 보이지 않던 그의 약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건 질투심이었다.


“그깟 영화 한 편 때문에 이게 뭡니까? 씨...”

“성예석, 이 새끼. 나 엿먹일라고 일부러 이러는 거야.”

“비서실장 아저씨, 나 이제껏 아버지 말이라면 뭐 하나 거역한 게 없거든여.”

“그런데 이 성예석 이 새끼, 이 약쟁이 새끼가 뭐가 좋다고 이렇게까지 싸고 도는데!”

“아우, 생각할수록 열받네. 됐어, 나 오늘 그냥 다 엎어 버릴 겁니다. 나 말리지 마.”

“오늘 나, 아버지 들이받고, 성예석 이 새끼 들이받고! 그리고 이 회사도 때려치울 겁니다!”


최근들어 동생 성예석이 부회장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성예준에 대한 믿음을 흔드는 건 아니다.

성예준 그가 ‘부정父情’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았더라면, 이토록 질투심에 사로잡혀 인사불성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현영관은 생각했다.

그리고 이 질투심을 이용해서 성예준을 자신의 마음대로 요리해 보려는 계획에도 조금씩 틈이 생기고 있음을 느꼈다.

망나니로만 여겼던 성예석이 벌이는 일이 점점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 차장! 이럴 때 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소주 한 병에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정신은 비서실장님이 바짝 차렸었어야지! 일을 왜 이 지경으로 만들었어!”


현영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이 쥐고 있는 끈, 성예준이 이토록 나약한 자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저 태어나기를 재벌 집에서 태어났을 뿐이다. 만약 저 놈이 재벌가 자식이 아닌 내 부하직원이라도 된다면 당장이라도 뺨을 후려갈겼을 것이다.


“동생 일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성 차장은 오로지 자동차만 생각하면 됩니다.”

“어떻게 신경을 안 써? 그 새끼 때문에 우리 일정이 뒤로 밀렸는데!”


현영관은 이 철부지 재벌자제의 칭얼거리는 소리에 확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나이에 저런 애송이 술주정이나 받아주는 신세라니.


“그러면 부회장님께 직접 따져보시든지요!!”


홧김에 내뱉은 말에 현영관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그 말을 들은 성예준의 시뻘건 얼굴이 더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기어이 성예준은 옷을 주섬 주섬 챙기고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뭐 하는 겁니까?”


설마. 현영관의 목소리가 미세갛게 떨렸다.


“아버지한테 따지라면서요.”

“뭐?”

“실장님이 아주 정답을 내놓으셨네요. 문제는 우리 부회장, 아버진데 말이야. 내가 애먼사람 앞에 두고 주정을 부렸네.”


말릴 틈도 주지 않고 성예준은 비틀거리며 특실문을 열어 젖혔다.


***


“지금 뭐 하는 거냐!”


한밤중 시뻘게진 얼굴로 비틀거리며 나타난 첫째아들의 모습에 성민철의 미간이 좁혀졌다.

성민철은 시선을 성예준의 뒤에 서 있는 현영관에게로 옮겼다. 무슨 일인지 보고하라는 뜻이었다.


“술을 한잔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말렸어야 했습니다.”


성예준이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는 건 성민철도 처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당황스러웠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거기에 혼란을 더했다.


“아부지... 내가 여태껏... 못한게 뭐가 있습니까?”

“뭐..뭐?”

“아버지 말 한마디에, 저기 건설로 가서 대리, 밑바닥부터 일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일 먼저 출근해서 제일 늦게 퇴근하는 게... 바로, 저였거든요...”

“......”

“그런데 저한테 돌아오는 건... 이게 뭡니까?”

“성예준,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취했다. 들어가거라.”


성민철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평소 같았으면 아버지의 말대로 방으로 들어갔을 성예준이었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아니요, 저 정신 멀쩡합니다!”

“그래, 뭐가 문젠거냐? 들어나보자.”

“왜 아버지는...왜...”


성예준이 고개를 돌려 계단쪽에 서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성예석을 노려봤다.


“저런 약쟁이가 뭐가 대단하다고 저놈이 벌이는 일에 마음을 뺏기셨습니까?!”


성예준의 도발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것은 성민철의 목소리였다.


“성예준, 실망이다. 겨우 이것뿐 안되는 놈이었냐?”


중저음의, 감정이 실리지 않은 담담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인사불성이었던 성예준의 정신을 바짝 들게 했다.


“아, 아버지...”


성민철은 첫째 아들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은 채, 얕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제 거실에 남은 건 성예준, 성예석 두 형제와 비서실장.

세 사람은 모두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모두 비슷한 직감을 느꼈다.

견고했던 이 왕국의 질서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다시한번...


***


“설마 이 비행기 격추당하는 건 아니겠지.”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

비행기가 대한민국 영공에 진입했다는 안내에 스필버그는 창밖을 내려다보며 침을 삼켰다.


“그랬다가는 바로 3차 대전이야. 세상에서 제일 몸값이 비싼 영화감독이 타고 있는데.”


필립이 스필버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북미시장에서 ‘쥬라기 공원’이 개봉하자 기대했던 것 이상의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이전에 스필버그를 향했던 의심의 시선도 언제 그랬냐는 듯 찬사와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뀌었다.


“글쎄, 저 아래 살고있는 아시아인들도 똑같은 생각일까?”


스필버그의 눈이 반짝였다.


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추석 연휴에도 계속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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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2. 전쟁의 시작 24.09.04 690 9 11쪽
12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693 10 12쪽
11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701 10 11쪽
10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705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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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7. 화형식(3) 24.08.30 743 11 12쪽
7 006. 화형식(2) 24.08.29 754 11 11쪽
6 005. 화형식(1) 24.08.28 765 12 11쪽
5 004. 첫 대면 24.08.27 790 12 10쪽
4 003. 재벌집 막내 아들이 아닌 재벌집 망나니라니! 24.08.26 828 11 11쪽
3 002. 재벌집 마약쟁이 (소제목수정) 24.08.26 893 12 11쪽
2 001. 성도희가 죽었다 24.08.26 985 12 14쪽
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011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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