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망나니는 엔터재벌이 너무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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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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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재벌집 막내 아들이 아닌 재벌집 망나니라니!

DUMMY

003. 재벌집 막내 아들이 아닌 재벌집 망나니라니!


“여기가 어디죠?”


처음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내 눈앞에 있던 사람이 유철규 팀장이었다.


“병원입니다. 도련님.”


도련님이란 소리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40대 중반의 구지혁이 아닌 갓 스무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도련님, 댁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머리를 다치셨습니다.”

“도련님?”

“네, 도련님.”

“제가 도련님이라고요?”

“네, KG그룹 성여홍 회장님 손자이시자, 성민철 부회장님 아드님이신데...”


KG그룹이라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성도희 회장 또한 KG그룹 성여홍의 손녀 아니었던가.

게다가 내가 성민철 부회장의 아들이라고? 그렇다면!


“그럼 나는... 성예준?!!”


KG그룹 초대 회장 성여홍, 2대 회장 성민철. 그리고 2018년 3대 회장에 오른 성예준.

창업주 할아버지 성여홍과 아버지 성민철이 닦아 둔 기반 위에서 KG그룹을 마침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시킨 인물. 내가 그 성예준이라고?


“아니요. 도련님은 성예준 도련님 동생이자 성민철 회장님 둘째 아들 성예석 도련님이십니다.”


기쁨과 설렘도 잠시. 성예준이 아니라 성예석이란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성예석? 얘는 듣보잡인데? 성예준 회장한테 동생이 있었나?


- KG그룹 차남, 성예석. 마약 밀반입 혐의로 필리핀 공안당국에 검거 -


전생의 기억을 한창 되짚어 보니 2,000년도쯤 신문 일 면을 화려하게 장식한 KG그룹 차남 성예석에 대한 기사가 희미하게나마 떠올랐다. 나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내 새로운 삶의 제목이 ‘재벌집 막내 아들’에서 ‘재벌집 망나니’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도련님, 혹시 기억이 안 나세요?”


유철규는 내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걸 이용하기로 했다.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이 망나니, 성예석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 몸에 대해 알아가는 게 우선이다.


“충격 때문인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제 이야길 좀 들려줄 수 있어요?”


1992년, 그리고 재벌집 망나니 성예석.

환생, 빙의, 다중우주... 무엇이 되었건, 어쨌거나 내 두 번째 인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


1992년 10월 28일의 아침이 밝았다.

‘휴거사건’으로 떠들썩했던 밤은 지나가고 평범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내가 성예석의 몸에 들어온 지도, 이 병원 특실에 입원한 지도 이제 8일째가 되어간다.


하루의 시작은 유철규가 가져다주는 신문을 정독하는 것이었다.


신문 속 1992년은 그야말로 변화와 역동이었다.

7%에 육박하는 경제 성장률. 군사 독재는 종식되었고, 노태호 정부는 중국, 구소련, 동유럽 등 사회주의 국가와 수교를 맺는 북방외교를 추진 중이었다.

문화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해야 하나? 최민수, 안성기, 독고영재 같은 청춘스타들을 내세운 로맨스나 코미디 영화가 한창 제작되고 있었다. 관객 수는 50만쯤 들면 초대박을 쳤다고 하는 수준. 이것도 서울관객 기준으로, 전국 관객수를 집계하는 방식은 만들어지지도 않았던 시기다.


“자, 어디까지 했었죠?”


나는 신문을 내려놓고, 유철규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젠 이 스물세 살, 재벌집 망나니 성예석에 대해 알아갈 차례다.


“네, 도련님 학창 시절까지 했습니다.”


유철규. 20대 초반에 KG그룹에 입사한 그에게 맡겨진 업무는 성여홍 회장의 잡다한 집안일이었다고 한다. 청소는 물론 장보기, 마당에 난 잡초 뽑기, 강아지 산책까지. 그중에 가장 진절머리가 났던 게 망나니 성예석이 친 사고를 수습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음주, 절도, 무면허 운전... 얼마나 많은 사고를 쳤는지 그걸 듣는 데만 4일이 걸렸다.


