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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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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스티븐 스필버그(4)

DUMMY

011. 스티븐 스필버그(4)


한 명은 후드티에 청바지, 한 명은 나이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드레스 차림.

정장을 멀끔하게 차려입은 삼십대 남자는 그들의 비서 역할일 뿐이었고,

이십 대 초반, 어쩌면 십 대일지도 모르는 동양인이 오늘 미팅의 주선자이다.

일반적인 비즈니스맨이었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지도 모른다.


‘흥미롭군’


하지만 스필버그는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알 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


“영광입니다. 동양의 젊은이가 날 만나기 위해 먼 거리를 마다치 않다니.”

“감독님이 북극에서 촬영 중이라 하더라도 찾아왔을 겁니다.”

“오호!”


유창한 영어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하는 후드티 청년의 호기로움에 스필버그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30분쯤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커피를 먼저 한 모금 마시고 싶지만... 그래, 어쩔 수 없지. 들어볼까요? 동양의 젊은이가 날 만나고 싶어 뉴욕까지 날아온 이유를.”

“감독님 작품을 한국에서 배급하고 싶습니다.”

“이번 내 영화가 어떤 영환지는 알고 있어요?”

“네, 잘 알죠.”

“그냥 공룡이 나오는 영화 정도로 알고 있겠죠. 그 정도만 언론에 공개했으니깐. 아직 제목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요, 이 영화.”

“글쎄요. 그 이상으로 알 수도 있죠.”

“흥미롭군. 그 이상으로 무얼 알고 있죠? 이 영화에 대해서?”


마침 주문한 커피가 탁자 위에 놓였다. 스필버그는 커피를 음미하여 성예석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특수효과.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영화가 보여 줄 수 있는 최대치.”


스필버그가 천천히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성예석을 쳐다봤다.

방금 전 한국 젊은이의 입에서 나온 단어들은, 자신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세운 목표와 일치했다.


“마치 본 것처럼 이야기하는군.”

“그만큼 감독님을 신뢰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어쩌나. 배급에 관한 건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나온 이 친구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스필버그는 등받이에 허리를 기대고 커피를 한 모금을 다시 들이키며 필립을 바라봤다.

필립은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짧게 호흡을 다졌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배급은 UIP란 유니버설 자회사를 통해 직배급 하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는 현지 배급사와 비즈니스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 유감입니다.”


스필버그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들으셨다시피. 유감스럽게도 영화 외적인 것은 이 친구 말을 따라야 합니다.”

“터미네이터2.”


스필버그와 필립의 눈썹이 동시에 꿈틀거렸다.

방금 동양에서 온 청년의 입에서 스필버그와 유니버설 픽처스의 경쟁 관계에 놓인 감독과 일 년 전 제작 된 그의 작품 이름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작년에 UIP 코리아를 통해 한국 영화관에 배급됐습니다. 그리고 90만 명이 넘는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봤죠.”


스필버그가 자세를 고쳐 앉자, 성예석이 말을 이어갔다.


“90만 명. 지난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 최고 관객 수 입니다. 그런데 지금 서울에만 인구가 몇 명인 줄 아세요? 천만이 넘습니다. 대한민국 전체는 사천사백만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전작의 명성까지 등에 업은 터미네이터2의 한국 흥행.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필버그는 턱수염을 가만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ET, 죠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등이 연달아 흥행하면서 헐리우드는 자신을 최고의 감독으로 추켜세웠다. 하지만 이후 제대로 된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헐리우드에서 스필버그의 시대를 대체할 것이라고 평가를 받는 감독이 바로 터미네이터를 업고 혜성처럼 등장한 제임스 카메론.


“흥미로워지는군요.”


스필버그는 이제 턱까지 괴고 성예석의 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영화 산업 쪽은 이제 시작이지만, KG그룹의 위상은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UIP가 아닌 KG를 선택하신다면 200만 명 보장하겠습니다.”


스필버그는 괴었던 턱을 풀고 필립을 쳐다봤다.

