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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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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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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스티븐 스필버그(3)

DUMMY

010. 스티븐 스필버그(3)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올해의 작품상은 지하의 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다는 건, 그 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은 영화라는 걸 인정 받는 다는 것이었다. 2020년, 아카데미의 주인공은 한국 영화, 에덴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지하의 기생충’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쿠엔틴 타란티노, 줄리아 로버츠, 앤 헤서웨이, 크리스찬 베일...

LA 돌비 극장에 모인 기라성 같은 감독과 배우들이 기립 박수를 받으며, ‘지하의 기생충’ 배우와 감독, 관계자들 모두가 함께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들 모두 하나같이 성도희 회장의 등을 밀었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이르지 못할 꿈이었단 걸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30년 전부터 저는 이 순간을 꿈꿔 왔습니다. 그 꿈이 오늘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해준 에덴의 모든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전합니다.”


에덴의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은?

잠시라도 머뭇거리며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2020년 ‘지하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쥔 그 날.


특히, 감독상에 이어 작품상까지 들어 올렸던 그 순간. 그 순간만큼은 배우나 감독이 아닌 에덴 엔터테인먼트, 낙원의 주인이라 불렸던 성도희가 가장 반짝 반짝 빛나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성도희의 가장 어두웠던 과거와 만나게 되었던 것도 그날, LA에서 였다.


아카데미 4관왕 수상 후 이어진 파티.

새벽 3시가 넘어가기 시작하면서야 파티의 열기는 조금씩 식어가기 시작했다.


“기분이 어때요?”


나는 파티장에 홀로 앉아 있던 성도희에게 다가갔다.


“글쎄, 이게 꿈이면 어쩌지 하는 마음?”

“우리가 할리우드에서 주인공이 됐어요. 할리우드 영화 수입해 오려고 미국놈들한테 굽신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주 코를 납작하게 해줬어.”

“축하해요. 정신이 없어서 정식으로 축하도 못 했네요.”

“고마워, 지혁씨.”


순간, 성도희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뭐에요? 감동한 거예요? 울 거면 아까 수상할 때 울지.”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나이 먹으니 주책이네.”

“옛날 생각요?”

“8살 때쯤? 그때 알게 됐어. 아버지가 쫓겨나듯이 미국으로 오게 됐다는 걸.”


잠시 감정을 가라앉힌 성도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할아버질 배신하고 미국으로 쫓겨난 게 내가 태어났던 해였대. 아버지가 그러시더라. 할아버지가 자기는 미워해도 손녀인 너는 끔찍하게 생각한다고. 여기 미국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꾹 견디고 성인이 돼서 한국으로 건너가면 할아버지가 너는 받아줄 거라고.”


잔에 반쯤 남아 있던 샴페인을 들이킨 성도희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람들은 내가 KG그룹 일가니깐 미국에서도 호화롭게 살았을 거라고 쉽게 생각들 하더라고. 그런데 아니야. 인종차별은 당연한 것이었고... 참기 힘들었던 건 오히려 교포들이야. 재벌가에서 쫓겨서 미국으로 건너왔으니 정말 좋은 안줏거리였겠지. 마약을 한다느니, 정신병에 걸렸느니, 한국으로 절대 못 돌아간다느니···. 온갖 루머를 만들어 내서 뒤에서 지들끼리 수군거리더라. 덕분에 그때 잠깐 대인기피증도 겪었었지.”

“힘들었겠네요. 몰랐어요. 그렇게 힘들었을지는...”

“뉴욕 프라자호텔 맞은편에 센트럴파크 21번 출입구가 있어. 거기서 연못을 끼고 5분쯤 들어가다 보면 나무가 우거진 좁은 오솔길이 하나 나오거든. 그 길을 따라서 또 5분쯤 들어가면 작은 음수대가 나와. 매일 10시에 나는 거기서 물을 마셨어.”

“......”


처음엔 성도희가 취해서 아무 말이나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가만히 그녀의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왜 그래야 했는지 알아? 나도 평범한 뉴요커들처럼 센트럴파크에서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싶었거든. 하지만 사람들이랑 마주치는 건 두려웠어. 그래서 남들은 다 출근하는 시간, 9시쯤 돼서야 나는 센트럴파크로 향했지. 그러다가 찾아낸 곳이 그 음수대야. 10시쯤 거기로 가면 아무도 없거든. 아무도... 신기하지?”


