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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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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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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 여왕의 귀환(1)

DUMMY

015. 여왕의 귀환 (1)


“우리가 수입한 영화들이 비디오 대여 순위 10위권에 3개나 올라와 있어!”


분기별 비디오 대여순위를 확인한 장지욱 단장이 믿기지 않는 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전쟁과 삶’, ‘거리의 연인’, ‘대폭발’.


1990년 초반. 미국 본토에서 흥행에도 재미를 못 보고, 한국에선 개봉도 못 해본 영화다.

하지만 개봉 후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서서히 인정받은 외화들이다.

왜 개봉시기엔 사랑을 받지 못하다가, 비디오 시장에 풀리고 나서야 주목받는 영화가 되었는지 알 수는 없다. 내가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웰 메이드 영화는 언젠가는 사람들의 선택을 받게 되리라는 것.


내가 넌지시 장지욱 단장에게 이 세 영화를 콕 짚어주었고, 속는 셈 치고 수입해서 비디오 시장에 푼 결과 세 영화 모두 입소문을 타고 10위권에 안착해 있다.

덕분에 요새 장지욱 단장의 어깨가 남산만큼 올라가 있다.

헐값에 들여와 대박을 쳤으니 그럴 만도 했다.


“우리 영상사업단도 이제 슬슬 사업 확장을 해야 할 때가 됐어.”


김명상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부터 장지욱은 툭하면 영상사업단 사업 확장에 꽂혀 있다.

새정부는 문화를 산업으로 인식한 첫 정권이었다.

이로 인해, 영화, 가요 등 문화계 전반이 술렁이고 있었다.


“비디오 대여 사업에 본격 진출해 보는 건 어떨까?”


장지욱의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그윽히 쳐다봤다. 징그럽게 왜 이러실까, 이 사람...


1990년 초 300만대가 넘는 비디오플레이어(V.H.S)가 가정에 보급되었다.

비디오 대여점 수는 슈퍼마켓보다 많았고, ‘앉아서 돈을 쓸어 담는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창업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KG 테레비, KG 비디오플레이어. 거기에 KG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린 영화! 어때? 기획실에서도 손뼉 칠만한 아이템 아닌가?”

“글쎄요.”


나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했던 장지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왜? 이번처럼 빛을 못 본 영화들 수입도 하고, 그걸 직접 우리 체인을 통해서 유통도 하고.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고. 어떻게 이런 좋은 사업 아이템에 고개를 저을 수가 있지? 이해가 안되네 나는.”

“비디오 시장이 언제까지 이렇게 호황을 누릴 것 같으세요?”

“세상에 영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금과 같겠지.”


이래서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하는 건가.

5년만 지나면 비디오 시장은 하향길을 걷게 된다.

DVD, 케이블, IPTV 같이 영화를 보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하고,

그 이후에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화되면 실시간으로 영화를 다운받아 보는 시대가 열린다.


“단장님, 차라리 이제 외화 수입량도 늘리고 차차 영화 제작 쪽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영화 제작? 아직 우리 흑자 전환도 못 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리고 이게 우리 영상사업단 사이즈로 그게 감당이 되겠어?”


나는 가만히 사무실을 한번 둘러봤다.

영업팀과 홍보팀. 달랑 두개의 팀에 1명의 단장과 2명의 팀장. 그리고 4명의 직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수천 명의 직원과 수십 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에덴 엔터와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의 영상사업단의 운영방식은 너무 주먹구구식이다.


“단장님, 사업 확장 다 좋은데 일단 조직을 좀 정비해야 지 않을까요? 인력 확충도 하고요. 이제 ‘쥬라기 공원’ 홍보도 슬슬 준비해야 할 텐데요.”

“쥬라기 공원이라...”


장지욱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솔직히 얘기할게. ‘쥬라기 세상’ 그 영화 말이야...”

“쥬라기 공원입니다.”