필립은 고개를 저었다.


“이봐요, 동양인 젊은 친구. 영화 산업은 도박이 아닙니다. 제목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최소한 마켓 홍보용 영상조차도 보지 않고, 스필버그의 팬이라고 이런 무모한 제안을 하시겠다는 겁니까?”

“왜요? 자신이 없나요? 영화가 별로인가 보네요.”

“하하하.”


성예석의 도발에 스필버그가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 정말 흥미로운 친구를 만났어. 백 투더 퓨처, 마치 미래에서 온 사람처럼 이야길 하는군.”

“<백 투더 퓨처>는 36만 명이었죠. 한국 관객 수가. 안타깝네요. 저를 조금만 일찍 만났더라면 최소 100만은 갈 수 있었던 영환데.”


자신감인지 허세인지 모를 동양인 청년에 호기로움에 스필버그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이 청년을 어떻게 좀 해보라는 듯 그는 필립을 다시 바라봤다.


“그래, 자신감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만약에 200만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위약금을 드리죠.”

“위약금?”

“200만 달성을 못 하면 한국에서 발생한 수익금 모두를 돌려드리겠습니다.”

“오 마이 갓!”


필립의 입에서 믿을 수 없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뉴욕에 도박을 하러 왔나요?”

“말했잖아요. 그만큼 감독님 이번 작품에 믿음이 있다고. 아니면...”

“아니면?”

“백 투더 퓨처. 정말 미래에서 왔을 수도 있고요.”

“우리로선 잃을 게 하나 없는 계약이 될 겁니다. KG, 그 쪽은 All or Nothing. 완전한 도박을 하는 거고요. 이해됩니까?”

“네. 물론이죠. 그리고 감독님께 제안을 하나 더 드리고 싶은데요.”


성예석이 스필버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감독님의 다음 영화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내 다음 영화?”

“홀로코스트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건 어떻게 알고 있습니까? 정보원이 누구죠?”

“백 투더 퓨처. 미래에서 왔으니깐요.”

“흠... 그 영화는 유대인, 내 민족에 관한 이야깁니다. 동양 자본이 딱히 투자할 매력이 없을 텐데요.”

“우리 민족도 유대인 같은 고난을 받았습니다. 불과 50년 전에요. 동변상련. 한국에선 이렇게 표현하죠.”


성예석을 바라보는 스필버그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성예석은 이 거래가 성공했다고 직감하고,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아직 제목을 정하지 못한 그 영화요.”

“......”

“혹시 ‘쥬라기 공원’은 어떨까요? 심플하게.”


***


쥬라기 공원.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쥬라기 공원’을 스필버그가 영화로 만든 작품.

스필버그는 원작 소설의 제목보다 느낌이 강력한 제목을 고민했겠지만,

‘쥬라기 공원’은 ‘쥬라기 공원’이어야 한다. 다른 제목은 결코 상상할 수 없다!


1990년대를 통틀어 최고의 흥행작이자, 스필버그의 영화 커리어 중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걸작.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시리즈가 제작됐지만, 여전히 이 첫 작품의 임팩트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방금 이 엄청난 영화의 한국 배급권을 따냈다!

서류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건 한국으로 돌아가면 유철규 팀장이 어렵지 않게 처리할 것이다.


우리에게 무엇하나 유리한 게 없는, 도박이나 다름없는 계약.


누군가는 손가락질할 것이고, 누군가는 비웃겠지.


하지만 그건 한 치 앞 미래를 모르는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겁니까?”


스필버그 일행이 떠나가고 나, 성도희, 유철규 팀장. 이렇게 세 명만 남겨진 호텔 커피숍.

한 치 앞 미래를 모르는 유철규가 참아 왔다는 듯 불만을 토로했다.


“왜요? 지금 엄청난 계약을 성공시켰는데.”

“스필버그. 저도 잘 알아요. 엄청난 감독인 거. 그런데 이 계약은 한 쪽이 백프로 유리한 계약이잖아요.”

