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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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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 스필버그, 한국오다! (1)

DUMMY

019. 스필버그, 한국오다! (1)


성민철은 밥과 반찬들이 나란히 앉은 두 아들 입안에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 새끼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흐룻한 것이 부모 마음이라고 했다.

제 아무리 재벌이라 하지만 그 만물의 법칙을 성민철만 피해 가라는 법은 없었다.


망나니 둘째 아들까지 KG그룹 직원이 된 이후로부터,

성민철은 한 달에 한 번은 온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그 한 달이 다시 돌아왔다.


“아버지, 우리 회사 전자레인지 말입니다.”


하지만 간만에 느껴보는 부모 마음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둘째 놈, 성예석이 예민한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KG 전자 말이냐?”

“네, KG 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 업체 사장이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예석이 너를?”

“KG에서 부품 단가를 무리하게 낮추라고 압박을 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러지 않으면 값싼 중국산으로 부품을 대체하겠다고요.”


성민철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예석을 쳐다봤다.


“KG전자 사장과 그 친인척들에게 돈 봉투도 돌려 봤지만 소용없었답니다. 그래서 결국 물어 물어 저에게까지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원청이 하청 업체를 압박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돈 봉투가 오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저에게까지 돈봉투가 전해질 정도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해서요.”


사회 모든 분야에서 ‘뇌물’이란 게 알게 모르게 용인되던 시대다.

성민철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동네방네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기업활동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

그런데 밥상머리에서 둘째 놈이 뇌물에 꼬투리를 잡는 이유가 뭘까.

성민철의 미간이 저도 모르게 좁아졌다.


“야, 성예석. 윗분들이 하시는 일을 네가 감히 함부로 이야기하는 거 아니다.”


보다못한 성예준이 끼어들어, 예석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성민철도 성예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뭐든 해보려는 둘째 아들을 크게 나무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예석이 네가 볼 땐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기억해 둬라. 결국 돈이 돈을 만드는 거다, 이 세상은. 사람들은 절대 손해를 볼 걸 생각하고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지 않아. 그 하청업체 사장이란 자도 결국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너에게 봉투를 내민 것일 뿐이다.”

“꼬리가 길면 잡히게 되어 있는 법입니다. 분명 문제가 될 겁니다. 언젠가는.”


아버지와 형의 따가운 시선이 성예석에게 꽂혔다.


“마치 우리 그룹을 범죄 집단 취급하는 것 같이 들리네.”


성예준이 코웃음 치듯 말했다.


“그래, 돈 한 푼 안 들이고 언론에 영화 광고 좀 했다고 생색을 내고 싶은 거야?!”

“아니, 그러니깐 내 말은 그게 아니라...”


탁- 보다못한 성민철이 식탁을 손바닥으로 탁하고 내리쳤다.


“그만해라. 밥상머리에서 뭐 하는 짓이야.”


조금전까지 두 아들을 바라보며 흐믓하게 고개를 끄덕였던 성민철이 이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거워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성예준이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다음 달, 미래산업 TF 출범식 때 파리에서 르노 관계자들을 부를 생각입니다.”

“그래?”

“네, 일단 양해각서라도 체결해 보려고 합니다. 아마 언론도 대서특필할 겁니다.”

“그래, 잘 진행해 봐라.”


성예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얄밉게 성예석을 흘겼다.


***


CGB, 매가박스, 롯데시네. 2000년대부터는 이 3대 멀티플렉스가 영화시장을 주도 했다.

하지만 1998년 최초의 멀티플렉스가 들어서기전까지는 종로의 대한극장, 피카디리, 단성사. 이 영화관을 3대 영화관으로 꼽았다.

그 3대 극장 중에서도 그나마 가장 많은 좌석수를 보유하고 있는 종로 대한극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극장 현관 앞 광장을 지나면 좁은 골목이 하나 나 있다. 그 골목 안에서 솔솔 뿜어져 나오는 페인트 냄새를 쫓아가다 보면 허름한 창고에 다다르게 된다. 영화 간판 작업을 하는 작업실이다.


“선생님, 글자는 빨간색이 어떨까요?”

“간판에 피칠할 일 있어? 무슨 빨간색이야. 소름 돋게!”

