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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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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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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 전쟁의 시작

DUMMY

012. 전쟁의 시작


“예석군이 성도희와 접촉했다고 합니다.”


현영관 비서실장의 보고를 듣는 성민철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유가 뭐야. 여태껏 둘 사이에 아무런 교류도 없었을 텐데.”

“성도희가 영화 쪽 공부를 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스필버그와 계약하는 현장에도 동행했고요.”


자신과 피를 나눈 형, 성민수의 외동딸, 성도희. 그녀가 태어난 1973년에 이른바 ‘투서사건’ 일어났고, 성민수와 그의 가족들은 쫓겨나듯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 이후로 어느덧 1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형님은 어찌 변했을꼬. 이제 나이도 어느덧 쉰이겠군.”


성민철의 입가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흘러간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어릴 땐 믿고 따르던 자상한 형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둘 사이는 모르는 사이 점점 멀어져갔다.


특히, 그룹 승계를 둘러싸고 오해와 갈등이 쌓이면서 둘 사이는 다시 봉합할 수 없을 만큼 소원해져 버렸다.

두 형제에게 줄을 대고, 아부하는 자들이 문제였다. 서로 잘 보이기 위해 형제를 이간질 하는 일도 마다치 않던 사람들. 아직도 몇몇은 이 KG그룹에 남아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결국 성민수가 아버지를 배신하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면서 둘이 관계도 이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그래서 계약은 어떻게 되었나?”


성민철은 밀려오는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스필버그의 차기작 한국 배급권을 40만 달러에 사는 것으로 일단 구두로 합의했다고 합니다.”

“40만 달러라. 그 정도면 괜찮은 계약인 건가?”

“네. 나쁘지 않은 금액입니다. 그런데, 부대조건이 있습니다.”

“부대조건?”

“네. 한국에서 이 영화가 200만 관객을 달성하지 못하면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돌려준다는 조건입니다.”

“뭐? 그런 계약이 어딨나. 도대체.”

“헐리우드 영화 제작사는 UIP 같은 자회사를 통해 직배급하는 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우리 영상사업단 같은 현지 신생 업체에 배급을 맡길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 수익을 돌려준다는 조건 때문에 배급권을 넘겼단 거야?”

“그런 것 같습니다.”

“자네는 어떻게 보나?”

“네?”

“예석이, 그놈이 수입한다는 영화 말이야. 200만을 넘길 가능성이 있는 거냐고.”

“부회장님, 한국 상황에서 50만 명만 넘겨도 소위 대박이라고 합니다. 200만은 앞으로 아마 몇 년간은 힘든 숫잡니다. 어쩌면 영원히요.”

“이 자식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금이라도 중단시킬까요?”

“...아니야. 내버려 둬.”

“네?”

“제대로 실패해서 뼈저리게 느껴보라고 해.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

“...알겠습니다.”

“이 자식, 그래도 배포는 크네. 그래서 그놈은 지금 뭘 하고 있나. 미국에 간 김에 바람이라도 쐬고 오려나.”

“업무를 마쳤으니, 바로 귀국한다고 합니다. 내일 오후에 김포에 도착합니다.”


성민철은 뒷짐을 쥐고 묵묵히 창밖을 내려다봤다.


“그래? ...그 놈 확실히 달라지긴 했어.”


***


뉴욕 JFK 공항.

계획했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아쉽네요. 뉴욕까지 왔는데 일만하고 가다니.”


유철규 팀장이 공항을 주욱 돌아보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돌아가면 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나는 웃으며 그런 유철규의 어깨를 도닥였다.


“물론이죠. 관객수 200만 명 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려면요.”

“투정인가요?”

“걱정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요. 교장 선생 뺨을 갈기던 망나니 뒤치다꺼리하는 것보다 낫잖아요.”

“제발 그 잊고 싶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지 말아주세요. 그러보니깐...”

“그러보니깐... 뭐요?”