“이 정도 제안 없이 저들의 마음이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건 도박입니다. 아니 그냥 대놓고 손해 보는 장살 하겠단 거죠. 관객 수 100만 넘기는 것도 하늘에 별 따긴데, 200만이라뇨.”

“이 영화가 될 겁니다. 100만을 넘어 최초로 200만 이상을 기록하는 영화.”

“참, 말은 청산유수 십니다.”

“대한민국, 아니 세계 영화사를 우리가 새로 쓰는 겁니다.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아요.”

“네. 다른 의미에서 지금 심장이 떨어질 것 같네요.”


유철규 팀장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유철규의 처음 보는 굳은 표정 때문에 나도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200만.”


불편한 정적을 깬 건 성도희였다.


“한국 영화 산업은 계속 성장 중이에요. 단순히 경제 성장률을 관객수 예상 성장치에 대입해 본다면 100만이 넘는 관객 달성은 시간 문제죠. 그리고 100만 달성이 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영화라면 그 관성으로 200만도 가능하고요. 충분히.


성도희가 충분히.란 단어에 힘을 주고 말했다. 그리고 동의를 구하는 듯, 눈을 반짝이며 나와 유철규를 번갈아 쳐다봤다.

쿵쿵.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미래를 모르는 상황이었다면 나도 이런 계약에 분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갓 스무살의 성도희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래, 이런 추진력과 선구안 때문에 그녀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낙원, 에덴의 여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 현지에서 소문에 의하면 스필버그가 이번에 명예 회복을 위해서 아주 작심을 했다고 해요.”

“100만까지는 어떻게 이해한다고 칩시다. 하지만 200만은 솔직히 넘을 수 없는 벽 아닙니까?”


유철규의 말이 맞다. 내 기억이 맞다면 1993년 개봉한 쥬라기공원의 한국 관객 수는 100만을 조금 넘긴 수준. 하지만 공격적으로 마케팅 한다면 100만명 쯤이야 플러스를 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게 저도 마음에 걸리긴 해요. 그런데 영화가 100만이 가능할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고 가정할 때, 홍보, 마케팅만 제대로 하면 200만도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미래, 에덴의 여왕의 될 성도희에게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충동을 가라 앉히고 내가 물었다.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까요?”

“공룡 영화라고 공룡 탈을 쓰고 영화관 앞을 어슬렁 거린다거나 하면 정말 곤란해요.”


풋. 내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 대학시절 전공과목이었던 ‘영화 마케팅 개론’에서 주로 다뤘던 예시가 쥬라기 공원의 홍보 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성도희의 말처럼 한국에서 쥬라기 공원 홍보는 공룡 탈을 쓴 홍보사 직원이 영화관 앞을 어슬렁거린 것이 전부였다.

홍보 방식이 조금만 더 세련되었다면 150만, 200만도 가능했던 영화라며 아쉬워하던 교수님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100만이 아닌 200만을 제시한 건 이 기억 때문이다.


“흥미롭네요. 도희씨 머리에 있는 홍보 방식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보고 싶은데.”


나는 엷은 미소를 띤 채 성도희를 바라봤다.


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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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19. 스필버그, 한국오다! (1) 24.09.11 63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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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3. 왕국이 잃어버린 조각 24.09.05 689 10 11쪽
13 012. 전쟁의 시작 24.09.04 690 9 11쪽
»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693 10 12쪽
11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701 10 11쪽
10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703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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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7. 화형식(3) 24.08.30 742 11 12쪽
7 006. 화형식(2) 24.08.29 749 11 11쪽
6 005. 화형식(1) 24.08.28 764 12 11쪽
5 004. 첫 대면 24.08.27 789 12 10쪽
4 003. 재벌집 막내 아들이 아닌 재벌집 망나니라니! 24.08.26 827 11 11쪽
3 002. 재벌집 마약쟁이 (소제목수정) 24.08.26 891 12 11쪽
2 001. 성도희가 죽었다 24.08.26 984 12 14쪽
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010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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