“빨간색이 눈에 확 띌 것 같은데요. 그리고 이 영화의 상징 색이 레드라고요.”

“레드는 무신 얼어 죽을...”


성도희는 굳이 영화 간판 작업실까지 찾아와 간판화가들과 언쟁을 벌이는 성예석의 뒷모습을 짠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 티라노가...흠. 이거 대가리만 너무 큰 것 같은데?”

“아니, 네가 티라노를 직접 봤어? 보자보자 하니깐 어디서 지적질이야?”


간판화가가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네 이 극장이 처음 세워진 게 언제인 줄 알기나 해?!”

“네?”

“1958년이다. 내가 1958년, 딱 열일곱 살 때 간판쟁이 조수로 시작해서 올해로 이 일만 35년 째야!”


간판화가의 으름장에 성예석의 입이 벌어졌다.


“대단하시네요. 그럼 대충 봐도 될 영화 안 될 영화도 딱 맞추시겠어요.”

“물론이지!”

“그럼 이번 영화는 어떨 것 같아요?”

“이거?”


간판화가가 이제 막 밑그림을 시작한 간판을 쳐다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이게 그 스필버그 작품이라며?”

“네, 잘 아시네요?”

“이 사람아 ET, 죠스, 인디아나존스! 그거 다 내가 그렸어.”


후, 작업 중인 간판 위로 담배 연기를 내뿜은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다른 건 대충 다 맞추거든? 근데 이 스필버그꺼는 다 예상을 비껴 가더라고. ET는 저거 딱 망하겠다 했는데 엄청나게 성공했고, 그 빽투더퓨처? 그 영화는 못 해도 50만은 가겠다 했는데 30만 겨우 넘겼고...”


귀를 쫑긋 세웠던 성예석은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말이야. 이거 다 운이다. 흥행은 하늘의 뜻이다, 이거야.”

“한 200만 정도는 힘들까요?”

“뭐?!”


간판화가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자네 초짜지?”

“네?”

“어디 영화산지 몰라도 말이야, 딱 망하기 좋겠네. 이 사람아, 이 조선 땅에서 어떻게 한 영화를 200만 명이 보나!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에이, 스필버그 작품은 예상을 비껴간다면서요. 그러니깐 모를 일이죠.”

“헛 참. 내 살다 살다 별 얘길 다 듣네. 이백만? 에라이. 모르지, 대통령이라도 TV에 나와서 이 영활 홍보해 주면 모를까.”


순간, 성예석과 성도희의 눈이 마주쳤다.

성도희는 가만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도 점점 애초에 세웠던 목표인 관객 200만 동원은 무리임을 실감하고 있었다.


***


‘이 친구 제법인데.’


TV 화면에서 한국 뉴스를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가 재생되자, 스필버그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성예석이 기획한 ‘쥬라기 공원’ 홍보 방식이 뉴욕, 스필버그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다.


“덕분에 한국 방송과 신문에서 우리 영화를 앞다퉈서 소개하고 있어,”


필립이 한인타운에서 구한 한국 신문을 스필버그에게 건넸다.

신문 기사를 확인하는 스필버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이 친구 마음에 드는데. 우리가 스카우트 할 수 없나?”

“하하, 이 봐. 성예석 이 친구는 한국 KG그룹의 일가야.”

“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아시아 UIP 직원들이 공룡탈이나 쓰고 극장 앞을 어슬렁거렸겠지.”

“그게 아시아 방식이니깐. 아마 일본에서는 지금쯤 영화관 앞에 공룡 몇 마리가 서 있을 수도 있어.”


일본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였다.

일본의 경제력은 미국의 뒤를 쫓고 있었고, 인구 10억이 넘는 중국 시장도 개방의 파도가 거세지고 있었다.

하지만 스필버그는 그 중요한 아시아 시장의 마케팅 방식에 늘 불만이었다.


“ET가 일본에서 개봉할 때도 그들은 유치한 외계인 탈을 만들어서 영화관 앞을 어슬렁거렸지.”

“유치하긴 했지만 일본에서 재미를 많이 보긴 했잖나.”

“검지 손가락 두 개. 그거면 충분했어. ET는.”


