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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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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대통령 김명삼

DUMMY

014. 대통령 김명삼


칼국수.


성민철은 자신의 앞에 놓여진 것이 칼국수라는 걸 확인하고 눈썹을 꿈틀거렸다.


<문민정부, 경제인과 오찬 간담회>


새로 선출된 김명상 대통령이 대한민국 주요 기업인과 경제 단체장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점심이나 함께하면서 가볍게 얼굴이나 익히자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불려온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그 명목이란 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는 것 같았다. 새로 집권한 권력이 기업인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한 첫 만남으로 모두들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러나 저러나 불편한 상황인데 청와대 오찬 메뉴라고 나온 것이 칼국수에 김치 몇 조각.

간담회장에 잠시 불편한 정적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 후루룩.


그 정적을 깬 것은 명현그룹 창업자 장철영의 첫째아들이자 현 명현그룹 회장 장상구였다.

5년 전 정치에 뛰어든 명현그룹 초대회장 장철영은 ‘대한통일당’을 창당하여 국회 입성까지 달성했다.

그 기세를 몰아 대통령 선거에서 김명상, 김대정과 맞붙었지만, 결과는 3위.

초기에는 김명상과 장철영은 형님 아우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장철영이 대선에서 김명상을 돕겠다는 약속을 깨고 자신이 직접 대선에 출마하는 바람에 사이가 틀어진 상황.

덕분에 새 정부가 출범하고 검찰의 칼끝이 명현그룹을 향하고 있었다. 결국 이 사달을 풀어나가야 하는 건 현재 회장직을 물려받은 장철영의 아들 장상구.

KG그룹과 대한민국 재계순위 1-2위를 다투는 명현그룹이지만, 살아있는 시퍼런 권력 앞에선 일단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를 담아 장상구는 기업 총수들 중 가장 먼저 젓가락질을 시작한 것이다. 그에 질세라, 성민철도 젓가락을 들었다. 그제서야 경쟁하듯 다른 기업 총수들도 열심히 젓가락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확인한 김명상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불철주야 나라 경제를 위해서 노력하시는 우리 경제인 여러분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놓고 칼국수 한 그릇 대접한다는 게 조금 민망한 마음도 있습니다.”


성민철은 먹기를 잠시 멈추고 대통령의 얼굴을 힐끔 쳐다봤다.

민망하다고 하기에는 입가에 오만해 보일 정도의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정치도, 경제도 다 국가와 우리 국민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전처럼 청와대랍시고 십 첩 반상 차려 놓으면 보시는 국민들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이런 점 깊이 헤아려 주시리라 믿으며 오늘 칼국수 한 그릇 같이 하시고 청와대도, 기업도 다 같이 새로운 마음으로 정진해 보십시다.”


대통령이 칼국수를 마저 먹으라는 듯 손짓을 하자, 총수들은 다시 칼국수 그릇으로 얼굴을 돌렸다.

후루룩, 후루룩. 총수들의 칼국수를 들이키는 소리에 장단이라도 맞추는 듯 김명상이 흐뭇하게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오찬이 끝나고 대통령은 성민철과 장상구를 따로 집무실로 불렀다.

비공개 회동이었다.


“어떻게 음식은 좀 입에 맞으셨습니까?”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키려는 것일까. 헛기침만 할 뿐 좀처럼 먼저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장상구 덕분에, 성민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육수가 일반 식당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알아줘서 고맙다는 듯 대통령이 입꼬리를 올렸다.


“제가 야인시절 단골 칼국수집이 있어요. 우리 청와대 주방장이 그 집에서 비법을 좀 전수 받았습니다. 맛은 괜찮으셨습니까?”

“네, 맛도 맛이고. 정부 행사 때마다 차려져 나오는 거한 한 상이 늘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번 오찬은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한 끼 해결했습니다.”


마음에 없는 아부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김명상은 마치 커다란 치적이라도 되는 듯 입꼬리를 길게 올렸다.