***


2020년. 에덴 엔터테인먼트가 ‘지하의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던 날.

내 기억 속에는 성도희의 수상소감보다 그녀가 사람들을 피해 물을 마시러 왔다던 센트럴파크의 어느 음수대 이야기가 더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1992년 11월의 어느 날. 나는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센트럴파크를 헤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눈앞에 그녀가 이야기했던 음수대가 나타났다. 스무 살의 젊고 싱그러운 성도희와 함께.

꿈을 꾸는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나는 잠시 얼어붙은 것 처럼 멍하니 음수대 앞으로 다가와 물을 마시는 성도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네요.”

꿈에서 나를 깨운 건, 두려움과 적대감이 섞인 스무살 성도희의 목소리였다.


“이 시간에 여기에서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거든요. 그것도 동양사람을.”

“......”

“우연이라면 다행이고, 그게 아니라면...”

“안심해요. 강도나 변태는 아니니깐.”

“한국...사람이에요?”

“딱 봐도 그렇지 않나요? 그리고 그쪽보다 내가 먼저 여기에 있었던 것 같은데.”

“누가 뭐라고 했나요?”

“아니에요. 그냥 그렇다고요. 성도희씨.”

“내 이름을 어떻게!? 당신 누구야.”


놀란 그녀가 뒷걸음질 쳤다.


“아니, 놀라지 말아요. 성예석 입니다.”

“성..예석?”

“네, 아마 사촌지간일걸요? 우리.”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의심하는 걸까?


“8살 때 할아버지 본다고 한국에 왔을 때 잠깐 스치듯 본 적 있어요.”

“기억력이 좋네요.”

“최근엔 한국 경제지에서 본 것 같네요.”

“내가 경제지에 나왔다고요?”

“KG그룹 차남이 마약에까지 손을 댄다고···.”

“그건, 그건 말이죠. 언론이 하는 이야길 다 믿나 봐요. 순진하시네.”

“뉴욕 한복판에 나만 알고 있는 비밀장소에 갑자기 나타난 한국 남자의 말을 믿는 것보단 낫겠죠.”

“어떻게 하면 내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흠. 맨해튼 아트 스쿨 조기졸업, 지금은 뉴욕대 영화연출 전공 중일 테고...”

“!! 뒷조사를 하셨네요.”


그녀의 입술에서 얕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대단하네요. KG그룹. 그래요, 이제 믿겠어요. 날 찾아온 이유가 뭐죠? 죄인을 감시하러? 안심해요. 여기서 반역 같은 거 모의하고 있지 않으니깐.”

“감시? 아니요. 나는 기회를 주려고 당신을 찾아왔어요.”

“기회? 이봐요. 성예석 도련님. 이제 스물세 살 아니신가요?”

“네. 왜요. 나이가 문제가 됩니까?”

“누구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나이는 아니죠. 아무리 재벌 3세라고 해도.”

“나이가 아니라 내가 뭘 알고 있는지, 뭘 하려고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뭘 알고 있는데요? 뭘 하려고 여기에 온 거죠?”

“스필버그를 만날 겁니다. 그의 영화를 수입할 거고요. 그 자리에 같이 있어 줬으면 합니다.”


다시 성도희의 눈이 가늘어졌다.


“믿지 못하겠다는 거죠? 내일 저녁 7시, 그랜드 얀 뉴욕 호텔 1층, 커피숍입니다.”

“네?”

“꼭 와줬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왜요? 왜 거길 가야 하죠?”

“필요하니까요. 내가 앞으로 하려고 하는 일에. 필요한 사람이니깐.”

“......”

“그리고, 아마 당신도 날 필요로 하게 될 겁니다.”


그녀를 등지고 돌아서는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확신이 있었다. 그녀가 내일 한껏 차려입고 호텔로 나올 거라는 걸.

왜냐하면 스필버그는 그녀의 우상이자, 꿈이었으니깐.


******


“딱 30분이야.”


동그란 뿔테 안경에 덥수룩한 수염, 야구모자를 눌러쓴 스필버그가 차 뒷좌석에 몸을 기댄 채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 길게 하품을 했다.

운전대를 잡은 유니버설 픽처스 매니저이자 스필버그의 오랜 친구인 필립이 백미러로 스필버그를 힐끔 쳐다봤다.