“어, 그래. 맞다. 쥬라기 공원. 그 영화 관련해서 나는 그걸 이 영상사업단의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아.”

“네?”

“성예석 대리. 잘 생각해봐. 출근 첫 날, 이 영화 배급권 계약을 하러 미국에 가겠다고 한 것도 성 대리고, 계약 사항에 200만 명 흥행 보장, 안 될 시 모든 수익금 반환. 이 조항 넣은 것도 성 대리야. 맞지?”

“네.”

“솔직히 스필버그 영화 배급권을 따오는 거, 지금 우리 영상사업단 규모로는 할 수 없는 일이야. 그런데 그 엄청난 일을 우리 신입 직원이 해낸 거지.”

“.....”

“거기에 국내 관객 200만 보장이라는 엄청난 조항과 함께. 그 계약서를 보고 받는 순간 나는 깨달았어. 이건 우리 영상사업단의 일이 아니다.”

“그, 그럼요?”

“이건 KG그룹 일가, 내부의 일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하...”


내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이제껏 ‘쥬라기 공원’과 관련해서 한마디 꺼내지도 않은 이유가 이거였다니.


“예석 대리가 아버님, 부회장님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겠지. 그런데 부회장님 눈에 비디오 영화 몇 개 판다고 그게 차겠어? 그래서 성대리가 욕심을 한 번 부려 본 거지. 맞지? 내 말이.”


제발 자신의 말에 동의해 달라는 듯, 장지욱이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장지욱의 말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쥬라기 공원’ 계약은 내가 벌인 일이니 알아서 수습하라는 것. 영상사업단에는 불똥이 안 튀게 하라는 것이다.

어이가 없다가도, 장지욱 입장에선 감당이 안 될 일을 벌여 놓긴 한 거라 이해가 가기도 했다.


“단장님, 만약에 200만명. 달성하면요?”

“뭐?”

“쥬라기 공원, 한국 관객 200만명 달성하면. 그 때도 영상사업단이랑은 관계없는 일이라고 할 건가요?”


장지욱은 입술을 달싹거릴 뿐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왜 관계가 없어!”


장지욱이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노기가 섞인 목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성민철 부회장이 문가에 서서 우리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영화 배급권 계약, 그리고 200만 명 달성 조건! 그거 다 이 영상사업단에서 벌인 일이다! 그런데 뭐가 관계가 없다는 거야!”


언제부터 듣고 있었을까.


“부, 부, 부회장님. 여기는 어쩐 일로.”

“영상사업단장, 자네는 성예석 대리를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네?”

“그래서 저 놈이 벌이는 일은 영상사업단과는 관계가 없다?”

“부회장님, 그러니깐 제 말은.”

“성예석 대리, 저 놈. 이 영상사업단 직원이다. 자네 부하직원이기도 하고.”

“네...네 맞습니다.”

“도대체 여기 영상사업단 책임자가 누군가! 자네 부하직원이 벌인 일, 자네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네, 하지만... 부회장님. 그러니깐...”

“감당이 안 되면 단장 니가 계약을 해지시키든 해야 했을 거 아니야! 그런데 지금 와서 영상사업단이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듣자 하니 아마 처음부터 다 들은 것 같다.

장지욱이 쩔쩔 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나서야 할 차례인 건가.


“부회장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KG그룹에 손해를 끼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어떻게 장담하나. 그걸.”

“한 번 믿어 보시기로 한 거 아니었습니까?”


끙. 성민철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자신이 한 말이 있으니 더이상 몰아붙일 명분이 없을 것이다.


“그러지말고 오신 김에 영상사업단 인력 충원 부탁드리겠습니다, 부회장님. 영화 홍보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합니다.”


갑작스러운 내 부탁에 성민철이 옆에 서 있는 현영관을 힐끔 쳐다봤다.


“지금 정기인사 시즌도 아니고, 갑자기 인력을 충원하는 건 무립니다.”

“방법이 없는 건가?”

