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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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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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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스필버그, 한국오다 (2)

DUMMY

20. 스필버그, 한국오다 (2)


“주문하신 파르페, 블랙커피 나왔습니다.”


종로 일대 극장을 돌고 나서 성예석과 성도희는 더위도 식힐 겸 카페를 찾았다.


“파르페 참 좋아하세요.”

“나도 이 파르페 맛에 중독될지 몰랐어. 나도 한 땐 얼죽아였는데.”

“얼죽아가 뭐에요?”

“아... 뭐... 그게 그런 게 있어. 하하하.”


성도희는 파르페의 막대과자를 꺼내 먹는 예석을 쳐다보며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쥬라기 공원’ 개봉이 몇 주 앞으로 다가왔다.

‘그림자 홍보’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시들해지고 있다.

성도희는 머리가 복잡했다.


‘만약 영화사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면 전폭 지원할 거다.’

‘영상사업단을 곧 없앨 생각이다.’

‘처음부터 무리한 목표였다. 예석이는 그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거야.’


며칠 전 작은 아버지이자 KG그룹 부회장인 성민철과 나눈 대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성민철이 확언한 것처럼 ‘쥬라기 공원’이 200만명 관객을 기록하지 못한다면, 영상사업단은 KG그룹에서 정말 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성예석의 표정은 여유가 넘쳐 보였다. 자신있다는 걸까? 아니면, 재벌3세라는 신분 때문에 실패를 가볍게 여기는 걸까?


“200만은 무리일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아무래도.”


성도희는 결국 볼멘소리를 냈다.


“이제 와서 약한 소리?”

“미국 영화 시장하고는 차이가 크네요. 한국은. 직접 와서 부딪혀 보니 이제 현실을 좀 알 것 같아요.”

“답답하지?”


성예석은 성도희의 표정을 살폈다.

한국보다 수십 년은 앞서 있는 미국 문화산업 시스템을 과감하게 한국에 도입해 ‘에덴 엔터테인먼트’를 세계적인 문화기업으로 키운 장본인이다. 그녀가 답답해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네. 지금보다 상영관이 2배는 더 많아야 될 것 같아요. 이백만은. 아니면...”

“아니면?”

“‘쥬라기 공원’이 신문 1면에 날 만한 사건이 생기든가요.”


그 때, 테이블 위에 성예석의 ‘애니폰’이 울렸다.


“여보세요?....네...네!??...정말요?....알았습니다. 바로 들어갈게요.”


‘애니폰’을 내려 놓은 성예석이 잠시 멍하니 성도희를 쳐다봤다.


“무슨 일이에요?”

“신문 1면. 나오겠는데, 어쩌면?”

“네?”

“스필버그가 한국에 온대.”


***


“도대체 그 코쟁이 영화감독한테 뒷돈으로 얼마를 쥐여준 거야?”


KG 본사 근처 골목, 허름한 중국집.

손님들이 한 차례 빠져나간 식당 안에 현영관과 유철규가 자장면을 서로 앞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계약금 외에 오고 간 돈은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은요.”


비서실 직원 유철규가 성예석을 전담하고 나서 때때로 그에 대한 보고를 받긴 했다.

일 년 전만 하더라도 이 재벌가 둘째가 어떤 사고를 쳤는지, 그걸 어떻게 처리했는지가 주요한 보고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성예석은 현영관의 관심 밖 사항이었다. 현영관의 입장에선 쓰잘데기 없고, 영양가도 없는 보고로 여겼다. 그래서 유철규의 보고는 분기별 한두 번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철규를 불러내는 일이 잦아졌다.

자신이 줄을 댄 성예준이 하도 우는 소릴 많이 해서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이제는 현영관 그도 조금씩 성예석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받은 보고는 현영관 스스로에게도 놀라운 것이었다.


“그런 세계적인 거물을 움직이는데 돈 한 푼들이질 않았다? 확실해?”


유철규를 쳐다보는 현영관이 눈이 가늘어졌다.


