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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 스필버그, 한국오다 (4)

DUMMY

022. 스필버그, 한국오다 (4)


“이곳 김포공항 대합실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보기 위해 많은 영화팬들과 언론사 관계자들이 운집해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죠스, ET, 인디애나존스 등 흥행작을 만든 세계적인 영화감독입니다. 특히, 이번에 개봉하는 ‘쥬라기 공원’이 ET가 세운 흥행수익 8억달러 기록을 넘어설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한국방문은 KG그룹이 ‘쥬라기 공원’ 한국 배급권을 수입해 오면서 성사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스필버그 감독 방한을 계기로 우리 영화산업에도 변화가 기대됩니다.”


“그동안 해외 영화감독이 한국을 방문했던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거장으로 평가받는 영화감독의 방문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부는 이번 스필버그 방한이 한국 영화산업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스필버그 감독과의 면담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언론의 취재 경쟁과 스필버그를 보려고 나온 사람들로 공항 대합실이 북적였다.

성민철 부회장의 지시 때문에 KG그룹 의전팀도 입국장 앞에 도열해 있었다.

KG그룹 직원들 틈에서 입국장 게이트를 바라보는 성도희의 모습이 유독 긴장되어 보였다.


전생에서 스필버그가 한국 땅을 밟은 건 1995년이다.

1994년 성민철 부회장은 그룹 계열사인 KG 제당을 성도희 일가에게 넘겨준다.

성도희의 아버지인 성민수가 사장 직함을 달긴 했지만 그의 몸과 마음은 이미 경영을 하기엔 너무 나약해져 있었다. 그래서 경영 전면에 성도희가 나섰다.


그리고 1995년, 스필버그가 ‘드림웍스’를 창립하기 위해 투자 파트너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성도희는 과감한 결정을 한다. 드림웍스 설립 총투자금 10억달러 중 3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그 투자 때문에 스필버그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것이다. 스필버그와 드림웍스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 KG 제당이 드림웍스의 2대 주주로 아시아 지역 판권을 확보하게 되었음을 선포했다. 이것이 ‘에덴 엔터테인먼트’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그런 성도희의 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경영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어린 여자가 세상 물정 모르고 도박 같은 결정을 했다고 말이다.

1990년대로 회귀해 보니 왜 사람들이 성도희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알만했다.

멀티플렉스는 당연히 없었고, 단관 극장들의 운영방식도 주먹구구였다.

정책적으로는 사전심의제도라는 말도 안 되는 제도가 문화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었다.

영화 제작현장도 노가다판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열악했다.


“왜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내가 옆에 서 있는 스물한 살의 성도희를 빤히 쳐다보자,

성도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1995년 문화산업에 3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성도희는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앞으로 미래는 전생의 삶과 어떻게 다르게 흘러갈까.


“오, 오 나온다, 나온다.”


사람들이 웅성거림에 나도 생각을 멈추고 게이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청바지에 후드티, 야구모자를 눌러쓴 스티븐 스필버그와 필립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몇몇 사람들은 스필버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나와 성도희는 게이트를 빠져나온 스필버그와 필립 쪽으로 다가갔다.


“웰컴 투 코리아. 스필버그”


스필버그를 향해 손을 내밀자, 그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휴우, 무사히 도착했어. 그런데 이 사람들은 다 뭐야?”

“다 감독님을 보려고 온 사람들이에요.”

“와우.”


자신을 환영하는 인파에 스필버그가 손을 흔들자 곳곳에서 환호성과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


“이게 이렇게 난리를 떨 일인가.”


집무실 TV로 중계되는 스필버그 입국 장면을 보는 성민철이 입술을 쓸었다.


“비서실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네? 어떤 말씀이신지...”


TV를 향했던 현영관의 시선이 성민철에게 옮겨갔다.


“영화가 정말 상품이 될 것 같나? 반도체나 핸드폰 처럼 말이야.”

“미국이라면 몰라도, 한국에선 불가능합니다. 애들 코 묻은 돈이나 먹는 시장입니다.”