“도련님 열여덟 살 때 학교 교장 선생님 뺨을 때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사표를 낼 뻔했었죠.”


성예석. 이 새끼, 들으면 들을수록 용서가 안 되는 놈이네.


“그런데요, 팀장님. 성민철, 아니 아버지는 왜 이런 망나니를 가만히 뒀을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니, 그게 그러니깐...”

“편하게 얘기하셔도 돼요. 뭐든 알아야 기억이 회복되지 않을까요?”

“도련님이 한창 방황하던 시기에 부회장님이 바쁘셨어요. 성여홍 회장님이 쓰러지셔서 그룹을 이끌어야 될 입장이셨거든요.”


1989년, 성여홍 창업주가 뇌출혈로 쓰러진다. 그리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룹 부회장 성민철이 회장직을 대행하며 KG그룹을 이끌고 있다.

최근, 성민철은 ‘신경영’을 선언했다. 내수 시장에 머물러 있던 KG를 수출 주도의 글로벌 기업으로 체질을 변화시키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덕분에 아직도 한 달이 넘게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망나니 아들이 입원해 있다는 소식은 들었을까?


“다른 가족들은요? 어머니나 형은요? 아니 가족이란 사람들이 어떻게 아들이 입원했는데 병원에 코빼기도 안 보일 수 있죠?”

“...그게...”

“괜찮아요, 말해보세요.”

“그동안 도련님이 하신 일을 생각하면...”

“아...”

“도련님 가족들도 상처를 많이 받으셨습니다.”


성예석 이 새끼, 도대체 그동안 어떤 삶을 산 거냐. 가족들도 학을 뗐을 정도라니.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혹시... 성도희는요?”


내가 1992년, 성예석의 몸에 빙의한 이유일지도 모르는 사람. 성도희. 얼추 계산해보니 지금이면 스무살 정도 됐으려나?


“사촌 동생은 갑자기 왜... 그러고보니깐 이제 좀 기억이 돌아오시는 것 같네요. 도련님은 성민수 전 사장님 쪽이랑은 거의 교류도 없었는데 그게 기억이 나시는 걸 보면.”

“그러게요. 큰 아버지가 할아버지한테 큰 잘못을 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성여홍 회장님과 의절한 이후로 성민수 전 사장님은 미국으로 건너가서 두문불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선대 회장님께서 손녀딸인 성도희 만큼은 이뻐하셨어요. 성인이 돼서 하고 싶은게 있다고 하면 잘 챙기라고 말씀하신 게 그나마 그쪽 집안엔 다행스러운 일이죠.”

“한국에 올 일은 없대요?”

“글쎄요. 선대 회장님 말씀도 있고 해서 한국에서 뭐든 한다면 물밑에서 지원하겠지만 아마 KG그룹 안으로 들어오진 못할 겁니다.”

“왜요? 성도희는 잘못이 없잖아요.”

“뭐... 원죄 같은 거죠. 성민수 전 사장님이 선대 회장님 배신한 사건은 아직도 사람들 안줏거리니깐요.”


결국 이 ‘원죄’ 때문에 에덴 엔터테인먼트는 KG그룹의 그늘 밑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성도희 회장 죽음의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아직 성도희는 미국에 머물고 있고, 에덴 엔터테인먼트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이 성도희와 에덴 엔터의 운명을 바꿀 기회일 지도 모른다.


“내일이라고 했죠? 아버지 귀국이.”

“네.”

“퇴원해야겠어요.”

“네? 아직은 무립니다. 그런데 왜?”

“나가봐야죠. 공항에.”

“네!?”