“이번 영화 홍보 방식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 후르륵.


현영관이 자장면을 크게 떠서 입안으로 욱여넣었다.


우걱, 우걱. 자장면을 씹으며 현영관은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몇 주전 그림자 홍보로 신문 구석에 짤막하게 기사 한 줄 실리고, 가십거리로 방송에 소개 된 것만으로도 흡족해하던 부회장이었다. 반면, 성예준은 지랄 지랄을 떨었고.


하지만 이번엔 신문 1면, 대서특필 감이다.

게다가 스필버그의 방한 일정이 미래산업 TF 발족과 겹친다.

아무래도 이번엔 몇 배로 골치 아프게 생겼다.


“그거 뭐 어떻게 일정을 좀 뒤로 미루거나 할 수 없겠나?”

“네?”

“한 이주 정도만이라도.”

“그게 우리 영화가 이미 개봉 날짜도 정해졌고 말입니다.”

“우리?”


순간, 현영관의 눈에서 화르륵 짧게 불이 타올랐다.


“왜? 영상사업단에 벌써 소속감이라도 느끼나보지?”

“아니, 그게 아니라...”


현영관의 날카로운 눈빛에 유철규는 말끝을 흐렸다.


“처신 잘하라고. 이 KG에서 몇 년 하다 말 거 아니잖아?”

“......”

“영상사업단 해체되면 내가 잘 챙겨 줄 테니깐 딴생각하지 마라.”

“네, 알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성예석은 뭘 하고 있어?”

“기자들 만난다고 나갔습니다.”

“하... 어떻게 손 써볼 틈도 주질 않는구만. 씁.”


***


- 세계적 거장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방한 결정!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홍보 위해 한국 방문. 아시아에서 유일!

- 천재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한국을 찾는 이유.

- ET, 스필버그 감독, 대한민국에 손가락을 뻗다.

- 스필버그는 일본이 아니라 한국을 선택했다!


다음날,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일간지 1면이 스필버그의 한국 방문 소식으로 채워졌다.


“무슨 일을 이딴 식으로 하는 거야! 씨...”


성예준은 거의 욕설이 튀어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아냈다.

자기 앞에 서 있는 자기 자신보다 나이가 두 배는 더 많은 현영관 비서실장이기 때문이었다.

현영관도 자기 앞에 서 반말을 내뱉는 이 어린놈의 뺨을 올려붙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부회장의 아들이기에 참을 수밖에 없다.


“이미 벌어진 일, 흥분한다고 해결될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성예석, 이 새끼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호언장담한 게 누구죠?”

“제 탓을 하고 싶은 겁니까?”

“미래산업 TF, 이게 신문지상에 올랐던 적이나 있습니까? 그런데 성예석 이 새끼는 이번이 두 번쨉니다. 벌써.”

“신문에 오르내린다고 성공할 일이라면 수십 번도 했겠지!”


어린애처럼 칭얼대는 성예준에 인내심을 잃어가던 현영관이 결국 목소리를 높였다.

성예준도 그제서야 어쩔 수 없이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감독, 순전한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는 거야. 영화쟁이들이 하는 결정들이 대게 그렇게 감정적이고 충독적이라고.”

“도대체 뒷돈으로 얼마를 찔러 넣어 줬답니까?”

“......”

“설마 그것도 아직 파악이 안 된 겁니까?”

“뒷돈 같은 건 없었답니다.”

“뭐?”


현영관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계속되는 성예준의 반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인집 개라도 시끄럽게 짖으면 단도리를 해야 하는 법이다.

현영관은 자신의 얼굴을 성예준에게 바싹 들이밀었다.


“왜? 돈 좀 있으니깐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밖에 안보여?”

“뭐하는 거.. 겁니까?”

“생각잘해. 부회장님이 누구 말을 더 신뢰하고, 누구 말을 더 들을지.”

“비서실장님!”