“이런 일에 대통령까지 나서는 바람에 골치 아프게 됐어.”


성민철의 입가에서 한숨이 새어 나오는 걸 확인한 현영관의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대통령의 전화에 마음이 흔들려서 영화산업에 그룹이 본격적으로 투자라도 한다면,

현영관이 성예준을 앞세워 계획하고 있던 일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민철 부회장의 생각엔 큰 변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어쩌겠나. 청와대가 직접 나섰는데. 우리도 따르는 척 생색은 내야 후한이 없지.”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반도체, 핸드폰, 전자제품처럼 영화가 상품이 되는 시대가 한국에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건 성민철에게는 일종의 신앙 같은 것이었다. 그의 눈에 제조업은 아버지 세대부터 지금까지 성실과 땀으로 쌓아 올린 견고한 탑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저 먹고 노는 일일 뿐. 그것이 돈이 된다는 말에 자존심이 상할 만도 했다.

현영관은 이런 성민철의 생각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성예석이 난리를 쳐봤자, 문화산업은 결코 KG그룹의 주력이 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아주 싹을 잘라 놔야 겠어.’


현영관의 입가에 비열한 웃음이 떠올랐다.


***


“티라노 머리가 너무 큰 거 같지 않아?”


스필버그 일행을 태운 버스가 종로 대한극장 앞에 멈춰섰다.

버스 창밖으로 자신의 영화 ‘쥬라기 공원’ 간판을 올려다보는 스필버그는 혀를 내둘렀다.

아직도 한국은 영화 간판을 직접 손으로 그린다는 사실에 한 번,

그 간판 속 티라노의 머리가 크게 그려져 뭔가 우스꽝스러워 보이는데 한 번.

그리고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 되었다는 영화관의 면면에 한 번.

스필버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와우!”


탄식인지 탄성인지 모를 외침이 스필버그 입에서 절로 튀어나왔다.

성예석은 그 외침의 의미가 충분히 짐작되었다.


“미국에 비하면 영화관 규모나 시설이 많이 작습니다.”

“왜 내 영화가 한국에서 100만을 못 넘기는지 알것 같은데.”

“공식적인 관객 수 집계는 아직 서울에 있는 극장으로 한정되어 있어요. 지방 극장까지 집계된다면 아마 100만을 넘는 영화도 있을 겁니다.”

“오 마이 갓. 필립, 들었나? 영화집계방식부터 손을 대야겠어.”


영화관 안과 밖에는 ‘쥬라기 공원’과 스필버그를 보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저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려면 멀티플렉스부터 만들어야겠는데? 혹시 KG그룹에 멀티플렉스 건설 계획은 없어?”


미국은 1970년대부터 멀티플렉스가 처음 생기기 시작해 1990년대에는 미국 전역에 수백개의 멀티플렉스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일본도 1993년 처음으로 멀티플렉스가 도입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그보다 한발 늦은 1998년 에덴엔터테인먼트의 대한민국 멀티플렉스 1호, 강변CGB가 그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건 전생의 삶에서였다.


“아마 내년이나 이듬해부터는?”


내 말에 버스에 타고 있던 성도희와 장지욱 단장이 커진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하, 희망사항입니다.”


나는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


“주문하신 파르페와 블랙 커피 나왔습니다.”


3일 동안 스필버그 일행을 데리고 서울 주요 극장들을 돌며, ‘쥬라기 공원’ 홍보 일정을 소화했다. 스필버그가 가는 곳마다 엄청난 인파들이 몰렸다. 그만큼이나 피로도 쌓였다. 4일째 되는 오늘은 잠시 숨을 고르기로 하고, 나는 성도희와 함께 카페에 왔다.

이틀 후 있을 스필버그와 대통령의 면담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파르페 참 좋아해요.”

“그러게요. 저도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제가 이 맛에 중독될 줄 몰랐네요.”