“청와대부터 이렇게 소박하고, 소탈해져야 밑에 있는 부처든 기관이든 변하지 않겠습니까.”


성민철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작년에 국산 자동차 수출량이 60만대를 넘었다면서요?”


김명상이 시선을 장상구로 옮겼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장상구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네, 그중 우리 명현자동차 물량이 60% 이상입니다.”

“장철영 초대회장님께서 자동차 산업에 얼마나 공을 많이 들이셨습니까?”


장상구의 눈빛이 흔들렸다.

대통령의 입에서 장상구의 아버지, 장철영의 이름이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장철영과 명현그룹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우리 경제 발전에 전념해 주시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앞으로라도.”


이제 정치는 접고 재계로 돌아가라.

이제 막 대통령이 된 김명상은 자신의 의중을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었다.


“...네... 네,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상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뗐다.

대통령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시 고개를 돌려 시선을 성민철에게 향했다.


“KG전자 반도체도 이제는 세계시장에서 조금씩 인정받는 분위기지요?”

“아직 한 자릿수긴 하지만 세계시장에서 우리 KG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몇 년 동안 수직 상승하고 있습니다.”

“성여홍 초대회장님의 선구안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초대회장님께서 처음 반도체 산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다들 극구 만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미국과 일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요. 그런데 이제 반도체가 KG의 주력 수출 상품입니다.”

“회장님께서 지금 이 모습을 보셔야 하는데 말입니다. 안타깝게 됐습니다.”

“......”

“어떻게 차도는 좀 있으십니까?”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 대통령님.”


성민철이 자세를 고쳐 앉고 김명상을 똑바로 쳐다봤다.


“반도체와 함께 자동차 산업은 초대회장님의 오랜 꿈입니다.”


맞은편 장상구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대통령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부회장님, 숲을 보시지요. 국내 자동차 생산 기업은 지금 3개 회사로 충분합니다. KG그룹의 입장이야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경쟁은 우리 자동차 산업에 좋을 게 없습니다. 결코”

“재고해 주십시오. 대통령님.”


명현그룹과 새 대통령의 관계에 금이 갔다. 명현자동차를 앞세운 명현그룹의 위세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KG그룹에는 호재다.

성민철은 KG그룹이 자동차 산업에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이번 정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조업과 첨단 기술이 집약된 자동차 산업은 진입하기만 하면 그룹이 다시 한번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회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성민철은 지금 KG그룹의 자동차 산업에 진입하기 위한 첫 번째 벽을 넘을 기회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고 직감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했다.


“제가 역으로 제안 하나 드리겠습니다.”

“......”

“영상문화 산업은 어떻습니까?”

“네?”

“미국은 잘 만든 영화 하나로 단번에 몇억 불을 벌어들이기도 한다죠.”

“대통령님, 미국은 세계 1등 국갑니다. 미국이니깐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둘째 아드님이 그룹 영상사업단에서 근무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우리 새정부 산업 정책 기조는 자동차, 반도체를 뛰어넘는 미래 신산업에 적극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대통령님 그럼 자동차는...”


성민철의 입을 막기라도 하듯, 대통령이 이번에는 조금 더 분명하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얘긴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


“형님은 무슨 욕심이 이리 많으십니까?”


대통령 집무실을 나서자마자, 장상구가 기가 찬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성민철을 몰아붙였다.

어린 시절부터 형님, 동생하며 가까이 지내 온 사이다.

하지만 그룹 총수를 맡고 나서는 필연적인 경쟁 관계로 사사건건 갈등할 수밖에 없다.


“무슨 소리야.”

“자동차는 대통령님 말씀대로 이미 포홥니다. 포화. 반도체는 형님네가 혼자 먹고 있잖습니까.”

“반도체. 초기 투자비용이 너무 많아서 너무 위험하다고 다들 고개 저을 때, 아버지가 그 반댈 무릅쓰고 도전해서 여기까지 온 거다. 억울하면 이제라도 도전해, 반도체. 니들 처럼 치사하게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형님, 말씀 참 서운하게 하시네. 누가 방해를 한다고 그래요.”

