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망나니는 엔터재벌이 너무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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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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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첫 대면

DUMMY

004. 첫 대면


대한민국 김포로 향하고 있는 대한항공 여객기.

성민철 회장을 비롯해 이번 해외 출장에 동행한 그룹 사장단과 참모진들을 태운 전세기다.


“한 달 만이구먼.”


성민철이 비행기 창 밖을 한동안 바라봤다.

영국, 프랑스, 이태리, 독일, 스위스. 사장단들과 유럽 전역을 돌며 세계시장의 흐름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좋은 품질과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미국과 일본산 제품들이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반면 KG 제품들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여론은 어떤 거 같나?”


성민철의 뒷자리에 앉아 있던 비서실장 현영관이 부회장의 목소리에 벌떡 일어섰다.


“네. 부회장님. 그러니깐... 여론은 우리 편입니다. 주요 일간지 모두 며칠째 부회장님 출장 소식을 일면에 다루고 있습니다. 귀국하시면 각종 경제지, TV 쪽으로 작업도 진행될 겁니다.”

“그런 거 말고.”

“네?”

“진짜 사람들 반응은 어떠냐고.”

“아, 그게 그러니깐... 부회장님이 직접 한 달 동안 해외를 순방하셨는데 당연히 긍정적..일 것이라고 사, 사료됩니다.”

“자네도 늙었구먼.”

“네?”

“아부도 할 줄 알고 말이야.”

“아부가 아니고 실제로 사람들이...”

“우리 휴대폰 말이야.”

“애니폰 말씀 이십니까?”

“그래. 애니폰. 애니폰 불량률이 10%가 넘었어. 소비자들이 KG 본사에 화염병 안 던진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그런 상황인데 이깟 한 달짜리 해외 출장에 사람들 마음이 우리 제품으로 돌아서겠냔 말이야.”

“아... 저는 그런 말씀이신 줄 모르고. 그, 그럼 본사 앞 경비를 조금 더 강화하라고...”

“지금 그런 말이 아니잖아!!”

“죄,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성민철이 목소리를 높이자 현영관이 고개를 조아렸다.

성민철의 입가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현영관, 저 친구는 조직 장악력도 좋고, 일 처리도 빠릿하지만 선구안은 모자란단 말이야. 방금처럼 가끔 말귀를 도통 못 알아들을 때도 있고.


성민철이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국내에선 대기업이라 치켜세우지만, 그의 눈에 KG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986년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는 세계 경제의 무한 경쟁 체재를 부추기고 있었고, 동구권은 몰락 중이다. 앞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건 이념이 아닌 경제 논리가 될 것이다. 내수 시장 나눠 먹기에 급급했던 시절과 이제는 작별해야 한다.

세계화. 이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받아들여야 살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제아무리 KG라 해도 결국 서서히 몰락해 갈 것이다.


세계적인 변화와 흐름, KG가 당면한 현실. 이런 것들을 냉정하고 분석하고 빠르고 과감하게 대응하는 능력. 한발 앞서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두뇌. 성민철은 자신의 옆에, KG그룹에 이제는 이런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KG그룹 최고 브레인이어야 오를 수 있다는 비서실장이 저 모양이니.


“그런데 부회장님.”


현영관이 어느새 성민철 옆으로 와 허리를 굽혀 속삭이듯 말했다. 남이 들으면 안 되는 사적인 이야기라는 뜻이다.


“예석군, 말입니다.”


둘째 아들이 이름이 나오자 성민철의 입가 주름이 깊어졌다.


“뭔데.”

“퇴원했답니다.”

“그래? 뭐... 다행이군...다행이야.”


둘째 아들, 예석이 뇌진탕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해외에서 전해 들었다.

상세한 이유를 물었지만, 실수로 발을 헛디딘 거 같다며 말을 아꼈다.

밤새 술을 마시다가 사고를 당했거나, 아니면 최근에 손대기 시작했다던 마약 때문에 일어난 사고일 수도 있겠다고 성민철은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네. 천만다행입니다. 부회장님.”

“그런데 말입니다.”

“비서실장.”

“네, 부회장님.”

“제발 이런 이야기는 뜸 들이지 말고, 한 번에 이야길 해. 육하원칙 모르나?”

“아, 네. 죄송합니다. 그러니깐 예석군이 오늘 퇴원했고 바로 병원에서 공항으로 가겠다고 했답니다.”

“공항에? 왜?”

“아... 그러니깐 그게... 정확한 이유는 저도 잘. 일단 동행한 비서실 직원에게 언론에는 노출되지 않도록 당부해 뒀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성민철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떨렸다. 가정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놈이 수십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 총수라니. 비서실장의 입에서, 어쩌다 망나니 소리까지 듣는 둘째 아들 이야기가 오르내릴 때마다 민망함과 자괴감을 느낀다.


-우리 비행기는 이제 김포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그런 성민철의 괴로운 마음엔 아랑곳없이 비행기는 한국 땅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


“이번 유럽 출장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입니까?”

“이번 출장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변화를 꼽으셨는데, 앞으로 KG그룹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실 생각이십니까?”