나는 아이스크림에 꽂혀 있는 막대 과자를 빼어 먹으며 성도희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스필버그의 내한도, 멀티플렉스도 전생에서는 모두 성도희가 주도했던 일이다.

지금은 산업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대한민국 문화산업을 30년 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람. 하지만 안타까운 죽음.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성도희 회장의 보고 소식을 듣고 무너졌던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성도희와 에덴엔터는 결국 KG라는 큰 그늘이 필요했다.


“걱정 마세요. 그 그늘 내가 만들어 드릴 테니!”

“네? 갑자기 무슨 그늘?”

“아, 아니에요. 흐흐. 며칠 강행군을 했더니 헛소리가 나오네요.”


멋적게 웃는 나를 갸웃 하며 쳐다보는 성도희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왜요?”


성도희의 손에는 방금 카페로 배달된 조간 신문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신문 한켠에 성도희의 표정을 굳게 한 기사가 내 눈에도 들어왔다.


- 외화에 밀린 한국 영화 고사 직전인데, 스필버그 내한으로 떠들썩.

- 외화에는 환호하고 자국 영화에는 냉담.

- 스필버그, 과거 제작한 영화에 친일 메시지 담겨.

- ‘쥬라기 공원’에 밀려 개봉도 못 하는 한국 영화 ‘끙끙’


며칠 전만 해도 스필버그 내한에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환호했던 언론들이다.


- 일본을 좋아하는 스필버그. 이번 한국방문은 왜?


특히, 영화홍보차 과거 일본을 방문 했을 때 찍은 사진을 싣고 다짜고짜 일본을 좋아하는 스필버그라는 제목의 기사는 정말 억지스러웠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요?”


성도희의 눈빛이 흔들렸다.


“짐작가는 이유가 있긴 한데...”

“뭐죠?”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은데요.”

“네, 그러면 뭐가...”

“스필버그도 이 기사를 알고 있을까요?”


***


나는 급하게 스필버그 일행이 묵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호텔 로비로 들어서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스필버그와 필립이 시선에 들어왔다.


“굿모닝, 감독님.”


나는 애써 아무 일도 없는 듯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오, 친구. 반갑네. 아름다운 한국의 아침이야.”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나를 맞아주는 걸 보니 스필버그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오늘 일정은 비워 뒀어요. 한국은 처음인데 관광도 좀 해야죠.”

“관광? 오, 기대되는데. 한국이란 나라, 나는 너무 마음에 쏙 들어. 자연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어제는 삼결살에 소주라는 걸 먹어 봤는데. 와우, 판타스틱 하던데?”

“다행이네요. 한국이 마음에 드신다니.”


덕분에 나는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런데 어쩌지? 한국인들은 나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데.”


스필버그가 한 쪽에 치워 두었던 신문을 꺼내 들었다.


“이 호텔은 통역 서비스도 훌륭하더군.”


고개를 가만히 흔드는 스필버그의 입가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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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017. 공룡이 나타났다! (1) 24.09.09 879 11 12쪽
17 016. 여왕의 귀환(2) 24.09.08 875 11 13쪽
16 015. 여왕의 귀환(1) 24.09.07 886 12 12쪽
15 014. 대통령 김명삼 24.09.06 892 13 11쪽
14 013. 왕국이 잃어버린 조각 24.09.05 901 12 11쪽
13 012. 전쟁의 시작 24.09.04 903 11 11쪽
12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909 14 12쪽
11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924 12 11쪽
10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924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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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7. 화형식(3) 24.08.30 968 14 12쪽
7 006. 화형식(2) 24.08.29 976 14 11쪽
6 005. 화형식(1) 24.08.28 987 17 11쪽
5 004. 첫 대면 24.08.27 1,020 15 10쪽
4 003. 재벌집 막내 아들이 아닌 재벌집 망나니라니! 24.08.26 1,072 15 11쪽
3 002. 재벌집 마약쟁이 (소제목수정) 24.08.26 1,151 15 11쪽
2 001. 성도희가 죽었다 24.08.26 1,277 17 14쪽
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309 18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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