“예전엔 도련님이 이렇게 멋진 사람인 줄 몰랐네요.”

“갑자기?”

“네. 어찌됐든 세계 최고의 영화감독을 홀리셨어요. 그래서 계약까지 성사시켰고. 뭐, 좀 말도 안 되는 계약이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그 도련님이 맞나 싶을 정도로... 좀 멋지셨습니다. 이번에.”

“어쩝니까. 앞으로 이것보다 더 멋진 모습 보게 될 텐데.”

“어?”


유철규가 대화를 끊고 내 어깨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


“왜요?”

“성도흰데요.”


뒤를 돌아보니, 정말로 성도희가 멀리서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흰 블라우스에 쉬폰 치마. 옅은 화장까지. 전생의 기억까지 통틀어 그녀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공항에서 소개팅이라도 하려나봐요.”

“도련님 보려고 온 것 같은데요.”

“설마.”


내 예상과는 다르게 성도희는 우리 앞으로 다가와 걸음을 멈췄다.


“맞죠? 지난밤에 두 분이 영화 이야기로 꽃을 피우시면서 정이 많이 드신 것 같네요.”


유철규가 나를 향해 눈을 찡긋거렸다.


“왜 이래요. 징그럽게...”


가쁜 숨을 들이마시는 성도희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다행이에요. 나는 출국장으로 들어갔으면 어쩌나 했는데...”

“이제 들어가려던 참이었습니다.”

“며칠 더 있다가 가는 줄 알았어요.”

“임무 완수했으니, 돌아가야죠.”

“...반가웠어요. 조심히 돌아가세요.”

“네.”

“...우리 언젠가 또 볼 수 있나요?”

“그럼요. 아마 아주 자주, 오랫동안 볼 수 있을지도요.”

“한국은 여기서 너무 멀어요.”

“도희씨가 오지 못할 곳은 아닙니다.”

“......”

“그리고, 이젠 목마르다고 그렇게 으슥한 곳까지 가지 마세요.”

“네?”

“센트럴파크요. 한국에 오면···. 여기서처럼 그렇게 목이 마르진 않을 겁니다.”


성도희는 그저 엷은 미소만을 지어 보였다.


“잘 지내요. 연락할게요.”


나는 손을 내밀었다.

성도희는 잠시 머뭇거리다 내 손을 가볍게 잡았다.


“잘 가요... 오빠.”


전생에 직장 상사였던, 그녀에게 오빠라니.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먹먹했다.


“...그래. 조만간 꼭 보자.”


나는 잠시동안 성도희와 눈을 맞추고 출국장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


KG그룹 본사 옥상.


“예준군.”


옥상으로 올라와 주위를 살피는 성예준을 불러 세운 건 현영관이었다.


“실장님께서 왜 저를...”


한 번도 현영관 비서실장을 아버지인 성민철 부회장을 빼고 마주한 적이 없었다.

성예준은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네?”

“동생분에 관해서 말입니다.”


성예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돌아온 탕자. 최근에 조금씩 성민철 부회장의 신임을 얻어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이던 참이었다. 하지만 성예준은 동생 성예석은 결코 자신과 견줄만한 대상이 아니라 생각하고, 믿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여전히 약쟁이 망나니로 기억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기억을 지울만한 엄청난 성과를 이룬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가 KG에서 선택한 부서는 영상사업단. 여배우와 놀아나든지 다른 문제를 일으켜서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지지만 않아도 다행이리라. 성예준은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예석이 말입니까?”

“네. 예석군이 미국 출장에서 오늘 돌아올 예정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거기서 성도희를 만났다고 합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수입 계약도 성사시켰고요.”

“...왜 이런 이야기를 저에게 하시는거죠?”

“신경을 쓰셔야 할 것 같아서요.” “네?”

“부회장님께서 예석군을 생각하는 마음이 예상외로 큽니다.”

“......”

“물론, 예준군에 대한 신뢰만큼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영관의 입가에서 비릿한 미소가 새어나왔다.