“단기 계약직 직원은 부서 책임하에 채용 가능합니다.”

“들었지? 부서 책임하에 뭐든 해봐.”

“네.”

“그런데 분명 이 영상사업단이 벌인 일, 200만 관객 달성. 그거 못해내면 책임을 물을 거다.”


성민철과 현영관이 자리를 뜨자, 장지욱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망했네. 우리.”

“단장님, 이제 좀 아시겠어요? 우리는 지금 다 같이 한배를 탄 거라고요. ‘쥬라기 공원’. 이 영화에 영상사업단 운명이 걸린 겁니다.”

“그런 것 같네.”


장지욱이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계약직 직원을 뽑죠.”

“언제 내 허락 맡고 일을 벌였어? 맘대로 해.”



***


“오늘 낮에 부회장님께서 영상사업단을 방문 하셨습니다.”


강남의 고급 술집.

현영관이 성예준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부회장님은 영상사업단을 올해 안으로 정리하기로 마음을 굳히신 것 같습니다.”

“영상사업단을 없앤다고요?”

“네”

“성예석, 아버지와 내기를 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일 년 안에 영화가 돈이 된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고 했는데, 그럴 가망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건 두고 봐야 죠.”

“흐흐, 한국에서 영화 관객 200만 명이요? 열 사람이면 열 사람 모두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예석군, 어린 치기로 벌인 일입니다.”

“저는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거죠.”


불안한 듯 술잔을 만지작 거리는 성예준을 보는 현영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성예석을 이용해 성예준을 흔들어 놓는 작전이 먹혀들어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예준을 흔드는 이유는 단순했다.

KG그룹의 미래 주인이 될 그를 자신의 손안에서 컨트롤 해보려는 속셈이었다.

그 시커먼 속내를 숨긴 채 현영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성예석이 약속을 못 지키면 영상사업단은 정리하는 수순으로 갈 거고, 부회장님은 예석 군을 기획실이나 홍보실 쪽으로 보내실 겁니다.”

“그룹 핵심 부서네요.”

“물산이나, 지방 사무실. 제가 부회장님을 설득하면 그런 쪽으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래요?”


성예준이 눈을 반짝이며 현영관을 바라봤다.


“그런데 성예석이 어디를 가든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무슨 뜻이죠?”

“부회장님의 마음을 완전히 이쪽으로 돌려놓을 방법이 있거든요.”

“뭐죠?”

“자동차.”

“자동차요?”

“네. 부회장님은 김명상 정부 집권 기간 안에 KG그룹이 자동차 산업에 진입하는 걸 원하고 계십니다.”

“경쟁 기업들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네,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이 어려운 일을 만약에 누군가 해낸다면요?”


성예준은 현영관의 의도를 알겠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KG 자동차. 이걸 부회장님 앞에 대령해 놓는 사람이 승기를 거머쥐는 겁니다. 게임 끝이란 말입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현영관이 말없이 입꼬리를 올리며, 술잔을 입에 털어놓았다.


**


뉴욕-김포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서울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다.


‘13년 만이네.’


성도희는 비행기 창 밖 아래로 펼쳐진 서울을 가만히 바라봤다.

다시 밟을 수 있을까 의심했던 그 땅에 이제 잠시 후면 발을 내디딘다.


“후...”


성도희의 입술 사이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의지적으로 입꼬리를 올려 보는 성도희다.


“그래, 까짓것. 한 번 부딪혀 보는 거야! 아자, 할 수 있다, 성도희!”


- 우리 비행기는 곧 서울 김포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기장의 안내 멘트가 흘러나오자, 성도희는 다시 한 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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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2. 전쟁의 시작 24.09.04 690 9 11쪽
12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693 10 12쪽
11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703 10 11쪽
10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705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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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6. 화형식(2) 24.08.29 755 11 11쪽
6 005. 화형식(1) 24.08.28 765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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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01. 성도희가 죽었다 24.08.26 985 12 14쪽
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011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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