“귀찮게 해서 미안해, 스티븐.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할 사업에서 동북아시아는 정말 중요한 지역이라고.”

“사우스 코리아. 거긴 아직도 냉전 지역이잖아. 왜 일본이나 중국이 아닌 거지?”

“북한이 아닌 게 다행이지. 설마 호텔 카페에 김정일이 앉아 있는 건 아니겠지?”

“오 마이 갓. 필립. 그런 무시무시한 말은 농담이라도 하지 마.”

“하하하. 걱정마. 최근에 남한과 북한은 평화협정을 맺었어. 그리고 발전 가능성만 놓고 본다면 한국도 매력적인 곳이지. 맞아, 서울 올림픽. 자네도 인상 깊게 봤잖아.”

“동양에서 온 돈 많은 아저씨가 거들먹거리면서 재미없는 이야기나 지껄이면 난 바로 일어설 거야. 뒤처리는 자네가 알아서 하라고.”

“그쪽에서 먼저 관심을 갖고 뉴욕까지 날아왔어. 동양의 어떤 기업도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이진 않았지. 그것만으로도 끌리지 않아? 적어도 이야기는 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인사를 어떻게 해야지? 곤, 니치와? 이건 일본언가? 니하...오?”

“그건 중국어고. 한국어는... 안뇽..하..세요.”

“아하, 아뇽...하세요. 아뇽..하..세요.”

“왜 잘 보이고 싶어? 통역이 붙을 텐데.”

“운명은 모르는 거야. 동양의 냉전 국가에서 온 사람들 때문에 우리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누가 알겠어.”

“맞아. 설마라는 것 때문에 우리 인생이 재밌어지곤 하지. 우린 잃을 게 없으니깐. 한번 부딪혀 보자고.”


필립이 엑셀을 밟은 다리에 힘을 주었다.


***


뉴욕 그랜드 얀 호텔 1층, 카페.


“아..뇽..하세요.”


스필버그는 30대로 보이는 동양인이 자신을 맞이하러 나오자 준비해 왔던 대로 고개를 숙이고 한국말 인사를 건넸다.


“아너 투 미츄(Honor to meet you.), 스티븐.”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겠군.’


이 한국인의 유창한 영어에 스필버그는 마음이 놓였다.


“굿, 미스터 성. 나이스 투 미츄.”

“감독님, 저는 KG그룹 직원입니다. 미스터 성은 저기 앉아 계십니다.”


스필버그는 한국인이 가리키는 쪽을 쳐다봤다.


‘오 마이 갓. 동양의 부호들은 저렇게 젊단 말이야?’


많아 봐야 갓 스물 돼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끝.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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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1. 스필버그, 한국오다 (3) 24.09.13 592 10 11쪽
21 20. 스필버그, 한국오다 (2) 24.09.12 625 9 12쪽
20 019. 스필버그, 한국오다! (1) 24.09.11 638 9 12쪽
19 018. 공룡이 나타났다!(2) 24.09.10 655 9 11쪽
18 017. 공룡이 나타났다! (1) 24.09.09 665 9 12쪽
17 016. 여왕의 귀환(2) 24.09.08 667 9 13쪽
16 015. 여왕의 귀환(1) 24.09.07 677 9 12쪽
15 014. 대통령 김명삼 24.09.06 682 10 11쪽
14 013. 왕국이 잃어버린 조각 24.09.05 689 10 11쪽
13 012. 전쟁의 시작 24.09.04 690 9 11쪽
12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693 10 12쪽
»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702 10 11쪽
10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705 10 12쪽
9 008. 스티븐 스필버그(1) 24.08.31 718 10 11쪽
8 007. 화형식(3) 24.08.30 745 11 12쪽
7 006. 화형식(2) 24.08.29 755 11 11쪽
6 005. 화형식(1) 24.08.28 765 12 11쪽
5 004. 첫 대면 24.08.27 790 12 10쪽
4 003. 재벌집 막내 아들이 아닌 재벌집 망나니라니! 24.08.26 829 11 11쪽
3 002. 재벌집 마약쟁이 (소제목수정) 24.08.26 893 12 11쪽
2 001. 성도희가 죽었다 24.08.26 985 12 14쪽
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011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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