“자동차는 우리 초대 회장님 꿈이다. 내 꿈이기도 하고.”

“하, 정말 고집도. 그러지 말고 형님, 영상문화 산업. 말이 나온 김에 KG가 한 번 개척해 보세요. 정부도 밀어준다고 하잖아요.”

“내가 바본 줄 아나!!”


성민철의 표정이 뒤틀리자, 장상구가 한발 물러났다.


“아니, 이렇게 화낼 거면서 왜 예석이는 거기로 보냈어요?”

“걔는... 예석이 걔는 거기서 실패를 제대로 겪어봐야 성장할 놈이니깐.”

“네?”

“됐다. 너하고는 더 이상 대화가 안 돼.”


성민철은 인상을 한번 북 구기고 청와대를 나섰다.


***


“언론이든 학계든 싹 다 로비를 하든, 찾아가 빌든! 왜 우리 KG그룹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어야 하는지 제대로 된 논리를 만들어 내라 그래. 청와대도 꼼짝 못할 논리 말이다!”


본사로 향하는 성민철 부회장의 벤츠 앞.

뒷좌석의 성민철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 지 흥분하며 현영관 비서실장에게 업무지시를 내리고 있다.


“부회장님 그건 이미 하고 있습니다.”

“하고 있다고?! 그런데 왜 대통령한테는 씨알도 안 먹히나!?”

“...죄송합니다. 새정부 인사들과도 접촉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니면 더이상 기회는 없다. 내 말 무슨 뜻인 줄 알지?”

“네... 그런데 부회장님. 혹시 대통령님께서 다른 말씀은 없으셨습니까?”

“우리더러 영상문화 산업 쪽을 키워 보란다.”


현영관의 입에서도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자기 정부 치적 만들어 내란 소리잖아, 결국.”

“그런 소프트한 쪽이 표를 얻는다는 도움이 되니깐 말입니다. 예전 군부와는 생각도, 방향도 아주 많이 다릅니다.”

“영상사업단, 그거 괜히 만들었어... 후. 그나저나, 예석이는 요새 어때?”

“예석군이 추천한 비디오 영화 몇 개를 수입했는데 그게 성적이 꽤 괜찮게 나오는 모양입니다.”

“그래?”

“네, 덕분에 영상사업단 적자 폭도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건 어떻게 됐나. 그 공룡이 나온다고 했나, 그 영화가.”

“네, 제목이 ‘쥬라기 공원’이라고. 올해 5월쯤으로 개봉 일정도 잡힌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본사로 가지.”

“그럼. 물산 이봉학 사장이랑 티타임은...”

“다음에 보자 그래.”

“네, 부회장님. 그럼 집무실로 모시겠습니다.”

“아니야.”

“그러면...”

“영상사업단엘 한번 가봐야겠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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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19. 스필버그, 한국오다! (1) 24.09.11 63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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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6. 여왕의 귀환(2) 24.09.08 667 9 13쪽
16 015. 여왕의 귀환(1) 24.09.07 678 9 12쪽
» 014. 대통령 김명삼 24.09.06 683 10 11쪽
14 013. 왕국이 잃어버린 조각 24.09.05 689 10 11쪽
13 012. 전쟁의 시작 24.09.04 692 9 11쪽
12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694 10 12쪽
11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704 10 11쪽
10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706 10 12쪽
9 008. 스티븐 스필버그(1) 24.08.31 719 10 11쪽
8 007. 화형식(3) 24.08.30 747 11 12쪽
7 006. 화형식(2) 24.08.29 755 11 11쪽
6 005. 화형식(1) 24.08.28 765 12 11쪽
5 004. 첫 대면 24.08.27 791 12 10쪽
4 003. 재벌집 막내 아들이 아닌 재벌집 망나니라니! 24.08.26 829 11 11쪽
3 002. 재벌집 마약쟁이 (소제목수정) 24.08.26 893 12 11쪽
2 001. 성도희가 죽었다 24.08.26 986 12 14쪽
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012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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