“귀국하시고 다음 일정은 뭡니까?”

“KG 제품 품질 논란은 어떻게 해결해 나갈 생각이십니까?”

“유럽 시장에서 우리 한국제품의 위상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성민철이 입국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내자, 카메라 플래시와 함께 기자들이 질문 세례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몇 걸음 걸어 나오던 성민철이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기자들도 질문을 멈췄고, 뒤따르던 사장단과 참모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성민철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다.


“세계 일류!”


미제와 일제를 최고로 치던 시절.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는 생소하고 파격적이었다.

효과도 즉각적이었다. 성민철의 발언을 메모할 준비를 하던 기자들이 일제히 펜대를 멈추고 성민철을 쳐다봤다.


“앞으로 KG그룹은 세계 일류 기업으로 탈바꿈할 겁니다.”


그러고는 성민철은 주위를 한번 둘러봤다. 경호팀 직원들 옆으로 아내 유희라와 첫째 아들 성예준의 모습이 보였다. 성민철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번 더 시선을 주욱 옆으로 돌렸다. 대략 백 미터쯤 되어 보였다. 둘째 아들, 성예석이 우두커니 서 있는 곳과 자신이 서 있는 출국 게이트와의 거리가.


“이만 가지.”


둘째 아들을 확인한 성민철이 낮고 짧은 지시를 내리자, 경호원들이 우르르 성민철 주위를 감쌌다.


***


‘나를 봤다!’


기자들에 둘러싸인 성민철 부회장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무의식적인 행동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나는 분명히 느꼈다. 누군가 찾고 있다고. 그리고 아주 잠깐, 분명 그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고 경호원들의 가드를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망나니지만 어쨌든, 아들이다. 신경이 안 쓰일 리 없겠지.’


나는 힐끔 유철규를 쳐다봤다.


‘예상대로야. 유철규 팀장이 윗선에 보고했겠지.’


재벌 2세 혹은 3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윗선에 보고하는 그룹의 평직원. 영화나 드라마에 쌔고 쌘 클리셰다. 비서실에서 유철규를 나에게 보냈을 땐 그가 해야 할 업무는 단순히 내 수발을 드는 일은 아니었겠지. 병원에서 사무실로 돌아간 유철규는 KG그룹 둘째 아들 성예석이 한 말과 행동을 시간대별로 정리해서 윗선에 보고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예상했던 바이긴 하다. 그런데 그걸 실제로 확인하니 소름이 좀 돋긴 하는데?


“유철규 팀장님.”

“네?”

“어디까지 보고 하셨어요?”

“...네에?”

“저에 관한 이야기요. 아버지는 제가 퇴원하고 공항에 나와 있는 것까진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


유철규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망나니 성예석 앞에서 원래 저 표정이 일상이었겠지? 안절부절못하는 그가 안쓰러워질 정도다.


“아, 아니. 그러니깐 도련님 그게...”

“당황 안 하셔도 돼요.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예요.”

“네?”

“아버지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해서요. 제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알고 계시기라도 하면 얼마나 걱정이 많겠어요.”

“그, 그건... 처음에 살짝 기억상실 증세가 있다고 보고하긴 했는데, 이후에 회복되었다고 보고 했습니다.”


순순히 실토하는 유철규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러려고 이런 건 아닌데.

나는 그저 성민철 부회장이 둘째 아들에 대해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 혹시라도 정신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됐다면, 내 계획도 수정되어야 하니깐.


“유 팀장님.”

“네...”

“고맙습니다.”

“네?”

“그동안 병원에서 저 돌봐주셔서요. 그리고 KG 그룹 직원으로서 맡은 업무도 성실히 해주셔서요.”


유철규가 눈을 끔뻑이며 내 얼굴을 쳐다봤다.


“이전에 망나니 성예석이 아니라, KG 그룹 둘째 아들로서 하는 말이에요. 팀장님은 해야 할 일을 하신 거예요. 그것도 아주 열심히. 성공적으로요.”


금방이라도 굵은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던 유철규가 이제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도련님.”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한팀으로 일해보고 싶네요. 팀장님이랑.”

“네..네?”


유철규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렇게 커진 눈에서 그의 눈알이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아직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지. 아직 유철규에겐 망나니 재벌 3세 성예석일 뿐이니깐.


“흠. 아버지한테 눈도장은 찍었으니,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할 텐데...”


나는 여전히 유철규가 이해 못 할 말들을 쏟아냈다. 그 순간.


“예석군.”


말쑥하게 차려 입은 중년 남성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누구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


“시, 실장님. 안녕하십니까.”


유철규가 90도로 인사를 한 덕에 조금 전까지 출국 게이트 앞에서 성민철 부회장 옆을 지키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비서실장 현영관이다!


“실장님, 오랜만입니다.”


나는 옅은 미소를 띤 채 현영관의 얼굴을 쳐다봤다.


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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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2. 전쟁의 시작 24.09.04 690 9 11쪽
12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694 10 12쪽
11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704 10 11쪽
10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70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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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011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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