****


“바꿔봐! 마누라랑 자식 빼고는 다 바꿔! 지금 바꾸지 않으면 절대 세계 일류가 될 수 없어.”


김포국제공항. 대합실 TV에서 성민철 회장이 독일 어느 호텔에 KG그룹 계열사 사장단들을 모아 두고 했던, 이른바 ‘신경영’ 발언들이 송출되고 있었다.


“씁. 세탁기나 제대로 만들라고 해. 어제 우리집 KG 세탁기 또 고장 났다고.”

“저 이야길 왜 독일까지 가서 해. 돈이 남아도나?”

“KG가 한국에서나 대기업이지. 쏘니나 미쓰비 같은 일본 기업 따라가려다가 가랑이 찢어질걸?”

“KG는 그냥 싼 맛에 사는 거지. 하늘이 무너져도 일제나 미제가 최고야.”


나와 유철규는 사람들 틈에 끼어 잠잠히 TV 화면을 쳐다봤다. 하지만 신경은 온통 사람들이 쏟아내는 이야기에 쏠려 있었다. 대부분 성민철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고개를 흔드는 분위기였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KG를 비롯한 한국산 전자제품들이 세계에서 받는 취급은 싸구려 저가 상품이었다.


‘2025년에 KG 마크가 달린 상품들이 세계에서 받는 대우를 안다면 다들 눈이 휘둥그레질걸?’


미래 일을 알 턱이 없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내 입에서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버지한테 얘기해드려야겠네요. KG 제품이 사람들 신뢰를 얻으려면 좀 더 자극적인 이벤트가 필요하겠어요.”

“도련님, 지금이라도 돌아가시는 게...”


반면, 공항에 나와 동행한 유철규는 아까부터 어쩔 줄 몰라 하며 자꾸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이미 출국장 주변엔 귀국하는 성민철 부회장과 그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KG그룹 관계자들 과 기자단들이 도열 해 있었다.

하지만 공항에 나가 아버지, 성민철을 맞이하겠다는 나를 유철규는 극구 만류했다.


“왜요? 약쟁이로 소문난 둘째 아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 짠하고 나타나면?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을 것 같아서요?”

“아니, 그게아니라...”

“언론의 관심도 부회장님 출장 결과물이 아니라 망나니 아들에게 쏟아질 거고, 그러면 주가도 떨어질 거고...”

“잘 아시면서 굳이...”

“지금 KG전자 주식이 얼마죠?”

“주식이요? 1,550원쯤 할 겁니다.”

“팀장님.”

“네?”

“앞으로 KG 주식 이라면 무조건 사고 보세요.”

“네?”


유철규 팀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망나니가 갑자기 웬 헛소리지 하겠지. 당연히 아직 날 믿지 못할 거다. 하지만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엄청난 변화들을.


“사모님이랑 첫째 도련님도 오셨습니다.”


출국장 쪽을 주시하던 유철규가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성민철의 아내이자 나의 어머니, 유희라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성예준. 나의 형.

성예석, 이 자식이 약에 손만 안 댔다면 아마 성예준과 나란히 저 무리 속에 속해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초라하게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잠시 후.


출국장 게이트가 열리며 성민철, KG그룹 부회장. 그리고 나의 아버지가 계열사 사장단들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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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2. 전쟁의 시작 24.09.04 690 9 11쪽
12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692 10 12쪽
11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701 10 11쪽
10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702 10 12쪽
9 008. 스티븐 스필버그(1) 24.08.31 717 10 11쪽
8 007. 화형식(3) 24.08.30 742 11 12쪽
7 006. 화형식(2) 24.08.29 749 11 11쪽
6 005. 화형식(1) 24.08.28 764 12 11쪽
5 004. 첫 대면 24.08.27 789 12 10쪽
» 003. 재벌집 막내 아들이 아닌 재벌집 망나니라니! 24.08.26 827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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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01. 성도희가 죽었다 24.08.26 984 12 14쪽
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010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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