“자칫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회사에 손해를 끼칠만한 일을 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제 예준군도 그룹에서 영향력을 넓혀 가셔야죠. 언제까지 과장 직함을 달고 있을 순 없잖습니까.”

“무슨 의미죠?”

“제가 돕겠다는 겁니다. 예준군 앞날을...”

“저에게 줄을 대시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하하하, 어떻게 생각하시든 좋습니다. 다만 저는 그저 KG를 생각하는 제 충정만큼은 알아주셨으면 할 뿐입니다.”


***


아버지의 말을 거역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술, 담배, 여자 같은 것도 아버지 뜻에 따라 멀리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하라는 단 한마디에, 대리부터 시작해 지금은 2년 차 과장이다.

오너 일가라고 허세를 부린 적도 없다. 아버지 뜻에 따라 하나라도 더 배우고, 회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매일 같이 야근을 마다하지 않았던 성예준이었다.


‘도대체 왜 예석이 이 놈한테는...’


오늘만큼은 일에 손이 잡히지 않아 집으로 일찍 퇴근한 성예준이 불안한 듯 거실을 배회 중이다.

망나니, 약쟁이로 손가락질받으며 자신과는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온 동생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공항에 아버지를 마중 나왔따. 그 이후 조금씩 아버지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그리고 KG에 직원으로 들어와 며칠 되지도 않아 독단적으로 출장을 가고, 얼토당토않은 영화 계약까지 맺었다.

오너 일가라는 뒷배경이 없었다면 꿈도 못 꿀 일을 벌이고 있다. 아버지는 그걸 그저 방관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묻는 생각에 결국 분노가 치밀어 오르려고 할 때쯤, 현관문이 열리고 후드티 차림의 성예석이 백 팩을 하나 메고 들어왔다.


“어, 형. 오늘은 일찍 왔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응?”

“무슨 짓을 꾸미고 다니는 거냐고?”

“도대체 무슨 말이야, 형.”

“정말 새롭게 살아볼 생각인 거냐, 이제는?”

“...그래.”

“그럼, 조용히 밑바닥부터 배울 생각을 해. 왜 기본도 안 갖추고 나대는 거냐?”

“나대?”

“나도 듣는 귀가 있다. 입사한 지 얼마나 됐다고 회사에 폐가 될 일을 만들고 다녀.”

“글쎄. 폐가 될지 득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알 텐데.”


성예석은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형, 나 1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이제 막 도착했어. 한 번 봐주라.”


성예석이 어깨를 도닥거리자,

성예준은 그 도닥거리는 손을 뿌리치며, 그를 노려봤다.


“이 자식이!”


성예준은 그 여유롭고 당당한 태도에 약이 오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뭣들 하는 거냐?”


그때, 안방 문을 열고 성민철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적이 흘렀다. 성민철은 대립해 있는 두 아들을 말없이 한동안 번갈아 쳐다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성예석, 잠깐 나 좀 보자. 서재로 올라와.”


‘서재’란 단어에 성예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공간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는 건 몇 사람 되지 않는다.

그룹 사장급이나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기 위해 성민철은 가끔 자신의 서재에 발을 들이는 걸 허락했을 뿐이다.

담담히 그 서재로 향하는 성예석의 뒷모습을 보며 성예준은 직감했다.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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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14. 대통령 김명삼 24.09.06 682 10 11쪽
14 013. 왕국이 잃어버린 조각 24.09.05 689 10 11쪽
» 012. 전쟁의 시작 24.09.04 691 9 11쪽
12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694 10 12쪽
11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704 10 11쪽
10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706 10 12쪽
9 008. 스티븐 스필버그(1) 24.08.31 719 10 11쪽
8 007. 화형식(3) 24.08.30 746 11 12쪽
7 006. 화형식(2) 24.08.29 755 11 11쪽
6 005. 화형식(1) 24.08.28 765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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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011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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