“그래, 나. 비서실장! 내 말을 더 듣겠지. 그러니깐 앞으로 내 직함뒤에 님자! 꼭 붙이라고,”

“......”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지금 나, 비서실장이 너, 성예준을 돕고 있는 거라고!”


현영관이 으르렁 거리자, 하룻강아지 성예준은 결국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


장지욱은 가지런히 모았던 손을 풀어, 허벅지를 꼬집었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기 때문이다.


부회장 집무실. 부회장의 호출도, 그와의 독대도 KG 입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호출의 이유는 분명했다. 그의 테이블 위에 스필버그 방한을 1면에 다룬 일간지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기 때문에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 장지욱 단장. 고생하는데 개인적으로 밥 한 끼 같지 못 했네.”

“아, 아닙니다. 항상 신경 써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흠, 그래. 내가 보자고 한 이유는 대충 짐작하고 있겠지?”

“네. 그 스필버그 감독 방한 관련해서···.”

“그래. 실은 내가 영화 쪽으로 그렇게 전문가가 아니야. 평소 관심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

“그런데 이번 건은 부회장인 내가 직접 신경을 써야 할 사안인 것 같아서 말이야. 장 단장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어서 불렀네.”

“아...네.”

“그래, 이 스필버그. 대단한 감독인 건 알겠는데 이 사람이 한국에 오는 이유가 뭔가?”

“그러니깐 우선은 ‘쥬라기 공원’ 홍보가 주된 목적입니다. 한국의 홍보 방식에 흥미를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장 단장. 그건 이미 보고를 받았어. 내가 묻고 싶은 건 말이야. 이 자의 방문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 경중을 알고 싶은 거란 말일세. 내 말은.”

“......”

“그러니깐 예를 들자면... 외국 자동차 회사에서 온 임원들과 스필버그. 둘 중 하나만 만나야 한다면 말이야.”


장지욱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부회장은 스필버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경제 쪽으로 사리가 밝지 않기에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 때, 문이 열리고 현영관이 들어왔다.


“오, 그래. 마침 잘 왔네. 비서실장.”


현영관은 부회장 집무실에 서 있는 장지욱을 발견하자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리고 바로 어떤 상황인지 정리가 되었다.


“부회장님, 지금은 미래산업 TF, 그리고 르노 자동차 방문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영화는 이미 개봉일이 정해졌고, TF 발족일은 좀 늦춰도 되는 거 아닌가?”

“영화 감독 하나 때문에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흠, 그래?”


성민철이 장지욱을 쳐다봤다. 현영관의 말에 동의하냐는 눈빛이었다.


“부회장님, 지금 말씀하시는 TF가 정확히 어떤 건지 제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스필버그 감독 방한은 역사적인 일입니다.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일이고요.”

“이봐, 장 단장. 그건 당신 사적인 생각이지. 그룹 전체를 생각하면서 이야길 해. 여기가 어딘지 모르나?”


성민철과 현영관 사이에서 장지욱은 목이 타들어 갔다.

하지만 자신을 잡아먹기라도 할 듯한 현영관의 매서운 눈빛에 장지욱은 그저 입술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부회장님, 이건 고민하실 필요도 없는 사안입니다. 르노 자동차에서도...”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대화가 끊겼다. 그러자 현영관은 노크를 하고 들어온 비서실 여직원을 향해 매서운 눈빛을 옮겼다.


“뭐야! 지금 중요한 보고 드리는 거 안보여!”

“그게 아니라, 부회장님... 전화가 와서...”

“메모 남기라고 하면 되잖아!”

“그러니깐 그게...”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 여직원이 숨을 한 번 깊이 들이켰다.


“청와대에서 온 전홥니다.”

“뭐?”

“5분후 대통령께서 직접 부회장님과 통화 하기 원하십니다.”


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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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2. 전쟁의 시작 24.09.04 692 9 11쪽
12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694 10 12쪽
11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704 10 11쪽
10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70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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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03. 재벌집 막내 아들이 아닌 재벌집 망나니라니! 24.08.26 830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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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015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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