아직도 아쉬운 듯 스필버그는 입맛을 다셨다.

아시아의 방식.

할리우드는 외계인 영화면 외계인 탈을 쓰고, 공룡 영화면 공룡 탈을 쓰는 직관적이고 유치한 방식을 에둘러 아시아의 방식이라 표현했다.

하지만 스필버그는 자신의 영화가 아시아에서 그런 우스운 방식으로 소개되고, 소모되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그래서 아시아 UIP 측에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방식의 홍보를 주문하곤 했지만 그들은 늘 같은 아시아의 방식을 고집했다.

그런데 몇 달 전 터무니 없는 계약으로 ‘쥬라기 공원’의 한국 배급권을 가져간 한국의 젊은이가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일을 한 것이다.

도심 속 티라노 형상의 그림자! 이것보다 ‘쥬라기 공원’이란 영화를 강렬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더 있을까?


“이번에도 아시아는 일본만 방문하나?”

“‘쥬라기 공원’ 홍보 투어? 맞아. 아시아는 일본만 신경 쓰면 되니깐.”

“한국도 리스트에 넣는 건 어때?”

“한국? 아시아 투어 일정에?”


필립이 곤란하다는 체스처를 취했다.

마침 TV 화면에서 성예석이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송출되고 있었다.


“저 친구 왠지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그건 곤란해. 일정이 아주 빠듯해.”

“아..녕..하세..여? 맞나? 한국어 인사?”

“스티브!”

“그러지 말고 차라리 이번엔 일본은 빼고 한국으로 하자고.”

“스티브, 제발!”

“스시는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야.”


스필버그는 혀를 내민 채 고개를 흔들었다.


“제발, 스티브.”


필립이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봤지만, 그 스스로 저 괴짜 감독의 마음이 이미 한국에 꽂혀 있단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이내 필립은 그를 설득하는 걸 포기한 채 새로운 일정을 짜기 위해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여보세... 네?...음.....오, 헬로우...와,왓?!!... 리얼리?...넥스트 먼스?... 텐?... 오..마이..갓... 오케이, 아이씨... 땡큐... 땡큐, 오케이...”


영상사업단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유철규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뭐야? 왜 갑자기 영어야? 유팀장.”


장지욱 단장이 의아한 듯 유철규를 쳐다봤다.


“단장님, 스필버그가 한국에 오겠다는 대요.”

“뭐?”

“방금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온 전화였어요.”

“그게 도대체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야? 스필버그가 왜 한국엘 와?”

“쥬라기 공원 홍보 건으로 다음달 10일에 한국에 오기로 결정했답니다.”


장지욱은 한동안 그저 눈을 끔뻑거리기만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하향세라며 평가 절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 감독 중 한 명임이 분명하다.

반면 한국은 영화산업의 변방.

이제껏 할리우드는 아시아 시장을 위해서 일본과 홍콩, 중국을 홍보 타겟으로 잡는 게 상식이었다. 당연히 할리우드 감독들이 영화 홍보를 위한 아시아 방문 1순위는 일본. 한국은 번외였다.

그런데 스필버그가 한국에 온다고?


“이러다 진짜 일 나는 거 아니야?”


200만 관객 동원.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장지욱은 장담했다.

성예석과 성도희가 이전에는 한번도 없던 홍보 방식으로 주요 언론에 오르내리기니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필버그 감독의 내한이라... 이건 신문 1면 감이다.


“서, 성대리는 어디갔어?”


장지욱이 급하게 성예석을 찾았다.


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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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3. 왕국이 잃어버린 조각 24.09.05 690 10 11쪽
13 012. 전쟁의 시작 24.09.04 692 9 11쪽
12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694 10 12쪽
11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704 10 11쪽
10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70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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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5. 화형식(1) 24.08.28 766 12 11쪽
5 004. 첫 대면 24.08.27 792 12 10쪽
4 003. 재벌집 막내 아들이 아닌 재벌집 망나니라니! 24.08.26 830 11 11쪽
3 002. 재벌집 마약쟁이 (소제목수정) 24.08.26 893 12 11쪽
2 001. 성도희가 죽었다 24.08.26 986 12 14쪽
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013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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